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4화
164화 대한민국 총리 최선우
“대한민국을 위하여!”
“위하여!”
선우의 선창에 모두들 잔을 들어 올리며 따라 했다.
국민투표 결과 압도적 차이로 개헌에 성공한 덕분이다.
몇 번의 잔이 오갔지만 다들 기쁨에 취해 단숨에 잔을 비웠다.
“의원내각제라니,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최선우 총리님.”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네. 총리님.”
“그리고…….”
선우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꿔 봅시다.”
이 나라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바꾸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지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포기치 않고 걷다 보면 결국 도착할 것이다.
선우는 대한민국 총리에 오른 직후.
보수, 중도, 진보 인사들과 만나 그들과 끊임없이 교류(마법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새겼고 동시에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양)하는 한편 그의 첫 번째 행보를 시작했다.
하나님도 부러워한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바로 그것이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웅성웅성!!
‘뭐야, 그때 얘기가 진짜였어?’
‘해야 하는 거지. 시늉만 보이다 끝날 수 있어.’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특권을 내려놔!! 말도 안 돼.’
‘에이! 쇼하는 거 아니야?’
기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선우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다수 국민 여러분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겁니다. 그들이 어떤 지위를 누리고 또 어떤 특권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선우는 카메라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느 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염라대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염라대왕이 남자에게 물었죠.”
-(염라대왕) 너는 어디서 무얼 하다가 왔느냐?
“남자가 말했습니다.”
-(국회의원) 저는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하다 왔습니다.
-(염라대왕) 국회의원?!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 …….
-(염라대왕) 그게 그렇게 좋은 직업이라던데, 어디 한번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를 내게 말해 보거라.
“염라대왕의 말에 국회의원은 난처해졌습니다. 그래서 간곡히 거절하였죠.”
-(국회의원) 한국 국회의원의 특권은 200 가지가 넘어 다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염라대왕) 괜찮다. 생각나는 것만이라도 말해보라.
“거듭되는 염라대왕의 재촉에 국회의원은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국회의원) 일단 기본급이 월 600만 원에 입법 활동비가 300만 원입니다. 정근 수당, 명절 휴가비 등이 연 1,400만 원이고 관리 업무 수당이 58만 원이죠. 아! 밥값도 나옵니다. 월 13만 원입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대층 다 합치면 연봉이 약 1억 3,000여만 원이 됩니다.
-(염라대왕) 그게 전부냐?
-(국회의원) 아뇨.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가 별도로 나옵니다. 그리고 항공기 1등석과 KTX, 선박은 전액 무료죠. 전화와 우편 요금으로 월 91만 원이 지원되고 7명의 보좌진 운영비로 대략 연 3억 8천만 원. 역시 모두 국고에서 지급됩니다.
-(염라대왕) 더! 더! 더 말해 보거라.
“염라대왕의 재촉에 남자가 다시 썰을 풀어 놓습니다.”
-(국회의원) 65세부터 사망 시까지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고 가족 수당도 받습니다. 또한 정치 후원금을 1년에 1억 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는 최대 3억까지 모금할 수 있습니다. 참! 국회 의원회관에서 헬스는 물론 병원까지 공짭니다. 물론 가족들 진료도 공짜죠. 국내 유명 골프장에서도 사실상 회원 대웁니다.
-(염라대왕) 오오~~
-(국회의원) 죄 짓고 안 잡혀가는 특권도 있습니다. 이럴 땐 기분이 죽입니다. 게다가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으면 언제라도 불러다 혼쭐 내주는 ‘상시 청문회’를 할 수 있습니다.
-(염라대왕) 허어! 참 이상하구나.
-(국회의원) 뭐가 말입니까?
-(염라대왕)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던데?
-(국회의원) 풉! 대왕님도 참 순진하시네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
“……!!”
“……!!”
선우가 보여준 한 편의 짧은 드라마에 카메라를 돌리던 기자들도,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수많은 국민들도 할 말을 잃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존경받아 마땅할 국회의원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200가지나 되는 특권들이 과연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
선우의 자연스러운 반문에 좌중은 순간 침묵했다.
국회의원이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특권이 있는 줄 몰랐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 땅의 개혁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한 개혁은 분명 실패했습니다. 저는 말로만 개혁을 외치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개혁의 완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이기 때문입니다.”
선우는 강한 음성으로 선언하듯 외쳤다.
