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0화
180화 독도 침공(2)
최선우 총리의 화상 전화에 케인 오바마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군이 대마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분명한 선제공격이 있었기에 난감했다.
“일본의 선제공격이 있었습니다.”
-그, 그건…….
“펜타곤에 자료를 보내드렸으니 곧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최선우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는 일본의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마도를 점령했습니다. 하지만 민간인 희생자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모레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사흘 동안 원하는 주민에 한하여 대마도 주민을 일본 본토로 수송할 계획입니다. 이미 주민들에게 공고도 했습니다.”
-……으음!
예부터 싸움에는 명분이 필요했다.
명분이 없다면 승리해도 승리한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례를 잘 알고 있던 선우는 그가 수집한 각종 증거 자료들을 미국에 보내는 동시에 전 세계 언론에도 알리고 있었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동아시아 안보에…….
케인 오바마 대통령은 두 동맹국의 싸움이 이쯤에서 끝나길 원했다.
하지만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일본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들의 기습적인 공격에 의해 현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습니다.”
-…….
두 사람의 대화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케인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론을 내고자 했다.
“미국의 걱정을 압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아시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핵을 보유한 국가가 아닙니다. 만약 이번 교전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그 지점을 독도와 대마도로 한정하겠습니다.”
-……그럼 한국이 불리하지 않나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그건 저희의 사정입니다.”
자신감에 찬 음성이 꽤나 당당해 보인다.
케인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양국의 전쟁이 벌인다. 그런데 지역이 독도(독도는 조그만 돌섬에 불과하니 사실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은 대마도가 될 것이다.)와 대마도로 한정되어 있다.
만약 세계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는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반사이익이 엄청날 것이다.
그만큼 군수물자를 팔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덧 계산을 마친 케인 오바마 대통령이 화면 속에 비친 선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미국이 나서서 일본과 합의를 해주신다면 대한민국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미국이 나서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습니다.
사흘 후.
미국의 중재 아래, 이번 전쟁에 관한 서류가 마련되었다.
케인 오바마 대통령이 건네준 서류들을 선우가 받아들었다.
그는 잠시 서류의 내용들을 읽어 보더니 일본의 곤노스케 후쿠다 총리에게 넘겼다. 모두가 서류들을 읽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말이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제안이 마음에 듭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동의하겠습니다.”
“……!!”
독도와 대마도가 걸린 한판 승부다.
미국은 이번 전쟁의 승패에 따라 일본이 이기면 한국이 일본에 독도를 넘겨주고 한국이 이기면 일본이 한국에 대마도를 넘겨주자는 제안을 했다. 전쟁배상금은 전쟁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고 말이다. 대신 동아시아의 전력 공백과 두 나라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전쟁 지역을 독도와 대마도 지역으로 한정했다
“이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받아들이세요.”
“일본 국민이 납득하기…….”
“이번 전쟁은 일본의 독도 침공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그렇지만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로 예부터…….”
“아니요. 아닙니다. 곤노스케 총리님.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네?”
“독도는 일본의 땅이 아닙니다. 억지 좀 그만하세요.”
“……!!”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은 넘치고도 넘쳤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인정해 주지 않았지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
케인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적인 말에 곤노스케 후쿠다 총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거듭 난색을 표하며 제안을 거부했지만 케인 오바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만약 일본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한국의 편을 들 것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 북한 그리고 러시아가 있다.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미국이 등을 돌린다면 필패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럼 결정하셨습니까?”
“……네.”
선우는 내심 웃음이 절로 나기 시작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럼 사인하시죠.”
“물론이지요.”
“알겠습니다.”
이날 저녁.
한미일 삼국은 서류 하단에 있던 사인난에 서명해 교환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식은 곧 한국과 일본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칙쇼!!”
“제기랄! 이게 뭐야?!”
“독도는 원래부터 우리 땅이었어. 그런데 우리가 지면 대마도까지 준다고?”
삼국 합의가 공개되자 일본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다.
더욱이 전 세계 언론에 공개된 일본 정부의 독도 침공(선제공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명명백백했다.
일본을 제외하면 그 어느 누구도 저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국 VS 일본]
↳대박! 이런 게 가능해?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야.
↳완전 기대된다.
↳하여간 미국 놈들, 머리가 좋아.
↳무기 팔아먹겠네.
↳저 지금 미국 군수산업 주식 사러 갑니다.
↳난 기사 나오자마자 샀음.
↳형님. 저 100원만 주세요.
