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무로 태어난 나의 일상-13화 (13/200)

=======================================

[13] 그 나무와 만나기까지(1)

세르미아 대륙. 수많은 종족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명의 활기참을 느낄 수 있는 땅.

제국과 왕국, 자치령으로 복작거리는 세상은 지금껏 유래 없는 평화의 시기를 맞이하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대지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 그 땅 위에서 살며 그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이 보기엔 참으로 신비롭고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과거, 지금은 잊힌 옛 시절엔 이러한 현재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인간은 탐욕스럽게 자신들의 영토를 넓히고, 엘프들은 숲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다른 종족의 침입을 배제하였으며, 아인들은 본능에만 충실, 마족(魔族)들은 오로지 힘만을 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백(幾百)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졌으며,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이 겨울밤의 올빼미 대신 하늘에 울려 퍼지는 것이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대의 고명한 현자의 말을 빌어보자면 이 세상의 싸움은 대륙에 한 종족만 남을 때까지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며 남은 종족마저도 싸움의 후유증으로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자의 말은 그의 낯이 간지러울 정도로 쉽게 종식되었다. 대륙에 마왕(魔王)이 나타난 것이다.

마왕.

그는 마족의 왕이 아니었다. 아인족도 아니었으며, 인간족도 아니었다. 그는 시체가 풀 대신 널려 있는 들판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고도 하며 어딘가의 도시의 뒷골목에서 나타났다고도 했다. 그의 첫 행보가 어땠는지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혼자였으며, 모든 생물에 살의(殺意)를 가지고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마왕은 혼자였지만 그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인간의 대군(大軍)도 그의 손짓 하나에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고 용맹한 아인족의 전사들도 그 앞에선 겁먹은 고양이가 되어 목숨을 구걸했다.

자신들의 숲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쟁하던 엘프들은 숲과 함께 운명을 달리했고, 강한 자를 숭상하는 마족조차 그만은 두려워하고 기피했으나 그는 느긋하게 추격하여 한 사람도 남김없이 말살하였다.

마왕의 멈추지 않는 학살극은 인류라는 단어를 인간들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닌, 살아남은 엘프, 아인, 마족, 인간 네 종족을 일컫는 단어로 바꾸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마지막 땅, 수해(水海)의 성지 엘퀴라즈로 집결하였다.

그리고 최후의 결투라 일컬어지는 전투, 인마전쟁(人魔戰爭)이 이 땅에서 일어나게 된다.

한 명의 마왕, 그에 맞서는 인류와 인류를 대표하는 일곱 명의 용사. 그리고 성지 엘퀴라즈를 창조하고 보호하던 한 그루의 세계수(世界樹).

그들의 전투는 네 명의 용사가 마왕의 손에 죽고, 유일한 세계수가 불에 타 뿌리째 뽑혀 숲에 널브러진 끝에 마왕을 처치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마왕이 죽은 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왕은 죽는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세상에 흩뿌렸다.

그의 강대한 힘의 원천이자 일반적인 마력과 다른, 이질적인 그의 마력은 끔찍했다.

죽은 이에게 흘러들어 가 언데드(Undead)라는 마물로 탈바꿈시켰고 자아가 약한 짐승들은 마물(魔物)이라는 괴물이 되어 인류를 괴롭혔다.

인류는, 마물을 만드는 마왕의 기운을 마력과 구분하기 위하여 마기(魔氣)라 부르게 되었다.

인류는 힘을 합쳐 마물들을 해치웠지만 그것도 잠시뿐, 죽은 마물의 몸에서 빠져나간 마기는 몸을 감추었다가 다른 짐승에게 들어가 또다시 마물을 만들어냈다.

마왕은 사라졌지만 그의 자취는 언제까지고 계속되었다.

마왕이 죽은 곳에서 멀리 떨어진 땅일수록 마기에 의한 피해는 적었다. 그 말은 마왕이 죽은 땅, 엘퀴라즈가 마기에 의한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본래대로라면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마기에 잠식당해야 하는 그곳은, 겉보기엔 평화로운 숲처럼 보였다. 예전의 인마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로운 숲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최초의 세계수, 위그드라실이 죽기 전 마왕처럼 자신의 힘을 이 숲에 퍼트렸기 때문이었다. 그 힘이 마기를 최대한 억누르며 숲의 생물들이 마물로 변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마지막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남은 마기는 너무나도 농밀했고, 세계수의 마력을 100%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식물들만이 마기의 침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뿐, 짐승들은 세계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채 다른 곳의 마물에 비해 훨씬 강력한 마물이 되어 숲을 돌아다니며 침입자들을 죽이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 * *

“옛날이야기네. 완전 구닥다리야.”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밤하늘 아래,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중년의 남성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빈정거렸다.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할 법도 한데 남자의 얼굴엔 처음 출발했을 때부터 머금던 의심의 빛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따라왔지만, 그리고 출발 전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몇 번을 들어도 떠도는 헛소문처럼 느껴졌다.