“대한민국을 바꿉시다.”
-쿵광쿵광!!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대다수 국민들의 심장이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멈춰진 시간을 다시 흘러가게 하였다.
-짝!
-짝……짝짝……짝짝짝짝!!
-우와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곧 우레와 같은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 * *
“여론은 어떤가?”
“내각책임제에 대한 지지율이 현재 73%에 달하고 있습니다. 총리님의 기자회견 직후 더욱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요. 아무래도 기존 정치계에 대한 불만과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던 특권들이 지적되자 그것에 대한 반발적 심리가 작용되는 것 같습니다.”
민주정의평화당 당원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저희 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방송을 본 국민들 역시 느낀 점이 많았다며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홈페이지에도 격려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좋았어.”
청운의 뜻을 품고 들어온 정계다.
실패와 좌절, 사리사욕에 움직이는 정계를 보고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남아있길 잘한 것 같다.
요즘처럼 신바람이 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뭔가가 바뀔 것 같았다.
민주정의평화당에서 마련한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 축소는 이렇다.
1. 급여는 현행 1억 6천만 원을 유지한다. 하지만 KTX, 선박, 항공기 무료 정책은 전부 폐지한다.
2. 보좌관 직원(7명)은 현행을 유지하지만…….
3.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다.
4. 중범죄 이상의 죄를 지었다면 회기 중에도 체포할 수 있다.
5. 현행 국회의원의 노동 시간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국회의원은 주당 최소 50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한다.
6. …….
7. …….
선우는 각계각층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지만 파격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특권을 줄였다. 하지만 채찍질만 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을 달래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선우는 개인 사비 1조를 출연해 국회의원만을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먼저 만 60세 이상(국회의원을 그만두는 시점)부터 매월 고액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현역 국회의원과 그들의 직계 가족은 <펜 의학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정기 검진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신자유당 당사.
“당신들 대체 뭐 하는 인간들이야!”
이른 아침 무렵 신자유당 당사에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 대표의 명패가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고, 그 앞에는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법안이 통과되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
“…….”
모두들 할 말이 없는지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다.
“반대표 봤지? 우리 측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단 얘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죄, 죄송합니다.”
“그게…….”
“죄송합니다. 대표님.”
죄송하다는 최고 위원들의 말에 당 대표의 답답함이 섞인 고함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그만! 내가 고작 죄송하다는 말 따위를 들으려고 부른 줄 알아?! 앞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山積)해 있어.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의원들 단속 못 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 몇 가지 혜택이 있었지만 그가 판단하기에 적어도 150개 이상의 특권이 축소, 감소 또는 아예 폐지되었다.
그런데도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무기명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신자유당에 구멍이 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구멍이 말이다.
“후. 일단 내부 단속부터 철저히 해주세요. 특히 초선, 재선 의원들 단속에 힘써주세요. 알겠습니까?”
한바탕 쏟아낸 덕인지 의원들을 향한 말투가 바뀌었다.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우리 당의 지지율이 현재 12%까지 떨어졌습니다. 어떻게든 더 이상의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강남 3구와 경상도를 중심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세요. 알겠습니까?”
“네. 대표님.”
“좋습니다. 보좌관들 움직여 세부 계획 제출하시고, 어서어서 움직이세요!”
“옛.”
최고 위원들이 밖으로 나가자 신자유당 대표는 무너지듯 소파에 몸을 던졌다.
예상은 했지만 이건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었다.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삼박자(돈, 명성, 언론)를 모두 가진 최선우의 힘을 말이다.
“젠장! 돌아버리겠군.”
얼굴을 감싸 쥔 손 사이로 나직한 한숨이 삐져나왔다.
이와 같은 시각.
인공으로 만든 피라미드 조형물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던 선우의 눈이 떠졌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한민국을 위해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한다.
그리고 동시에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친일 세력을 응징한다.
일심회!
선우는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우선 집안부터 깔끔하게 청소해야겠지. 후후후~”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오랜만에 시댁과 처가가 함께 모인 저녁 자리다.
“어머니~ 여기 잡채요. 간 좀 봐주세요.”
“오냐~.”
“형님. 갈비찜도 다 됐네요. 남자들 부를까요?”
“그래.”
어머니와 장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의 음성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려오는 밤이었다.
*염라대왕과 국회의원 이야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각색하였음을 밝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