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77화 (177/187)

◈ 제 177화

177화 아벤의 몰락 그리고 자위대

-하이!

-잘 알겠스무니다.

-하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취재진은 선우를 향해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이는 아벤 총리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보다 공손…… 아니!! 이것은 공손함을 넘어 마치 당신의 나의 상전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 설마?”

“몰카라도 찍는 건가?”

-모두 우리 일본의 잘못입니다.

-위안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겠습니다.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무니다. 불가역적으로 한국 땅이 맞습니다.

-한국은 일본의 적이 아니무니다.

-……머리 숙여 사죄하무니다.

일본의 아벤 총리는 그야말로 백기투항(白旗投降)했다.

각국의 취재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본의 모든 잘못을 시인하며 한국과의 협정서에 사인한 것이다.

일본 정계는 혼돈에 빠져 버렸고 분노한 우익 세력이 벌 떼처럼 일어났다.

아벤 총리의 이해할 수 없는 광폭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오자마자 개각을 단행하였고 그 결과 자민당 소속 우익 인사 대신 친한파, 지한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충격을 던졌다.

“아벤은 물러가라.”

“수치스러운 항복이다. 아벤 내각은 총사퇴하라.”

“NO 아벤!”

보수 우익이 몰려들었다.

시민, 단체, 국회의원들까지 망라된 다수다.

이들은 매일같이 아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과격한 시위를 벌였는데 독도를 침공하고 한국과 전쟁을 벌이자는 망언까지 서슴없이 토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민당의 전통적인 우익 지지 세력 역시 180도로 달라진 아벤 총리를 향해 분노의 칼을 빼어들었다.

“아벤 총리가 미쳤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일본이 망할 겁니다.”

“맞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아벤 총리가 야당과 야합해 현재 저희들의 힘으로는 아벤 내각을 해산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당장이라도 내각을 해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때, 회의를 지켜보던 노회한 구렁이 곤노스케 후쿠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정계에서 은퇴한 지 오래된 자였으나 흑막 뒤에 숨어서 일본 우익을 좌지우지하는 노회한 호랑이였다.

“……자위대를 호출하시오.”

“자위대를 말입니까?”

“그래요. 은밀하게.”

“알겠습니다.”

이튿날!

자위대 각 군의 대장들과 합창의장(통합 막료장)이 곤노스케와 만났다.

“타쿠야 일급 육장, 야마다 일급 해장, 구로사와 일급 공장 그리고 기무라 통합 막료장입니다.”

“반갑네. 곤노스케 후쿠다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기무라 통합 막료장이 대표로 나서서 인사를 올렸다.

“내가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곤노스케의 말이 계속될수록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보름 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서는 아벤 총리의 안색이 어둡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날.

오늘이 그러했다.

“평소보다 의석이 꽤나 비어 보이네요. 다들 어디 갔나?”

“……특별히 보고받은 일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런가?”

“네. 총리님.”

중요한 의제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당 내부가 한가했다.

아니 그것보다 자신을 보면 싸움닭처럼 달려드는 우익 의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상했다.

“총리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단상 위로 올라가시죠.”

“……그래.”

단상 위에 오른 아벤 총리가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눈에 뭔가가 번쩍이는 빛이 들어왔다.

“……?!!”

본능적으로 섬뜩한 느낌을 받는 순간, 굉음을 내며 국회의사당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으악!”

“폭탄이다. 폭탄이 터졌다.”

“테러다!!”

“사, 살려줘.”

일본 국회의사당이 폭발로 인해 무너졌다.

보름 전.

곤노스케 후쿠다의 명을 받은 자위대 막료장들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 번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개별적인 것이 아닌 단번에 쓸어내자는 말인가?”

“네.”

“어떻게?”

“간단합니다. 이곳을 폭파하면 됩니다.”

“……?!!”

구로사와 일급 공장이 가리킨 곳은 바로 일본 국회의사당이다.

“설마 국회의원 전부를 죽일 참인가?”

기무라 통합 막료장의 질문이다.

“아닙니다.”

“그럼?”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는 죽어야겠지만 대일본 제국의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분들은 데리고 가야죠.”

“흐음!”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지만 곤노스케 후쿠다의 눈꼬리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는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부터 살릴 자와 죽일 자를 결정해야겠군.”

“…….”

“……!”

“…….”

계획이 세워지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투철한 사상을 가진 동시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위대 소속 특수대원들이 차출되었고 D-Day에 전날 야음을 틈타 C4폭탄이 의사당 곳곳에 설치되었다.

“우리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길을 가야 한다. 변절자들을 이 땅에서 모조리 지워버리고 새로운 일본을 만드는 것이다.”

