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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방어력 무한-1화 (1/196)

나 혼자 방어력 무한

1화

[종장]

“야이 개새끼야! 제발 죽어!!!!”

하지만 히든 보스는 맞을수록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더 때려달라는 듯.

박태준은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아니, 오히려 때릴수록 강해지는 히든 보스를 보며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 갔다. 급기야.

푹.

자신의 배에 꽂힌 검을 바라보며 박태준은 망연자실했다.

‘젠장! 이게 아니었는데!’

결국 히든 보스의 정체도 알지 못한 채 그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더 이상 지킬 이가 없어진 세계는 히든 보스의 계획대로 서서히 멸망했다.

- 작가의 말: 지금까지 [회귀자]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새드 엔딩이 아닌 해피 엔딩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끝?….”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 봐도 더 이상 쓰인 건 없다. 확실히 끝이다.

“이… 이 미친 새끼야!!!”

뭐, 이런 황당한 결말이 다 있지?

난 32살 미혼의 남성으로,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원했던 직업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안 되면서 알바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직업이 돼 버렸다.

그런 내가 수학 문제 푸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은 바로 소설을 읽는 것이다. 특히 무협과 판타지는 안 본 소설을 꼽는 게 빠를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이딴 개 같은 소설은 보지 못했다.

사실 [회귀자]라는 제목도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본 주인공의 이름이 내 이름과 똑같았다. 거기다 소개 글에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먼치킨 소설이라길래 보기 시작한 소설이다.

처음엔 좋았다. 회귀한 주인공 박태준은 회귀의 장점을 잘 활용해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앞길을 막는 적들을 쳐부쉈다. 하지만!

히든 보스가 너무 강했다. 명백히 설정 오류다.

맞을수록 강해지는 보스라니!!

결국 주인공은 히든 보스를 죽이지도 못하고 세상이 멸망한다는 개망작.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네. 어떻게 저런 결말을 낼 수 있지? 이대로라면 열 받아서 잠도 안 오겠어.

난 곧바로 작가에게 글을 썼다.

- 작가 새끼야. 이따위 똥을 싸질러 놓고 잠이 오냐? 그리고 주인공은 병신이야? 먼치킨이라며? 그럼 히든 보스가 가진 능력을 주인공이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아님 히든 보스도 씹어 먹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가! 이 씹새야, 내 돈이랑 시간 물어내!!!

신고를 각오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썼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할 말을 하고 나자 조금이나마 후련했다. 그때.

띵동.

쪽지가 왔다는 알림.

“쪽지?”

아무생각 없이 쪽지를 확인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병신아, 그럼 니가 써.

“벼…병신?”

적반하장(賊反荷杖). 난 화가나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곤 무서운 눈으로 쪽지를 응시했다.

“그래! 해보자 이거지? 넌 디졌어!”

잠들어 있던 키보드 워리어의 영혼을 깨우다니! 내 모든 스트레스를 담아 응징해주마!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앉아 영혼의 욕이 듬뿍 담긴 장문의 쪽지를 썼다.

“흐흐흐!”

쪽지를 받고 일그러질 작가의 얼굴을 생각하며 보내기 버튼을 클릭했다.

- 차단되었습니다.

“……?”

차단? 날?

“으아아아아! 이 미친 새끼가!!!”

고함을 쳤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물 없이 고구마 만 개를 먹은 듯한 느낌!!

한참을 씩씩 거리던 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간만에 쉬는 날인데 기분만 잡쳤네! 잠이나 자자!”

너무 열이 받아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 * * * *

“으그그극! 잘 잤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가볍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말로만 가벼운 게 아니라 진짜 가벼웠다.

“컨디션이 왜 이렇게 좋지? 잠을 잘 자서 그런가?”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거실로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라 도로 문을 닫아버렸다.

“?? 바…방금 뭐였지?”

분명 방문을 열었는데 거실이 아니라 밖이 보였다.

그제야 방 안도 내가 잠들었던 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방 안엔 싱글 사이즈 침대와 작은 옷장, 책상이 전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꿈인가? 아님 납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생각할수록 혼란만 커졌다.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 폰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미치겠네! 폰은 또 어디로 간 거야??”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 폰이 보였다.

“폰이다!!”

난 구세주를 만난 것 마냥 서둘러 스마트 폰을 들고 화면을 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폰이었지만, 지금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폰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난 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누르려다 멈칫했다.

근데 어디다 전화를 하지? 경찰? 전화해선 뭐라고 하고?

전화해서 납치당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납치라고 하기엔 너무 자유로웠다.

그래. 일단 스마트 폰이 있으니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인하자. 그 후에 경찰에 전화해도 늦지 않으니까.

난 스마트 폰에서 지도 어플을 열고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 인천 송도? 울산이 아니고 인천이라고?”

분명 지도에는 내 위치가 인천 송도로 표시돼 있다. 난 진짠지 확인해 보기 위해 스마트 폰을 챙겨들고 용기를 내 조심스레 다시 방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일단 위험한 것 같진 않으니 밖으로 나가볼까?’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자 마침 여고생이 지나가고 있었다. 난 서둘러 그녀를 불러 세웠다.

“학생.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

여고생은 잠시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송도잖아!”

그리곤 바로 자기 갈 길을 갔다.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 여학생이 나한테 반말을 한 것도 뒤늦게 인지했다. 나는 그저, 송도라는 말만 곱씹었다.

