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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6화 (16/196)

16화

이철진. 그는 올해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술을 좋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갖가지 무술을 두루 익혔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의 목마름을 채워주진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고수가 그의 열정에 감탄해 몇 가지 기술들을 알려줬다. 그게 계기가 되어 이철진은 무공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눈앞에 놓인 벽이 뚫리지 않았다. 혹시 기술을 알려준 노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백방으로 그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무공이 있다는 건 알게 됐는데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없자 희망은 점점 절망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절망 속에 노인에게 배운 몇 가지 기술들만 주구장창 반복하며 지내던 중 대격변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각성자가 됐다.

각성자가 되자 눈앞에 있던 벽은 너무 쉽게 넘어섰다. 하지만 벽 뒤엔 또 다른 벽이 있었다. 결국 그는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무공의 고수라는 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찾아가 싸움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긴 자에게 배움을 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누구도 그와 싸워서 이긴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전달된 하나의 메시지.

<당신이 찾는 권법의 고수는 경기도 동탄에 있는 상급 던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름은 박태준. 아마 당신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겁니다.>

짧은 메시지. 누가 보낸지 써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갈증을 해소할 수만 있으면 되니까.

그리고 이철진은 곧바로 동탄으로 가 상급 던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난 던전을 강제로 열고 들어온 사람을 자세히 쳐다봤다. 회색으로 염색한 스포츠 머리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입은 그는 반짝 반짝 빛나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박태준인데, 갑자기 이게 뭔 짓이지?”

난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이철진에게 질문했다.

무단으로 던전에 들어왔다는 건 나보다 강하다는 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완전 소화가 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돼.

“니가 박태준인가? 생각대로 좋은 몸을 가지고 있구나. 어서 나와 싸우자!”

뭐? 싸우자고?

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잠깐, 잠깐! 내가 갑자기 너랑 왜 싸워야 되는데?”

“그거야 내가 싸우고 싶으니까!”

말과 동시에 이철진이 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왔다.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예상보다 더 빠른 움직임에 깜짝 놀라며 서둘러 환영보를 시전했다.

훅.

순식간에 내 신형은 자리에서 사라지고 5미터 뒤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이철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그 움직임! 드디어 찾았구나. 드디어 찾았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다짜고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말했잖아! 나랑 싸우자고.”

“갑자기? 싸워야 되는 이유라도 알자.”

하지만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이철진은 진짜 무공을 익힌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에 반쯤 미쳐 있었다.

“그거야 싸워서 이기면 알려주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럴 땐 눈을 믿으면 안 된다. 난 움직이는 그의 기에 집중하다가 그가 다가오자 또 3미터 정도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이철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안 싸울 거야?”

“그러니까 내가 왜 싸워야 되냐고?”

“그거야 내가 싸우고 싶으니까!”

“이 미친 새끼야! 니가 싸우고 싶다고 내가 싸워야 돼? 이거 완전 돌아이네.”

하지만 그는 내 말에 흥분하긴 커녕 오히려 빙그레 웃었다.

“계속 그렇게 싸움을 피할 생각이라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어디 계속 피해봐!”

이 미친 새끼. 대화가 안 통하는 놈이잖아!

말을 마친 그는 또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곤 사방에서 공격을 퍼부어댔다. 계속 환영보를 사용해 피하고 있긴 하지만 이대로 50분을 버틸 순 없다.

이대로 가다간 20분도 못 버틸 거야. 다른 방법을 써야겠어.

난 10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 대응 방법을 바꿨다.

“에휴! 그렇게 싸우고 싶어? 그럼 어디 한 번 때려봐!”

난 환영보 시전 하는 걸 멈추고 날아오는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

콰쾅.

무지막지한 힘이 실린 주먹이 무방비 상태인 내 배에 꽂혔다. 힘을 주고 버틴다고 버텼지만 내 몸은 뒤로 3미터 이상 밀려났다.

“크하하하하. 이제야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나? 좋아좋아!”

그리곤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퍼퍽. 펑.

난 정말 쉬지 않고 맞았다. 하지만 가만히 맞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맞으면서도 날아오는 주먹의 각도와 거기에 실린 힘을 예측했다. 그리고 맞은 다음엔 틀린 부분을 즉각 수정했다.

아! 저 정도의 기감이면 이 정도 충격이구나. 어? 주먹 각도가 저렇게도 휘어서 들어올 수 있네?

그러다 보니 맞는 것도 나름 공부가 됐다. 그렇다면 때리는 이철진은 어떨까? 아무리 때려도 전혀 타격이 없는 박태준을 보며 좌절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오히려 아무리 때려도 상처 하나 없는 박태준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저게 바로 전설의 금강불괴(金剛不壞)인가? 엄청나구나!

그렇게 30분 정도 맞으면서 그의 움직임을 보다보니 내 눈에도 몇 가지 허점이 보였다.

근데 왜 저기서 저렇게 움직이는 거지? 반대로 움직이면 더 자연스러울 텐데?

분석을 하면 할수록 허점들이 더 많이 보였다.

한 번 저기에 공격을 해볼까?

그동안 맞고만 있던 난 이번엔 날아오는 주먹을 슬쩍 피한 다음 빈틈 안으로 강기를 두른 주먹을 찔러 넣었다.

콰쾅.

역시나 정확하게 틈을 뚫고 공격이 성공했다. 하지만 이철진은 내 공격에 뒤로 밀리거나 넘어지긴 커녕 그 자리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에 닿아있는 주먹을 실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금 장난 친 거지?”

장난?

“장난이라니? 뭔 개소리야?”

“분명 장난일 거야. 이렇게 약한 주먹일리가 없어. 그래. 분명 그럴 거야.”

