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7화
187화 영원한 동방의 호랑이
처음 연방제 통일을 했을 무렵만 해도 북한 지역은 마치 스펀지에서 물을 흡수하듯 막대한 돈을 빨아들였다.
선우의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일 비용 자체가 워낙 큰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우의 비상한 머리가 빛을 발휘했다.
<펜 의학 연구소>의 이름으로 채권을 판매한 것이다.
10년 만기, 50%의 이자를 준다는 조건이다. 만약 원금에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펜 의학 연구소>의 주식을 주기로 하자 전 세계에서 채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고 그 결과 3일이 되지 않아 목표했던 금액을 모두 판매했다.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잠시 후퇴하는 듯 했던 경제 성장이 다시금 시작되었고 여기에 북한 연방의 풍부한 노동력과 한국의 기술력이 합쳐져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룩해갔다.
2014년 8월.
북한 연방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었다.
2015년 3월.
김정운 위원장의 발의에 이어 인민회의를 통해 북한 연방제가 공식 철폐되고 대한민국에 통합되었다.
2015년 6월.
대한민국 초대 총리에 최선우 당선.
두 명의 부총리에 현재인, 김정운 당선.
2015년 11월.
최선우 총리의 동생, 최혜진 양이 이승원 작가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다.
2016년 10월.
초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한 일본에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고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 그리고 그해 11월 일본 정부가 발행한 막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 부산에 모인다.
2017년 3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 일본을 분할 통치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이와 같은 결정에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며 반대를 표명했지만 갚을 돈도 없고 나라를 지킬 병력 역시 없었다.
후에 부산 회담이라 명명된 이번 회담을 통해 일본은 완벽하게 쪼개지게 되었다.
2017년 9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채무를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중국은 홋카이도를 가지고 갔고 미국은 시코쿠를 소유하게 되었으며 한국은 규슈를 손에 넣었다.
2017년 11월.
최선우와 한설연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2018년 1월.
4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은 과거로 사라졌다. 이제 일본은 하나의 섬나라로 전락했고 국제적으로도 그렇게 공인받았다.
2018년 6월.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다해낸 최선우 내각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재신임되었다.
2018년 9월.
전 세계에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닥쳤다.
이미 상당량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선우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게 되었다.
“채권을 회수하겠습니다.”
선우는 비트코인으로 인해 엄청난 돈이 들어오자 <펜 의학 연구소>가 발행한 채권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아직 만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원금에 50%의 약정 이자를 모두 주었다.
채권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선우의 저력에 다시 한 번 탄복을 금치 못했다.
* * *
오전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중국의 몰상식한 행태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무시한다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금지시켰고 백두산 지역과 이어도가 중국의 영토라고 억지를 부렸다.
“대책들을 내놓아보세요.”
“중국의 행태는 우리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저들에게 꿀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저 오만한 중국의 행태를 멈추게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북한을 흡수한 통일 대한민국이 중국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중국이 보유한 핵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핵이라면 한국 역시 비공식적이지만 북한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었다.
“내부에서 한번 흔들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이때, 이번에 새롭게 부총리에 오른 정주휘가 입을 열었다.
“내부요?”
“네.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대만이 있고 몽고가 있습니다. 게다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족을 보십시오.”
“음!”
“독립인가요?”
“네, 총리님. 중국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자치 민족을 이용한 전략입니다.”
선우는 부총리의 말에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제시한 방법과 연계해 중국을 괴롭힐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첫째는 독립을 원하는 소수민족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중국에 큰 압박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군사적 지원을 가하는 방법이다.
경제적 지원에 더해 저들을 무장시키고 독립 운동을 돕는 것이다.
그리고 선우만이 행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이 있다.
일본을 쪼갠 것처럼 중국 역시 몇 개의 나라로 쪼개는 것이다.
바로 고를 이용해서 말이다.
‘파티를 개최해야겠군.’
세계 정복과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정한 정의에서, 혹은 그가 생각하는 이치에서 벗어나면 그에 대한 응징을 가한다.
그것이 바로 선우가 세운 법칙이었다.
2019년 6월.
중국 소수민족 봉기.
독립을 위한 무장 투쟁 시작.
2020년 4월.
중국 분열 작전 시작.
2021년 10월.
중국 군부 주도의 쿠데타 발생.
2021년 12월.
티베트 독립, 신장 위구르족 독립, 묘족 독립, 내몽고와 외몽고 몽골 공화국으로 통일.
2022년 7월.
중국 삼국시대 돌입.
북경을 수도로 한 중국, 사천을 수도로 한 남중국, 심양을 중심으로 한 동중국.
2023년 3월.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 동중국, 티베트, 신장, 묘국 UN 가입 승인.
2023년 5월.
남중국/동중국, 인도와 군사 동맹 체결.
남중국/동중국, 티베트, 위구르, 묘국, 몽골과 군사 동맹 체결.
* *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최시우.”
“생일 축하합니다~~!!”
선우와 설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최시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우는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덧 아홉 살이 되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다.
마치 재밌는 놀이를 하는 것과 같았다.
시우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유연한 신체 덕에 가부좌를 곧잘 따라 했다.
선우는 매일 밤 시우의 체내에 마나를 흘려보내 그의 신체가 마나와 감응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여느 날과 다름이 없는 날이었는데, 시우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신나게 박수를 쳤다.
“와아. 아빠. 대단하다.”
“……?”
보통의 꼬마아이라면 박수를 치며 감탄할 이유가 없다.
선우는 그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돌린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우야.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선우는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우에게 다가왔다.
“방금 전에 아빠 주위로 반짝이들이 춤을 췄거든. 아빠는 가만히 않아 있었는데 말이야.”
