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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23화 (23/196)

23화

화룡 길드.

길드를 결성한 지는 3개월 밖에 안 되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길드다. 그 배경엔 길드장인 최민혁이 강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 힘을 잘 활용하는 부 길드장인 김인호의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김인호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길드장인 최민혁이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친 것이다.

하! 이걸 어쩌지? 왜 그 돈을 받아 온 거냐고?

1시간 전에 중구청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어찌 된 일인지 최민혁에게 물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의 말이 가관이다.

“별 거지 같은 놈이 나대는 게 재수 없잖아!”

최민혁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와 함께 게이트에 갔던 길드원들에게 상황을 들어보곤 뭔가 잘 못 된 걸 알았다.

무려 S등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괴물을 혼자서 잡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길드로 쳐들어와 행패를 부린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거기다 지금껏 쌓아 올린 길드 이미지가 한 방에 추락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지? 그냥 돈을 돌려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할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상대가 최민혁이 사과해야 한다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가 아는 최민혁은 절대 사과할 사람이 아니다.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는 건가?

김민호는 뭔가 결심을 한 듯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 * * * *

나와 조한희는 당당히 화룡 길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는 당당히 걸어오는 우릴 막아서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길드장을 좀 만나러 왔는데.”

내가 길드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경비원은 살짝 긴장하며 다시 물었다.

“선약은 하셨습니까?”

“아니. 선약은 안 했는데, 그쪽에서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우리가 온다는 걸.”

그때 경비실 안에 있던 다른 경비원이 뭔가 연락을 받았는지 황급히 달려 나왔다.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길드장님 만나러 오신 분들이시죠? 오늘 게이트에 같이 들어가셨던.”

“네. 맞아요.”

“안으로 들어가셔서 2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거기서 부 길드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 길드장? 길드장이 아니고?

난 벌써부터 화가 치밀었지만 일단 참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상당히 화려해서 돈을 많이 쓴 티가 팍팍 났다.

“인테리어는 잘 해놨네. 근데 길드사무실이라기 보다는 호텔 로비 같은 걸.”

“원래 최민혁 길드장이 겉으로 보이는 걸 상당히 중시하는 성격이에요. 남들 앞에서 자신의 부와 강함을 과시하는 걸 취미로 하는 사람이죠.”

“아! 한 마디로 쓰레기란 말이네. 맞지?”

내 말에 그녀가 기분 좋게 웃었다.

“호호호. 정확해요.”

그러는 사이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가 2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깔끔한 정장을 입은 20대 중반의 남자가 우릴 반겼다. 180이 넘는 큰 키에 뿔테 안경이 인상적인 미남이었다.

“어서 오세요. 길드장님 만나러 오신 분들이시죠? 전 부 길드장인 김인호라고 합니다.”

그러다 조한희를 발견하곤 살짝 놀랐다.

“어? 한희 씨 아닌가요? 설마 한희 씨도 게이트에 같이 들어갔던 거 에요?”

그녀는 김인호가 자기를 알아보자 살짝 목례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부 길드장님. 부 길드장님 말대로 저도 같이 게이트에 들어갔었어요.”

그녀의 말에 김인호는 잠시 뭔갈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일단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우린 그의 안내에 따라 정면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거대한 연무장이었다.

이건 뭐지? 대놓고 싸우자는 건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한희도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김인호가 연무장 가운데로 우릴 안내하곤 말했다.

“여기 조금만 계시면 길드장님이 오실 거 에요.”

근데 말을 마치고 나가는 김인호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꼭 무언가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 저 걸음걸이는?

그제야 난 주위를 둘러보곤 깨달았다. 여기가 진법 안이란 걸.

곳곳에 작은 돌들이 놓여있었는데 그게 진을 이루고 있었다.

“하하하하. 여기 재밌네. 그나저나 한희야. 앞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절대 당황하지마. 그건 다 환상이니까. 알겠지?”

그녀는 진지한 내 표정을 보고 덩달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때 진이 발동하기 시작했는지 사방이 안개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옆에 있던 조한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당황하지 않고 흥미로운 얼굴로 눈앞에 일어나는 변화를 즐겼다. 울창한 대나무 숲이 나타났고, 세찬 바람과 함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여기서 진법을 볼 줄이야. 그나저나 이 정도 진법이면 제대로 배운 놈이 분명해. 뭐 나한텐 의미 없지만.

진법을 나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생문을 찾아서 나가는 방법과 힘으로 진을 부수는 방법.

난 그중 생문을 찾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아까 돌들의 배치를 미리 봤기 때문에 쉽게 생문을 찾아 나올 수 있었다.

10미터쯤 걸었을까. 눈앞이 환해지며 그동안 보이던 환상들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건 연무장이 아니었다. 긴 터널의 출발점이었다.

여긴 어디지? 아직도 진법 안인가?

하지만 아무리 주윌 둘러봐도 진법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진법을 빠져나온건 맞는데 여긴 어디야? 그리고 한희는 어디 간 거지?

