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4화
154화 카리브톡과 엘라인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 박은혜.]
-[최초의 부녀 대통령.]
-[독재자의 딸, 경제 부흥을 외치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국회의원 박은혜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대국민 담화가 이어졌다.
“첫째는 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만회하는 경제의 부흥이요, 둘째는 이 나라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입니다. 셋째는 제2의 새마을 운동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넷째는 국민 일인당 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어 복지 사회를 건설하겠습니다. 다섯째는 통일을 대비한 시대로…….”
선우 역시 인터넷을 통해 박은혜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결국 박은혜가 대통령이 됐네.”
“예상했어?”
그럴 줄 알았다는 선우의 말에 설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아버지의 후광이 크잖아. 더욱이 DB 정권의 힘까지 모두 흡수했고! 야당은 준비가 미흡했어.”
“하긴~~”
DB의 갑작스런 하야에 집권 여당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박은혜를 내세우며 결속했지만 야당은 달랐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힘을 합쳐도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선거판에서 일어난 야당의 분열은 박빙의 승부를 예견했던 전문가들의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결국 박은혜 대통령의 압승으로 귀결되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 기대가 커.”
“…….”
“비록 지지하는 당은 다르지만 그래도 왠지 일을 잘할 것 같아. 선우는 어떻게 생각해?”
“어? 어……. 난…… 음…….”
고리타분한 정치 얘길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선우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참!! 이것부터 받아.”
“응? 이게 뭐야?”
“선물.”
“선물?”
다소 큰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이다.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다.
“어서 풀어봐!”
선우의 말에 설연이 조심스럽게 상자의 포장을 풀자 그 안에서 나온 것은 18.96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였다.
“핑크 레거시, 분홍빛 유산?!!”
“맞아.”
“꺄아악~~!!”
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크리스트 경매장을 찾았다가 설연 몰래 경매에 입찰해 570억을 주고 낙찰받았다. 선우는 비명까지 지르며 좋아하는 설연의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보석의 힘에 정치 얘기가 안드로메다를 향해 날아갔다.
‘역시~~!’
글도 많이 썼겠다, 미래 사업에 대한 방향도 정했겠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온 것 같다.
“선우야~ 나 어때?”
“크흡!!”
하얀 셔츠 안에 반짝이는 핑크 레거시.
가슴과 가슴 사이에 보일락 말락…….
남자의 심장을 울렁이게 만드는 기술적인 포즈다.
“선우야, 문 닫아.”
“지금?”
“응. 지금.”
“지금 낮인데?”
“낮이면 어때? 내가 뜨거운 밤으로 만들면 되지. 어때?”
“후후후~ 나야 좋지.”
지중해의 마지막 밤은 왠지 평소보다 뜨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한국에 도착한 선우는 대규모 투자를 실행에 옮겼다.
바로 카리브톡과 엘라인에 대한 투자다.
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용 무료 통화 및 메신저 응용 프로그램으로 향후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사업이었다.
“네, 대표님. 최선우입니다.”
-…….
“한번 뵙죠. 내일 시간이 어떻습니까?”
-…….
선우는 먼저 그가 알고 있는 미래 지식을 이용해 카리브톡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마음의 합병을 추진했다.
선우가 마음의 대주주였기 때문에 카리브톡과의 합병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마음, 카리브톡과 전격 합병.
-투자 전문회사 , 마음카리브에 10억 달러 투자 결정.
-주)마음카리브,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진출 선언.
그로부터 며칠 후,
국내 1위의 포털 사이트인 세이버의 윤수혁 대표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카리브톡과 엘라인의 동반 성장…….’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모두가 최선우 덕분이었다.
‘10억 달러를 투자받는다면, 마음카리브와 동반자 관계로 서로 협력한다면 그의 말처럼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함과 동시에 석권할 수 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최선우가 가지고 있는 재력이라면 마음카리브는 물론 세이버 역시 M&A를 통해 적대적 합병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란 말인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의 방침이 사실인 것 같았다.
“자넨 그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해?”
윤수혁 대표가 이해찬 공동 대표에게 물었다.
“가능성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해.”
“만약 우리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마음카리브가 혼자 다 해먹겠지.”
이해찬 공동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최선우가 가진 재력과 영향력이라면 그는 마음카리브를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작업 역시 시작할 거야. 한국 시장은 말할 것도 없지.”
“……!!”
