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78화 (178/187)

◈ 제 178화

178화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

[대한민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정전 협정을 끝내고 종전에 합의한다. 이로써 분단의 비극으로 시작된 양국의 군사적 대립을 종식하고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하며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

“정전이 끝나고 종전이요?”

“지금 저게 뭐라는 겁니까?”

“보면 몰라요? 정전은 잠시 전쟁을 쉬고 있다는 뜻이고 종전은 전쟁을 끝낸다는 뜻입니다.”

남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1953년 북한과 정전협정을 맺었습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여도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측이 종전에 합의했다는 것은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겠다는 겁니다.”

“그럼 통일이 되는 겁니까?”

“조금 앞서 가시는 듯하네요. 종전 협의를 했다고 바로 통일이 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갔다곤 말할 수 있겠죠.”

이날 저녁.

사람들은 긴급 속보로 방송되는 뉴스를 멍하니 지켜봤다.

“반갑습니다. 위원장님.”

“저도 반갑습니다. 최선우 총리님.”

양국의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 담소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모습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시키겠다는 협의 사항을 필두로 양국 간에 합의된 내용이 흘러나왔다.

“……!!”

“……우와!!”

이날의 회동은 한반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선우는 김정운 위원장과 산보를 하는 내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신뢰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차밍 마법을 꾸준히 발동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없었다면 김정운에게 강력한 정신 마법을 펼칠 수 있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보는 눈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종전 협정을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통일을 위한 초석을 차근차근히 쌓아가는 것이다.

독일을 보라.

서유럽에서 가장 좋은 경제력을 가진 서독이 동독(동독 역시 그 당시 동구권에서 가장 경제력이 좋았다고 평가받았다.)과 통일이 된 후,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지 않았는가?

만약 서독 정부와 국민들의 뼈를 깎는 희생이 없었다면 독일은 여전히 빈부의 격차와 사회 불안정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력은 당시 동독의 경제력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만약 충분한 준비 없이 한국과 북한이 통일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선우는 김정운 체제를 인정해주며 연방제 통일을 계획했다.

물론 안보 문제가 걸리긴 하지만 그것은 차차 정신 마법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북한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 수뇌부를 차례로 종속시키고 양국이 군사동맹을 맺는다. 그 후 연방제 통일을 이루고 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북한의 경제력을 크게 키우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감을 해소시키며 자연스럽게 양국의 완벽한 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선우는 큰 그림을 그렸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니 방해하지 마세요.”

“네, 총리님.”

선우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신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곧이어 그를 중심으로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 * *

얼마 전.

기무라 통합 막료장의 자택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나타났다.

-까악!

-까악, 까악!!

그는 매일 아침이면 자택 정원에 앉아 있다가 기무라 막료장이 외출하면 날개를 펴고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기무라 통합 막료장은 고속도로를 지나 시내 외곽으로 빠졌다.

인적이 드물어진 길에 들어설 무렵 그는 백미러를 통해 주변을 살폈다.

미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좁은 길을 따라 운전했고 그로부터 약 10분 후, 커다란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까마귀 한 마리가 그가 자택을 나설 때부터 따라다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호오, 저 길은 외길인 것 같은데…….”

선우는 까마귀의 눈을 통해 그와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정보가 까마귀의 눈을 통해 전달되었는데, 날씨가 어둑해진 것과 상관없이 주변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까미귀를 포함해 선우의 명령을 받고 있는 동물들이 더 있었다.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강아지다.

패밀리어 마법에 의해 선우의 충실한 부하가 된 그들은 선우와 시야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각.

세계 각국 정보 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으로 인해 일본 정계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 덕분에 이빨이 빠져 틀니를 착용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일본은 일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 의해 현직 총리와 함께 백여 명의 국회의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 덕에 정계에서 은퇴한 지 20년이 넘은 노괴물(老怪物) 곤노스케 후쿠다가 일본 정계에 재등장했고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한 명목으로 자위대 병력마저 도쿄 시내로 들어왔다.

-대한민국 국방부.

“충성!”

선우가 등장하자 각 군의 수뇌부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거수 경례를 올렸다.

“일본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내부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성으로 찍은 자위대의 이동 사진이 스크린에 떴다.

