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12화 (12/196)

12화

특별 보상이라. 뭘 주려나.

- 살아남은 분들의 공적치를 확인하겠습니다.

1위 박태준: 59

2위 정찬호: 19

3위 이예진: 16

4위 홍영호: 2

4위 김종민: 2

6위 김현정: 1

7위 조준형: 1

8위 이서진: 0

역시 내가 1등이구나. 흐흐흐. 보상이 뭘까?

- 1위를 한 당신에게 특별 보상으로 ‘라말의 회귀 반지’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밝은 빛과 함께 은색의 반지가 허공에 나타났다. 반지 디자인은 평범했는데 중간에 회중시계가 각인 돼 있는 게 특이했다.

회…회귀 반지?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회귀 반지?

난 떨리는 마음으로 눈앞에 떠있는 반지를 집었다.

- ‘회귀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착용 시 귀속 됩니다.

메시지에서 ‘회귀 반지’를 터치하자 아이템에 대한 상세 정보가 주르륵 나타났다.

<라말의 회귀 반지>

등급: 전설

상태: 거래 가능(착용 시 귀속)

효과: 착용자 사망시 24시간 전으로 회귀한다. 단, 한 번 사용 후 반지는 자동으로 파괴된다.

배경: 전설의 대장장이 라만이 만든 희대의 걸작 중 하나. 죽은 아내를 만나고 싶은 라만의 강렬한 염원이 담겨있다.

이거 진짜다! 이걸 끼면 목숨 하나가 더 생기는 거야.

사실 거래 가능하기 때문에 대격변 후 생겨나는 거래소에 팔 수도 있다. 그러면 못해도 수백 억 이상은 받을 것이고. 하지만 목숨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순 없는 법.

난 망설임 없이 반지를 오른쪽 검지에 꼈다. 약간 큰 것 같던 반지는 손가락에 들어오자 자동으로 조여지며 스스로 크기를 맞췄다.

- ‘라말의 회귀 반지’가 귀속됩니다. 상태가 거래 불가능으로 변경됩니다.

좋았어! 여기서 이런 횡재를 할 줄이야.

난 반지 착용이 끝나고서야 다른 사람들을 둘러봤다. 두 사람은 죽은 사람 중에 지인이 있었는지 시체 앞에서 울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보상으로 받은 물건을 본다고 정신이 없었다.

저 양아치가 정찬호겠네. 그리고 그 옆에 여자가 이예진이겠고.

정찬호는 검게 빛나는 조끼를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고, 이예진은 무지개 빛깔의 작은 구슬을 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 저거 감응력 구슬이잖아!

그녀가 들고 있는 무지개 색 구슬은 복용 시 원소 감응력을 올려주는 구슬이다. 원소 감응 능력자는 감응력이 올라갈수록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고가에 거래되는 물건이다.

흠. 기본적으로 특별 보상이라 그런지 괜찮은 아이템을 많이 주네.

그때 아이템을 살펴보던 정찬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할 말이 있는지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오는데 현실로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 10초 후 현실로 돌아갑니다. 건투를 빕니다.

잠시 후 밝은 빛에 휩싸인 우리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소환될 때와 달리 우린 운석으로부터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에 함께 나타났다.

“어? 저 사람들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아까 사라진 사람들 아냐?”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우리가 신기한지 우릴 에워싸고는 이것저것 물어봤다. 몇몇은 영상을 찍어 올린다며 스마트 폰을 들이대기도 했다.

“이 개새끼들이. 저리 안 꺼져!”

정찬호가 기분이 나쁜지 욕을 하며 사람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움찔했지 사람들은 주변으로 몰려와 우리를 구경했다.

그때. 두두두두두.

어디선가 땅을 울리는 진동소리가 들렸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혹시 지진 아니야?”

“에이, 서울 한복판에 지진은 무슨.”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의아해했지만 각성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그 소리의 정체가 뭔지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드디어 진짜 대격변 시작이네.

그때 이예진이 급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번엔 총이 아니라 경찰임을 알리는 신분증이었다.

“여러분 경찰입니다. 여기는 위험하니까 모두 집으로 들어가거나 저기 운석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어서요!”

하지만 그녀의 소리는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결국 그녀는 품에서 총을 꺼내들고는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이예진한테 집중 됐다.

“어서 도망 가시라구요. 여긴 너무 위험해요. 최대한 운석에서 떨어지세요!”

“왜요? 누난 저 소리가 뭔지 알고 있죠?”

영상을 촬영하는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스마트 폰을 들이밀며 질문을 했다.

“지금 이럴 시간 없어. 정말 위험하다니까!”

“그러니까 뭐가 위험한 거죠? 글고 이거 생방이니까 사람들한테 인사도 해주세요.”

그때 옆에 있던 정찬호가 남학생의 스마트 폰을 확 낚아챘다. 그리론 반대 팔로 시원하게 뺨을 후려쳤다.

짝.

뺨을 맞은 남학생은 어이가 없는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정찬호를 노려봤다.

“아이 씨발! 너 뭐하는 새끼야!?”

