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50화 (150/187)

◈ 제 150화

150화 무너진 자원 외교 그리고 하야(下野)

“최선우를 당장 불러들이자고.”

“아니에요. 형님.”

“응?”

아니라는 말에 이부득 의원이 깜짝 놀라 그의 친동생을 쳐다봤다.

“왜?”

“불러도 오지 않을 거예요.”

“네가 부르는데 오지 않을 거라고? 감히 이 나라의 대통령이 부르는데 말이야?”

“네.”

“……왜?”

이대박 대통령의 말에 이부득 의원이 차갑게 굳어진 표정으로 반문했다.

“얼마 전에 불러다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감정싸움만 했어요.”

“…….”

“겁을 좀 줬더니 아예 해피 그룹 전체를 미국으로 옮겨버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가진 힘을 총동원해 한국 경제와 인연을 끊겠다고 했어요.”

이대박 대통령의 말에 이부득 의원이 깜짝 놀랐다.

그 역시 경제에 몸을 담았던 이력이 있는 의원이다. 만약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해피 그룹이 외국으로 이전하고 마저 움직인다면 한국 경제는 파탄이 날지도 몰랐다.

“내가 한번 만나 봐야겠군.”

“형님이요?”

“그래.”

“…….”

이대박 대통령의 얼굴이 편치 않다.

“그를 설득하기는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가? 잘 설득해 보겠네.”

몇 시간 후,

이부득 의원이 선우를 찾았다.

“이부득 의원이?”

“네, 작가님을 뵙고 싶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후후후, 당연히 만나야지.”

선우는 스르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부득 의원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져 있었다.

닳고 닳은 노회한 정치인이 이처럼 놀란다는 것은 지금 그의 예상을 송두리째 뒤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선우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곧 그의 눈에서 광채가 급격히 일어났다.

그것은 뭔가 사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이부득 의원에게 샛노란 빛이 폭사되었다.

“허억!!”

짤막한 신음과 함께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이부득 의원의 정신을 휘어잡았다.

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네.”

“……그렇게 된 겁니다.”

이부득 의원을 쳐다보던 선우의 눈에 만족했다는 빛이 서려 있었다.

선우가 펼친 정신계 마법에 이부득 의원이 심중에 꽁꽁 숨겨 놓았던 비밀을 죄다 토설했다.

불과 30분 만에 말이다.

“FAS가 그의 것이라고? 과연 그런 것이었군. 이런 쥐새끼 같으니!”

선우의 입꼬리가 살며시 말려 올라갔다.

그의 앞에는 이부득 의원이 마치 죽은 듯 늘어져 있었다. 사실은 깊은 잠에 빠져 들었지만 말이다.

“조만간 쓸 일이 있겠지. 후후후~”

선우는 오늘 알게 된 사실들을 잠시 숨겨 놓기로 했다.

그리고 이부득 의원의 기억을 조작해 자신과 3~40여 분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음 날,

오전 언론에서 또다시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한국 광물 공사 거액의 손실.

-광물 공사 손실액 추정 9,000억+α

한국 광물 공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일부 손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9,000억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3시,

의 비공식적(?) 요청에 BBM사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한국 광물 공사와 DB 정권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대박 대통령은 모르고 있었지만 BBM사의 대주주 중의 하나가 바로 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광물 공사에서 총 1조 15억을 투자했지만 현재 112억의 가치가 인정되어 9,903억 원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공사가 떠안은 BBM사의 부채 약 7억 달러(약 7,516억 원)가 있었습니다. BBM사에서 보낸 공문에 따르면 이 2개 사의 손실을 합치면 한국 광물 공사의 손실은 총 1조 7,419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조은지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조은지 기자!”

“네, 조은지 기자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 광물 공사에 나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중부 발전의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프로젝트: 148억 원 손실

↳헐! 대박.

↳기사가 사실이었네.

-한국 가스 공사 미국 세일 가스로 인해 6,415억 손실 예상.

↳6,415억?

↳이거 레알?!!

↳이게 자원 외교라고? 나라 말아먹는 게?!!

↳악! 피 같은 내 돈.

-GLNG 프로젝트에 투자 8,040억 원의 손실 예상.

↳미친 새끼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모두 잡아들여 콩밥을 먹이자.

-한국 석유 공사의 사비야 페루 인수: 1,660억~3,100억 원 손실.

↳……!!

↳할 말이 없다. X발 새끼들!

DB 정부는 대한민국의 자원 외교가 전략 지역인 중남미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었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이 원유를 생산할 수 없는 광구를 거액을 들여 인수해놓고 마치 원유를 확보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사실상 대국민 사기를 저지른 것이었다.

-[법과 절차를 무시한 계약, KBM 방송]

-[정부가 나서서 불법을 자행, MB빚, PVN 방송]

-[광화문 촛불 시위]

여기에 4대 강 사업마저 일명 ‘녹조 라테’라고 불리는 수질 악화와 보의 내구성 부족, 건설 비리 등과 같은 총체적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마침내 침몰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광화문 시위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수천 명, 주말이면 수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나와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여보, 우리도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애들은 어떻게 하고요?”

