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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44화 (144/187)

◈ 제 144화

144화 설계(1)

“모두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임을 소집하고 박재일 대표가 가볍게 입을 뗐다.

“이미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긴장된 톤으로 각 언론사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박재일 대표의 발언에 세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최선우, 그 작자가 감히!!”

이들 중 한 명은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참지 못해 욕설을 내뱉기도 하였다.

“미친 새끼!!”

일전에 이대박 대통령의 중재로 국내 소송 문제가 일단락되어 내심 미국 쪽 소송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을 보리라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기자들이 빠져나간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구체적인 자금 규모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가진 재력이라면 분명 엄청난 자금이 사용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자자! 진정하십시오. 그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알아보셨나요?”

박재일 대표의 말에 이들은 소란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권우용 주필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은퇴한 피종환 국장도 그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피종환 국장이요?”

“네.”

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이름들이 흘러나왔고 이중에는 베테랑 기자들의 이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도선필, 오기환, 박무찬, 조현, 이정명, 소기준…….”

며칠 전,

보수와 중도 그리고 진보 성향을 가진 세 개의 언론사가 창립을 선언했는데, 문제는 이들 뒤에 최선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흥! 구색은 갖췄지만 그래봤자 세 개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개라면 모르겠지만 저들만으로 세 개의 언론사를 꾸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볼 일이 아닙니다.”

“왜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중소 규모의 언론사 수십 개를 흡수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요?”

윤병수 회장의 반문에 박재일 대표가 이를 갈며 대답했다.

“돈이 많지 않습니까? 이번에 아주 제대로 돈질을 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네! 베테랑 기자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죠. 이건 단시일에 준비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카고 로펌 일도 그렇고 우리를 겨냥한 거죠.”

“지난번에 이대박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저들이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우리를 안심하게 만든 거겠죠. 미국 소송은 절대 취하하지 않을 겁니다.”

“크음!!!”

“이, 이런 젠장!”

그야말로 설상가상, 진퇴양난이다.

언론사의 돈줄이라 할 수 있는 광고가 80%나 끊겼고 소속 기자들 역시 이탈하였다. 더욱이 시카고 로펌과의 1차 공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작금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진검 승부를 벌일 모양이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저들 신생 언론사들의 대두(擡頭)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청와대 접견실.

늦은 시각,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승용차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연이어 청와대에 들어왔다.

“사주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리로 가지.”

이대박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함께 접견실로 향했다.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통령님.”

“오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박재일 대표를 필두로 거대 언론사의 사주들이 이대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벼운 인사와 답례 인사가 교차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접견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뭘요. 나랏일을 하자는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박 대표는 잘 지내죠?”

“네, 신경 써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사람을 보자고 하셨습니까?”

“도와주십시오.”

“도와달라고……요?”

“네. 대통령님.”

“…….”

이대박 대통령은 숨죽이고 있는 저들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도와달라고요?”

“네. 대통령님.”

“그렇습니다. 도와주십시오.”

“…….”

그는 언론사 사주들이 자신을 찾은 이유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려야 하나요?”

대통령의 반문에 언론사 사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쟁하듯 입을 열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짧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기자들이 대거 이탈했습니다. 우리 언론사 기자들을 뺏어서 신생 언론사를 만든 겁니다.”

“언론사의 주 수입원인 기업 광고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입니다.”

“미국 쪽 소송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주들의 말이 이어질수록 접견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사주들의 발언에 이대박 대통령이 반문했다.

“그래서요?”

“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쟁은 당연한 겁니다. 이 정도 공격에 흔들리다니 실망입니다. 더욱이 미디어 법 개정을 앞두고 이게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저…….”

“그, 그게…….”

“……읍!”

“4대 언론사라는 이름이 우습군요.”

이대박 대통령의 우습다는 말에 그들은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은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어려운 부탁을 하러 왔다는 것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누구인가?

이대박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들이 아닌가?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듯, 거센 충격이 그들을 강타했다.

“또한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미국 쪽 소송은 최선우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과 관련된 소송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미 청와대의 권력을 사용해 중재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최선우는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모두 취하해 주었다.

물론 국내 소송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런 건 당사자들이 나서서 해결해야죠. 쯧쯧쯧!”

이대박 대통령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 표면적인 이유다.