그는 내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혼자서 뭐라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약한 주먹? 설마 지금 내 공격이 너무 약하다는 거야?

난 순간 자존심이 상해 버럭 소릴 질렀다.

“뭐해? 공격 안 할 거야?”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챘는지 이철진이 머쓱해했다.

“미안. 잠시 딴 생각 좀 하느라. 그럼 계속 해볼까?”

그리곤 다시 공격을 퍼부어댔다. 이번에도 난 빈틈이 보이자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번 공격은 온 힘을 다해 날렸다. 엄청난 강기가 실린 주먹이 빈틈을 파고들어 이철진의 배에 닿았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내 주먹은 이철진의 배에 명중했지만 그는 고작 세 걸음 물러났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곤 드는 생각.

아! 저 새끼 육체 강화 능력자구나.

실제로 이철진은 각성하고 나서 부여 받은 능력이 육체강화였다. 이미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단련된 상태에서 육체강화 능력이 생기자 그 시너지는 엄청났다. 웬만한 공격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이철진이 각성자가 된 후 싸운 사람들 중 그가 공격할 때 보이는 허점을 발견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철진이 계속해서 이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게 바로 저 미친 육체강화 능력 때문이다.

나도 진심으로 때려보니 확실히 알겠다.

저 정도면 사기 아니야? 어떻게 몸이 저렇게 단단할 수 있지?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아까 주먹을 가져다 댔을 때 마치 철벽을 때린 느낌이었다.

그때 이철진이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이거 진짜로 때린 거 아니지? 그치? 넌 무공의 고수인데 이 정도 공격 밖에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치?”

그러다 갑자기 미친 듯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넌 짝퉁 아니잖아? 너 진짜 맞잖아? 왜 대답을 안 해?!”

미친 듯 화를 내던 이철진이 갑자기 주먹을 날렸다. 별 신경 안 쓰고 맞으려고 했는데 그의 주먹이 아까와는 달랐다. 주먹이 불타고 있었다.

어? 설마… 원소 감응 능력?

콰쾅.

주먹에 맞은 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

아파!

“크으윽!”

화염에 대한 내성이 60퍼센트라고 하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다. 그 말은 데미지도 입고 고통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저 미친 새끼! 특수 각성자였어?

보통 각성을 하면 한 가지 능력만을 가진다. 하지만 드물게 두 가지 이상의 능력을 각성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을 소설에서는 특수 각성자라 불렀다.

젠장! 하필이면 원소 감응이라니. 이러면 상성이 안 맞잖아.

그 다음부턴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했고, 이철진은 공격을 퍼부으며 계속 소리쳤다.

“아까처럼 공격해! 넌 짝퉁 아니잖아. 진짜잖아?!”

하지만 그가 하는 공격으론 환영보를 펼치는 날 잡을 수 없다. 문제는 내 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거기다 이철진의 두 주먹은 공격을 할수록 붉은 색에서 노란 색으로 변해갔다. 그 말은 곧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피하고 있는데도 주먹에서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난 그 모습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긴장을 해서인지 기가 더 빨리 소모가 됐고 움직임도 천천히 느려졌다. 그러다보니 이철진의 주먹과 나와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급기야 더 이상 환영보를 펼칠 수 없는 순간이 왔고, 탈진한 난 그대로 이철진의 공격에 노출 됐다.

콰쾅.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격이 온 몸을 뒤흔들었다.

“끄윽!!”

아까보다 훨씬 아프다. 물론 아프긴 하지만 견딜만 했다. 하지만 계속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화염이 담긴 강력한 공격을 견뎌냈습니다. 화염 내성이 0.1퍼센트 오릅니다.

하하하. 이 타이밍에 내성이 오른다고? 그것도 맞아서? 결국 내성도 맞아야 오른단 거네.

내성을 올릴 방법을 찾은 건 기뻤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하지만 이미 탈진한 난 이철진의 쏟아지는 공격을 무방비 상태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콰쾅. 쾅.

상황이 이런데도 츤츤이는 말없이 한켠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맞고 맞아서 서서히 정신을 잃어갈 때쯤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아이템이 완전 소화가 됐습니다. 설정되어 있는 내공이 900만큼 오릅니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내공으로 인해 육체가 재구성 됩니다.

메시지와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내 몸을 휘감았다.

뿌드득. 뿌득. 콰드득.

뼈마디가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끄아아악. 으아악!”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에 미칠 것 같았지만 몸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싸우다 갑자기 왜 저래?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 그럼 더 때려서 정신 차리게 해 줘야지!”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다가오는 이철진. 그때 그와 나 사이에 그 동안 보고만 있던 츤츤이가 끼어들었다.

“컹컹!”

“저 개새끼는 뭐야? 니가 키우는 거냐?”

이철진이 내게 물었지만 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츤츤이가 다시 짖어댔다.

“컹컹컹!”

“안 그래도 요즘 몸이 좀 허하다 싶었는데. 저 개새끼 잡아서 몸보신이나 해야겠다.”

그리곤 성큼성큼 다가와서 츤츤이 목덜미를 낚아챘다. 아니, 낚아채려했다. 하지만 츤츤이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순식간에 이철진 뒤에 나타난 츤츤이는 이철진의 엉덩이를 앞발로 후려쳤다.

“으아악!”

놀란 이철진은 뒤로 돌며 엉덩이를 어루만졌다가 깜짝 놀랐다.

“피?”

엉덩이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각성한 후로 한 번도 피를 흘려본 적이 없다. 아니,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낸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가 개가 한 번 할퀴었다고 피라니!

“이게 어떻게…?”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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