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67화 (167/187)

◈ 제 167화

167화 국방 개혁

선우가 총리에 오른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선우의 그동안의 경력과 활약 등이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연속 기획되어 나갔다.

여기에는 선우가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 아무튼 이러한 기사 덕에 이전과는 모양이 다른 신드롬이 불고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천재 작가의 탄생에 대한 열광이 첫 번째였다면 두 번째는 대한민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축구 천재에 대한 갈채다. 세 번째는 세계 최고 투자가, 세계 최고 부자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이었는데 이제는 정치인이 된 최선우에 대한 열풍이었다.

또한 이전의 팬클럽이 젊은 층 위주였다면 이제는 단순한 팬클럽이 아닌 엄청난 규모의 조직(?)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들은 단순히 모여서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즐기는 것이 아닌 일종의 봉사 단체로 성장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선우의 지원도 있었고 말이다.

“이야! 진짜 대단하지 않냐?”

“두말하면 잔소리지.”

“역시 우리 선우 님~~!!”

“갓 선우.”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최선우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그의 개혁 정책에 대해 말하며 때론 그가 쓴 소설에 대해 논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엔 또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올까?”

“크흐흐, 나도 궁금해 죽겠다.”

“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며?”

“응.”

“헐! 대박! 검찰이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지들이 무슨 할 말이 있어?”

“왜?”

“이번에 공수처에서 발표한 비리 조사서가 언론에 공개됐잖아. 물론 경찰도 비리가 있지만 그동안 검찰이 저지른 비리와 비교하면 장난이 아니더라고.”

“……하긴!”

친구의 말에 그 역시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야! 안주 떨어졌다. 더 시켜봐.”

“그래? 뭐 먹을까?”

“막창 어때?”

“막창 좋지~~ 이모님. 여기 막창 2개 주세요.”

그들은 기분 좋다는 웃음을 크게 내며 술잔을 기울였다.

* * *

청와대 총리 집무실에 국방장관을 위시해 합참의장과 육군, 공군, 해군 대장이 나타났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최신형 전투 비행기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입니다. 대양 해군의 전력 증강이 시급합니다.”

“이번엔 조기 경보 비행기를 최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병력을 보십시오. 우리 육군의 전력을 현 상황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육군과 공군 그리고 해군이 모이면 늘 이렇다.

공군과 해군에 대한 전력 증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전력의 증강을 이루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문제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육군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군의 이유에도 일리가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육군 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선우는 먼저 이들의 대화를 조용히 경청했다.

그런 연후에 그가 생각하고 있는 국방 개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예전부터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진 국방력이 삼군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 작전권도 환수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합참의장의 말에 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받아넘겼다.

“그 전략적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네?”

선우는 앞에 놓인 음료수로 입술을 적신 후, 말을 이어갔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이제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우리 땅은 우리가 지켜야죠. 미군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수직적 명령 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말입니다.”

선우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물론 수직에서 수평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격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선우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됐다고 판단했는지 저들에게 준비한 자료를 나누어 주었다.

-<대한민국 국방력 증가 프로젝트>

“먼저 읽어 보세요. 그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네, 총리님.”

“알겠습니다. 총리님.”

“감사합니다. 총리님.”

태연하게 혹은 무심한 표정으로 자료를 읽어 보던 이들의 반응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존 대한민국 육군의 전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공군과 해군이 원하는 수준, 아니 그 이상의 전력 증강을 담은 계획서였기 때문이다.

“이, 이게?”

“……?!!”

“총리님. 이게 가능한 예산인가요?”

국방장관 이하, 대한민국 군대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 모두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선우가 제공한 자료에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국방비가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국방비가 약 29조였는데 선우가 이번에 국방비로 100조를 책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곳의 예산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다.

“다들 비타민P에 대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

선우의 말이 이어졌다.

“몇 달 전, 비타민P 생산 시설에 대한 증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기존 하루 생산량과 비교해 10배 이상의 비타민P를 생산하게 되었죠.”

“그 말씀은?”

국방장관이 선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챈 모양이다.

“네. <펜 의학 연구소>에서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대한민국 국방부에 매년 70조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맙소사!”

“초, 총리님.”

“그게 정말입니까?”

“감, 감사합니다. 총리님.”

이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펜 의학 연구소>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리 없다.

즉 대한민국 총리가 대한미국 국방부에 매년 70조를 기부하겠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국방비 예산 중 30조는…….”