친구이자 동업자인 이해찬 대표의 말에 윤수혁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최선우의 언변에 엘라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의 말대로 한국 땅이 좁게 느껴졌고 세계를 상대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 좋아. 받아들이자고!”
“오케이!”
윤수혁 대표는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두 사람은 선우의 제안에 따라 마음카리브 대표단과 함께 진중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선우는 그 자리에서 두 회사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게임은 어떻습니까?”
“네, 카리브톡과 엘라인의 플랫폼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겁니다.”
“고글 플레이어와 겹치겠네요.”
“경쟁이 아닌 상생을 목표로 해야죠.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겁니다.”
선우의 설명이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실체화될수록 사람들의 눈동자 역시 커졌다.
개발자 출신 임원들은 선우의 말을 이해했지만 경영인 출신 임원들은 일순 머리가 복잡해졌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다.
“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동작이 어떻게 구현된다고요?”
“아~ 네. 이게 어떻게 동작하는 거냐면 말이죠.”
카리브톡을 바탕으로 내비게이션과 연계한 카리브맵.
카리브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카리브쇼핑, 카리브뉴스, 카리브배달까지…….
선우는 막힘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 다양성에 경악하다시피 놀랐고 그날 오후 3시, 카리브톡과 엘라인 프로그램 개발진들이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가, 가능합니다.”
설명을 들은 개발진의 대답이다.
“대신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대신…….”
개발진들은 뭔가에 홀린 표정으로 회의실에서 빠져 나왔다.
“천재라더니……. 대체 모르는 게 뭐야?”
“와…… 진짜 대박이다.”
“거기에 JAVA를 넣자고?”
사람들은 저마다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음은 디자인 팀이다.
“10대, 20대 그리고 3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처럼 귀여운 캐릭터로 승부하는 거죠.”
수십, 아니 수백 장에 달하는 주요 캐릭터와 그들의 다양한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웅성웅성!
시작은 귀엽고 재미난 캐릭터다.
하지만 곧이어 연계될 초록피아와 바블사의 협력 아래, 미국, 유럽, 일본과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엄청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캐릭터들은 후에 옷, 화장품, 식품, 장난감 등 모든 것에 적용될 겁니다. 물론 만화나 영화로도 제작되고요.”
“……!!”
“……!!”
“과거 우리들이 미키 생쥐와 헬로 고양이에 열광했던 것처럼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게 될 겁니다. 더불어 엄청난 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할 것이고요.”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그날 저녁 8시,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대화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두 회사의 향후 목표와 비전에 대한 회의였다.
“두 회사 모두 한국을 중심으로 시작합니다. 대신…….”
선우는 카리브톡이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는 미래를 이야기했고 엘라인 역시 한국을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에는 IT 강국과 선진국이 즐비하기 때문에 향후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겠지만 그렇기에 첨병 역할을 하는 카리브톡에 한국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
한국에서 수익을 거둬 미국과 유럽에 공격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엘라인 역시 선우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해 의견이 있었다.
“중국 시장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중국이요?”
“네, 아시다시피 중국은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까지 중국 시장에 대한 언급이 없으셔서요.”
김한경 대표의 말에 모두들 궁금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하지만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후에 중국 국가 주석에 오르는 시짐핑의 행보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요. 맞습니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죠. 아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무서운 독을 품고 있는 시장입니다.”
“도, 독이요?”
“네. 그렇습니다.”
선우의 대답이 이어졌다.
“앞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겁니다. 해외 자본에 대한 배척, 자본 유출에 대한 편파적 심사 그리고 검열, 정보 차단 등의 각종 제재와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 역시 커질 겁니다.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은 중국의 성장에 제동을 걸 것이고 그로 인해 중국은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그러므로 저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 제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음!”
“……그런!!”
“서, 설마!!”
“……!!”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말에 사람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중 몇몇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선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논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었겠지만 바로 그가 얘기했기에 모두들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세기의 천재, 투자의 귀신,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가 아닌가?
“여담이지만 혹시 중국에 투자하셨다면 지금부터 서서히 발을 빼시는 게 좋을 겁니다.”
“…….”
그로부터 얼마 후,
선우는 마음카리브, 세이버의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회의장을 나섰고 다음 날 저녁 언론에 세이버에 대한 기사가 떴다.
-투자 전문회사 , 마음카리브에 이어 엘라인에도 10억 달러 투자.
-엘라인, 일본과 동남아 시장 진출 선언.
-마음카리브, 세이버 엘라인 그리고 .
미래는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선우의 또 다른 행보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