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51화 (151/187)

◈ 제 151화

151화 짝퉁의 나라

선우는 자신의 계획이 살짝 틀어졌음을 느꼈다.

“탄핵이 아닌 하야로 가는 건가?”

역시 밥그릇 챙기기에 최고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세상이 재밌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니,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야당에는 강력한 대권 주자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선우는 2014년의 세상을 살다 차원 이동을 통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갔고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땐 수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왔다

그의 기억 속에 DB 이후 정권을 잡는 것은 선거의 여왕이었고 지금 상황을 보면 그녀가 다음 정권을 잡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물밑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법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모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다.

피해액이 엄청났지만 계약을 파기할 방법은 없었다.

모두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계약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대박 대통령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하는 것으로 논의를 끝냈다.

물론 이대박 대통령은 자신이 하야할 수 없다고 버텼으나 날로 거세지는 언론의 공세와 광화문 시위에 친형인 이부득 의원의 간곡한(?) 설득이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청와대.

“하야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이……. 말 좀 해봐요. 형님.”

친형의 야속한 말에 동생은 할 말을 잃었다.

“미, 미안하다. 하지만 너도 봤잖아. 이 자료들이 공개되면 우리 둘 다 모두 죽는 거야.”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올라왔는데!!”

“미안하다. 동생아. 형이 정말 미안해.”

“…….”

이대박 대통령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도대체 누가?!! 이것은 내부, 즉 그의 최측근에서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와 같은 정보를 누가 유출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청와대에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카메라와 수첩을 손에 들고 이대박 대통령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대통령이 경호원, 비서진과 함께 등장한다.

그는 자리에 모여 있는 내외신 기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단상 위에 올랐다. 이 순간 전 국민이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대박 대통령은 물 한 모금을 통해 입술을 적신 후, 준비한 연설문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중략)…… 모두 저의 부덕함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 기본을 놓쳤습니다. 이제 저는 국민 여러분들이 주신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여야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내려놓고 국회로 돌아오시고 국민 여러분들 역시 일상으로 돌아오십시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음 순간,

이대박 대통령의 하야 소식이 전 세계에 긴급 타전됐다.

또한 내외신 기자들의 폭풍과 같은 질문 세례가 이어졌지만 대통령은 조용히 단상에서 내려와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하야를 두고 용기 있는 결단이며 책임지는 자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의 하야와 함께 4대 강 사업은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고 자원 외교 사업 역시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신속한 매각이 결정되었다.

-[4대 강 사업 전면 취소]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공사가 끝난 일부 보와 댐 역시 철저한 타당성 검사를 통해 잔류되거나 해체되는 수순을 밟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날 저녁,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에서 대통령의 하야 소식과 함께 4대 강, 자원 외교에 관련된 뉴스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 중 일부는 인근 술집에 모여 축배를 들었고 또 다른 일부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번 하야 사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언론사들 역시 각자의 관점(보수, 중도, 진보)에서 논평을 냈는데 공통점은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한 만큼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의 강도는 매우 약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선우가 자원 외교의 폐해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될 광산과 유전을 매입한 것이다.

이미 헐값이 된 광산과 유전을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입한 결정에 대한민국 정부는 약 30조에 이르는 손실을 15조 내외로 줄일 수 있었고 이 같은 소식에 국민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지만 말이다.

“멋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역시 최선우.”

“진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

“왜?”

“아직 30살도 안 됐잖아.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어려.”

“야! 나이로 정치하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맞아. 게다가 그는 천재잖아.”

“하긴……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르지.”

“좀?”

“아니, 많이~~”

여야를 막론하고 최선우를 끌어오기에 혈안이 되었다.

범국민적인 엄청난 인기를 가진 그가 자신들의 당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곧 있을 대통령 선거에도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 분명했다.

-최선우가 뭐가 아쉬워 정치를 하냐?

↳그러게.

↳돈, 명예, 예쁜 와이프까지 다 가졌음.

↳정치는 시궁창.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옳소.

↳하지만 궁금하긴 함.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에는 어리지 않나?

↳YS는 20대에 국회의원.

↳우리나라 최연소 기록.

↳헐! 그럼 최선우 가능!!

-대한민국이 낳은 천재 중의 천재다. 난 무조건 환영.

↳이 참에 대통령으로?

