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60화 (160/187)

◈ 제 160화

160화 흑화(黑華)

“뭐라고요?”

“펜 의학 연구소에 심어 놓은 연구원에게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박강현 전 대통령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현지 의료진들조차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깨어났다는 겁니까?”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의식을 회복했고 몸 상태도 정상적이라고 합니다.”

“……!!”

좋은 소식이 분명하지만 누군가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그가 깨어났다면 가만히 있을까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일단 만나보시는 게 어떨까요? 박강현 전 대통령이라면 정치적 타협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흐음!”

신자유당은 이번 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퇴임 후, DB 정권과 함께 얼마나 그를 쥐 잡듯 몰아세웠는가?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DB 정권이 무너졌고 이번 정권은 무능했다.

신자유당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일단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수순이겠죠.”

“이대박 전 대통령께도 연락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이죠. 우리 당에 친이(親李) 계파가 여전히 그 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같이 해결점을 찾아야죠.”

신자유당의 홍성진 대표가 수화기를 들었다.

뒤이어 신자유당의 원내 대표 역시 수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각자 박강현 전 대통령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이 사실은 칩거 중에 있던 이대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

이대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구겨졌다.

“젠장! 그가 깨어났다니 이게 말이 돼?”

정치적 보복을 떠올린 것이다.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수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작가님이 단순히 권력이나 탐하는 사람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아! 정말 끈질기시군요.”

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님이 정치판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니, 백고초려(百顧草廬)라도 하겠습니다.”

박강현 전 대통령의 말에 선우가 급히 손사래를 쳤다.

“백고초려라뇨, 말도 안 됩니다.”

“그러니 받아들여 주세요. 저 역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갔지만 필요하시면 최선을 다해 작가님을 돕겠습니다.”

“……!!”

“여야를 떠나서 새로운 정치,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 주십시오.”

예상치 못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박강현 전 대통령의 말에 선우 역시 흔들렸다. 그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정치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둑놈인데,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덜 도둑질하는 놈이 정치를 하게 되고 국민의 관심이 정치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정말 큰 도둑놈 나타나 나라를 망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 국민적 영웅(?)으로 취급받고 있는 선우가 정치판에 나선다면 엄청난 관심과 함께 대한민국 정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며칠 후.

경호팀들이 탄 차가 앞뒤로 위치하고, 그 중심에 선우와 박강현 전 대통령을 태운 리무진이 따랐다. 차는 신호를 받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서 잠시 대기하였는데, 잠시 후 신호가 바뀌자 앞 차들이 다시 진행을 시작했다.

선우와 그의 가족들이 탄 차가 사거리의 가운데쯤으로 접어들 때였다.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트럭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 어!!”

너무나 돌발적인 상황이었으므로 운전기사가 어찌해 볼 틈도 없이, 그대로 들이받히고야 말았다.

-과앙!!

“악!”

“아악!”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황이 없는 중에 창밖을 살피던 선우의 표정이 확하고 일그러졌다.

사내들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테러다.’

머리 꼭대기로 피가 확 쏠리는 아찔한 느낌이 몰려들었다.

선우가 소리쳤다.

“엎드리세요!”

선우는 박강현 전 대통령의 머리를 눌러 바닥으로 엎드리게 하고, 자신도 몸을 최대한도로 숙였다. 그러고는 즉시 실드 마법을 펼쳤다.

“탕! 탕탕탕!!”

총성이 난무한다.

“으악!”

“물러서지 마. 엄호해.”

“악!”

경호원들의 고성과 비명에 선우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맹렬하게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살기(殺氣)가 일었다.

‘실프.’

[네, 마스터.]

‘놈들을 죽여.’

[……알겠습니다. 마스터.]

선우의 마음속에 사람의 존엄성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의(殺意)만 존재했을 뿐이다.

‘바람의 칼날. 윈드 커터.’

정령과 마법이 만나 공간을 가로지른다.

-서걱!

바람이 움직일 때마다 무엇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억눌린 비명 소리가 새어 나왔다.

“컥!”

“큭!!”

붉은빛의 혈선이 나타나는 순간.

놈들의 얼굴이 몸통과 분리되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인을 잃은 몸뚱이는 몇 번 버둥거렸지만 곧 움직임을 멈추고 축 늘어져 버렸다.

-서걱! 서걱! 서걱!!

조금 전만 하더라도 총질을 하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떠올리고 있던 놈들은 흉측한 몰골로 변해 있었다. 그러자 승기를 잡은 경호원들이 테러범을 빠르게 제압하기 시작했다.

문득 선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작가님…… 쿨럭!”

“대통령님!”

박강현 전 대통령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부……탁을…….”

가쁘게 숨을 헐떡이는 가운데 그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선우는 알 수 있었다.

박강현 전 대통령의 의식은 점차 혼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다량의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의식을 잃기 직전 어렴풋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박강현 전 대통령은 완전히 의식의 끈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을까?

박강현 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다.