돈이 급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이곳까지 오는 모험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는 있어. 엘퀴라즈 숲처럼 큰 땅을 왕국들이 왜 못 본 척하겠어.”

중년의 남성, 에리히와 같은 나이 대의 남자, 오웬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웃음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죽는 날까지 후회할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에리히의 욕심을 자극했다.

두 사람은 방금 이야기한 엘퀴라즈 숲 경계 부근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쪽 이야기가 아니야. 그 정돈 나도 안다고. 엘퀴라즈에서 나오는 마물들이 특별나게 강하고 지독하니까 왕국에서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거겠지. 경계 부근에서 나오는 마물만 해도 A급 모험가 파티가 필요할 지경이니 안으로 더 들어가려면 군대라도 동원해야 할걸? 게다가 그 숲의 나무들은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 그대로라며? 누가 그런 불길한 땅을 갖고 싶어 하겠어.”

“그러니까, 그게 바로 세계수의 마지막 축복이 숲의 나무들에 깃들어 있다는 뜻이지. 내 이론이 증명됐다 이거야.”

오랜 친구를 보고 웃으며 말하는 오웬의 어깨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올라탔다.

작은 노란색 부리를 비비는 까마귀의 부리에 통통한 녹색의 애벌레 한 마리가 물려졌다.

까마귀는 어깨에서 내려와 애벌레를 부리로 잘게 뜯어먹었다.

“내가 못 믿는 건 숲에 대한 게 아니야. 그 세계수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냐 이거지.”

엄지손가락으로 검집에서 검을 살짝 뽑아 든 에리히는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아직 엘퀴라즈 숲의 경계일 뿐인데도 그는 목덜미가 서늘했다. 그런 불안감을 잊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열심히 놀리며 검집에 검이 꽂히는 쇠 마찰음에 마음을 기댔다.

“마물들이 세계수의 잔재를 먹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내 추측엔 나무들이 예전 그대로인 게 세계수의 축복이 마기와 상극(相剋)이라서 그런 거 같아. 안 그러면 플렌테리아 같은 마물들이 숲에 넘쳐나야 되는데 그런 소문은 들어본 적 없어.”

플렌테리아는 식물형의 마물들이 군체(群體)처럼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생겨나는 마물로서, 토벌을 위해 A급 모험가 파티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마물이다.

대부분의 식물형 마물은 뿌리가 고정되어 있어서 멀리서 불로 공격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토벌이 가능하지만 플렌테리아의 경우 다수의 마물의 집합이 저항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결과를 낳았고, 뿌리와 가지를 촉수처럼 움직여 이동이 가능하기에 평범한 식물계 마물처럼 상대할 수 없었다.

애초에 식물계 마물은 이동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만나 플렌테리아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따금씩 발견되는 경우도 우연히 가까운 위치에서 식물형 마물이 다수 출현하는 경우에나 만들어진다.

“그래서 세계수가 가진 기운은 마물들과 상극이니까 마물들이 먹지 않았을 거라고? 말도 안 돼. 그게 사실이라면 다들 숲에 가지 않는 거지?”

본인의 입에서 질문이 나왔지만 그 정답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엘퀴라즈. 한때 성역(聖域)이라 불리던 신성한 숲. 요정과 정령들이 살고, 숲의 자손이라 불리는 엘프들의 고향. 그러나 지금은 마왕의 죽음과 함께 타락해 버린 저주받은 숲.

그런 위험한 숲에 들어갈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겠다는 거야?”

까마귀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오웬이 물었다. 에리히는 답이 없었다. 그것을 오웬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언제까지 모험가로 빌어먹고 살 순 없잖아. 이번에 크게 한탕하고 너도 정착해야지. 아니면 반평생을 살아온 구질구질한 곳에 정이 붙은 거야?”

“그럴 리가.”

그들은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 B급 모험가들이었다. 하지만 B급은 드물지는 않지만 흔하지도 않는, 에리히의 생각으론 범재(凡才)라도 오래 살아남기만 하면 올라올 수 있는 그런 등급이었다.

큰돈을 벌수는 없지만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수 있는 자들. 자기 집을 살 만큼 부유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여관에서 한평생 몸을 눕힐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일을 할 수 있을 때의 한해서의 상황. 일을 하지 못하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쉰을 바라보는 에리히는 머리가 자랐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험가로 지내왔다.

어린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선망하는 칠용사(七勇士)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어서도, 어디에 얽매이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커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무난해 보이는 길을 택한 것이다.

“모험가 생활에서 은퇴해야지. 위험한 길이잖아. 지금까지 우리가 객사(客死)하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야.”

그의 말에 에리히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길을 택했지만 모험가의 길은 무난하지 않았다.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용사나 영웅의 이야기는 천재(天才)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부 재능 있는 자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 자들은 굳이 모험가가 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전신(戰神)이라 불리는 기사나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는 대마법사, 정령의 왕과 계약을 맺는 소환사.

범재는 엘프와 같은 장수종이더라도 죽을 때까지 닿을 수 없는 천외천(天外天)의 경지.

