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방어력 무한-4화 (4/196)

4화

탄이 소환한 흑빛의 단검. 저 검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물론 탄의 힘이 강한 것도 있지만, 소설에 묘사되어 있기론 저 검이 특별한 걸로 되어 있었다. 짜증나는 건 특별하다는 떡밥만 던져 놓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회수를 못했단 점이다.

그래서 나도 저 검이 정확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특별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난 말이야, 전부터 인간이 궁금했어! 특히 약하디 약한 벌레 같은 네놈들의 육신 말이야. 그래서 몇 놈 잘라 봤는데 다들 금방 죽더라구!”

탄이 단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다가오며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에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근데 넌 괜찮을 것 같아! 조금씩 조금씩 잘라줄게! 넌 소중하니까. 크하하핫!”

저…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그때 그의 몸에서 예의 붉은 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더니 내 몸을 옭아맸다. 몸을 움직여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야, 이 병신아! 병원 놀이 말고 공격을 하라고!!”

난 불안한 마음에 소리쳤지만 그는 내 도발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지 예의 그 특이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핫! 이런 재밌는 장난감을 쉽게 죽이면 안 되지! 일단 제일 궁금한 내장부터 봐야겠어. 그 다음 머릴 갈라서 뇌도 확인해 줄게. 아아! 죽진 않을 테니까 걱정 말고! 내가 이래봬도 그 정도 실력은 있으니까! 크하하핫!”

그리곤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왔다.

죽지 않을 줄은 알지만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날 향해 걸어오는 탄을 보자 불안해졌다.

이익! 제발 좀 움직여라!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탄은 들고 있던 단도를 코앞에 들이밀었다.

“이래보여도 이거 대단한 검이야! 나도 얻는데 꽤 고생을 했으니까! 그러니 이 검에 해체되는 걸 자랑스러워해도 돼! 크하하핫!”

“뭐…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아!!!”

서걱.

- 공격에 맞았습니다.

- ‘말살자의 조각’ 효과로 인해 방어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 무한의 방어력으로 인해 ‘말살자의 조각’ 효과가 무효화됩니다.

헐! 저거 방어력을 50퍼나 깎는 무기인거야?

하지만 무한은 반으로 나눠도 무한이다. 내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응? 안 잘린다고? 그럼 살짝 힘을 줘볼까?”

칠흑 같은 단검이 더욱 더 짙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는 단검을 들고는 예의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건 좀 강렬할 거야!”

스걱.

- 공격에 맞았습니다.

- 흑화 된 ‘말살자의 조각’ 효과로 인해 방어력이 80퍼센트 감소합니다.

- 무한의 방어력으로 인해 ‘말살자의 조각’ 효과가 무효화됩니다.

여전히 몸에는 아무 상처도 생기지 않았지만, 가슴이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웠다.

“끄으아악!”

참으려 했지만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고통은 점점 심해지며 온 몸을 휘감았다.

이거 뭐야! 방어력이 무한이면 안 아파야 되는 거 아냐!!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느껴지자 점점 불안해졌다.

이러다 방어력을 완전 무시하는 무기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죽는 건가? 여기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사이에도 탄은 내 몸 곳곳을 자르기 위해 시도하고 있었다.

- 공격에 맞았습니다.

- 흑화 된 ‘말살자의 조각’ 효과로 인해 방어력이 80퍼센트 감소합니다.

- 무한의 방어력으로 인해 ‘말살자의 조각’ 효과가 무효화됩니다.

메시지는 그 사이에도 쉬지 않고 나타났다.

“이상하단 말이야! 정말 이상해! 이걸로 베이지 않는 놈은 없었는데…. 이 놈도 그 놈 같은 건가?”

그 사이 탄은 해체 시도를 멈추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몸과 단검을 번갈아 바라보며 혼자서 뭐라 중얼 거리고 있었다.

탄이 잠시 공격을 멈춘 사이 나도 숨을 돌리며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든 저 단검을 먹어야 되는데 이렇게 묶여 있으면 방법이 없잖아. 누가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떠먹여준다고? 그래. 그거다!

“어이! 그렇게 놀고만 있을 거야? 일 안해?”

난 곧바로 탄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깊은 생각에 빠졌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난 좀 더 강하게 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입에 걸레를 문 것처럼 알고 있는 모든 욕을 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그제야 탄은 인상을 쓰며 날 바라봤다.

“이 몸의 생각을 방해하다니. 일단 그 혀부터 뽑자.”

그리곤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 사이에도 난 멈추지 않고 온갖 욕을 해대며 시끄럽게 소리쳤다.

내 코앞까지 다가온 탄은 시끄럽게 떠드는 날 보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혀가 뽑히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했는데, 드디어 오늘 그 궁금증을 풀겠구나. 그 동안은 혀만 뽑으면 다 죽어버려서 알 수가 없었단 말이야. 크하하핫!”

그리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입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이때다.

난 입안에 들어온 탄의 단검을 온 힘을 다해 베어 물었다.

까드득.

코인과 마찬가지로 단검도 쉽게 잘렸다. 난 탄이 잘린 단검을 빼낼까봐 몇 번 씹지도 않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꿀꺽.

- ‘정제된 말살자의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0씩 오릅니다.

