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70화 (170/187)

◈ 제 170화

170화 한국 VS 일본

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일본은 한국의 이웃사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최선우 내각이 들어선 후.

대한민국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먼저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성장과 성과를 이루어내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던 친일 세력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과 사고로 축소되었다. 또한 몇 년을 질질 끌고 있던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일본의 패소)이 나오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일부 성급한 우익 인사들은 한국을 향해 심각한 우려의 눈빛을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일본 내각.]

“한국을 이대로 놔둘 수 없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라니요.”

“한국 법원에서 전범 기업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성장세가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한국이 더 커지기 전에 타격을 줘야 합니다.”

속닥속닥, 그들만의 은밀한 모의가 이루어졌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그래서요?”

“핵심 부품을 수출하지 않는 겁니다.”

곤노 외무상이 대신들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핵심 부품을요?”

“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산업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 일본에서 반도체 핵심 부품의 공급을 막으면 어떻게 될까요?”

“……?!!”

“타격이 크겠네요.”

“후후후! 단순히 크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쩌면 한국 경제가 파탄이 날지도 모르죠.”

“우리 측의 피해는요?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만.”

“뭐 일부 피해가 있겠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곤노 외무상의 말에 다들 머릿속으로 주판을 굴리고 있을 때, 나오키 대신이 조용히 물었다.

“한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요? 잘 아시잖아요?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 노예근성, 패배자 근성을 말입니다. 하하하~~”

“곤노 외무상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중심입니다. 한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그 말씀은?”

“우리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국제사회를 움직이겠죠. 그것을 막으려면 우리에게도 일종의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죠. 한국에는 북한이 있지 않습니까?”

“오!!”

“그것참 좋은 생각입니다.”

“일단 안보 위협으로 몰고 가는 겁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를 수출 품목에서 제외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죠.”

“허허허! 마치 중국이 우리 일본에게 사용한 방법과 비슷한 것 같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중국 놈들이 희토류를 무기로 우리의 양보를 얻어냈었죠. 이번 기회에 한국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일심회도 움직이도록 하죠.”

“일심회요?”

“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음!! 근래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심회 회원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쪽 분위기가 아주 어수선합니다.”

“……?!!”

“하지만 움직여 보겠습니다. 일본의 국익이 담긴 일이 아닙니까?!!”

“네!! 힘써 주십시오.”

얼마 후.

한국에 대한 일본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적절히 대응해줬으면 한다.(일본 대사관)

-이 문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곤란하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달라.

일본 대사관의 말은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재판에 개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뭐야?”

“……미친놈들!!”

“지금이 이대박이나 최은혜 정권인 줄 아나?!”

“세상이 바뀐 지가 언젠데.”

“어이가 없네.”

대구할 가치조차 없는 저들의 무례한 요구에 한국 외교부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아니! 오히려 한일 기업에서 출연한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은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의 아벤 총리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내에 소재해 있는 일본 기업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역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더 이상의 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총성 없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일본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발표.

-일본 한국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조치 예고.

-일본 한국과 북한의 밀월 관계 주장.

-일본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한국 사람들 저러다 만다.(우니클로 CEO)”

“그래, 제발 오지 마라.(대마도 관광 협회)”

“……그래도 올 사람은 일본으로 여행 온다.(오사카 상인 연합)”

“한국인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일본 내각 대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야기된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본격적인 대결 국면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본인들의 망언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반일 감정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노노 재팬!]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먼저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제품들의 리스트가 인터넷에 공유되었고 그 대체재(국산)가 알려졌다.

“어머, 이것도 일본 제품이었어?”

“그럼 다른 것을 사야겠다.”

“여기, 국산 것도 있네.”

“한번 써보자.”

“그래. 좋아.”

마트에서는 일본 제품을 빼기 시작했고 택배 기사들은 일본 제품을 배송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일본 맥주의 매출이 60% 이상 감소했다.

“일본 것 말고 독일 맥주 주세요.”

“전 국산 맥주요.”

“마일드 나인이요? 일본 담배잖아요. 이젠 안 피워요.”

“왜냐고요?”

“제가 비록 늦게 태어나서 독립 운동은 못 해봤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불매운동 정도는 해줘야죠.”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간 70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여행을 가는 일본. 관광객들이 줄어들자 일본의 소도시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것은 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조치였을 뿐이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던 선우는 저들이 기어코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시키자 반격의 칼을 빼어 들었다.

선우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글을 퍼와 자신의 SNS에 남겼다.

[고바야시 아벤 총리야, 감사하다.

조선의 물자를 약탈하고 조선의 여자들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성폭행했으며 우리의 찬란한 민족정신을 말살한 너희를 우리는 잊고 있었다. 아니! 모르고 있었다.

이제야 알게 해 줘서 감사하다.

(중략)

태풍이 불어 편의점에 상품이 모두 팔렸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상품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너희 물건을 계속 사주고 있었구나.

이제라도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제는 진짜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을 가르쳐줘서 고맙다.

No 가지 않겠다.

No 사지 않겠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게 해줘서 감사하다.

아벤아, 아리가또!]

선우가 퍼온 글이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두 나라의 경제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 * *

“뭐야? 또 내려?”

최선우 총리의 긴급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김대우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얼마나 내린다는 거야?”

“그러게요. 여보.”

“볼륨 좀 키워봐. 자세히 들어보게.”

“네.”

TV에서는 일본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에 한해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정적인 국가의 예산이었다.

“그럼 세금을 내려주는 만큼, 다른 곳에서 올린다는 말인가?”

신자유당에서 추경 예산을 거부하며 딴죽을 걸었지만 선우의 다음 발언에 교통이 정리됐다.

“한일 국교 수립 54년, 누적 적자는 700조에 이릅니다. 이번 사태는 무역 전쟁이 아닌 외교적 무역 보복입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WTO에 GATT 제11조(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경우, 수량의 제한 금지)를 근거로 제소를 준비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피해 예상 기업에 대해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재원은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국민 여러분들의 세금이 아닌, 제 사재를 출연해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

만만치 않은 비용이 예상되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세계 최고의 부자가 장담했다.

이 같은 소식에 하락하던 국내 전자 기업들의 주가가 단숨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선우의 마지막 발언이 이어졌다.

“우리는 이번 위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한 국가, 한 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수입처의 다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자체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동시에 국내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키워야 합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와 함께해주십시오.”

최선우 총리의 발언이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CMN 소속 제임스 터너 기자는 최선우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일본의 의도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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