하지만 정찬호가 무서운지 섣불리 달려들진 못했다. 정찬호는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뭐가 위험하냐고? 내가 위험하다 이 개새끼야! 다들 안 꺼져?!”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그때.

- 각성자들에게 신비로운 힘이 부여됩니다. 각성자들의 기본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각성자들은 환한 빛에 휩싸였다. 드디어 기본 능력치가 뻥튀기 되는 것이다. 아까 소환된 곳에서는 능력 발현과 사용 방법에 대해 학습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전투라는 얘기다.

“이건 또 뭐야?”

“능력치 대폭 상승?”

각성자들도 의아해하고 있는데 앞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괴….괴물이다!”

“도…도망가!”

그걸 시작으로 운석에 좀 더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의아해하다 잠시 후에야 달려오는 몬스터 군단을 보곤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실 각성자가 꼭 몬스터를 막아야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대격변 때 각성자임에도 도망간 사람들도 많았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나와 함께 소환됐다 살아남은 일곱 명은 누구하나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의지를 다지며 방어 진형을 갖췄다.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아까 경험으로 도망가면 소중한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저러면 괜히 도와주고 싶어지잖아.

난 방어 진형을 갖춘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난 미리 철벽을 쳤다.

“오해하지 마. 니들이랑 같이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

내 말에 그들 모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누구하나 내게 뭐라 하지 않았다. 아까 내가 발록과 싸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리라. 그들 눈엔 나 역시 괴물일 테니까.

“대신 한 가지 도움은 주지.”

그리곤 바로 그들 주위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냥 돈 것은 아니다. 발에 기를 실어 진법을 그리며 돌았다.

다 돌고 나자 그들 발밑으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사라졌다. 진법이 잘 완성됐다는 의미.

“이게 너흴 도울 거야. 그 안에선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조금 느리게 보일 테니까 절대 원 밖으로 나가지 마. 혹시 나가면 바로 안으로 들어오고. 아까처럼만 하면 어그로를 충분히 끌 수 있을 거야. 그럼 수고.”

돌아서서 가는 내 등 뒤로 감사하다는 그들의 인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일단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파악하자. 근데 츤츤이는 어디 간 거야?

그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츤츤이가 내 배낭을 입에 물고 이쪽으로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야!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떻게 된 거야?]

“일단 가면서 얘기해 줄게.”

난 가방을 받아 메고는 주변에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가는 동안 츤츤이에게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대격변에 대해 말을 해뒀기 때문에 변화된 점들에 대해서만 추가로 설명했다.

옥상에 올라오자 고층 건물이라 운석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거기서 내려다본 모습은 놀라웠다.

“뭐…뭐가 저렇게 많아?”

운석을 중심으로 녹색의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몬스터의 수는 수만.

몬스터들은 전진하며 건물을 파괴하고 대피 못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그러다보니 전진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단 거다.

어서 지휘관부터 잡자.

대격변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

그건 운석 근처에 있는 몬스터 군단의 지휘관을 없애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나오게 된다.

초반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각성자들은 고생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각성자들은 별동대를 조직해 각 운석의 지휘관을 처리했고, 다른 이들은 남은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하긴 그것도 몬스터 군단의 대부분이 트롤이니까 가능한 거지만.

이런 사실을 정찬호 무리에게도 알려줄까 하다가 생각을 접었었다. 알려주면 괜히 혼란만 가중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긴 내가 처리하면 돼. 그리고 나서 이 사실을 살짝 흘리는 거야.

“츤츤아, 가볼까?”

[계획대로 운석으로 갈 거야?]

“그래야지. 건물 옥상들로만 뛰어서 이동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겠어. 가자!”

난 츤츤이와 함께 건물 옥상을 길 삼아 운석 쪽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우린 운석 가까이에 도착했고, 그때까지도 몬스터들은 우리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저기 게이트가 보이네. 근데 아직 지휘관은 안 나온 것 같은데?”

건물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곳에 푸른빛을 내고 있는 게이트가 보였다.

[그런 것 같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어쩌긴. 나올 때까지 여기서 존버 타야지.”

배낭 안에 간단한 음식과 물이 꽤 들어있기 때문에 며칠도 버틸 수 있다.

운석이 땅에 떨어진 건 아침이지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지휘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근데 너 지휘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아니.”

[뭐? 지휘관 얼굴도 모르는 놈이 지휘관을 기다린다고?]

“걱정 마. 지휘관은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독특하다고 했으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슬슬 불안하다. 이미 소설 내용과 달라진 게 많기 때문에 소설 내용을 백퍼센트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씨. 괜히 시간 낭비만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좀만 더 기다려 보자.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그냥은 못 가!

그때 츤츤이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날 앞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야야! 니가 말한 지휘관이 저거 아냐?]

“지휘관?”

게이트 쪽으로 고갤 돌려 보니 처음 보는 몬스터가 보였다.

중세 기사를 연상케 하는 그 몬스터는 칠흑의 갑옷을 전신에 입고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타고 있는 해골로 된 말도 안광에서 붉은 불꽃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데스나이트! 저 놈이다.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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