“……같이 나가면 어때?”

“시위 현장에 같이 나가자고요?”

“촛불을 들고 나가는 평화 시위야. 요즘 TV 보니까 가족 단위도 많이 보이더라고.”

“음, 그럴까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잘못이 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대놓고 나서서 DB의 치적이라 홍보한 덕에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었다.

이와 같은 시각,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한민족당 당사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와대가 아무 답을 하지 않는데,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인과응보죠.”

“인과응보요?”

“자기가 직접 나서서 언론에 떠들고 다녔잖아요. 그러니까 저렇게 아무 말도 못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국민들도 저렇게 시위를 하는 거고요.”

모두들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침몰하는 배에 계속 계실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침몰이라니요,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저번 주말 광화문에 몇 명이 모였는지 아십니까?”

“……!!”

“고작 몇 명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한두 푼도 아니고 지금 밝혀진 것만 수십조입니다. 수십조!”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

“…….”

모두가 마땅한 대책이 없어 침묵하고 있을 때,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침몰할 배라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침몰시켜야죠.”

“네?”

“뭘 그리 놀라세요? 그래야 우리가 살고 우리 당이 사는 겁니다. 기왕 이렇게 말이 나온 김에 3당 원내 대표와의 긴급 회동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물론 비밀리에 말이죠. 어떠십니까, 당대표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집권 여당 당대표의 자택에 소포가 배달되었다.

“응?”

[FAS는 누구의 것인가?]

[이부득 의원, 이대박 대통령의 비리.]

양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굉장히 구체적인 자료들이다.

이부득, 이대박 형제의 비밀 장부, 계좌 내역과 특이 변동 사항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어, 어……?!!”

집권 여당의 당대표는 경악했다.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아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서둘러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는 몇몇 사람들과 모처에서 은밀한 회동을 가졌다.

방 안에 뽀얀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뭔가를 논의했는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 출신의 대한민국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DB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오전부터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봐, 지금 뭐 하는 거야?”

“영장입니다. 같이 가시죠.”

“이 손 놔. 이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압니다. 조 차관님.”

장차관을 포함한 정부 요직 인사는 물론이요, 친이계로 분류되는 몇몇 국회의원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을 소환한 거야? 지금?”

“……죄송합니다. 의원님.”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니들 옷 벗고 싶지?”

서슬 퍼런 협박(?)에도 조사관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것부터 읽어 보시고 말씀하시죠.”

“…….”

두 눈에 독이 바짝 오른 채, 이부득 의원이 서류 뭉치를 들었다.

잠시 후, 서류를 넘기는 그의 손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꿀꺽!

현역 의원이자 대통령의 친형인 그는 조사관이 넘긴 서류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멍한 시선으로 동작을 멈췄다.

“끝까지 읽어보시죠. 제가 먼저 읽어봤는데 상당히 재밌더군요. 불법, 뇌물, 폭행, 협박에 4대 강 사업과 자원 외교에도 깊숙이 관여하셨네요. 응?! 성상납도 받으셨어요? 허허! 이건 뭐 불법 종합 선물 세트네요.”

“……!!”

“게다가 이 엄청난 금액의 비자금은 뭡니까? FAS는 또 뭐고요?”

-덜덜덜덜!!

조세 피난처에 숨겨 놓은 비밀 계좌 내역까지 싹 다 나와 있었다.

대체 누가, 그리고 언제!!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모은 것일까?

이부득 의원은 조사관이 내민 완벽한 증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묵비권을 행사할 뿐이다.

그러자 누군가가 조용히 들어왔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다.

“의원님.”

“대, 대표님.”

이부득 의원을 바라보는 당대표의 얼굴에 냉랭한 기운만 보였다.

“그…… 그게 사실인가?”

이부득 의원의 목소리는 몹시도 떨렸다.

마치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듯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었다.

탈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증거가 너무나 명백했기에 도망갈 여지가 없었고 손쓸 시간도 없었다.

누가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 몰라도 너무나 완벽했다.–

이부득 의원은 머리를 손으로 싸맨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의원님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의원님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감방에 들어가시는 겁니다. 고령이시라 아마 죽을 때까지 감방에 계셔야 할 것 같지만요.”

“……두…… 두 번째 방법은 뭔가?”

“간단합니다. 의원님께서 꼬리가 되시면 됩니다.”

“꼬리?”

“청와대에 계신 분이 진정한 머리가 아닙니까?”

당대표는 비릿한 미소를 보였다.

“대통령께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신다면 모든 게 무마될지도 모르죠.”

“음!!”

그 순간,

이부득 의원의 뇌리에 하야(下野)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명예로운 퇴진만이 우리 당에서 다음 정권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돼야 의원님도 살 수 있는 거고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