정신은 이상하게 맑았다.

하지만 그의 신체 일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병실의 문이 열리며 박강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박강현이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보자, 반색을 하면서도 슬픈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여보! 깨어나셨군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아버지!”

“내가 어떻게 된 거요?”

“……기억나지 않으세요? 당신은 총에 맞았어요. 이만하길 천만다행입니다.”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서서 말한다.

그러나 시선을 마주치며 말하지는 못했다.

“최선우 작가는?”

“그는 무사해요.”

“……다행이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살았으면 된 거지.”

박강현 전 대통령은 가족들을 한 번 바라본 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이러한 태도에 그의 부인은 일순 섭섭한 감정을 느꼈지만 곧 훌훌 털어 버렸다.

이와 같은 시각.

몇몇 사람들이 모처에 모여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검찰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합니다.”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 겁니까? 아예 전쟁을 하지 그랬어요?”

“……일을 벌였으면 성공이라도 했어야지!!”

모두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뒤탈은 없겠지요?”

“네. 우리와 연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제가 이상한 얘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요?”

“국과수 검시관에게 들었는데, 범인들 모두가 목이 잘린 상태로 발견되었다고요.”

“모, 목이 잘려요?”

“네. 뭔가 날카로운 도검류에 의해 잘린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상한 건 현장에서 그런 게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

“……!!”

-경찰청.

“신원 조회 결과는 나왔어?”

“네. 팀장님.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전부 연고가 없는 부랑자와 실종자들입니다.”

“부랑자, 실종자?!”

“네. 그리고 조선족도 끼어 있습니다.”

“……!!”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났다.

“CCTV는 살펴봤나? 차량을 이용했으니 공범이 있을 텐데.”

“네. 모두 조회해 봤습니다. 조사해 봤고요. 그런데 이미 튀었습니다. 한국에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에 없다고?”

“있어 봤자 잔챙이들이겠죠. 차주와 사업자 대표 등은 어제 새벽 홍콩을 경유해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런 젠장!!”

조직적인 움직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 거대한 조직이 이번 테러 사건을 진두지휘한 느낌이었다.

* * *

“시체들이 왔다고?”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선우의 음성에 왓슨이 순간 흠칫했다.

그러나 곧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지금 펜 의학 연구소 지하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연고가 없는 부랑자였던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쪽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국과수의 조사도 끝났고 말이다.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고?”

“……네, 아직.”

“흐흐흐!”

문득 선우가 나지막하게 웃음을 토해냈다.

그 웃음소리는 묘하게 소름을 돋게 하는 데가 있어, 왓슨의 오금을 자극하기까지 했다.

“수고했네.”

“…….”

“잠시 혼자 있고 싶군.”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대한민국 전 대통령과 자신의 목숨을 노린 사건이다.

게다가 놈들은 총기류를 사용했다.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아주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대범하기까지 했다. 혼자 남은 선우가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

“죽은 자는 말을 못 하지만 나는 다르지.”

선우는 목이 잘린 시체들을 훑어보며 괴소(怪笑)를 지었다.

그러고는 어둠의 마력을 남김없이 뽑아 올렸다.

“망자는 내 부름에 응답하라. 콜 언데드!”

선우의 마법 완드에서 기괴한 빛이 일어나자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빛줄기가 삽시간에 시신들을 덮어버렸다.

잠시 후 놀랍게도 시체들이 세차게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좀비와도 비슷해 보였다.

“되었군.”

선우는 눈을 빛냈다.

이 정도면 그의 목적을 이루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역시 하수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 위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

-우우우웅!!

선우의 눈에 어둠의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생성되자 좀비처럼 변한 시체들의 눈 역시 그와 똑같은 형태로 어둠에 잠겼다.

“……!”

“……!!”

“……!”

그들이 누구와 만났고 무엇을 들었으며 어떻게 일을 진행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꽤나 고급스런 정보를 얻게 되었다.

-구로카와 히로시.

이것은 저 녀석의 본래 이름이다.

부랑자의 신분증으로 정체를 숨겼지만 놈은 일본 특수부대 출신으로 대인전, 특수전, 시가전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이였다.

“……X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무표정하게 기억을 공유하던 선우의 얼굴이 시리도록 싸늘해졌다.

납치, 협박, 살해!

이들의 다음 목표는 선우의 가족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 현장에서 저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았다면 이들은 다음 계획을 실행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해피 그룹과 투자회사 그리고 <펜 의학 연구소>에 마수(魔手)를 뻗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들어가라.”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은 선우가 좀비처럼 변한 시체들을 향해 손짓하자 모두 실타래가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털썩. 털썩.

선우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시체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한 번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심판을 한 번 받았지만 그게 끝이면 서운하겠지? 또 한 번의 심판을 내려주마. 파이어(Fire).”

-화아아악.

갑자기 맹렬한 화염이 솟구쳐 그들을 덮쳤다.

시체들은 불꽃이 피어오르기 무섭게 활활 타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