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68화 (168/187)

◈ 제 168화

168화 소설 다크 위자드(1)

모두가 잠든 밤.

어느덧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서핑을 즐겼고 오후에는 쇼핑에 올인(all-in)을 했더니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설연이 뻗어 버렸다.

선우는 창문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황혼이 내려온 하와이의 하늘은 이국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꺄르르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실프 역시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훗~ 녀석.”

선우 역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실바람과 함께 저 멀리에서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들려온다. 그렇게 한참 음악에 심취해 있던 선우가 갑자기 눈을 떴다. 문득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다.

선우는 노트북을 부팅시키자마자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 독자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던 <태리 포터>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마침내 그 위대한 소설이 서문을 열었다.

[소설 다크 위자드(Dark Wizard)]

-슥슥슥!!

[……최후의 결전이 있은 후 100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이제 마법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법적 자질이 발견된다면 누구라도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 토니는 조실부모하고 외롭게 살아가던 도중 우연한 기회에 마법사의 자질을 인정받아 호그라이트 마법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명의 마법사로 성장하게 된다.]

[토니는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동료에 의해 크나큰 위험에 빠지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마법사를 통해 흑마법을 익혀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흑마법을 익혔다는 이유로 호그라이트 마법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선이란 무엇이냐? 악이란 무엇이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자연에는 선과 악이 없다. 칼이 죄가 있더냐? 칼은 도구일 뿐이다. 칼을 휘두르는 자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칼은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토니는 자신의 이름을 버린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게 다크라는 이름을 붙인다…….]

새벽을 넘어 아침이 올 때까지 선우는 글만 썼다.

대사 한 줄, 장면 하나하나마다 무한한 상상력이 동원되었고 생동감이 살아 넘치는 문장이 완성되었다.

-타타타탁, 탁탁! 타타타……탁!!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는 자판 소리에 설연이 잠에서 깨어났다.

선우의 손은 마치 신들린 듯 춤을 추고 있다.

“……?!”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이 아닐 수 없었다.

설연은 그런 선우의 모습을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구름이 태양을 삼키고 다시 황혼이 찾아올 때쯤 선우는 소설 다크 위자드(Dark Wizard) 1부(전 3권)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꼬박 만 하루만에 50만 자를 써냈다.

“휴우~~!!”

선우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글을 썼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건 뭔가 굉장히 개운한 느낌이었다.

“어?”

문득 비행기 시간이 떠올라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 시간이?!!”

으악!

선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시간이 지나도 한참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비행기가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을 것이다.

“괜찮아.”

이때,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설연이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연아.”

“내일 비행기로 바꿔놨어. 글은 다 썼어?”

“응.”

“좋아. 그럼 나가자. 나 배고파~~”

“……!”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선우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존경의 의미로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쪽!

“그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오케이~ 헤헤.”

* * *

-[영국 브론즈베리 출판사]

“어서 오십시오. 이태리 작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메리 대표님.”

“그러게요. 참 오랜만이네요. 이쪽 분은?”

“아~ 제 와이프입니다.”

“오! 안녕하세요.”

메리 대표는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설연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듣던 대로 엄청난 미인이시네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 역시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메리 대표님.”

이때 익숙한 음성이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려왔다.

“헤이~ 선우.”

“오!! 수앤!!”

수앤 캐슬린 롤링을 본 선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미국이라면서요?”

“헤헤헤~ 서프라이즈? 속았지.”

“하하하하!”

수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하이~ 설연.”

“오랜만이에요. 수앤 언니~~”

“더 예뻐진 것 같은데?”

“에이~ 똑같아요.”

“아냐! 분명 더 예뻐졌어. 확실해.”

“어머머~ 언니도 참~~ 호호호호!”

이후 세 사람은 잠깐이지만 마치 명절에 만난 친척처럼 수다를 떨었다.

“기묘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맞죠?”

“응. 맞아.”

“1부도 재밌었지만 2부 역시 굉장하던데요. 역시 수앤이에요.”

“정말? 그렇게 재밌었어?”

“네! 완전! 책은 물론이고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선우와 함께 봤어요. 그렇지?”

“설연 말이 맞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톰에게 들었는데, 3편도 제작에 들어갔다면서요?”

“응. 맞아.”

“개봉은 언제 예정이에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야.”

“오! 미리 축하할게요.”

“에이~~ 뭘. 호호호호~~”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수앤이 집필한 소설 <기묘한 동물 백과사전> 시리즈는 태리 포터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선우가 쓴 소설 <다크 위자드>는 태리 포터가 볼드모어를 물리치고 나서 약 10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즉 과거(기묘한 동물 백과사전)-현재(태리 포터)-미래(다크 위자드)의 순서다.

