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61화 (161/187)

◈ 제 161화

161화 아! 대한민국

인류의 수많은 성현과 지성(至聖)과 철인(哲人)은 사랑과 자비와 평등과 자유 그리고 박애를 주장했지만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반목과 전쟁을 통해 냉엄한 생존의 질서를 유지했다.

저 광활한 우주를 보라.

우주의 질서 역시 힘의 논리에 따라 운행되고 있지 않은가?

일례로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별들을 보라.

그들은 중력에 따라 서로 충돌하며 그 힘에 의해 생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한다.

바로 약육강식의 질서이다.

자연의 법칙 역시 이러하다. 물론 인간의 선진 의식이 평화와 자유와 진리와 함께 동반하지만 애석하게도 인류 역사 역시 약육강식의 질서에 따라 흥망성쇠를 이룩했다.

선우가 생각할 때 대한민국은 대단하면서도 참으로 이상하고 어지간히 약해 보이는 나라였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는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북한과의 대치로 인해 군사력 역시 강력한 나라다.

하지만 거대한 항공기가 다른 나라에게 공격을 받아 격추되어도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못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위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존재하고 동쪽에는 일본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한국보다 힘이 강한 강대국들이 바로 주변에 인접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서로 잘났다며 정쟁을 일삼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바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의 이익보다 일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정치인도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일본이 몇 년 전 환율 전쟁에 패해 그 여파로 IMF가 찾아왔지만 일본 역시 성실한 근면성을 바탕으로 얼마 전 IMF를 극복했다.

“휴우……!”

선우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인정했다.

그가 대한민국 정치를 일부러 외면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안 되겠다.

선우는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 정치계를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가능했다.

선우는 먼저 <펜 의학 연구소>의 생산 시설을 순차적이 아닌 동시 다발적으로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비타민P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동시에 해외로의 수출길이 개방될 것이다.

두 번째는 시체들의 기억을 공유해 알아낸 몇몇 인물에 대해 거액의 현상금을 건 것이다. 선우는 굳이 살아있는 목숨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체만 가져와도 흑마법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Hello.”

“What?!!”

“Really?”

“Oh my god~~”

선우가 시체 한 구당 3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전 세계 청부업자들이 군침을 흘렸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 시체를 데리고 오는 것이 몇 배는 쉬웠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면 최상부에 있는 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우는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돈의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보름이 지나지 않아 동남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일에 관련된 이들은 모두 7명.

그들은 모두 사고사로 위장되어 <펜 의학 연구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후, 거액의 현상금이 전 세계 암흑가에 또다시 전달되었다.

이번엔 한 구당 600만 달러다.

그로부터 얼마 후.

몇몇 인물에 대한 선우의 직접적인 심판이 시작되었다.

-우우우웅!!

선우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비친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시작해 볼까?”

마법을 통해 다른 얼굴로 변한 선우가 어둠 속에 몸을 감춘다.

그는 이번 테러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들에게 직접 방문했다.

“넌 어떤 사람이지?”

-우우우웅!!

선우의 눈이 노랗게 변하자 곧 정신을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악인인가 아니면 선인인가?”

선우의 정신 마법에 빠진 이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둔 그들의 죄악에 대해 토설하기 시작했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여자를 탐했습니다.”

“그 사람을 죽였습니다.”

다양한 죄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단죄를 실행하지 않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그렇기에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우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폭행, 사기, 비리, 뇌물 수수, 강간, 살인 교사, 살인 등등.

각각의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그 합이 기준점 이상이면 악(惡)으로 규정해 적절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즉결 심판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탐했습니다. 위로해주는 척 접근해…… 킬킬킬!”

“그래서?”

“그 후 그것을 빌미로 협박을 했습니다. 돈을 빌렸죠. 그런데 얼마 전에 친구 녀석이 알게 되었어요.”

놈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킬킬대며 말을 이어갔다.

“아주 길길이 날뛰더군요. 다행히 언론에 배포하기 전 무마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무마했지?”

“흐흐흐~ 조선족 애들을 보내줬죠. 뭐 지금쯤이면 여편네 만나서 회포(?)를 풀고 있겠네요. 쩝쩝! 고년…… 그렇게 안 봤는데…….”

-퍼억!!

놈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머리통이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성폭행에 살인청부까지!! 그 죄질이 심히 악하다.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소위 말해 죽어도 쌌다.

이런 놈이 국회의원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인천 공항 고속도로에서 4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조정남 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혔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오늘 새벽 백승준 의원이 자택에서…….”

“오늘 낮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불법 안마방을 급습했는데, 현역 국회의원…….”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테러 사건을 주도한 조직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일심회(日心會)?!”