압력을 넣고 중재를 하려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는 나설 수 없었다.

-이건 한국의 일이 아니라 우리 미국의 일이오. 그러니 상관하지 마세요.

그것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제44대 대통령에 오른 케인 오바마의 또렷한 음성이었다.

“……!!”

“……!!”

각설하고 급격하게 냉랭해진 분위기를 감지한 선민 일보의 윤종현 회장이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이대박 정권은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정권이다.

이 말은 즉 저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였다.

“하, 하긴……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미국 일까지 나서시기는 곤란하실 거라고 말이죠.”

“그래요. 윤 회장이 잘 아네요.”

“네. 대통령님.”

윤종현 회장을 포함한 4대 언론사 사주들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낭패감이 역력했지만 이들을 그것을 내보이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 깊은 곳에 이대박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숨겨 놓았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네,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

접견을 마친 사주들이 청와대를 나섰다.

“박 대표, 어찌 생각하십니까? 뜬금이 없네요.”

“저도요. 개인적으로 곤혹스런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미국 쪽 소송이 가장 시급합니다. 따로 움직이지 말고 각 언론사 법무 팀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일들은 상황을 봐 가며 판단해 봅시다.”

“좋습니다.”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다음 날.

각 언론사의 법무 팀에 비상이 걸렸다.

“야! 왜 모의재판 결과 안 올려?”

“10분이요. 10분만 기다려 주세요.”

“미국 로펌은 연결됐어?”

“네. 로이스 변호사라고 이쪽 일의 전문가입니다. 지금 로비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좋아.”

4대 언론사 법무 팀이 한 곳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이번 소송에 대비했다.

“로이스 변호사님.”

“네?”

“증거가 너무 명백해서요. 이번 소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 재판에 질 겁니다.”

“……!!”

로이스 변호사의 대답에 팽팽히 당겨지는 긴장감이 몰아쳤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합의로 가는 겁니다.”

“저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요?”

“그럼 재판으로 가야죠. 대신 최대한 배상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번 재판에 대비하세요. 알겠습니까?”

“네. 로이스 변호사님.”

“알겠습니다.”

* * *

-시카고 법정.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훼손하고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본 법정은 유죄를 선언합니다.”

판사의 말에 두 진영의 분위기가 확연히 구분됐다.

한쪽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다른 한쪽의 표정은 퍽이나 침통했다.

-웅성웅성!!!

“정숙! 정숙해 주십시오.”

아직 판사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배상액 판정이 남은 것이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판사의 입이 열렸다.

“원고는 피고에게…….”

그리고 이와 동시에 환호성과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와아~~!!”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말도 안 돼.”

“……항소하면 됩니다.”

“맙소사!!”

배상액 규모는 총 4억 3,000만 달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악질적이고 편파적이며 확인되지 않은 거짓을 사실인 양 날조해 발표했던 4대 언론사가 총 4억 달러를 배상하도록 하였고, 이 같은 기사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방송 3사에 2,000만 달러 그 외 13개 중소 언론사에 1,00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다.

이는 시카고 로펌이 요구한 10억 달러의 배상액의 43%가 인정된 것이었다.

4억 3,000만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5,000억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5,000억 배상 판결.

⤷와! 미친.

⤷이거 실화냐?

-시카고 법정의 판결

⤷역시 천조국 클라스.

⤷최선우 좋겠다.

⤷왜요?

⤷최선우가 영국계 투자기업 의 오너(owner)잖아요.

⤷헐?!!

⤷대박.

한편 이 같은 소식이 기자들에게 전해지자마자 대한민국 금융 1번지인 여의도가 요동쳤다. 배상액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앞으로 5,000억을 배상하게 될 4대 언론사들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재판에 패소한 이들은 부랴부랴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이며 도움을 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재판을 진행하면 배상액이 더 커질지 모르니 서둘러 인정하고 하루 속히 돈을 지불하라고 재촉하였다.

다음 달까지 지불하지 않으면 그 후 법정 이자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에 연루된 국내 언론사 주가 폭락.

⤷망했다.

⤷나라도 판다. 이러다 망하겠네.

뉴스마다 온통 이번 판결에 관한 얘기뿐이다.

단 이번 일에 직접 연루된 언론사들은 이에 관련된 그 어떤 기사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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