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2화
162화 압승
선우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민주정의평화당>을 창당했고 사비 1조 원을 쾌척했다.
출발점부터 그 스케일이 달랐다.
매스컴에서도 난리다.
인터넷에서는 온통 <민주정의평화당>과 1조 원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네, 의원님. 최선우입니다.”
-오! 최 작가님. 아니! 이제는 최 대표님이라고 불러야 되겠죠. 그래요. 무슨 일이십니까?
“네, 의원님과 한번 만나 뵙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좋습니다. 만납시다.
선우는 국회의원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만남을 가졌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그리고 근래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언급까지 되고 있는 정치인이 만나자고 연락을 하는데, 만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일부 극소수의 의원들이 당의 눈치를 보며 주저했지만 대부분 선우의 요청을 수락했다.
선우는 하루에 적게는 한 명, 많게는 다섯 명까지 국회의원들을 만나 독대했는데, 정신 마법을 통해 그들의 밑바닥까지 훔쳐보았다.
-우우우웅!!
“뇌물을 좀 받았고 사리사욕을 위해 행동했지만 그래도 영혼까지 물이 들지는 않았군.”
누군가는 선우의 개인적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흑마법을 익힌 선우는 누구보다 악에 대해 잘 알았다.
“당신은 마법에서 깨어나는 즉시 지금까지의 일은 다 잊게 된다. 당신은 나와 그저 담소를 나눴을 뿐이다. 하지만 네 영혼에 나에 대한 믿음이 각인될 것이고 내가 원할 때 넌 나의 뜻을 따르게 될 것이다.”
“……네.”
선우의 눈에서 노란색의 사이한 빛이 뻗어 나왔다.
-우우우웅!!
“쯧쯧쯧! 넌 악(惡)이로구나. 어둠에 사로잡혀 이미 그 영혼까지 물이 들었어.”
“……!!”
“넌 앞으로 열흘 후, 새벽 4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나 내연녀 소유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한다.”
“알겠습니다.”
선우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정치에 대해 신념이 확고한 자라면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고 악(惡)에 물들어 악취가 진동하는 자들에겐 자살, 심장마비와 같은 판결을 내려 스스로를 단죄하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넘버를 받은 일심회 회원 7명을 추가로 알아낼 수 있었다.
* * *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불쾌한 감정에 주희경 의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렸을 적부터 감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그녀의 예감은 틀린 적이 별로 없었다.
줄을 잘 섰고 언제나 성공적인 라인을 탔다.
그 덕에 얼마 전, 일심회 넘버도 받게 되었다.
세상에 겁날 것이 없었다.
사는 게 너무 재밌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좋았고 권력을 이용해 개미들을 밟아 죽이는 것도 짜릿했다.
그런데 왜일까?
민주정의평화당을 창당한 최선우 대표와 독대한 후,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좋지 않은 기분은 그 크기를 더욱 키웠다.
지금도 까닭 모를 찜찜함이 그녀를 엄습하고 있었다.
찬물로 샤워해도 이 빌어먹을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젠장!”
그녀는 짜증이 잔뜩 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날 새벽 1시.
침대에 누워있던 주희경 의원이 뭔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핸드백을 열어 약통을 손에 쥐었다.
불법적인 루트로 구한 졸피뎀이다.
-투투투툭!
그녀는 약통을 몇 번 이리저리 흔들더니 입안에 전부 털어 넣었다.
알약의 숫자는 무려 100알에 가까웠다.
몇 달 후.
대한민국에서 대대적인 그리고 전국적인 보궐선거가 시작되었다.
9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지하철 성추행, 뇌물수수, 성매매, 각종 이권 개입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현행범으로 잡힌 것이다. 또한 19명의 국회의원 역시 지난 선거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밝혀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모두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41명의 국회의원이 각각 교통사고, 자살, 심장마비와 같은 사고로 인해 세상을 등졌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총 300석(253석의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47석) 중에서 69석이 사라진 것이다. 누군가는 천벌이 내렸다고 했고 누군가는 나라에 망조(亡兆)가 들었다고 했다.
참고로 앞선 문제와 다르게 41명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까지 나서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었다.
“유수민! 유수민!”
“홍준평! 홍준평!”
“인재인! 인재인!”
“박종석! 박종석!”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보유한 민주정의평화당이다.
심지어 선우가 직접 나서서 민주정의평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와~~”
“최선우! 최선우!! 인재인! 인재인!!”
“사랑해요. 최선우!”
대한민국 불세출의 천재이자 영웅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노벨상을 수상했고 월드컵을 제패했으며 IMF를 극복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자 한국 경제의 기둥,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남자였다.
선우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언론 역시 그의 인기에 편승해 이번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민주정의평화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였고 그들이 여태껏 행해온 정의로운 일들이 자주 노출되었다.
일명 최선우 효과로 인해 민주정의평화당에 대한 지지가 불에 기름을 붓듯 활활 타오르자 다른 당 후보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이건 반칙이 아닙니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연예인들이라도 대거 투입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준비하든 그것은 역부족이었다.