그제야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그냥 바로 조져버리는 건데. 너무 방심했어. 그나저나 한희가 무사해야 될 텐데. 일단 빨리 빠져나가자.

난 천장과 주변 벽들을 권강을 이용해 쳐봤지만 뭔가 강력한 힘에 보호되는 듯 주먹이 도로 튕겨 나왔다.

“젠장. 안 부서지네. 일단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나?”

난 눈앞에 길게 뚫려있는 터널을 쳐다봤다. 누가 봐도 함정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다.

“나가면 다 뒤졌어!”

난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곤 신속하게 앞으로 전진 했다.

이거 분위기가 꼭 감옥 같은데!

터널을 걷다 보니 중간 중간 바닥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천장에 거대한 철문이 보였는데 바닥의 자국은 철문이 닫히면서 생긴 것 같았다.

대체 뭐하는 곳이지? 꼭 누가 나가지 못하게 막아 둔 것 같은데. 이대로 계속 들어가도 될까?

아닌게 아니라 계속 들어갔다 철문이 닫히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갇힐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안에 뭐가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죽으면 되지 뭐!

걱정은 됐지만 회귀 반지가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안으로 쭉쭉 들어갔다. 길의 끝은 거대한 철문이 막고 있었다.

저기로 들어가면 되는 건가?

난 철문을 살짝 밀었다.

끼이이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힘없이 열렸다. 난 괜히 긴장 돼서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응? 아무도 없어?”

잔뜩 긴장했던 것과 달리 철문 너머 방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내 몸을 베고 지나갔다.

서걱.

“뭐…뭐야?”

난 방금 뭔가가 지나간 왼쪽 어깨를 쳐다봤다. 날카로운 뭔가에 옷이 잘려 있었다. 그 순간 이번엔 오른쪽 어깨를 뭔가가 베고 지나갔다.

그 다음은 양쪽 발목의 아킬레스 건. 마지막으로 목젖까지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대체 뭐지? 엄청 빠른데?

도저히 육안으로 쫓아갈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다. 그 순간 내 모습도 방 안에서 사라졌다. 환영보를 극한으로 전개한 것이다.

스스스슥.

방안은 온통 공기를 가르는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보인다.

환영보를 극한으로 전개하자 겨우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와의 속도는 아직도 많이 차이가 났다.

환영보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이 되자 난 철문이 있던 곳에 멈춰 섰다. 그리곤 철문을 닫았다. 그러자 허공에서 성대를 긁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낄낄낄낄. 숨박꼭질은 끝난 거야? 난 더 놀고 싶은데!”

“그래? 그럼 더 놀아줘야지. 잘 보라구!”

난 철문이 닫힌 상태에서 천의 이권을 시전 했다. 내 양주먹이 부딪히자마자 거대한 권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순식간에 방 전체를 휩쓸었다.

아무리 빨라도 이 방안에 있는 이상 이걸 피할 순 없을 거다.

역시나 예상대로 잠시 후 방 한 구석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이익! 이게 뭐야?! 낄낄낄낄!”

미친놈인가? 이 상황에서 웃는 건 뭐지?

하지만 S급 몬스터도 단숨에 찢어버리는 천의 이권이다. 지금은 겨우 버티지만 계속 버틸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마무리는 확실히 해야지!

난 천의 이권의 소용돌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정체불명의 사람 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권강을 두른 주먹을 마구 내질렀다. 정체불명의 사람은 권강의 소용돌이를 막느라 내 공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퍼퍼퍼펑.

공격에 맞은 사람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벽 한 쪽 구석으로 날아가 쳐 박힌 후 축 늘어졌다. 그제야 난 공격을 멈추고 그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그 사람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뭘 그리 감출게 많다고 복면까지 쓰고 있어? 얼굴이나 한 번 보자!

난 기절해 있는 사람의 복면을 벗겼다. 그리곤 복면 너머의 얼굴을 보곤 깜짝 놀랐다.

“어? 넌 최민혁?”

복면을 쓴 사람은 최민혁이었다. 다만 아까 본 최민혁과 달리 머리칼이 흰색이고 좀 더 길었다. 수염도 깎지 않아 전체적으로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설마 쌍둥이? 근데 왜 여기 갇혀 있는 거지?

그때 내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최민혁을 닮은 남자가 눈을 떴다. 그리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를 드러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낄낄낄낄. 내가 잡혔네. 그럼 이제 내가 술래가 될 차롄가?”

말하는 모양새나 눈빛을 봤을 때 정말로 미친 것 같았다. 거기다 아까 내 공격에 맞았음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듯 했다.

“야! 너 최민혁이랑 무슨 사이야?”

“최민혁?”

순간 그의 눈이 분노로 뒤덮히더니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커지는 덩치를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뭐…뭐야?”

난 생각지도 못한 변화에 깜짝 놀랐지만 잡고 있던 손을 놓지는 않았다. 잠시 후 난 그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변한 그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곰인간?”

그의 모습은 완벽한 곰으로 변해 있었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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