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6화
176화 꼭두각시 아벤과 반민족 특별법
“할 말이 있다고요?”
“네, 우선 이쪽으로 앉으시죠.”
아벤 총리가 의자에 앉는 순간 선우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 짧은 순간 정신 마법을 펼친 것이다.
“아앗!”
아벤 총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의 정신에 충격을 주고 곧바로 정신을 장악하려는 의도다.
“으……으으……윽!!”
아벤 총리는 현기증을 느끼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바닥에 쓰러졌을 것을 것이다.
어느새 샛노랗게 변한 선우의 눈이 아벤을 직시한다.
-우우우우웅!!
“내 눈을 봐라.”
상대의 정신력을 무너뜨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공포다.
그것도 원초적인!!
“네가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인지 확인해라.”
어둠의 나락에서 마침내 태초의 공포가 깨어났다.
“으……으으으……으으으!!”
아벤 총리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전신을 옥죄이는 무자비한 공포에 그의 머릿속은 텅 빈 백지 상태로 변했다.
-콰당!
선우는 아벤의 머리채를 그대로 잡아당겨 바닥에 던졌다.
머리카락이 한 주먹만큼 빠졌지만 공포에 잠식당한 그는 비명 소리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야, 이 개X끼야.”
-짜악! 짝!
“잘못을 했으면 사과해야지. 뭐, 우매한 조선인들을 개화시켜?!!”
선우는 마음껏 귀싸대기를 날렸다.
“역사를 왜곡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고, 한국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고!!”
-짝! 짝! 짝!! 짝!! 짝!
아벤 총리는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그저 선우를 향해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흥! 이제야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된 것 같네.”
어느 정도 분이 풀린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신 마법을 펼쳐야겠다.
-우우우우웅!!
다시 한 번 선우의 눈이 샛노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
국내는 물론 해외 외신들이 일본의 투항(?)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 결국 한국의 승리.](USB 투데이)
-[예견된 승리였다.](가와이 신문)
-[일본의 백기 투항.](CMN)
-[한국과 싸울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일본.](무라노 저널)
아벤 총리는 인천 공항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 모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 및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약속했으며 일본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뭐, 뭐라고?’
‘지금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아벤 총리의 충격적인 기자회견에 대다수 내각 대신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다들 뭔가 한 방을 크게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총리가 미쳤어. 미쳤다고!!’
아벤 총리는 일본에 돌아간 직후.
극우 성향의 인사들을 내각에서 배제하는 전면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 * *
여의도에 위치한 야당 당사에 의원들이 줄줄이 모여들었다.
“허!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게 통과되면 나라가 뒤집힐 겁니다. 막아야 합니다.”
국회의원 중 한 명이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근거로 반대를 합니까? 지금 분위기 모르세요? 반민족 행위를 한 친일파를 청산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반대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라고요?”
“하, 하지만…….”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국민들의 지지율이 93%예요. 93%!!”
“아무리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해도 시대에 맞는 법이 있는 겁니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난 과거를 들춰내면 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지 모릅니다.”
“그만하세요. 그러니까 의원님이 토착 왜구라고 불리는 겁니다.”
“뭐요? 토착 왜구요?! 말 다 하셨습니까?”
“네. 왜요,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아니!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보긴 뭘 봐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원내 대표가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다.
“두 분 모두 그만하세요. 우리가 반대해도 통과될 법안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통과될 것, 깔끔하게 찬성표를 던져주고 대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원내 대표의 말에 자리에 모인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결사반대를 해서라도 반민족 특별법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그들에게 있어선 차악(次惡)이지만 찬성을 해주는 대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한편 선우는 이번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박강현 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삼아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미 취임 전부터 박강현 전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했기에 법안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반민족 특별법을 포함해 국가유공자법을 새롭게 손보았고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예우를 법안으로 마련하기까지 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이 땅의 독립을 위해 그리고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과 독립 운동가들을 대신하여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 논리와 이념의 차이, 시대적 아픔으로 인해……. (중략) 우리는 그동안 역대 정권이 하지 못했던……. (중략)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치고 생명까지 바치신 분들을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강현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국가유공자들이 착석한 곳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민족 특별법]
-[국가유공자법]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예우]
박강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반민족 특별법을 포함해 국가유공자와 독립 운동가 그리고 그들의 후손에 대한 법률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각각의 법률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여기서 전부 나열할 순 없지만 가장 논쟁이 된 반민족 특별법 중 재산 몰수에 대한 사항을 조금 살펴보면…….
1급 반민족 행위자: 재산 90% 몰수.
2급 반민족 행위자: 재산 80% 몰수.
3급 반민족 행위자: 재산 70% 몰수.
4급 반민족 행위자: 재산 60% 몰수.
5급 반민족 행위자: 재산 50% 몰수.
6급 반민족 행위자…….
7급 반민족…….
예를 들어 조부(할아버지)가 1급 반민족 행위자인데 이미 죽었다면 그 아들이 한 단계 하락한 2급이 되어 재산의 80%가 몰수되는데 만약 그 아들 역시 죽었다면 손자가 두 단계가 하락한 3급이 된다.
각설하고 이와 같은 특별법이 발효되자 친일파의 후손들이 법안에 불복하며 대규모 소송을 벌였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했다. 친일 행적을 한 부모 혹은 조상들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와 함께 재판부의 특별법 확정 판결에 결국 그들은 그들이 가진 재산을 몰수당하게 되었다.