선우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자주국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 군에 배정하고 남은 10조는 한국형 무기 개발 연구 사업에 지원될 겁니다.”

선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수평적인 관계가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선우의 물음에 은테 안경을 쓴 국방장관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 일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요. 오로지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을 위한 초석을 쌓는 일입니다. 모두들 힘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총리님. 맡겨만 주십시오.”

이때, 국방장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우를 향해 경례했다.

“충성.”

이에 질세라 합참의장을 위시해 육군, 공군 참모총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 목소리로 경례했다.

“충성!!”

“……충성.”

이와 같은 시각 미국 백악관.

케인 오바마 대통령을 위시해 CIA 국장과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

“……급진적이고 개혁적이지만 정책의 방향을 볼 때 미국과 척을 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 최선우 내각이 들어온 후,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 물론 우리 미국에 대한 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고요.”

“미국의 눈치를 보는 건가?”

“그런 의도가 없지 않아 보이지만 뭐!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다만…….”

“다만?”

“저희가 분석한 정보에 따르면 국방력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국방력에?”

“네. 며칠 전 한국 정부에서 로비스트를 통해 전투기, 조기 비행기, 순양함, 구축함, 미사일 등에 대한 구매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전시 작전권 환수를 위한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케인 오바마 대통령은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다.

“전시 작전권을?”

“네.”

“흐음……!”

케인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기자 안보 보좌관 역시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좋은 행동이 뭔가?”

“전시 작전권 회수와 함께 대량의 무기 구매를 요청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국방비가 증액될 것이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최선우가 돈 보따리를 열 겁니다.”

CIA 국장 역시 동의하며 나섰다.

“정보원을 동원해 알아본 결과에 의하면 전시 작전권 회수와 국방비 증액을 통해 주한 미군과의 수평적 관계를 원하는 것으로 판단되어집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입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반드시 공조해야 할 국가고요. 전 저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동시에 최선우 내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군.”

CIA 국장과 안보 보좌관의 말에 케인 오바마 대통령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전시 작전권 인수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신자유당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식으로 반대의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후속 기사로 미국이 SOFA 개정안을 포함해 한국에 최신형 전투기와 조기 경보기, 요격용 미사일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는 기사가 떴기 때문이다.

“와아! 대박!”

“이게 레알이야?”

“이제야 비로소 자주국방의 길로 가는구만.”

“대한민국 만세!”

그동안 수직적이었던 한미 군사동맹 관계가 최선우 총리 취임 후, 수평적 전환을 이루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야당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와 같은 시각.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우의 지시로 국내 조선사들에게 잠수함 4척, 구축함 10척, 순양함 8척, 이지스함 2척 그리고 한국형 (경)항공모함 1척이 발주되고 있었다.

“후우~”

파란 하늘, 흰 구름 위로 찬란한 태양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파라솔 아래엔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이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게 좋아?”

“응~~”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비키니.

하얀 피부에 완벽한 몸매를 뽐내고 있는 여성과 모델도 울고 갈 정도의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고 있는 남자.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화보였다.

“선우랑 함께 있어서 더 좋아.”

“훗~!”

대한민국 총리에 취임한 이후, 선우는 설연과 함께 첫 휴가를 왔다.

그동안 너무 바쁜 관계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내심 미안했던 그는 몇 가지 일을 신속하게 끝마치고 하와이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물론 수십 명의 경호원 역시 두 사람을 뒤따랐지만 말이다.

“이제 뭐 할까? 서핑, 스킨 스쿠버, 수상스키, 뭐가 좋아?”

“뭐든지. 네가 하고 싶은 것이면 다 좋아.”

“헤헤헤~~”

귀엽게 혀를 내미는 설연의 모습에 선우는 그간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그럼 서핑하자.”

“서핑?”

“웅~.”

“그래. 하자.”

“이야호~~!!”

그 후로도 두 연인의 행복한 사랑 놀음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때 만난 인연이 어느덧 약관을 넘어 이립에 이르렀지만 너무나도 찬란한 두 사람의 모습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계속 붙어있네.”

“기회가 없어. 아쉽지만…….”

“쳇, 가자.”

호시탐탐 두 사람 중의 한 명이라도 홀로 남기를 엿보던 남녀들이 결국 포기한 채 뒤돌아섰다. 각설하고 두 사람의 하와이 여행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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