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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56화 (156/187)

◈ 제 156화

156화 강남 아줌마와 그녀의 딸

2010년 어느 날,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한 대의 고급 승용차가 청와대로 들어간다.

“오셨습니까?”

청와대 정창용 비서관은 그녀를 잘 알고 있는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래요. 정 비서관, 정 비서관도 잘 있었죠?”

“네. 대표님.”

“언니는?”

“집무실에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그래요.”

그녀는 청와대 지리에 익숙한 듯, 서슴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언니~”

“명순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박은혜 대통령은 여인을 보자마자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언니~ 이건 아니지.”

“그래?”

“응. 국가적인 행사인데,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쓰자.”

“좋은 사람 있어?”

“당연하지. 내가 그것도 알아보지 않고 왔을까 봐~~”

“역시 명순이 네가 최고다.”

“호호호호~ 언니는~~!!”

도대체 저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명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 여인은 박은혜 대통령과 함께 시시콜콜한 대화부터 국가의 1급 기밀에 이르기까지 공유하고 있었다.

“근데 언니. 언니는 최선우 작가, 봤어?”

“봤지.”

“걔, 어때?”

“사가지가 없어. 아주 뻣뻣해.”

“에이~~ 세계 최고의 부자잖아. 천재고!”

“…….”

“그 정도 교만은 인정해줘야 해. 안 그래?”

최명순은 돌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우리 소라 짝으로 딱인데~~”

“소라 짝으로?”

“응.”

“최선우 결혼했잖아.”

박은혜는 최명순의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고, 언니. 나도 알지. 설연이랑 했잖아.”

“그런데?”

“언니! 최선우는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야. 최고의 부자고! 그런 사람이 연예인 따위와 오래가겠어?”

“…….”

최명순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언니가 자리 한번 만들어봐. 우리 소라랑 엮어 보자.”

“소라랑?”

“그래. 언니~ 언니도 알잖아. 우리 소라, 배꽃대 다니는 여자야.”

최명순은 입에 침까지 튀겨 가며 딸 자랑을 했다.

“옛날부터 영웅은 삼처사첩을 거느린다고 했어. 게다가 요즘은 이혼도 자랑이야. 안 그래, 언니?”

“그렇지~~”

그녀는 신이 난 표정으로 박은혜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브로.”

“그러게.”

“오랜만이야. 선우야.”

“그래. 석아. 너도 진짜 오랜만이다.”

세 남자는 술잔을 부딪치며 고급 양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술집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세 남자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 사람 안동혁이지?”

“정말?”

“우와! 최원석도 있어.”

동혁과 원석을 알아본 모양이다.

“두 사람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썼네. 근데 분위기 죽인다. 왠지 엄청나게 멋질 것 같은데?”

여자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선우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거기, 오빠.”

“나?”

“그래. 선글라스 낀 오빠. 오빠 몇 살이야?”

“…….”

뭐라고 해야 할까?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뭔가 참 당돌하다.

“29살.”

“오~ 나보다 8살 많네. 궁합도 안 본다는 8살!”

“……!”

언제부터 8살 차이가 궁합도 안 보는 나이가 됐지?

순간 어이가 없어 하마터면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여기 앉아도 되지?”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행동이 꽤나 눈에 거슬린다.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두 오빠는 뭐 하는 오빠들인지 내가 아는데, 오빤 뭐 하는 사람이야? 오빠도 연예인이야?”

“……아니.”

“하긴 연예인이었으면 내가 알았겠지. 그럼 직업이 뭐야?”

“그냥 이것저것 해.”

“오호! 이것저것~~!!”

여자는 웨이터를 불렀다.

“야, 웨이터.”

‘야. 웨이터?’

선우의 얼굴에 불쾌하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원석과 동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 여기 세팅 다시 해. 술은 돔 페리뇽으로 깔고.”

“……네.”

순간 웨이터의 눈빛이 움찔했지만 그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야!!”

“네?”

“너 방금 전 그 표정 뭐야? 어이가 없네.”

“죄, 죄송합니다.”

“야! 어린년이 돔 페리뇽 깔라고 하니까 왜, 배알이 꼴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더 이상 못 들어 주겠다.

선우가 나서서 그녀를 제지했다.

“너 버릇이 없구나.”

선우의 말에 그녀가 눈썹을 찡그리며 반문했다.

“뭐라고?”

“못 들었어? 버릇이 없다고! 그리고 그게 대체 뭔 말이야? 능력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고? 사가지가 없네. 말하는 본새하고는!!”

선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얼굴이 팍 찌그러졌다.

아니 안색이 표독스럽게 일그러졌다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이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못 들었니?”

“하아! X발!”

“X발?”

“그래, X발! 생긴 게 맘에 들어 귀여워해주려고 했는데, 남자 새끼가 완전 루저(loser)에 입이 걸레네.”

그녀는 험악한 말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출입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

“헐!!”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선우는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까지 없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다.

출입구로 향하던 그녀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방향을 바꿔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기 경찰서죠? 신고를 하려고요.”

“……?!!”

“제가 조금 전에 성폭행을 당할 뻔했어요. 지금 화장실에 숨어 있는데 여기 주소가…….”

