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9화
179화 독도 침공(1)
곤노스케 후쿠다가 일본 정계를 장악했다.
그는 살아남은 보수 우익의 지도자이자 자위대의 충성을 받는 대상으로 일본 사회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는 테러 분자를 색출한다는 목적으로 일본 내 재일 한국인을 강압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일본 언론 역시 한국을 비난하는, 마치 테러의 배후에 한국 혹은 북한이 있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으음……. 좋지 않군요.”
“대장님. 저희가 독도를 공격하면 한국과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저희 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군인이다. 명령이 내려왔으면 따르는 것이 군인의 본분.”
“……알겠습니다.”
무라사메급 구축함 8척과 8척의 대잠헬기로 구성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제3호위대군이 독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총 전력은 병력 46,000명에 함정 약 200여 척 그리고 항공기 약 300여 기가 있다.
실제 해군력에 관해서 양국은 과거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났었으나 현재는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은 일본만 모르고 있었다.
“일본 함대가 출현했습니다.”
“함대가? 순시선이 아니고?”
“네, 레이더에 의하면 함대가 분명합니다.”
“이, 이놈들이 정말 해보자는 건가?”
“어떻게 할까요?”
“……지금 당장 독도 경비대와 국방부에 연락을 넣고 지금부터 1급 경계 태세를 발동한다.”
“일급이요?”
“그래.”
그리고 얼마 후.
독도 해상에서 자위대와 교전이 벌어졌고 그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한민국 해군과 조우하게 되었다.
-쾅! 쾅! 쾅!
-휘익! 쿵! 콰아앙!!
귀청을 찢는 무서운 폭음이 창공을 휘저었다.
초반은 분명한 열세였다.
하지만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동해 함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일본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을 이끌고 있는 노무라 사령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 함장님. 항공모함입니다. 전방에 항공모함이 출현했습니다.”
“마, 말도 안 돼!!”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저 바다 속 심해에서 엔진 가동을 멈추고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던 십여 척의 잠수함이 부상하고 있었다.
-콰앙!
“이, 이게 뭔가?”
“다, 다수의 잠수함입니다.”
순간 일본군 레이더에 십여 개의 불빛이 나타났다.
“……여섯, 아홉, 열…… 열다섯 척의 잠수함입니다.”
“뭐라, 열다섯 척?!!”
“네. 함장님.”
부관의 다급한 보고에 노무라 사령관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마치 날개를 펼친 학이 해상자위대를 완벽하게 포위한 것과 같은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 학익진!!”
적의 전력을 몰랐다.
대한민국이 커다란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해상 전력이었다면 제1, 제2 호위함대가 함께 출동했어야 했다.
“칙쇼!! 지금 즉시 퇴각한다.”
“후퇴요?”
“그래. 이대로 싸운다면 우리의 필패야. 서둘러 퇴각하게.”
하지만 그때였다.
벼락이 내리치는 포함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콰앙!!
바다 속에서 미사일 한 발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그대로 일본 구축함의 갑판을 찍어 버린 것이다.
“으악!”
“우우……욱!”
이미 퇴각할 시간을 놓친 것 같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며 하늘에서 불벼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진영의 전투가 숨 가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시각.
교전(交戰)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국가 안보 회의가 열렸다.
선우를 비롯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바짝 긴장한 표정이다.
“총리님!”
“무슨 일인가?”
“무라사메급 구축함 6척과 8척의 대잠헬기를 완파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승리했습니다.”
사람들은 한국이 승리했다는 보고에 그제야 바짝 죄어 놓았던 긴장의 끈을 풀었다.
한국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쟁이란 변수가 많은 것, 선우도 이번 해전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우와!!”
“짝짝짝짝짝!!”
“오호~ 잘됐군.”
“축하드립니다. 총리님.”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알려진 일본의 해군력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이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도 일본의 대패(大敗)였다.
“우리 측의 피해 사항은 어떻습니까?”
“구축함 2척이 완파되었고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1척이 반파되었습니다.”
“사상자들은 얼마나 되죠?”
“……현재 확인된 것은 102명 사망, 80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피해가 없을 수 없지만 마음 한쪽이 착잡했다.
선우는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수습을 지시하는 한편 대마도 점령을 명령했다.
“지금 즉시 세계만방에 일본이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먼저 공격한 것을 알리고 이번 해전(海戰)에서 우리가 승리했음을 밝히도록 하세요. 그리고 우리 군은 지금 즉시 독도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대마도를 점령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총리님.”
대한민국 동해 함대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마도에 상륙했다.
이미 제3호위대군이 궤멸되었기에 동해 함대의 상륙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대마도는 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한국 군대에 의해 점령당했다.
유혈 사태가 나올 만도 했지만 무려 1만 명의 무장 군인이 대마도에 상륙했다는 소식에 대마도 시민은 물론 공무원과 경찰관 역시 반항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군은 재빨리 주요 관공서를 점령했을 뿐, 단 한 명의 민간인도 건드리지 않았다.