“……그게 보였다고?”
“응.”
선우의 심장이 쿵하고 울렸다.
시우가 스스로의 힘으로 마나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5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았다.
“시우야. 너 마법사가 되어 볼래?”
“마법사?”
“응.”
“태리 포터와 같은 사람? 불도 쏘고 얼음도 쏘고 하늘도 막 날아다니는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을 보고 마법사라 하는 거야. 어때?”
“나 할래. 아빠! 나 마법사 할래. 하고 싶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럼, 무척이나 재밌는 일이지. 대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엄마에게도?”
“그럼 당연하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엄마도 안 돼. 이건 너와 나의 약속이야. 아빠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음…… 알았어.”
잠시 뭔가를 고민했지만 시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자! 일단 가부좌를 하고 여기에 앉아 봐. 그리고 아빠가 가르쳐준 호흡법 있지?”
“응. 베리우스 호흡법.”
“그래.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해 봐. 시우가 좀 전에 본 빛을 생각하면서.”
“알았어.”
잠시 후.
선우의 마법 완드에서 막대한 양의 마나가 흘러나오자 시우의 심장이 그와 감응하기 시작했다. 시우는 마나의 진한 향기에 정신이 다 몽롱해질 정도의 황홀감을 느꼈다.
‘마나가 움직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마나 연공법을 익힌 덕분일까?
마치 강력한 자석이 쇳덩이에 끌리듯, 두 개의 마나가 서로 공명하더니 이내 시우의 심장에 자리를 잡았다.
-우우우웅!!
한 개의 선명한 서클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선우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며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시우를 쳐다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얼굴에는 한 점 고통의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평온함만이 시우의 얼굴에 머물고 있었다.
잠시 후.
시우가 눈을 떴고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겪은 신기한 경험에 대해 말하기에 바빴다.
“아프지는 않았니?”
“아프지 않았어요.”
“기분은, 기분은 어때?”
“심장에 뭔가 뜨거운 게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
“네, 처음에는 막 돌아다녀서 간질거리기도 하고 느낌이 좀 그랬는데, 이젠 괜찮아요.”
“축하한다. 아들. 넌 이제부터 지구에 존재하는 두 번째 마법사가 된 거야.”
대견하다는 눈빛을 보이며 기쁜 마음에 시우를 힘껏 안았다.
“……웁스!!”
이런! 깜박했다.
마법사가 되면서 시우의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노폐물이 끈적이는 땀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게다가 악취마저 진동했다.
“안 되겠다. 어서 집에 가서 샤워부터 해야겠다.”
“네, 아빠.”
화장실로 향하는 길.
선우는 시우에게 다시 한 번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았다.
* * *
-초록별 컨벤션 센터.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의 5배 정도 되는 크기의 초록별 컨벤션 센터는 아시아 최고,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랜드 마크다.
크기도 크기지만 이곳은 세 가지 이유에서 작가들의 성지라 불리고 있었다.
첫째, 초록별 컨벤션 센터는 총 10개의 구역이 있고 그 구역은 섹션별로 나눠져 있는데, 각 섹션별로 엄청난 양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총 800만 권에 이르는 장서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매년 그 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초록별 컨벤션 센터 중심에 있는 특별 전시관 때문이다.
이곳에는 21세기가 낳은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이태리(본명 최선우) 작가의 소설 초판본을 포함해 수많은 작가들의 희귀 소설이 전시되어 있다.
셋째, 5년 전부터 매년 6월이 되면 열리는 <펜 문학상> 덕분이다. 만들어진 지 5년 만에 세계 3대 문학상에 버금가는 문학상으로 자리를 잡은 <펜 문학상>은 총상금이 무려 2,500만 불이다.
10개의 섹션(순수, 과학, 인문학, 추리, 공포 등)이 있고 각 섹션마다 총 150만 불의 상금이 수여되는데, 각 섹션에서 1등을 한 작품들 중에서 영예의 대상을 뽑아 500만 불의 상금을 수여한다.
참고로 <펜 문학상>은 보름 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전 세계인(작가, 출판 관계자, 독자, 관람객 등)이 찾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와! 여기 좀 봐.”
“<태리 포터> 초판본이다.”
“오 마이 갓!! 일리아드 오디세이도 있어. 이건 거의 보물 아니야?”
“대박이다.”
-웅성웅성!!
“마이클 킹이야.”
“우와와! 호앤 작가도 있네.”
“……미치겠다. 이건 진용 작가의 <신조협객> 초판본이야.”
컨벤션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엄청난 규모의 크기와 보물급 서책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풍경을 컨벤션 센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작가이자 정치가다.
그가 대한민국 총리직을 수행한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고 어느덧 그의 나이 역시 50세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그의 영도(領導) 아래 아시아 최고, 최강의 나라가 되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 싸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평가되었다.
15년 전, 그의 주도로 아시아 연합을 결성, 대한민국이 의장 국가가 되었으며 10년 전, 타국이 소유하고 있던 일본 영토를 모두 사들이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6년 전, 동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만주를 되찾아 고토(故土)를 회복했다.
그리고 작년, 미국과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일본 지역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역을 포함해 북으로는 만주를 되찾았고 동과 남으로는 일본의 대마도, 오키나와, 규슈, 홋카이도, 시코쿠를 갖게 되었다.
선우는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바다가 떠오른다.
모든 것을 포용할 만큼의…… 깊은 바다.
오래전부터 이런 눈빛을 가진 이들을 가리켜 부르는 호칭이 있다.
현자(賢者)라고 말이다.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선우는 펜을 든 손으로 이렇게 제목을 적었다.
“……흑마법 작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