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1화
141화 기부왕 최선우
-태리 포터의 작가 10억 달러 기부.
-이태리 작가의 기부.
-노벨상 수상의 최선우 작가.
선우의 10억 달러 기부 소식은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기부의 주체가 최선우라는 사실이 더욱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우가 현재 시카고에 머물고 있어서 시카고 리뷰지와 인터뷰를 했다.
-(시카고 리뷰)이태리 작가가 생각하는 선행이란?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드러내지 않는 것.]
사람들은 선우를 향해 존경할 만한 가치를 지닌 진정한 부자라며 이 같은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를 폄하하고 모욕했던 대한민국 언론사들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 역시 짤막하게 알렸다.
물론 청와대는 이번 일과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선우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띠리리리!
“응?”
익숙한 번호다.
“장훈이 형이네.”
선우가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선우야! 형이야.
“네, 장훈이 형! 잘 지내셨죠?”
-너 땜에 잘 못 지냈다.
“네?”
-너 때문에 잘 못 지냈다고~~
큰 소리를 냈지만 장난기가 다분하다.
-넌 어떻게 된 게 기부를 1조 원이나 하냐? 네 덕에 형이 오늘부터 기부 천사라는 이름도 버렸잖아.
“윽! 죄송해요. 형님.”
-야! 큭큭! 농담이야.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형이 오히려 고맙다. 너 같은 멋진 동생이 있어서 말이야.
“아니에요. 모두 형님에게 배운 겁니다.”
-아우! 자식. 말도 멋지게 하네.
장훈은 본론을 이야기했다.
-선우야. 형이 연말에 독도 콘서트를 하려고 하는데, 너도 꼭 참여해줬으면 좋겠어서 전화했어. 어때?
“저야 좋죠. 초대해 주시면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오케이!
한편 해외 언론을 통해 선우의 기부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의 동료 작가들과 수많은 팬들이 그리고 그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연예인들 역시 기부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태리 작가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수앤 K 롤링 1,000만 파운드 기부.
그는 존경할 만한 친구입니다. -톰 제라즈 1,000만 달러 기부.
정말 놀라운 사람이죠. -마크…… 기부.
그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빌…… 1,000만 달러 기부.
전 100불 기부합니다. -시애틀의 애니.
적게는 100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 불까지 각자의 사정에 맞춰진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해외는 물론 국내 4대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이 같은 소식을 경쟁적으로 1면에 올리며 선우의 이름을 높여 주었다. 어쩌면 그와의 화해를 원하는 간절한 손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판은 여전히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네. 개인적으로 의원님을 존경합니다.”
여당 중진 의원의 연락이다.
“제가 아직 정치를 잘 몰라서요. 죄송합니다.”
곧이어 야당의 원내 대표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네. 장인어른과 조만간 한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선우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렇지만 선우는 이들의 제안을 모두 고사(固辭)했다.
-아니! 우리 당에 들어오시라고요. 전폭적인 지지를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분위기를 모르고 까불거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선우의 간곡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과 자신의 당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비례대표 1번을 드리죠.
“죄송하지만 잘 안 들리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가……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작가님! 최선우 작가님!!
* * *
“Ready, action.”
존 파웰의 목소리가 시작되자 로다주는 긴장감을 가지고 연기에 집중했다.
-과과과과광!!
폭탄이 터지고 몸을 날리는 장면이었다.
-타타타다! 타타타다!!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아이언 슈트를 입은 로다주가 번개같이 몸을 회전시켜 기둥 뒤로 날아갔다.
그는 몸을 쫙 펼쳐 최대한 강하고, 멋진 액션을 선보였다.
“……!!”
“……!!!”
“Cut!”
감독의 외침에 촬영장에는 고요한 적막감이 흘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스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Wonderful.”
“Wow-!!”
-짝짝, 짝짝짝짝!!!
“Oh, my God.”
“Holy shit~~!!”
“Unbelievable.”