“하이!”

“이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요. 대일본 제국의 부활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하이!”

“하이!”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단상 위로 아벤 총리가 올라가 인사를 건네는 순간, 붉은 스위치가 눌러졌다.

-콰콰콰콰콰쾅!!

“으악!”

“폭탄이다. 폭탄이 터졌다.”

“테러다!!”

“사, 살려줘.”

화염과 먼지에 휩싸인 의사당 내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웨에엥!!

요란한 비상벨 소리.

의사당 폭파 소식에 일본 도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력이 총동원되어 거리에 깔렸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자위대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이 폭파되었다.”

“네?”

“일본의 심장부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

기무라 통합 막료장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통합 막료장의 권한으로 지금 즉시 자위대의 자위권을 발동하겠다.”

“하이!”

“일단 1급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1, 3, 6, 7대대를 도쿄 전역으로 이동시킨다.”

“도쿄 전역으로 말입니까?”

“그래. 경찰력으로 도쿄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 일단 우리는 도쿄에서 시외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테러범을 잡기 위한 검문소를 배치한다. 그리고 타쿠야 일급 육장, 야마다 일급 해장, 구로사와 일급 공장에게 지급(至急)으로 연락을 넣어 통합 사령부로 불러들여라.”

“하이!! 알겠습니다.”

홀로 남게 된 기무라 통합 막료장은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계획대로 병력을 이동시켰습니다.”

-……잘했네.

곤노스케의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사흘 후,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하게. 일본 정계는 내가 맡겠네.

“네, 알겠습니다.”

일본 정국이 혼돈을 향해 한껏 치닫고 있을 무렵, 한국 사회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1950년 한국 전쟁 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성실과 근면, 자조와 협동 정신으로 세계인이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물론 성장 위주의 정책이 가지고 온 부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약자는 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선우의 총리 등극 후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온갖 부조리와 적폐 그리고 친일이 청산되었으며 덩달아 국민들의 소득 불균형 역시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현재 진행형으로 사회 곳곳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개선되고 있었다.

-교육 개혁 5개년 발표.

1. 초중고 무상 교육 전면 실시.

2. 국공립 대학 입학금 전액 면제.

3. 사립대학 등록금 국공립 수준으로 전면 조정.

4. 대학 정원 조절에 따른…….

-출산율 증가를 위한 중장기 계획 발표.

1. 두 아이 이상 다자녀 가구 인정.

2. 육아 수당 지급.

↳만 18세 자녀까지.

↳한 자녀당 매월 50만 원.

3. 세 아이 이상 자녀, 한국 건설 아파트 전제 자금 전액 지원.

↳10년 거주, 추후 10년 연장 가능.

4. 법으로 출산 휴가, 육아 휴가 3년 보장.

-유치원 법 개정.

1. 국공립, 병설 유치원 증설 300% 확대.

2. 오전 9시~ 13시, 오전 9시~ 15시, 오전 9시~21시 돌봄 서비스 실시.

3. 사립 유치원 국공립 유치원으로 전환.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3년 이내 전환 유도.

늘어나는 교육, 사회 복지 예산에 기획재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선우의 의지는 단호했다. 몇몇 의원들 역시 퍼주기식의 정책이라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것은 소수 의견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선우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우직하고 일관되게 오직 대한민국만 바라보며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신문고를 만들어 국민들의 국정 참여와 국민 제안, 정책 토론의 장을 열었다. 만약 한 달 안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청와대는 1주일 내에 답변을 해야 했는데 이런 열린 정책, 열린 행정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정치와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의도에 위치한 야당 당사.

“대표님.”

“오오, 최 의원.”

반가운 듯한 음성이 야당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들으셨습니까?”

“국회의원 소환법을 말하는 것이오?”

“네, 대표님. 조금 전 법안이 상정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통과가 되겠지요?”

“……네.”

정책의 취지나 방향은 좋다.

그 역시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최선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자꾸만 축소되는 국회의원들의 권력과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

더욱이 작금의 총리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탕탕탕!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지만 국민 신문고로 인해 국회에 상정된 국회의원 소환법이 통과되었다. 그동안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 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의 경우 주민 소환을 통해 주민 감시와 통제가 이뤄졌으나, 국회의원은 소환 대상에서 제외돼있어 임기 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국회의원 소환법’은 지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유권자의 15%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을 국민이 임기 중 직접 해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성실히 의정 활동을 수행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와아아!!”

“역시 최선우야.”

“최선우 총리님 만세~~!!”

“짝짝!! 짝짝짝짝짝짝!!”

길거리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했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최선우 내각의 이와 같은 정책은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국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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