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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72화 (172/187)

◈ 제 172화

172화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우리 오늘 뭐 먹을까? 간만에 스시?”

“스시는 좋아. 근데 일본인 식당은 가지 않을 거야.”

“한국인이 하는 스시집이 있어. 거기로 가자.”

“콜.”

“여기 맥주 주세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여기 메뉴에 보시면…….”

“일본 맥주만 빼고 추천해 주세요.”

“그럼…….”

“자기야. 우리 차 바꾸자.”

“차?”

“응. 오빠가 보너스 받았거든.”

“와~ 오빠 축하해. 근데 무슨 차 살 거야?”

“원래 렉서시스 생각했는데, 국산 차 사려고.”

“그래. 잘 생각했어. 국산 차도 요즘 좋더라.”

“같이 가 줄 거지?”

“당근이지~~”

“일본 수입 맥주 6개에 1만 원입니다. 6개에 1만 원. 특가에 판매합니다.”

“안 사요.”

“……네.”

일본인이 우습게 본 한국인의 저력은 심히 무서웠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바쁘신 시간 중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오늘 일본의 적반하장식, 일방적인 주장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모였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할 것이며…….”

이인규 한인회 회장은 천여 명이 모인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강하고 힘차게 말했다.

이와 같은 시각.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stadium)에 한인들이 응집했다.

일본의 행위를 규탄하는 동시에 미주 한인들의 불매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후와! 이거 규모가 대단한데.”

“그러게. 최소 10만 명은 모인 것 같아.”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저 봐! 운동장까지 꽉 찼어.”

“어서 찍자!”

“그래.”

취재를 나온 기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그들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고 이 같은 소식은 미국은 물론 바다 건너 한국까지 전해졌다.

-오늘 낮 11시 30분.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의 한인들이 LA 다저스 구장에 모여 일본의 행위를 규탄하는 동시에 불매운동을 선언했습니다.

“와~~!!”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

“워~~워어어어!!”

이와 같은 뉴스를 접한 시민들 중 일부가 갑자기 대한민국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자 순간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 짝!”

“대~~한! 민! 국!”

“짝짝짝! 짝! 짝!”

일부 시민들이 2002년 월드컵 구호를 외치자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한인들마저 이렇게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을 무렵.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십 대 소녀가 올린 글이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자주 먹던 일식, 중식이나 한식으로 바꾸고 그러다 정 먹고 싶으면 한국인이 하는 일식집에 가고 자주 쓰던 일본 제품은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국산 대체품을 사용했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족과 함께 가던 일본 여행을 동남아나 국내 여행으로 시선을 돌리니 작은 행동 하나로 내가 마치 애국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난 현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사실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을 싫어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단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분명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며 여전히 대한민국을 깔보고 적반하장식으로 행동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이다. 내가 볼 땐 바로 이들이 나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협잡꾼이며 사기꾼이며 범죄자다.

나는 소망한다.

이들이 피해자들 앞에 나와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일본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웃이 되기를 희망한다.]

* * *

선우는 을 움직여 100억 달러 공매도를 시작으로 일본 외환 시장에 달러를 쏟아부었다.

엔화의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환율이 6%까지 떨어지자 이자율을 올려 환율을 올렸다.

엎치락뒤치락 공격과 방어가 이어졌다.

일본은 우호국이 보유하고 있는 엔화를 사서 충당할 계획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수준으로 해결될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선우의 지시에 의한 정확한 시간에 헤지펀드 회사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공매도를 던졌기 때문이다.

“30억 달러! 공매도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여기도요. 50억 달러입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폭탄을 던졌다.

-쾅!!

“환율 시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공매도 폭탄입니다. 이번엔 200억 달러입니다.”

“아!! 첸토 펀드에서 100억 달러를 추가로 매도했습니다.”

“개X끼들 같으니! 어쩔 수 없다. 중앙은행에 연락해서 이자를 올리라고 해!!”

“이미 오늘 아침에 올렸는데요?”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상황에서 방법이 있나?”

“아,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연락해. 그리고 전해. 환율을 올리라고!!”

“……네. 총재님.”

일본 중앙은행이 하루 만에 이자율을 두 번이나 올리는 행위를 강행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은 하락을 계속했다.

그리고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이런 젠장!!”

“왜? 무슨 일인가?!!”

“에서…….”

“이 왜?”

“……대량의 공매도를 주문했습니다.”

“얼만데?”

“이번엔 600억 달러입니다.”

“헉!!”

일본 중앙은행의 고바야시 총재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외환 공매도 시장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해졌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성난 민심을 반영하듯 아벤 총리의 정책에 대놓고 불만을 표하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한국 없이 일본도 없다.