“네.”

“일심회(日心會)에 대해 설명해봐.”

“일심회는 1919년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섯 명의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 선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을사오적?!!’

그가 밝힌 일심회의 회원은 수백 명에 이른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들 중 대부분이 일심회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지며 서로를 도와주다가 점점 더 그들만의 이익과 탐욕과 권력이 주는 욕망에 빠지게 되면 십이지신이라 불리는 수뇌부가 회의를 통해 넘버를 준다고 했다.

“금력 혹은 권력. 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원에게 조직의 이름을 가르쳐 주고 넘버를 줍니다.”

“넘버?”

“네.”

“그럼 넌 몇 번이지?”

“81번입니다. 2년 전에 번호를 받았죠.”

3선 국회의원이 81번이라니, 이 조직! 생각보다 뿌리가 깊은 것 같다.

각설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십이지신이라 불리는 열두 명의 최고 인사가 일심회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십이지신의 정체는?”

“그건 모릅니다. 늘 가면을 쓰고 나와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이죠.”

“모두가 가면을 쓰나?”

“네. 십이지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숫자가 적힌 가면을 착용합니다.”

“……!!”

이와 같은 시각.

이번 테러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일심회 수뇌부가 모처에서 모였다.

그들은 각각 뱀, 쥐, 돼지 형상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이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곤혹스런 빛이 보이고 있었다.

“죽어요?”

“네.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음!!”

한두 명은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나라로 떠난 조직원들이 비슷한 기간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면 그것은 우연일 수 없다.

“혹시……?”

“설마!!”

뱀 형상의 가면을 쓴 자가 부하에게 물었다.

“최선우는? 특별한 행동이 없었나?”

“예. 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이고 있다고?! 무슨 보고가 그렇지?”

“……테러 사건 이후, 경호원의 숫자가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음!!”

“하지만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확신에 찬 수하의 보고에 이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조직 내부에 정보 유출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뱀 형상 가면을 쓴 남자의 노안에 희미한 살기가 어렸다.

안개 속의 퍼즐이 맞춰지듯이 착착 정리가 된다.

하지만 확신은 금물이다.

아직까지 확률은 반반이었다.

“내부 단속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애석하지만 저 역시 동감합니다.”

이들은 내부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어디에서 정보가 샜는지, 서로가 서로를 철저하게 검증했다.

하지만 그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의심만 가중되었다.

조사를 시작한 직후.

마치 거짓말처럼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한 가지 뉴스가 대한민국 정계를 강타했다.

선우가 정계에 입문한다는 기사였다.

-[속보. 최선우 정치 참여 선언.]

-[최선우 작가, 신당 창립 준비.]

“작가님, 기사가 사실입니까?”

“정계에 입문하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 말씀 해주십시오.”

기자들이 몰려와 질문을 던졌다.

“네, 모두 사실입니다.”

-찰칵! 찰칵!!

“신당을 창당하신다고 들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창당 준비 위원이 누구입니까?”

“일각에서는 박강현 전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말이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 답변해 주십시오.”

“나중에요. 나중에 정식으로 답변하겠습니다.”

“작가님!”

“작가님~ 한 마디만 더 해주십시오.”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지만 선우는 대답을 아끼며 자리를 피했다.

한편 선우가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자 박강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의식이 있는 재야(在野) 인사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기사를 읽은 수많은 국민들 역시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불세출의 지성, 세계 최고의 부자라 불리는 그의 정계 입문 소식에 격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라면 다를 거야.

-그라면 바꿀 거야.

-그라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거야.

-그라면…….

사람들의 부푼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선우와 관련된 일화들이 이따금씩 언론에 소개되었다.

“너 그거 알아?”

“뭐?”

“작년 해피 그룹 가족의 날에 최선우가 메이랜드를 무려 3박 4일 동안 통째로 빌려 회사 직원과 그 가족들이 놀 수 있게 했대.”

“진짜?”

“응.”

“대박!!”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게 회삿돈이 아닌 개인 사비였대.”

“……헐!!”

한마디로 격이 다른 클라스였다.

한편 정치 참여를 선언한 선우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보수, 중도,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명망 있는 인사들이 그를 찾았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교수님.”

“하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우는 신속함과 관찰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저들의 면면을 살폈다.

특히 선우를 도와 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이들로 점찍은 인사들과는 일대일 독대를 통해 그들의 내면까지 살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선우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아웃(out)되기도 했다.

겉으로만 정직한 척했지 도적놈이 따로 없었다.

한편 검증에 통과한 이들은 선우가 준비한 배에 정식으로 초대되어 탑승하게 되었다. 참고로 선우는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 있는 인사들을 중점적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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