↳찬성1

↳찬성2

↳찬성3

과거에도 선우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대표가 직접 찾아와 입당을 권유했지만 거절한 것이다.

선우는 아예 잠시(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국을 떠나 있기로 결정했다.

마침 노벨 위원회에서 그의 두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기도 했고 말이다.

“미국에 들렀다가 영국 밟고 그러면 얼추 시간이 맞겠군.”

선우는 설연과 함께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각,

중국 전역을 뒤흔드는 커다란 사건이 발생했다.

지린성 창춘시에 위치한 식품 업체 창성 식품에서 비타민P를 불법 제조해 판매했기 때문이다.

짝퉁의 나라, 불법 복제품의 나라라 불리는 중국이었지만 이 업체가 제조한 가짜 비타민P에서 사람의 신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공업용 멜라민이 검출돼 큰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멜라민이 검출된 비타민P로 인해 신장 질환이 발생한 환자는 무려 15만 3,000명이었는데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다.

-[가짜 비타민P.]

-[멜라민 비타민P로 인해 약 3,000명 사망.]

-[피해자 더 증가할 듯.]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업체 관계자들을 모두 사형, 무기징역 등의 중형에 처하며 대처했지만 여전히 소규모 식품 회사에서 제조한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P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가짜 비타민P가 해외로 수출됐다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적발돼 중국 정부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국의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펜 의학 연구소>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비타민P의 수는 100만 개.

대한민국에서 통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80만 개를 제외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분량은 하루 20만 개, 한 달에 600만 개다.

보따리 장사치들에 의해 중국으로 수입되고 있는 분량은 하루 기준 2~3만 개에 불과하다.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비타민P!

대륙의 부호들에게 비타민P의 가치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중국 정부는 <펜 의학 연구소>에 비타민P에 대한 공식 수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펜 의학 연구소>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수출할 물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 정부에 괜한 트집을 잡았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 제한에 이어 한류 문화 규제와 콘텐츠 차단 그리고 통상 압박을 해온 것이다.

먼저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진 것만으로 명동이 한산해졌다.

또한 관광 도시라 불리는 제주도가 가장 피해가 컸다.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지만 이들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선우가 제주도와 협력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국제적인(중국을 벗어난) 관광 도시로 만들기 위해 연간 10조 원씩, 총 100조를 투자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제주도지사가 직접 실무진을 이끌고 선우가 머물고 있는 뉴욕까지 날아왔다.

며칠 전,

선우는 뉴욕에서 제주도의 도지사와 만나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제주 공항을 크게 확장한다.

2. 동남아시아 저가 항공의 노선을 유치한다. 특히 방콕과 쿠알라룸푸르 노선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유럽과 아랍인들은 한국으로의 직접적인 이동이 힘들다.

오랜 비행시간도 문제지만 바로 시차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주도보단 동남아시아로 휴가나 여행을 오는 서양인, 아랍인들이 많다.

선우는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반드시 저가 항공 노선이 있어야 했다.

3. 할랄 인증 식당을 확충한다.

그로써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한다. 이는 말레이시아를 위한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를…….”

선우의 입술을 통해 그의 마지막 요구가 세상에 드러났다.

4. 중국인 무비자 제도를 폐지한다.

“무비자를 폐지하자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도지사님.”

선우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려면 한 나라에 의존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관광객의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죠.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존재는 피하려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프리미엄이 되기도 하죠. 제가 말한 4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조 원의 투자를 약속드리죠.”

“……!!”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조 원의 거액을 제주도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선우의 말에 제주도의 도지사는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며칠 후,

-쾅!

한 남자가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뭐?! 무비자 폐지?!! 이것들이 감히 우리 중국을 물로 봐!!!”

남자는 제주도 소재, 중국 영사관의 친다오 영사였다.

그가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것은 언론을 통해 제주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폐지되었다는 소식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게 누군데? 감히 누구에게…….”

이때,

영사관 직원이 급히 들어왔다.

“친다오 영사님.”

“무슨 일인가?”

“이, 이것 좀 보십시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한 장의 신문이었는데, 신문 1면에 이런 제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

-[투자 전문기업 , 향후 10년 동안 제주도에 매년 10조 원 투자 계획 발표.]

-[총 100조 원의 사업.]

기사를 확인한 친다오 영사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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