“호오~~ 이게 바로 그 책이지?”

“응.”

“완전 기대되는걸!!”

수앤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이태리 작가가 쓴 <태리 포터>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메리 대표님 그리고 선우야.”

“네.”

“응?”

“있잖아…….”

수앤은 두 사람에게 자신도 <다크 위자드>를 읽어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뭐, 수앤이라면 괜찮아요.”

“작가님이 허락하셨으니 저도 찬성이에요. 어차피 우리 이사님 역시 이태리 작가님의 <다크 위자드>를 읽어보려고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와우! 고마워요.”

“뭘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작가에게 줄 인세를 비롯해 초판본을 얼마나 찍어낼지 결정하려면 가장 먼저 책을 읽어봐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나 글이 잘 나왔는지, 그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태리 작가라는 이름과 그의 명성에 걸맞은 실력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이 필수였다.

“수앤 작가님을 위해 한 부 더 복사해 주세요.”

“네, 대표님.”

잠시 후.

메리 대표의 지시에 따라 소설 <다크 위저드>의 복사본이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흐음! 이게 태리 포터의 후속작이란 말이지?’

‘이태리 작가의 귀환이라. 기대되는군.’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소설 <다크 위자드>의 첫 장이 넘어갔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저들의 눈동자에 비친 짙은 호기심은 종종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며 그들의 심장을 마구잡이로 저격하기 시작했다.

“……하아!”

-꿀꺽!

“헉!”

“으음!!”

사람들의 입에서 어떠한 반응이 토해져 나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편 이와 같은 시간.

선우와 설연은 출판사를 나와 도심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1권도 아니고 무려 3권이나 되는 소설이다.

두 사람은 저들이 독서를 끝내기까지 그리 짧지 않은 자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배고프지?”

“조금?”

“좋아. 그럼 밥부터 먹자. 뭐 먹고 싶어?”

“랍스터.”

“콜~~!!”

하얀 옷을 입은 요리사는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전광석화처럼 손을 움직였다.

그의 왼손이 바닷가재의 머리를 잡아 고정시켰고 오른손이 랍스터의 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휙! 휙휙!!

요리사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재빨리 알을 빼낸 후, 미리 준비해 놓은 갖은 양념을 프라이팬에 투하했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불길이 확확 올라오고 잠시 후, 요리가 완성되었다.

“와아, 맛있겠어요.”

요리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던 설연이 옷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미슐랭 가이드 투 스타에 빛나는 요리사 크롬웰이 기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물론이죠.”

선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해주자 요리사 크롬웰의 얼굴이 한층 더 밝아졌다.

얼마 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

“응.”

“지금 시간이면 닫았을 텐데?”

“아니야. 괜찮아.”

원래라면 영업이 끝나 문을 닫았겠지만 아멕스 블랙 카드를 소유한 선우에게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더욱이 아까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 이미 전화를 해놨기 때문에 선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백화점을 향해 이동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었다.

“우와아!!”

레스토랑 직원이 선우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친구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소식은 바람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졌고 선우와 설연이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을 땐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었다.

“꺄아아~~”

“최선우다.”

“우워어어어!!”

“이태리 작가가 왔어. 우리의 영웅.”

군중들의 함성 소리에 어중간하게 소곤대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자 어디선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경호원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그 일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1조, 플랜 C.”

“2조, 블록.”

“3조, 플랜 B.”

마치 정해진 패턴이 있는 듯, 경호원들이 일말의 주저도 없이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내자 선우와 설연을 중심으로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세, 세상에…….”

“내 눈으로 이태리 작가를 볼 줄이야.”

“설연도 진짜 예쁘다. 두 사람 마치 화보 같아.”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낸 사람들은 선우와 설연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에 바빴고 일부 군중들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감탄만 하고 있었다.

-[이태리 작가 떴다.]

-[실제 상황, 이태리 작가의 모습.]

-[최선우와 설연.]

-[런던 애비뉴 18번가.]

어느새 연락을 받은 방송국 기자들이 현장에 몰려들었다.

한발 늦은 것이 애석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그들은 현장의 열기를 생방송으로 생생하게 내보냈다.

선우와 설연이 출연한 분량은 불과 2~3분 남짓이었지만 그 반향은 상상을 초월했다. TV는 물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두 사람의 동영상이 떴고 영국 전역에 방송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태리 포터 차기작에 대한 소식이 방송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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