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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광룡(狂龍)(2)
“당신도 이름을 알려주세요.”
이 몸이 이 몸에게 걸린 마법을 파악, 분석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을 세계수라 칭한 그녀가 내게 물었다.
아직 마법을 풀지 못했지만 이 몸은 위대하기 때문에 마법을 이겨내고 입을 열었다.
『이 몸은 광룡(狂龍)이다.』
위대한 이 몸의 이름을 들었건만 그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저 질투심 많은 엘프들과 이 몸의 동족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 몸을 보고 환희에 몸을 떨건만 이 여자는 어떻게 된 것인가. 설마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몸인 것인가.
“광룡……. 아. 소문의 그 용이 당신이었군요.”
역시 조바심은 좋지 않다.
얼핏 무관심으로 위장했었지만 이 여자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 말이 무엇이겠는가? 이 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참으로 영특한 여자다. 이렇게 이 몸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끌어냈으니까.
『그렇다. 어서 이 몸을 찬양해라.』
“하지만 그건 이름이 아니잖아요?”
『그게 무슨 소린가?』
“광룡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붙여준 별명이잖아요. 이름이 아니에요.”
태연자약하게 반박하는 그녀에게, 이 몸도 반박하려 했지만 우수한 지적 능력이 그녀의 논리가 옳다고 굴복해 버렸다.
광룡은 이 몸의 이름이 아니다. 인간들이 경외하여 붙여준 칭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몸의 이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 몸의 육체와 정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건만 이 몸은 이름을 지은 적이 없다.
이름이란 사물을 정의하는 명칭. 이 몸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이 몸은 이 몸일 뿐이다. 이름 따윈 없다.』
“그래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웃음에 슬픔이 묻어난다. 이런 미소 또한 아름다웠지만 그 슬픔의 대상이 이 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피가 식는다. 방금 전까지 달아오른 몸이 거짓말처럼 차가워졌다.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지? 그 눈에 실린 감정은 대체 뭐지? 이 몸은 위대하거늘?
『기, 기다려라! 나중에 다시 오마!』
그녀가 이 몸에게 다가왔지만 이 몸은 날개를 펼쳐 하늘로 도망쳤다.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다시 만나요!”
* * *
식었던 피가 다시 끓는다.
거주지로 돌아가는 와중에, 세찬 바람에 몸이 식자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마법이 풀렸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은지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굉장한 마법이다. 이것은 대체 뭐지?
미궁 최하층의 방에서 이 몸은 조사한다. 육체는 물론이거니와 정신과 영혼까지 샅샅이 탐색했다.
그러나 그녀가 건 마법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마법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지금도 그 숲으로 날아가 그녀를 보고 싶다. 그녀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 그녀에 대해…….
잠깐. 나는 왜 그렇게 까지 그녀를 알고 싶은 거지? 정말로 이것이 마법 때문인가?
『그렇군. 그랬어. 으하하하!!! 그런 거였어.』
바보 같은 실수를 했군. 그렇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이제야 깨닫다니. 위대한 이 몸치곤 꽤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탐구심.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그리고 이 몸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그렇군. 이 몸은 그녀를 연구하고 싶은 거였나.
생각해 보니 그녀는 아주 흥미로운 생명체이다.
이 몸을 보고 환희에 빠지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이 몸과 당당히 대화를 시도할 지적 능력도 갖추고 있다.
또한 그녀는 스스로를 세계수라 칭했는데 이 몸의 추론에 의하면 세계수는 그 산처럼 거대한 나무로 보인다. 나무와 그녀는 무슨 관계인가.
그것에 대해선 앞으로 연구 대상을 관찰하여 알아내기로 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녀가 감히 슬픈 미소로 이 몸을 보지 못하게, 이 몸의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
『위그드라실이라고 했던가, 그것보다 멋진 이름으로 지어주지.』
이 몸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생각해본다.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본다…….
떠오르는 게 없다. 이 몸은 이 몸일 뿐이다. 감히 이 몸에게 어울리는 이름 따위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크으으으……. 이것도 마법인가. 이 몸의 천재적인 두뇌를 애먹게 만들다니.』
차선책을 써야겠군.
이 몸은 인간의 도시로 향했다. 여전히 인간들은 이 몸을 보고 감격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다닌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역시 그녀는 특이하다.
『인간들이여! 이 몸에게 이름을 지어라!』
이 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게 마력을 실어서 큰소리로 외쳤다.
도시 끝까지 이 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정도면 됐겠지. 미궁으로 돌아가자.
참으로 안타깝게도, 인간들은 이 몸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다. 대신 ‘용사’라는 인간들 중에 특별하게 강한 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어보니 이 몸을 토벌한다는 것 같다. 건방지군. 엘프에 이어 이젠 인간들까지 이 몸을 질투하는가.
인간들이 무서운 건 아니지만 소란스러운 것은 좋아하지 않기에 이 몸은 다시 세계수가 있는 숲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이 몸의 마음은 기쁘기도 하고 죄를 지은 것처럼 불안하기도 했다.
아직 이름을 만들지 못했다.
