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6화
146화 설계(3)
왕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일반 사람들은 물론 셀럽들이라도 한번쯤 꿈꿔 보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다.
특히 허영심 가득한 사람, 4가지가 부족한 망나니, 쥐꼬리만 한 부모의 권력이나 재산을 믿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들과 신데렐라를 꿈꾸며 날아온 여자들이 산유국 왕자님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우리도 나가서 춤출까요?”
미모의 여인은 칼라프가 내민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랍인이면 어떤가! 그는 수백 어쩌면 수천억 이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은근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칼라프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치마를 벗을 기세였다.
-쾅쾅쾅쾅!!!
지축을 울리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화려한 조명.
원초적 본능이 발산되는 공간 그리고 쾌락에 젖어있는 사람들.
아랍인으로 변신한 선우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아 움직였다.
잠시 후,
선우를 중심으로 괴이한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죄악(고통, 공포, 나태, 증오, 질투, 탐욕, 환희)을 품은 환상 마법이다.
-우우우웅!!
질투와 탐욕 그리고 증오가 차례대로 클럽 엑셀에 강림했다.
“어, 어?!”
“흐음~~!!”
“좋아. 기분 최고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감정이 클럽 전체로 뻗어나갔다.
“야! 쟨 내 여자야.”
“미친놈. 얜 아까부터 나와 있었거든. 저리 꺼져.”
-우당탕탕!
남자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탁자 위로 엎어졌다.
“X신 새끼. 여자 앞이라 폼 좀 잡아 보시겠다는 거야? 큭큭큭!”
그리고 다음 순간,
이곳저곳에서 온갖 욕설이 난무하며 싸움질이 시작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쾌락에 취한 이들이 여자를 강제로 범했고 마약을 뿌렸다.
클럽 내부는 폭력과 광기로 점철되어 갔다.
“후후후~”
오직 이러한 상황을 만든 당사자만이 묘한 미소를 보이며 유유히 사라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의 제보를 받은 한 떼의 기자들이 클럽에 도착했다.
“오 마이 갓!!!”
“이, 이게 뭐야?”
목불인견(目不忍見).
클럽 내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특종이다.”
“어서 찍어.”
-팍!
-파팍! 파파팍!!!!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5분 뒤,
강남 경찰서 소속 경관들이 클럽 엑셀에 도착했다.
-[강남 한복판 클럽 엑셀, 폭행, 그리고 XX.]
-[소돔과 고모라.]
-[경찰청 고위 인사의 말에 따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TV를 켜면 이와 같은 뉴스가 흘러나온다.
4대 일간지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기사화를 막을 수 없었다.
“……경찰보다 기자들이 빨랐습니다.”
비서실장의 이 같은 보고에 박재일 대표의 인상이 확하고 일그러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여론을 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터진 악재 중의 악재였다.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클럽 엑셀, 언론사 사주의 자녀 포함.]
-[주선 일보, 유림 일보…….]
“막을 순 없었나?”
“가장 빨리 도착한 기자들이 모두 이번에 창간된 언론사들이었습니다.”
“……!!”
물 타기를 시도하였고 연예인 관련 스캔들을 터트렸지만 생각보다 파급 효과가 적었다. 마치 양파처럼 클럽 엑셀과 관련된 사건 파일(동영상 포함)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여배우 A양 성폭행 충격.]
-[금수만도 못 한 동료 연예인.]
-[음료수에 최음제를…….]
4대 일간지의 주가가 또다시 폭락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몇 달 전에 비교하면 30%에 불과했다.
한편 선우는 아무도 모르게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는 서울 남부 지방법원으로 갔다.
“이렇게 좋은 구경을 놓칠 수 없지.”
그가 남부 지방법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사 인사와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다수의 기존 4대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잠시 후,
수갑을 찬 이들이 호송 차량에서 내려 포토 라인에 섰다.
저들 대부분이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제들이었는데, 그중 4대 언론사 사주의 자제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과 초췌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알잖아. 적당히 사진 몇 장 찍고 와.’
‘최대한 불쌍해 보이는 사진을 카메라에 담는 거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사진발이 잘 받거든.’
이번 기자회견은 의례적인, 그저 성난 국민들을 달래는 용도일 뿐이다.
이미 변호사를 통해 저들은 기자들의 예상 질문과 그에 따른 답변을 준비했다.
“왜 이런 일을 하신 겁니까?”
“……죄송합니다.”
“지금 반성하고 계시다는 겁니까?”
“……호기심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습니다.”
“심신미약이요? 지금 그걸 변명하시는 겁니까?”
“……변명이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진실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선우는 이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친히 강림하신 게 아닌가?
“후후후, 이제 시작해 볼까?”