각설하고 보름간의 선거 운동 기간이 지났다.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인재인.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유수민.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홍준평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박종석.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노영준.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현광원
-축! 당선 민주정의평화당 ……조인국.
방송 3사는 이번 보궐선거의 출구 조사를 바탕으로 민주정의평화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는데, 그날 저녁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민주정의평화당 후보 전원이 국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69석, 전원이었다. 더욱이 다음 날 아침 여야 초선과 재선 의원 중에 54명이 민주정의평화당으로 들어왔고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도 6명이나 당적을 옮겼다. 이로써 여당이었던 신자유당의 의석수는 86석, 제1 야당이었던 민국당의 의석수는 81석으로 내려앉게 되었고 민주정의평화당이 129석을 차지함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 제1 야당이 되었다. 참고로 세 당을 제외하면 군소 정당의 3석과 무소속 1석이 있다.
“민주정의평화당이 압승했네.”
“대박!”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와! 이건 모두 최선우 덕이다.”
“진짜 엄청나네.”
민주정의평화당의 압승은 대한민국 정계에 거대한 돌풍을 몰고 왔고 그것은 곧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 * *
“이게 맞아요?”
“맞아.”
“이게 정말 가능한 거예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세상에!!”
공무원들은 본인 스스로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건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그 말엔 나도 동감이야.”
“솔직히 이것도 정확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정치인이 된 이상 국회에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불리는 만큼 엄청난 금액을 예상했었지만 이건 그들의 예상을 훨씬 더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일단 선우가 보유하고 있는 해피 그룹의 주식(20조)에 선우가 100%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펜 의학 연구소>의 가치를 더해보았다.
그랬더니 무려 1,000조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현재 <펜 의학 연구소>의 순수익은 연 10조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생산 시설의 대규모 확충으로 인해 전과 비교해 수십 배의 수익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급증한 것이다. 몇몇 전문가는 1,000조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최소한 1,000조인가?”
“그, 그렇겠죠.”
“…….”
잠시 정적이 가라앉았다.
그들 역시 이런 숫자는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한 명이 다소 망설이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저…… 선배님.”
“왜?”
“더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뭔데?”
“영국계 투자회사 이요. 거긴 계산조차 못 했어요.”
“……!!”
* * *
5서클의 흑마법사가 세상을 지배한다?
판타지 세계였다면 100%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곳에선 9서클의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세상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세계라면 어떠할까?
더욱이 우리의 주인공은 사기(詐欺)라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장점만 가지고 있다. 우선 벽에 똥칠할 정도로 돈이 많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다.
언론까지 등에 업은 우리의 주인공은 부족할 것이 하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
“네. 지금부터는 요즘 장안의 화제인 대한민국 보궐선거에 대한 소식입니다. 김구삼 기자.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놀라셨을 겁니다.”
“민주정의평화당의 압승을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민주정의평화당의 완벽한 압승이었습니다. 더욱이 신자유당과 민국당 의원들이 합류해 최선우 대표가 이끄는 민주정의평화당이 제1당이 되었습니다.”
“하아! 정말 최선우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에 파란을 일으켰네요.”
“맞습니다.”
방송 3사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이번 선거에 대해 평가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정치가 어떻게 변할 건지에 대해 예견했다.
“전체 300석의 의석 중 129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었지만 과반을 넘지 못했기에 다른 당과의 공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매우 놀랍고 동시에 고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정치 애기를 논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급증하였다.
“제가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하다가 재미난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재미난 사실이요?”
“네.”
‘재미난 사실이라!’
진행자는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그 역시 최선우 대표를 추종하는 사람 중의 한 명.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이 듣지 못한 어떤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재빨리 물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재미난 사실이 뭐죠? 굉장히 궁금하네요.”
“네. 그럼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구삼 기자가 준비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게 뭔가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0, 30대 여성의 투표 참여도입니다.”
“20, 30대 여성의 투표 참여도요?”
“네.”
그의 분석 결과는 참으로 재밌었다.
“그러니까 김구삼 기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2~30대 여성들의 투표 참여율이 높지 않았는데,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참여율이 높았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높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3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
진행자의 눈빛에도 놀랍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그것참 대단하네요. 이것 역시 최선우 대표의 효과라고 봐야겠죠?”
“네. 그렇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설명 자체가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항간에는 최선우 대표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의 엄청난 외모 또한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 그래요?”
“네. 그래서 제가 자료 화면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직접 한번 보시죠.”
다음 순간.
화면이 바뀌며 이번 보궐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선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와!!”
“화, 화보가 따로 없네요.”
“……땀 흘리는 모습도 아름다워요.”
“남자가 봐도 엄청나게 멋있네요.”
패널들이 던진 각각의 말에 진행자가 살짝 울상을 지었다.
“그럼 저같이 생긴 얼굴은 마이너스가 되겠네요.”
“하하하하~!”
그의 농담에 스튜디오 안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외모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가진 능력이겠죠. 그러니 낙담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