-[독도와 대마도를 놓고 승부]
↳우리 일본이 이긴다.
↳응! 우리 한국이 이겨.
↳건방진 조센징. 본때를 보여주자.
↳이번 독도 해전 봤지?
↳자위대 파이팅!!
↳응! 그래. 집에서 자위해.
↳육군 없는 한국군은 앙꼬 없는 빵. 자위대 파이팅!!
↳이번 해전 못 봤니?
네티즌들의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제 얼마 후면 양국은 3자 협정에 의거해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뒤통수를 치는 것은 짜릿하다.
뒤통수를 몰래 치는 것은 더욱 짜릿하다.
“자위대원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아, 아니 그건 좀…….”
자위대원들을 일본으로 돌려보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독도 해전에서 중경상을 입은 이들을 돌려보낸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선우는 건강한 자위대원 역시 일본으로 송환한다고 밝혔다.
포로의 숫자는 정확히 3,714명.
이 중에 전시 투입이 가능한 이들의 숫자만 해도 약 1,000명 이상이었다.
“총리님, 건강한 자들은 다시 총부리를 우리에게 겨누고 전쟁에 참여할 것입니다.”
“안보수석의 말이 맞습니다.”
“아니요! 보낼 겁니다.”
선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중경상을 입은 자위대원들만 송환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 전쟁이 끝난 후에 송환한다 해도 그 어느 누구도 저희를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총리님.”
“다시 한 번 재고해주십시오.”
“아니요, 보낼 겁니다.”
“총리님!!”
선우의 제안에 모두가 반대를 표명했지만 선우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이건 말이 통하지 않았다. 뭐랄까? 완전 똥고집을 피우는 것 같았다.
* * *
“우리를 일본으로 송환시켜 준다고?”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말도 안 돼.”
“헛소리!”
“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대한적십자 소속 수송선이 온다고 했습니다.”
“……곤조, 그게 정말인가?”
“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이야호~”
“와아!!”
“됐어. 이제 됐어.”
포로로 잡힌 자위대원들이 환호를 부르짖는 동안 태양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헤이안 쇼타로.
대대로 음양사(영매, 무당) 집안의 핏줄을 이은 이다.
며칠 전.
모두가 잠든 시간, 그는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그날은 벌레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밤이었고 그는 뭔가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어둠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인간이 아닌 존재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독니를 품은, 노란빛의 눈알을 말이다.
-끄아아아악!!
그 순간 그는 바로 정신을 잃었고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었다.
그런데 문제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떤 악몽을 꾸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그의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현재 한국이 대마도를 점령한 상황, 일본 해상자위대 주력 부대들은 모두 대마도를 탈환하고 그곳에 있는 한국 해군을 격파하기 위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적이 나타났다.”
양측의 군인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적이다.”
“전군, 공격 태세!”
이현태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에 적과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투투투투투!!
-퍼엉! 퍼엉!! 쾅쾅쾅!!
“켁!”
“으아악!”
폭음과 함께 군인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바다 위에서 그리고 바다 아래에서 서로를 향해 불벼락을 쏟아부었다.
전쟁은 갈수록 흥미진진해졌다.
“앗! 뜨거워.”
“사, 살려줘. 불이 붙었어.”
“이쪽으로 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불빛이 치솟았고 탄환이 날아왔다.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흥미로운 눈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총리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항공모함 삼족오에 승선한 것이다.
최재인 부총리가 극구 말렸으나 누구도 선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흐읍~ 후우……!”
선우는 전장의 기운을 만끽했다.
알싸한 쇠 냄새와 함께 죽음의 기운이 그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토록 생생한 사기(死氣)는 꽤나 오랜만이었다.
-우둑, 우두둑!
선우는 목을 좌우로 한 번씩 꺾으며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킨 후, 심장에 잠자고 있는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그냥 가만히 서서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그는 대규모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 무려 10여 분을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내 음성을 들은 이들이여, 모두 눈을 떠라.”
-우우우우우우우웅!!
누구도 예상치 못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총탄이 빗발치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회오리바람 따위를 지켜보는 이는 없었다.
“일본은 너희 적이다. 너희의 아비를 죽였고 어미를 범했으며 형제의 살을 먹고 누이를 매음굴의 창녀로 만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전방은 물론 중앙과 후방에 위치해 있던 일본 자위대 함대에서 불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엉? 저게 뭐지?”
-콰아앙!!
“헉!”
“폭발이다.”
자위대 함선 내부에서 붉은빛을 토해내는 대규모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