여자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다.

바로 선우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다.

만약 선우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녀에게 집중하지 않았다면 저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지이익!!

경찰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제 손으로 자신의 옷까지 찢는 모습이 사악하기까지 했다.

“호호호~ 너희들은 이제 새 된 거야. 안 그래도 무료한 참이었는데 모처럼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네.”

“……쩝!”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진실과 상관없이 이번 일이 알려지게 되면 분명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고 자신을 비롯해 두 친구들 역시 꽤나 곤란해지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사악한 년.”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선우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향하는 동시에 슬그머니 마나를 끌어모았다.

한편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화장실 불이 꺼지자 당황했다.

“아! 뭐야?”

그러나 곧 불이 다시 커졌다.

그리고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만한 끔찍한 귀신이 그녀의 등 뒤에 나타나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악!”

그녀는 혼비백산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력한 마법의 효과로 5분이 되지 않아 그녀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피를 뒤집어 쓴 괴물이 그녀를 덮쳤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망칠 수 없어 결국 눈을 까뒤집은 채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로부터 약 10분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여기 사장님이 누구죠?”

“접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신고를 받아서 출동했습니다.”

“신고요?”

“네.”

경관은 사장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에이! 성폭행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보세요. 여긴 오픈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긴 한데 저희는 일단 신고가 들어와서…….”

선배 경관으로 보이는 경관이 말했다.

“김 순경, 신고자에게 전화 좀 걸어봐.”

“네, 선배님.”

-때르릉, 때르르릉!

어디선가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어디지?”

“저쪽이요. 여자 화장실 같은데요?”

“……!”

그러고 보니 화장실에 숨어있다고 한 것 같다.

“이봐요. 안에 계십니까?”

“…….”

“셋을 센 후에 들어가겠습니다. 하나, 둘, 셋!”

다음 순간,

두 명의 경찰관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웁!”

“……이런!!”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인이 있다.

그런데 여인의 주변으로 오바이트를 한 흔적이 넘쳐났다.

“아우, X발! 이게 대체 무슨 냄새야?!!”

뒤이어 들어온 가게 사장이 코를 쥐어 잡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

“…….”

대꾸하지 않았지만 경관들 역시 사장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술을 마실 수 있다. 많이 마실 수 있다.

그러다 술에 취하면 오바이트도 할 수 있다.

그래!! 한 번 더 양보해서 소변까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옷을 입은 채로 똥을 싸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웩!!”

가게 사장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박 순경, 신분 조회부터 해봐.”

“네, 선배님.”

잠시 후,

박문천 순경이 여인의 이름을 얘기했다.

“여기 학생증이 있네요. 최소라, 19세. 배꽃여대 1학년. 주소는…….”

* * *

며칠 후,

청와대 춘추관은 한 남자의 등장으로 삽시간에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검은색 슈트 차림으로 나타난 최선우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와! 최선우 작가다.”

“정말 같은 남자지만 진짜 잘생겼다.”

선우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악수를 청하며 때론 사인이나 기념 사진을 요청했다.

“곧 대통령님이 나오실 겁니다. 모두 지정된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테이블 위에 오늘 만찬에 초대된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선우는 비서관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보통 이런 자리에 초대를 받으면 선우는 10대 그룹 총수들과 한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최소라, 최명순?”

선우의 좌우로 생소한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선우의 오른쪽 좌석에 한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자리했다.

“안녕하세요. 최선우 작가님. 전 최명순이라고 해요.”

“네, 안녕하세요.”

“평소에 작가님 작품을 자주 읽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네요.”

“감사합니다.”

“아~ 참! 저는 강남에서 임대업을 조그맣게 하고 있답니다.”

“임대업이요?”

“네~”

임대업자가 청와대 만찬에 초대를 받았다?

의문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에 대한 답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청와대 비서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통령님이 어렸을 때부터 친자매처럼 지낸 분이십니다. 그리고 조그만 임대업이라 말씀하셨지만 대기업 수준의 자금을 움직이는 여성 사업가시죠. 참! 여사님. 요새 스포츠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아~~ 네. 맞아요.”

“그렇군요.”

왠지 욕심이 많아 보이는 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선우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이후 볼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또각또각!

이때, 선우의 귓가에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소라야.”

“엄마~~”

한 여인이 탁자로 다가왔다.

“인사드려라. 최선우 작가님이셔.”

“어머머~ 작가님. 반가워요. 최소라라고 해요.”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선우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바로 며칠 전 술집에서 마주친 여인이 아닌가?

짙은 화장으로 가렸지만 눈 밑이 퀭한 것이 아직 충격의 여파가 모두 가시지 않은 것 같다.

“호호호호~ 이 아이가 제 딸이랍니다. 배꽃여대 다니는~~”

“아잉~ 엄마는 배꽃여대 다니는 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그리고 가식적인 아양을 보일 때마다 마치 눈과 귀가 더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작가님의 왕팬이거든요. 그래서 이모에게 졸랐어요.”

“이모요?”

“네. 아!! 박은혜 대통령님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모라고 불렀어요. 아무튼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

“……!”

왜 이런 식으로 자리가 배치되었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참 찝찝하고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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