수식을 완성한 선우가 슬며시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어둠의 장막이여, 진실의 거울이여, 여기 마나의 주인이 명하노니 너는 진실만을 말할지어다.”
-우우우우웅!!!!
다음 순간,
어둠의 기운이 일어나 저들을 덮쳤다.
“……배고픈데 계속 대답해야 하나?”
“X발, 이건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포토 라인에서 한 줄로 길게 서있던 이들이 마음 속 불만을 입 밖으로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웅성웅성!!
기자들의 얼굴에 언뜻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고 그때서야 저들 역시 자신들의 실언을 깨달았다. 하지만 선우의 마법은 지금부터였다.
“X발년들, 좋다며 괴성을 지를 땐 언제고 이렇게 뒤통수를 쳐!!”
“우리 꼰대가 이번 일 때문에 날 해외로 보낸다고 하던데, 어쩌지?”
“합의금을 노리고 그런 거야. 죽일 년들 같으니!”
이들은 심중에 머물고 있던 진실을 토해냈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유쾌하진 않군.”
그러던 사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번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시작은 내가 했지만…….”
“나중엔 걔가 더 달려들었다고 쩝!! 암튼 조 변호사가 의사랑 다 얘기했다고 하니까, 심신미약으로 몰고 가면…….”
“그리곤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을 연기하면 되겠지?”
어이가 없어 하던 사람들은 곧 분노했다.
아니! 저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눈빛마저 보이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변호사가 서둘러 달려들었다.
“카메라 치우세요.”
조금 전까지 질서가 유지되었던 회견장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저 유림 일보 기자 새끼, 싸가지 없네.”
“야, 이 새끼야. 너 나 몰라? 우리 아빠가 니네 사주야. 너 이름이 뭐니?”
“기레기 새끼들.”
“칵, 퉤~!”
저들의 행동에 기자들은 아연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입술을 꾹 눌렀다.
그것은 마치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못 참겠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한편 변호사를 통해 이와 같은 일을 전해 들은 사주들이 대경실색했다.
“막아. 당장 막으라고!”
“죄, 죄송하지만 이미…….”
그렇다.
그 자리에는 4대 언론사만 있던 것이 아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뉴스를 통해 남부 지방법원 포토 라인에서 벌어진 일을 시청한 국민들 역시 이처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할 말을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정말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이없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가요?
-화면부터 보시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이들을 풍자한 개그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하였다.
* * *
“도와주십시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접니다. 행장님.”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회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요.”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언제 끝나십니까?”
-확언을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해외 출장을 가셨습니다.
-지금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분노가 보이지 않습니까?
-같이 죽자는 건가요?
보이지 않는 의 힘이 재계(財界)를 움직였다면 눈앞에 보이는 국민들의 분노가 여론을 움직였다. 거액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금융권 역시 선우의 눈치를 보며 나서지 않았고 정치권 역시 이들을 외면했다. 얼마 동안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이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그들이 해외에 은닉해 놓은 비자금이나 사재(私財)를 꺼내들지 않는 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아니, 세상에 이러는 법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습니까?”
“훌륭한 자식 덕분이겠지요.”
“뭐요? 최 의원. 지금 날 놀리는 겁니까?”
남자의 반문에 최 의원은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쏘아붙였다.
“이건 대통령 각하의 지시입니다. 뉴스도 안 보십니까? 그 기자회견 덕에 지금 세상이 발칵 뒤집혔어요. 이 정도로 끝내는 것도 다행인 줄 아세요.”
“……난 이대로 포기 못 합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재수 없으면 먼저 가실 수가 있다는 것도 명심하세요.”
“지금 날 협박하는 거요?”
“협박이라뇨, 경고하는 겁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4대 언론사 사주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첫 번째 조건을 수락하겠소.”
“……여기 미국 채권이오.”
“우리는 두 번째 조건을 수용하겠소. 여기 위임장이오.”
“주식을 넘기겠소.”
미디어 법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두 개의 일간지는 사재를 탈탈 털어 2억 불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른 두 개의 언론사는 주가 하락, 경영 악화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결국 백기 투항을 선언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 전량을 에 넘기고야 말았다.
선우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두 개의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부장급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에 착수하는 동시에 곧 다가올 미디어 법 개정과 함께 탄생하게 될 종합 편성 채널에 대비하였다.
그리고 그해 여름,
미디어 법이 개정되며 대기업과 언론사가 케이블 방송을 이용, 종합 편성 채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고 4대 언론사를 흡수한 선우는 해피 그룹과 연계해 [HTBC], [TVP], [PBN]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중 [HTBC]와 [TVP]는 지상파 방송사와 맞먹는 종합 편성 채널이었고 [PBN]은 뉴스만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이었다.
여담이지만 중정 일보와 주선 일보는 각각 종합편성채널인 [JBS]와 [TV 주선]을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