불평하듯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천운. 대부분의 모험가는 자신의 재능의 한계조차 깨닫지 못하고 불구가 되거나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에리히가 모아둔 돈은 가죽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적은 금액.

하루를 일하고 그 돈이 바닥날 때까지 놀던 젊은 시절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오웬의 제안을 받아들여 엘퀴라즈 숲으로 목숨을 건 도박을 하러 온 것이다.

“정말로 발견했으면 좋겠군.”

“잎사귀 하나만 발견하면 인생 역전이야. 이런 기회는 다신 없다고.”

에리히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을, 과연 정말 가치 있는 물건인지 조사도 하지 않고 따라올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랬다면 마물 토벌 의뢰를 주로 해서 먹고사는 모험가의 삶을, 지금껏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세계수가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세계수.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존재. 세계에서 가장 마력이 강하다는 고룡(古龍)보다 더 높은 마력을 가진 나무.

그 넘치는 마력은 뻗어 나온 가지부터 잎사귀 하나에까지 농밀하게 퍼져 있는, 마법사들이 꿈에도 그리는 아이템이다.

잎사귀 하나만 있으면, 그것을 정제해 마력의 양을 증가시키는 물약, 『엘릭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범재가 일 년을 수련해도 마력의 양은 마법을 두세 번 더 사용할 만큼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잎사귀 한 장으로 만든 엘릭서 한 병이면 마력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한다.

실존하는 엘릭서는 천 년 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제국의 황실에 있다고 뜬소문으로만 전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제국의 황족들이-비록 대마법사의 혈통을 타고났다지만-전부 마력에 재능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 가지 또한 무기로 만들면 마력이 부족한 사람이 마법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전설의 무기가 된다.

사용자가 마력이 없어도 스스로 마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마법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게다가 마력을 몇 배로 증폭시켜 주는데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착용자의 마력이 증가하는 꿈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수가 칠용사들에게 직접 무기를 만들어주면서 알려졌는데, 영웅의 후손들이 가지고 있다는 소문만이 돌고 있었다.

마법사에게도, 전사에게도 꿈의 소재이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세계수의 잔재는 가공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 먹거나 사용해도 효과를 발휘한다.

소환사가 그것을 매개로 소환의식을 거행하면 실력에 맞지 않는 상위 정령, 또는 그 이상의 존재인 왕(王)과 계약을 맺을 절호의 기회를, 무투가가 먹으면 마력으로 몸이 강화되어 검에도 상처 입지 않는 강철 같은 육체를, 하급 소환수에게 먹이면 상급의 존재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뿐이랴. 평범한 일반인이 먹어도 백 세를 넘기는 고령까지 무병장수하며 늙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을 해보니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에리히는 실소를 지었다. 가히 전설에나 나올 법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니 조사한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세계수지만 그 외에도 세계수는 여러 곳에 존재했다. 하지만 마왕과 싸우면서 용사를 돕기 위해 최초의 세계수라 불리는 위그드라실이 자신의 가지로 무기를 만들고, 자신의 잎사귀로 엘릭서라 불리는 포션을 만들기 전까진 세계수는 그저 크고 성스러운 나무에 불과했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가 그때의 무용담을 전했다. 용사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마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의 최후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리고 세계수가 만든 무기와 포션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그것은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시켰다.

최초의 세계수라 불리는 위그드라실을 제외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세계수는 모두 어린 나무들이었다.

그들은 전부 위그드라실의 자손들로서 평범한 나무처럼 보였기에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세계수로 무기와 포션을 만들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들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혈안이 되어 숲을 뒤졌다.

마왕이 쓰러져 평화가 돌아왔다면 나라에서 말렸겠지만, 마물로 세상이 어지러웠기에 오히려 나라에서 먼저 찾으려고 애썼다.

오로지 숲의 자손이라 불리는 엘프들만이 그들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엘프를 제외한 인류가 탐욕을 드러냈고, 엘프의 수는 적었기에 그들은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인류에게 실망하고 그들이 없는 깊은 숲으로 떠났다. 천 년이나 지난 지금에서는 젊은 엘프들이 세상에 나와 활동하지만 엘프는 장수종이기에 그 시절을 기억하는 나이 많은 엘프들은 여전히 숲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류의 탐욕은 끝이 없었고 세계수를 찾기 위한 방법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결과, 백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마지막 세계수가 인류에게 뿌리째 뽑히며 세계수는 멸종했다. 그리고 인류는 후회했다.

세계수가 세상에서 사라지자 마물들이 더 활발히 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들은 빠르게 해답을 찾아냈다.

세계수가 비록 성체가 되지 않았을지라도 마기를 억누르고 정화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세계수를 다시 되살리고 번식시킬 방법을 연구했지만 이미 죽은 세계수를 다시 되살릴 수 없었기에 그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세계수가 전설로 취급받지만 그들이 한 연구를 토대로 나온 책들은 구하기 힘들어도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 시절에 세계수로 만들어진 도구 역시 상상도 못할 금액에 판매되고 있기에 세계수가 ‘실존했었다’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그 잔재의 효능 역시 사실인 것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