-한국은 일본의 적이 아니다. 우리의 친구다.

-아벤 정권이 잘못했다.

-한국에 사과하라. 석고대죄(席藁待罪) 하라.

“……!!”

아벤 총리는 할 말이 없었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조차 없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태는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고 저 사악한 녀석들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빠가야로!!”

자신이 있었는데…….

분명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데 당해버린 것이다.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 아벤 신조가 말이다.

“네놈들이 감히 나를!!”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관망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지금 일본의 상황이 그러했다.

러시아와 대만이 미웠다.

그리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미국의 행태에 더더욱 짜증이 났다.

“곤노 외무상.”

“네, 총리님.”

“특사단을 꾸리세요.”

“특사단…… 말입니까?”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총리님.”

아벤 총리는 사태 해결을 위해 곤노 외무상을 중심으로 특사단을 꾸려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

미국의 무관심한 행태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대로 한국에 백기를 들며 투항하기엔 너무나 굴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미 선우와 케인 오바마 대통령 간에 모종의 이야기가 오고 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선우의 개인 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작가님, 이태리 작가님.”

“네, 메리 대표님.”

전화를 건 상대는 영국 브론즈베리 출판사의 메리 대표였다.

“좋은 소식이에요. 초판에 이어…….”

그녀는 활기찬 목소리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추가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요.”

“그래요?”

“네. 이 정도 속도라면 최단 기간 1억 부 판매가 확실해요.”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과는 별개로 이태리 작가의 신작 <다크 위자드>의 열풍이 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있었다.

“다크 위자드 1, 2, 3권 주세요.”

“저도요. 저는 각 권마다 2권씩 주세요.”

“2권씩?”

“네. 한 권은 읽을 거고요. 한 권은 소장용이에요.”

“그, 그렇구나.”

<다크 위자드>의 열풍에 <기묘한 동물 백과사전> 시리즈와 <태리 포터> 시리즈 역시 덩달아 다시 한 번 독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기묘한 동물 백과사전 5천 부요.”

“태리 포터 시리즈 전체, 1천 부 주문입니다.”

“미국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태리 포터 10만 부!”

일반적으로 발행 초기를 지나면 판매량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다크 위자드>의 열풍에 힘입어 현재와 과거라 할 수 있는 두 소설의 판매량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선우는 두 소설에서 나온 가문과 인물들을 교묘하게 차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한편 그들의 상상력을 크게 키웠다.

-미국을 정복한 영국 가수 비틀쥬스, 미국을 정복한 작가 이태리.(뉴욕커 타임즈)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시카고 리뷰)

-영국인의 심장을 강탈한 소설 <다크 위자드>(런던 가디언)

-신이 내린 작가, 그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다.(데릭 옵저버)

언론에서 호평에 호평을 거듭하니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선우의 소설 <다크 위자드>는 판타지 소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서점으로 향하게 했다.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한국과 일본의 무역, 경제 전쟁과 상관없이 <펜 의학 연구소>가 개발에 성공해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물량을 비축한 비타민P-Diet를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기적의 다이어트 약.

-<펜 의학 연구소>가 개발한 신비의 다이어트 음료.

-하루 한 병의 기적.

250kg의 36세 남성.

180kg의 31세 여성.

135kg의 44세 남성.

118kg의 29세 여성.

109kg…….

111kg…….

임상 실험 대상자는 10대에서 40대의 남성과 여성이었는데, 이에 관한 동영상(다양한 실험 과정과 그 결과)이 언론에 배포되자마자 그야말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우와!!”

“이제 비만과의 전쟁이 끝났다.”

“<펜 의학 연구소> 만세!!”

“할렐루야~~!!”

누구나 다이어트에 대한 경험이 있다.

굶기도 하고 약을 먹기도 하고 황제 다이어트, 원 푸드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덴마크 다이어트 등등 온갖 다이어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 봐도 90% 이상의 확률로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실패하곤 한다.

그런데 <펜 의학 연구소>에서 출시한 비타민P-Diet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아니! 놀랍다 못해 경이로웠다.

다들 알지 않은가?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는 그 끔찍한 고통을 말이다.

맘껏 먹으면서 고작 취침에 들기 전에 비타민P-Diet 한 병을 마시면 다이어트는 끝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열기가 한국과 미국을 휩쓸기 시작했다.

여기서 혹자는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비타민P-Diet에 전 세계가 열광했는데, 왜 유독 한국과 미국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열기가 휩쓸었을까?

그것은 바로 비타민P-Diet가 한국과 미국에만 출시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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