이 몸이 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벌써 밖에서 이 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몸은 그녀의 앞에 착지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 몸보다는 아니지만.
“안녕하세요?”
지난번과 똑같이 미소로 이 몸을 맞이해 준다. 이 몸도 웃어주었다. 주변에 있는 엘프들이 경계한다. 이 녀석들도 그대로군. 이래서 질투란 무서운 것이다.
이 몸은 마지막 계책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만큼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에게 심장이 차갑게 식는 느낌은 다시 받고 싶지 않기에 피치 못한 결정이었다.
“오늘은 이름을 말해주실 건가요?”
『이 몸의 이름을 지어라.』
“네?”
그녀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곤 이 몸의 말이 이해가 됐는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표정도 마음에 드는군.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이 몸은 이름 따위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네가 그 주제를 꺼내는 바람에 이 몸께선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고민을 해야만 했다. 계속 생각해 봤지만 위대한 이 몸에게 어울리는 마땅한 이름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네게 이 몸의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영광을 주마.』
이 몸의 완벽한 논리에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고민해 보거라. 아무리 고민해 봐야 이 몸조차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네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생기발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말요? 제가 지어드려도 되요?”
『그렇다. 네가 지어라.』
“와아! 뭐가 좋을까.”
『어째서 좋아하는 것이냐. 이 몸에게 어울리는 이름 따윈 없거늘. 네가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화가 난다. 이 몸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참으로 오만하다.
그녀의 의식은 이 몸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세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벨루스는 어때요?”
『벨루스? 그 이름엔 무슨 뜻이 들어 있는 거지?』
“아무 뜻도 없어요. 어감이 좋잖아요? 벨루스. 벨루. 벨. 애칭은 벨로 하면 좋겠네요.”
『흐음. 아무 뜻도 없다라…….』
그렇군! 그녀는 천재다.
이 몸조차 하지 못한 생각을 하다니. 이 몸에게 어울리는 뜻을 가진 이름이 없다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이 세상이 전율할 날이 기대된다. 훌륭하고 멋진 물건이 있으면 ‘이거 참 벨루스 스럽군’이라 말하겠지. 아름다운 것을 보면 ‘정말 벨루스 같네요’라고 말할 것이다. 위대한 영웅이 나타나면 ‘벨루스 같은 영웅님’이라고 하겠지.
『좋군! 좋다! 내 이름이 이제 벨루스다!』
그녀가 지어준 이름을 허락했다. 그러자, 이 몸의 영혼으로 밝은 흰색의 마력이 흘러 들어옴을 느꼈다. 흰색의 마력은 강철과 같은 이 몸의 마력과 다르게 따뜻하고 온화해서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이 몸은 이미 완벽 그 자체라 흰색의 마력은 이 몸의 영혼과 동화되지 못하고 겉을 맴돌았다.
기분 좋은 마력이다. 좀 더 받고 싶군.
『이건 무엇이냐. 네가 한 짓이더냐?』
“제 마력이에요. 신기하죠? 이름을 지어주면 제 힘의 일부가 흘러들어간답니다. 불편하셨나요?”
『흠. 아니다. 어차피 이 정도의 약한 마력은 아무리 들어와 봤자 이 몸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연구하고 싶으니 좀 더 보낼 수는 없는 건가?』
“죄송해요. 이름을 지어줄수록 보내줄 수 있는 마력이 계속 줄어드네요.”
『그런가. 잠깐. 이 몸 말고 다른 녀석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줬단 말인가?』
“네. 그런데요?”
감히 이 몸보다 더 빨리 이름을 받다니. 위대하신 이 몸은 언제나 첫 번째야 하거늘. 어떤 녀석이지?
냉정을 되찾자. 이 몸이 질투 따윌 하다니. 저기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엘프들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괜찮으세요?”
『아. 괜찮다. 그럼…….』
이제야 그녀에게 당당해질 수 있겠군. 이 몸은 그녀에게 말했다.
『이 몸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하여라.』
그녀가 웃는다. 태양을 봐도 멀쩡한 이 몸의 눈이, 부셔서 견디기 힘들다.
“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벨.”
* * *
그녀와의 시간은 이 몸이 살아온 역사적인 순간 중에서도 최고로 즐거웠다.
그녀는 산처럼 거대한 나무인 세계수의 정령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을 살다보니 어느 샌가 영혼을 정령의 형태로 바꾸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군. 그녀는 나무였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엘프들은 모두 그녀를 따르는 자들이라고 했다.
정령의 모습이 되기도 전에 아직 나무이던 시절, 미숙한 자아만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 그녀는 처음으로 엘프들에게 이름을 나눠주었다고 했다. 그 녀석을 잡아 죽여야겠군.
아쉽게도 처음으로 이름을 받은 엘프는 지금 이곳에 없다고 했다. 그녀가 어쩐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 특이한 엘프인데 자신을 위해 대륙 너머,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다고 한다.
대륙 너머라니. 흠. 언젠간 이 몸도 한 번 가보고 싶군.
신기하게도 이곳에 살고 있는 엘프들은 보통의 엘프들과 달랐다.