“자위대 병력이 도쿄 전역을 비롯해 일본 주요 대도시와 공항, 항만, 방송사를 점령했습니다.”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 이후, 자위대 대장들이 곤노스케 후쿠다와 무려 27차례나 은밀하게 만났습니다.”

“으음!!”

“그리고…….”

“여기를 보시면…….”

회의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군 장성들의 얼굴이 어두워져 갔다.

“돌아가는 수순이 왠지…….”

“맞습니다.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한 행보와 비슷합니다.”

“……!!”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선택지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했지만 누구도 아닌 선우의 입에서 나오자 장성들의 무거운 입술이 움찔거렸다.

“제 예상이 틀렸나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취합된 자료를 보면 일본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지요.”

“그다음이라면?”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그들의 칼끝이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

모두의 시선을 받은 선우가 대답을 이어갔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의 습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작금의 일본은 옛 전국 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의 상황과 같습니다. 내부에 쌓인 불만을 외부로 터트리는 거죠.”

“……!!”

선우의 말에 좌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현재 일본의 군사력과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세계 7위, 8위다.

이것은 두 나라의 군사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선우가 총리에 오르기 전의 평가였고 지금의 현실과는 사뭇 달랐다.

“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겠죠?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세요. 저 역시 대한민국 총리로서 총력(總力)을 다하겠습니다.”

“음!”

전쟁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군인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분명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

“초전에 박살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군 장성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당당하게 대답했다.

얼마 후.

청와대 집무실로 돌아온 선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자위대는 분명 자위권을 발휘해 독도를 공격할 것이다. 아예 초반에 박살을 내야 한다.’

선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 * *

“대규모 투자를 하시겠다고요?”

“네, 푸탄 대통령님.”

“하하하, 참으로 고마운 말씀입니다. 언질은 받았지만 투자 규모가 궁금하군요.”

“1차 10억 불입니다. 총 300억 불 규모입니다.”

“……!”

러시아의 위상을 볼 때, 300억 불 규모면 딱 적당했다.

“호~ 300억 불이요?”

글로벌 경제 침체 상황에서 300억 불을 투자받는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푸탄 대통령은 마음을 담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러시아 국민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투자가 양국의 우호가 맺어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양국의 실무진들은 최선우 총리와 푸탄 대통령의 이번 만남이 간단한 인사와 함께 덕담을 나누고 끝이 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두 지도자들의 만남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인이요?”

“제 딸이 총리님의 팬이라서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하하~”

“물론이죠.”

선우는 만년필을 꺼내 친필 사인을 했다.

“역시 사인도 멋지십니다.”

“과찬이십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선우가 본론을 꺼내놓았다.

“대통령님도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그동안 미국의 무기를 주로 수입해 왔습니다.”

‘오호! 이게 본론이군.’

눈치 빠른 푸탄은 선우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그렇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번에 러시아 잠수함과 전투기를 수입하고 싶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일본의 상황이 심각하거든요.”

“일본이요?”

푸탄은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 안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선우는 알고 있었다.

“이번 테러 사건으로 일본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자위대가 움직이고 있고 전쟁을 통해 대동아 일본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치광이가 세상에 다시 나왔습니다. 물론 핵을 보유한 러시아를 상대로 쿠릴 열도를 침공한다는 만행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독도는 다르지 않습니까?”

“…….”

선우의 직접적인 말에 푸탄이 머뭇거렸다.

러시아 정보국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상당히 근접했기 때문이다.

“잠수함과 전투기라면 가격이 꽤 나가는데, 얼마나 구입할 생각입니까?”

“최신형 잠수함 10대, 전투기 100대와 몇몇 소소한 기술 이전입니다.”

“그럼 300억 불의 투자가?”

“네. 무기 구입 대금입니다. 10억 불은 일종의 계약금이고요.”

“……!!”

푸탄은 곰곰이 생각했다.

한국이라면 굳이 러시아가 아니어도 미국에서 무기를 구입하면 된다.

아니 어쩌면 미국에서도 최소 300억 불 혹은 그 이상의 금액으로 무기를 구매할 것이다.

‘최선우는 분명 러시아 정부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돈을 줄 것이다. 이것은 곧 합법적인 비자금이 되어 내 계좌에 들어오게 되겠지.’

푸탄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힘의 균형이 개편되겠군.’

푸탄은 기꺼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좋습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네. 그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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