- ‘정제된 말살자의 조각’을 너무 급하게 섭취해서 소화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립니다. 모두 소화되고 난 후 추가로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완전 소화까지 남은 시간: 14일)

- 말살자 조각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오! 모든 능력치가 100씩 올랐다고? 역시 대박이었어. 근데 너무 빨리 먹으면 안 되는구나. 다음부턴 조심해야지.

그때 탄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손잡이만 남은 단검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왜? 놀랐어? 하던 거, 마저 해야지.”

“이… 버러지 같은 인간 놈이…. 이거, 얼마나 어렵게 구한 건데!!”

그리곤 내 몸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역시 단검이 없으니 아무런 고통도 없구나. 좋아 좋아.

맞을 때마다 둔탁한 느낌은 있지만 고통은 없었다. 난 웃으며 탄의 분노한 모습을 지켜봤다. 탄은 그 후로도 한참을 미친 듯이 날뛴 후에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다시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도 이번엔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생각을 정리했는지 날 보고 말했다.

“일단 한 대만 더 맞아 볼까?”

그리곤 자루만 남은 단검을 들어 올려 노란색 기로 단검의 형상을 만들고는 내 가슴을 향해 강하게 찔러 넣었다.

콰드득.

- 공격에 맞았습니다.

역시나 내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탄은 찌르고 있는 단검에 점점 더 강한 힘을 가했다.

투투툭.

결국 날 구속하던 에너지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잡고 있던 에너지가 사라지자 내 몸은 찌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한참을 뒤로 날아갔다.

털썩.

진한 꽃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탄을 찾았지만 추가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날 공격한 곳에 서서 또다시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는 거지?

탄에게 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데 몸이 가볍다.

모든 능력치가 100만큼 올랐다고 하더니 확실히 다르네.

처음 이 몸에 빙의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던전에 들어오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그때 탄이 생각을 끝냈는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날 보며 방긋 웃었다.

“자! 시간도 얼마 없으니 이제 정리를 해볼까?”

“시간 없으면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

“그냥 보내줄게.”

“??? 진짜? 왜?”

장난으로 던진 말인데 진짜 보내 준다고? 무슨 꿍꿍이지?

“너한테 흥미가 생겼다고 해두지. 내 검이 아깝긴 하지만 대신 더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으니까. 장난감은 아껴서 가지고 놀아야지. 게다가 지금은 널 죽일 방법도 딱히 없는 것 같고.”

“그럼 나 진짜 간다. 가고 있는데 뒤에서 뒤통수치는 거 아니지?”

내 말에 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크하하핫! 대신 가기 전에 이거부터 먹어라!”

순간 또다시 그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내 몸을 휘감았다.

“아이 썅! 보내 준다며?”

내가 소리치며 화를 내는데 이번엔 에너지 중 일부가 내 입을 강제로 벌리게 했다.

“아게 어 하흔 이이야!(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 순간 입으로 뭔가가 들어와 목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라 에너지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갑자기 날 구속하던 힘이 사라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대체 뭘 먹인 거야?”

“크하하핫! 추적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야! 내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아! 참고로 먹자마자 몸에 흡수되니까 죽기 전엔 빼낼 수 없을 거야!”

“이런 미친 새끼!!”

“자, 이제 꺼져라! 난 네놈을 해체할 도구를 찾아야 하니까. 크하하핫!”

그리곤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난 한동안 그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탄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물러난 게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이 던전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

“하급 던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거 이중 던전이었잖아!!”

난 아무도 없는 꽃밭에서 소리를 빽 질렀다.

이중 던전은 매우 적은 확률로 랜덤하게 일반 던전 안에서 나타난다. 소설에서 말하기로 이중 던전은 일반 던전과 달리 클리어의 개념이 없으며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나오면 다시는 같은 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중 던전 안에는 지금처럼 엄청나게 강력한 몬스터가 있기도 하지만, 때론 보물이 가득 든 장소와 연결되기도 한다.

“그나저나 여길 나가면 다시 일반 던전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가?”

이중 던전에서 나오게 되면 그곳과 연결된 일반 던전의 시작지점으로 나오게 된다. 난 나가기 전에 일반 던전을 클리어 할 지 바로 나갈지 잠시 고민했지만 곧 결정을 내렸다.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그냥 갈 순 없지. 그리고 하급 던전은 제대로 된 보스 몬스터도 없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일억 코인짜린데 그냥 가면 며칠 잠도 못 잘 거야!”

난 곧바로 이중 던전을 나갔다. 그러자 눈앞에 거대한 돔 형태의 동굴이 나타났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고블린과 트롤들이 공격해 왔지만 침착하게 한 마리씩 죽여 갔다. 물론 그놈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맛있게 먹으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꽤 오래 걸렸지만 상처 하나 없이 하급 던전을 모두 클리어 했다. 이 던전은 예상대로 보스가 없었기 때문에 던전에 있는 몬스터만 모두 처리하면 클리어로 처리가 됐다.

- ‘갈탄의 동굴’을 클리어 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밝은 빛이 나타나더니 붉은 색 장갑이 툭하고 떨어졌다.

“어? 던전 클리어에 보상도 있어?”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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