-척! 척! 척! 척!!
수백 명의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저들이 바로 한국군이군.”
“기세가 대단해.”
“……북한과 전쟁을 한 나라야. 자위대와는 달라.”
“한국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해. 평범하게 보이는 아저씨도 소총을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다고.”
“정말?”
“그래. 사실이야.”
“……우리들을 죽이진 않겠지?”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들었는데, 우리 일본이 먼저 독도를 공격했대.”
“……!!”
고바야시의 말에 일본인들의 안색이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한편 대마도를 무혈로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울릉도에 대기하고 있던 수송선이 이동을 시작했다. 거기에는 국군통합병원 소속 의료진과 1만 명의 병력이 6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전략물자가 실려 있었다.
긴급 뉴스 속보가 나왔다.
국회 상주 취재진들은 바짝 긴장해 있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조금 전, 보도 자료를 먼저 받아 훑어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독도 침공.]
-[대한민국 해군의 승리.]
-[양측의 피해 현황.]
‘두근두근!’
‘쿵쾅! 쿵쾅! 쿵쾅!’
기자들의 심정은 이와 같았다.
‘우리가 이겼다고? 정말인가?’
‘자위대 해군력은 엄청 강한데?’
‘우씨!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거야?’
‘아…… 떨려. 오려면 빨리 와라.’
약 5분 정도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최선우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선우 총리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기자들의 시선이 모두 선우를 향했다.
선우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동시에 활짝 웃어 보였다.
그의 환한 웃음에 긴장감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분위기가 풀리며 훈훈한 온기를 띠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총리 최선우입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선우의 보고가 시작되었다.
“금일 오전 7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제3호위대군이 독도를 침공했습니다. 제3호위대군은 무라사메급 구축함 8척과…….”
스크린에는 이번 독도 해전 관련 영상과 사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대한민국 총리 최선우의 밝고 당당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날 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광화문 광장을 메웠다.
일본의 독도 침공을 규탄하는 동시에 이번 교전에서 생명을 잃은 군인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물결이다.
한편 최선우 내각이 독도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대마도를 점령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우려가 일었지만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이어지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벌써 아침이 다 되었군요. 그럼 여기까지만 하고 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보강하여 오늘 저녁에 뵙겠습니다.”
“……저녁이라.”
“……후후후. 좋습니다.”
일단 오후까지는 쉴 수 있었지만 왠지 오늘 밤도 날을 새울 것 같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일본에게 승리하고 묵직한 한 방까지 날렸으니 말이다.
목숨을 바친 군인들에 비하면 그저 무거운 다리를 끌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참, 오늘 저녁 출연자는 누구죠?”
“네, 선경덕 교수님과 가수 박장훈입니다. 두 분 모두 초대에 응해주셨습니다.”
“감사하네요.”
“프린트물은요?”
“오후 5시에 찾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이따 오후 3시에 뵐게요.”
“그럽시다. 3시에 봅시다.”
* * *
해상자위대 소속 제3호위대군이 대패했다는 소식에 곤노스케 후쿠다가 대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군에 의해 대마도가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려쳤다.
-쾅!!
“지금 뭐라고 했나? 대마도가 점령당해?”
“……네. 한국군에 의해 금일 오후 4시, 대마도가 점령당했습니다.”
고바야시 장관이 관련 자료를 보고했다.
“가증스런 최선우가 전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여기 위성사진을 보십시오. 이 사진을 보시면 한국은 항공모함, 이지스함, 구축함, 잠수함을 비롯해 최신형 전투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디서 이것들을 구매했단 말인가?”
“……일부 함선은 대한민국에서 직접 건조된 것으로 보이나 미국과 러시아에서 구매한 것 같습니다.”
“러시아?”
곤노스케의 표정이 구겨졌다.
미국은 그렇다고 해도 러시아라니, 여기서 러시아가 왜 나온단 말인가?
“어떻게 할까요?”
“당장 우리 영토에서 물러나라고 한국 정부에 전달하게. 그렇지 않으면 전면전이야!!”
한편 한국군에 의해 점령당한 대마도는 고요하기만 했다.
경찰청 소속 기동타격대와 특수전대(폭동 진압, 테러 진압, 치안 유지)가 대마도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능숙하게 대마도의 치안을 유지하며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했고 대마도 주민들은 절도 있는 그들의 모습에 넋을 잃은 채 바라보기 바빴다.
“혹 불편한 점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주민 여러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레 오전 8시에 일본 본토로 들어가는 배편을 운항할 예정이니 이웃들에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본토로 들어가는 배요?”
“네.”
대마도 주민들의 표정이 묘하다.
일부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안도했지만 일부는 삶의 터전을 두고 본토로 들어가는 것이 탐탁지 않은 듯했다.
이것은 사실 한국군이 세운 전쟁 시나리오 중 하나로 만약 전쟁이 지속된다면 대마도를 중심으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이기 위한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