‘진짜 송도라고? 내가 왜 송도에 있는 거지??’

그래도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았으니 다시 집으로 가면 된다.

난 서둘러 스마트폰에서 지도 어플을 다시 열었다. 그리곤 깨달았다.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알던 송도와 모양이 다르다는 걸!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지도를 서울까지 보이게 확대해 봤다.

“?? 지도가 왜 이래?”

전체적인 모양은 비슷했지만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고, 생전 처음 보는 지명들도 보였다.

서둘러 다른 지도 어플을 열어 봤지만 마찬가지다. 그제야 난 뭔가가 크게 잘못 됐음을 알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난 그 자리에 서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없어질 때까지 정보를 검색하고, 배터리가 다 닳은 후엔 미친놈처럼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한참 후 다시 방 안으로 돌아온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여기가 소설 속이라고? 이걸 믿어야 돼?”

믿기지 않지만 여긴 자기 전까지 읽은 소설 [회귀자]와 세계관이 똑같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한참을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거 몰카 아니야?’

몰카가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몰카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컸다.

‘진짜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 온 거란 말이야?!!’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점차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아마도 가끔 소설 속에 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한 게, 도움 아닌 도움이 된 듯 싶다.

“일단 나가는 방법부터 찾아보자. 들어왔다면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

난 먼저 방안을 샅샅이 뒤지며 정보를 모았다. 마침 방안을 뒤지다 보니 친절하게 신상이 적힌 종이가 나왔다.

이름: 박태준/키: 183/성별: 남/나이: 18세/각성 등급: 특SSS/소속: 제2 각성자 학교/가족 사항: 없음(대격변 때 모두 사망)

“박태준? 그럼 내가 박태준인거야?”

박태준은 소설 속에서 회귀한 주인공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최고의 능력자다. 잠재력만 본다면 세계 최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 속에선 각성자 등급을 F부터 SSS까지로 나눴다. 각성을 하면 일반적으로 한 가지 능력을 얻지만 가끔 두 개 이상의 능력을 얻는 각성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등급 앞에 ‘특’이라는 글자를 더 붙여서 구분 지었다.

즉, 내가 빙의한 박태준은 최고 각성자 등급인 SSS에 능력도 두 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박태준이란 걸 안 이상 방안 수색은 더 필요 없다. 난 완충된 스마트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어디보자! 오늘이 2043년 10월 29일이네. 박태준이 회귀하는 날짜가 2043년 10월 30일이니까 정확히 하루 전이구나.’

내가 누구로 빙의했는지 알고 나자 다음으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주인공으로 빙의했다는 건 히든 보스를 없애라는 거겠지? 난 병신처럼 당하지 않아. 다 씹어 먹어 주지.’

소설 속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완전히 믿긴 어려웠지만, 내가 주인공이란 사실을 알고 나자 알 수 없는 열정이 솟구쳤다. 난 옷걸이에서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고 거울 앞에 섰다.

잘 생겼다.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인상이다.

“이 정도면 봐줄만 하네!”

거울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는 신발을 신으려는 찰나.

띵동.

“…? 누구세요?”

“택배요!”

택배? 이 상황에?

내가 알기로 박태준은 회귀해서 졸업 전까지는 땡전 한 푼 없는 거지였다. 그런데 택배라니?

문을 열자 택배 기사가 서 있었다.

“박태준 씨 맞으시죠?”

내가 고갤 끄덕이자 그는 작은 상자를 전해주고는 서둘러 가버렸다.

방 안으로 돌아와 상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보낸 사람이 누군지 찾았다.

“보낸 사람이 어디있지? 아! 여깄네. 창천아래??”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이다. 누구지?

“아! 이 소설 작가가 창천아래였지!!”

작가가 주인공에게 택배를 보냈다?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된다. 거기다 나한테 작가가 택배를 보냈다는 말은 날 여기로 보낸 사람이 작가라는 말이다.

난 급히 밖으로 나가 택배기사를 찾았지만 잠깐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난 눈앞에 놓인 상자를 바라봤다.

“대체 작가가 뭘 보낸 거지?”

난 기대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화악!!

상자를 열자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아이씨! 깜짝이야!!”

난 갑자기 터져 나온 빛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떨어진 상자에서는 환하게 빛나는 야구공만한 구체가 굴러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쪽지가 보였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어디 한 번 재밌게 써봐!

“? 뭐??”

그때 바닥에 있던 환한 구체가 갑자기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난 황급히 손을 뻗어 막았지만,

스르륵.

구체는 손바닥에 닿자마자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흡수됐다.

- 스킬 ‘방어력 무한’을 습득했습니다.

“???? ‘방어력 무한’?? 잠깐! 이거 히든 보스 스킬이잖아!! 작가가 지금 나한테 히든 보스 스킬을 택배로 보낸 거야?”

- 스킬 ‘방어력 무한’을 습득했습니다. 방어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로 재조정 됩니다.

“어?? 자… 잠깐만!!”

모든 능력치가 1이 된다고? 왜? 이거 엄청 좋은 스킬 아니었어?

- 능력치 재조정이 끝났습니다. 방어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로 재조정됐습니다. 스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야, 이 미친 작가 새끼야!!!!!”

나 혼자 방어력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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