-탕! 탕! 탕!
“우와아!”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역시~~!!”
사법적 연좌제는 없지만 경제적 연좌제는 허용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특별법에도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었다.
가족(조상 포함) 중에서 누군가가 친일 행적을 하였어도 반민족 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엄밀히 따져 최선우가 대한민국 총리가 되기 전) 친일 행적을 공개하고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다면 그 정상이 충분히 참작되었다.
“휘유!”
“왜요?”
“대체 공이 몇 개야? 이게 전부 얼마지?”
“……공이 13개네요.”
몰수 금액을 확인한 국세청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게다가 뭐?”
“재산의 7~80%가 몰수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근데 90%가 몰수된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요.”
“…….”
“직접적으로 친일 행적을 한 사람들 중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게. 나도 사실 몰수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어. 그러고 보면 못된 놈들이 오래 사는 것 같아.”
“……그러게요. 선배님.”
“기분도 찝찝한데, 시원한 커피나 한잔하자.”
“지금요?”
“그래.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일하지 뭐~”
“네. 선배님.”
92조 4,837억.
반민족 특별법을 통해 몰수된 친일파의 재산이다.
국민들은 친일파로부터 몰수한 천문학적인 금액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와 동시에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한편 최선우 총리와 박강현 전 대통령은 일본 정부(위안부 피해 보상금)와 일본 기업(강제징용 배상금)이 배상해야 할 1천억 엔에 한화 92조 4,827억을 더해 재단을 설립한다.
재단의 이름은 화해와 용서 그리고 미래를 위한 재단이다.
일명 화용미 재단이라고 불리게 될 이 재단은 약 94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기금을 바탕으로 독립운동가,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후손(삼대까지)들을 지원해 주기로 하였고 기금의 사용처와 용도는 각 분기마다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되게 만들었으며 모든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하였다.
참고로 화용미 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박강현 전 대통령이 임명되었다.
“와! 이거 정말 뭔가 제대로 하려나 보네.”
“진짜 다르다. 달라.”
“역시 최선우야.”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삼삼오오 다정하게 앉아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집을 준다며?”
“응. 독립운동가 후손들 중에 가난한 분들이 정말 많대. 나라에서 그분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하고 관리비 일체까지 지원한다고 들었어.”
“학비는 또 어떻고?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으면 그 손자까지 모두 공짜래.”
“대학도?”
“국공립은 100% 공짜, 사립대는 50% 지원이라고 들었어.”
“와! 대박!!”
옆 테이블에서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수호야. 너도 들었어?”
“뭘?”
“이번에 독립운동가 후손은 물론 국가유공자 연금도 대폭 올랐다며?”
“그래. 맞아. 완전 많이 올랐어. 300%.”
“300%?”
민한은 깜짝 놀랐다.
“진짜 많이 올랐다. 참!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했었잖아.”
“그래?”
“응. 사실 어머니가 요즘 좀 힘들어하셨는데 이제는 어깨를 펴시고 산다.”
“오오! 완전 축하해.”
조금은 부러워하는 것 같은 친구의 표정에 수호가 말했다.
“난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런 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뭐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말이야.”
“그래, 네 말이 맞아. 당연한 거지.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한 거야.”
두 사람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술을 받았다.
이번엔 출입문 쪽에 가까운 테이블로 가보자.
“용수야, 너 그 영화 봤냐?”
“무슨 영화?”
“마지막 임무!”
“얼마 전에 개봉한 거?”
“응. 봤어?”
“당근이지. 어제 봤다.”
“어땠냐?”
“……진짜 장난 아니더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총을 쏠 때 나 눈물 흘렸다.”
“나도!”
“젠장! 우리가 그분들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았어. 반성해야 해.”
“인정. 100% 인정!”
“야! 우리 건배나 한번 하자. 이 땅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친 모든 이들을 위하여.”
“위하여~~!!”
최선우의 칼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살을 에듯 차가운 삭풍이 문화 예술계에 불어닥쳤다.
‘천황을 위해 나가 싸우라.’
‘여성들도 무장하라.’
‘황군을 위해 노래하자.’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한 인물들이 광복 후 문화 예술계의 원로로 대우받으며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을까?
몰론 시대가 그랬으니 그들 역시 살기 위해 일본에 협력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닌 개인의 성공과 영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면 이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선우는 광화문 한 복판에 수백 개나 되는 커다란 비석을 세우고 각각의 섹션(정치인, 경제인, 군인, 문화/예술가 등)을 만들어 반민족 행위를 자행한 친일파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웅성웅성!!
“헐!!”
“대박!! 이 사람도 친일파였다고?”
“엄마야!!”
“난 오늘부터 애국가 안 불러야지. 에잇! 퉤!!”
“친일파가 세운 대학이 왜 이렇게 많아?”
“……동인 문학상?!!”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던 사람들.
설마했지만 사실로 확인된 문화 예술계의 원로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비석에 새겨진 이름과 그들의 행적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떤 이들은 치를 떨기도 했는데 그 후 친일 작가, 친일 화가, 친일 음악가 등이 만든 작품들은 철저하게 파헤쳐져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물론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도 삭제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