엘프들은 일반적으로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지는데 이곳의 엘프들은 눈동자가 파란색이었다.
그것을 이곳에 사는 엘프들은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을 ‘하이엘프’라 불렀다. 질투가 심한 놈들답게 같잖은 자존심이다.
그 외에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거의 숲에 관련된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정령으로 변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무인 자신에게서 일정 범위를 넘어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그녀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는, 이 숲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까지일 뿐이었다.
참으로 아쉽다. 이 몸의 거주지에 초대하고 싶었거늘. 아쉽다. 아쉬워.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즐거웠다.
나무가 자라나는 성장 과정이라거나, 어떤 꽃이 어떤 색이며 어떻게 자라나는지에 대한 거라거나, 인간들이 꽃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여기 사는 꽃 중 어떤 꽃은 어떤 뜻을 가졌다, 라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몸은 지금까지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식물들이 이렇게 흥미로운 존재인지 처음 느꼈다.
이 몸도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몸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그녀는 이 몸의 무용담과 위대함을 끝까지 즐겁게 들어주었다. 처음이다. 이 몸의 이야기를 들어준 자는.
계속 함께 있을수록 기분이 이상하다. 주거지로 돌아가 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벌써 가시나요? 언제쯤 또 뵐 수 있을까요?”
『조만간 다시 돌아오지. 이 몸의 강림을 기대하고 있거라.』
“언제든지요.”
이 몸은 거주지로 돌아갔다.
‘용사’라 불리는 인간이 다른 인간들을 데리고 이 몸의 미궁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손님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이 몸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마법으로 그들을 한꺼번에 가까운 도시로 이동시켰다.
『흐음. 뭐지. 이상하군.』
이상하다. 그녀가 말해준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거늘, 거주지에 있는 식물 관련 책을 읽으니 전혀 흥미롭지 않다.
왜 이 몸이 이런 하등한 생물의 최하층에 깔린 것에 흥미를 가졌었단 말인가.
그녀와 다시 만났을 때 이 몸이 그 사실을 말해줬더니 그녀가 왜 그런지 알려주었다. 확실히 그녀는 이 몸만큼이나 현명한 것이다.
“눈높이를 맞춰보세요. 벨 님이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신다면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답니다.”
『눈높이를 맞추라니. 무슨 뜻이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이 몸은 충분히 땅에 핀 식물을 볼 수 있다.』
“시선을 맞추라는 뜻이 아니에요. 벨 님이 위대하신 건 알지만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입장으로 내려오셔서 보라는 뜻이었어요.”
『평범? 이 몸이? 평범한 위치까지? 어떻게?』
“우선 그 말투부터 고치셔야겠죠? ‘이 몸이’하는 버릇이요.”
그녀가 인상을 쓰며 내 말투를 따라한다.
흠. 위대한 이 몸이 하등한 생물과 같은 급으로 내려오라는 것인가. 전에 해본 적 없는 행위로군.
이 몸은 아니, 나는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나는. 나는. 나는…… 역시 나다. 벌써 적응이 됐군.
확실히 그녀의 가설은 정답이었다. 말투를 바꾼 것만으로도 식물이란 존재가 조금 더 흥미로워졌다.
아직은 그녀가 알려주는 게 아니면 흥미롭지 않지만 전보다는 흥미로우니 나는 적응이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
* * *
그녀와 자주 만나면서 나는 이 연구 대상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어쩔 땐 이마를 찌푸리고, 어쩔 땐 웃고, 어쩔 땐 고민하는 표정이 흥미롭다.
아니, 재미있다.
그래서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눈높이를 맞추라는 그녀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은 이 실험은, 바로 내가 그녀처럼 인간의 모습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 육체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깨우친 나는 마법과 신진대사의 조절만으로도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흠. 괜찮군. 목소리는 마음에 안 들지만.”
거울에 비춰본 나의 인간 모습은 썩 마음에 들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붉은 눈동자. 그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키. 역시 나다.
“그녀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군.”
하지만 그 전에, 실험이란 우선 사전조사를 거쳐야 하는 법.
나는 나의 강림을 환영해 주던 인간의 도시를 떠올리고 마법을 써서 그곳으로 이동했다.
인간들의 도시 한복판에는 오늘도 많은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나의 모습에 인간들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놀랄 만도 하지. 이런 완벽하고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봤으니.
“인간들이여! 이 육체를 보아라! 너희와 같은 인간이지만 성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위대하지 않은가!”
인간들이 소리쳤다.
“벼, 변태다! 변태가 나타났다!”
변태? 무슨 소리지?
“발가벗은 남자가 돌아다니고 있다!”
흠. 그렇군. 변태(變態)로군. 아. 그런 뜻이었나.
변태란 유아기의 곤충이 성충으로 성장한다는 뜻. 고로 인간의 모습이지만 하등한 자신들과 다르게 한 차원 높은 인간을 보고 놀라서 하는 말이었군.
좋군. 시험은 성공적이다. 이제 그녀에게 가자.
나는 마법으로 그녀가 있는 숲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