처음에만 해도 왜 그가 아이언 휴먼에 캐스팅되었는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어느 누구도 그가 아이언 휴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했다.
“헤이, 선우!”
“하이. 로버트. 컨디션은 어때?”
“좋아. 아주 최고야.”
촬영이 끝나자마자 로버트는 발바닥에 불이 나게 달려와 선우를 와락 안아주며 말했다.
“덕분에 치료가 끝났어. 주치의가 놀라더군.”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이봐, 정말 고마워. 자네가 날 살렸어. 자네야말로 내 히어로야.”
이와 같은 시각,
이대박 대통령은 그의 최측근과 모종의 일에 대해 상의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스캔들을 덮으려면 더 큰 스캔들을 터트리는 것이 정석이죠.”
“더 큰 이슈로 상대하자는 건가?”
“네. 대통령님.”
비서실장의 말에 민정수석 역시 동조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 차라리 계획을 앞당기시죠. 어차피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보수 언론사들 역시 좋아할 겁니다.”
언론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대박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역시 시카고 법원의 일을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겠나?”
“국내 재판이라면 모르겠지만 저긴 미국 법원입니다. 저희가 나설 일도 아니고 책임질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저들이 알아서 해결해야죠. 정부에서 나서면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미국 역시 좋아하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지 않은가?”
“…….”
“…….”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진 못해도 일단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정도는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 언론이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해서 척을 질 수는 없다.
그들이 얼마나 좋은 칼인가?
살살 달래 주고 때론 사탕도 손에 쥐여 주면서 보듬어 주어야 한다.
이대박 대통령은 일단 자리를 한번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탁월하신 생각입니다.”
“역시 고견(高見)이십니다.”
“좋아. 그럼 언론사 사주들에게 최선우가 입국하는 즉시 적당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통보하게. 양측에서 합의를 하든 멱살을 잡고 싸움을 하든 그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말이야.”
“네. 대통령님.”
“대신 P 사냥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야기해놓게. 알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청와대에서 이런 논의가 있을 무렵 선우는 LA 공항 출국 게이트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시간은 1시간 30분이나 남았다.
면세점을 구경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냥 VIP 라운지에서 글을 쓰기로 했다. 하얀 종이에 펜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기 시작하자 곧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집중이 됐다.
그렇게 얼마나 집중을 했을까?
자음과 모음의 바다에서 한참을 유영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흐릿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혹시 이태리 작가님 아니세요?”
“…….”
번뜩 고개를 들자 머리가 멋지게(?) 벗겨진 아랍 남자가 히죽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성의 옆에는 아주 귀엽게 생긴 꼬마 아가씨가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Ladies and gentl…….
비행기가 이륙했다.
퍼스트 클래스의 가격 덕분인지 자리는 넓고 쾌적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네, 고마워요.”
선우는 좌석을 좀 더 편하게 조정해 놓은 다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선우는 귓가를 울리는 스피커 소리에 눈을 떴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인천공항에 도착하려면 아직 7시간이나 남았다.
그때였다.
귓가를 울리는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응급 상황입니다. 혹시 기내에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승무원을 호출해 주십시오.
-기내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서둘러 일등석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13시 방면 좌석이 소란스러웠다.
“방송을 듣고 온 의사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아! 닥터?!!”
의사라는 말에 승무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분이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의식도 잃으셨고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선우는 고개를 들어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응?!”
그는 VIP 라운지에서 만난 그 아랍인이었다.
“언제부터 이런 거죠?”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늦은 시간이라 다들 주무시고 계셔서…….”
“…….”
스튜어디스의 대답에 의사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자극을 줘도 의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 의식을 잃은 것인지 모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좋지 않군.’
“혹시 환자의 신원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십니까?”
“우리 아빠예요.”
“……!!”
겁에 질린 어린 소녀의 눈망울엔 눈물이 가득하다.
한편 의사는 이 같은 상황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무슨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알아야 했지만 딸아이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의학적 용어를 알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물어보았다.
“혹시 아빠가 어디 아프니? 무슨 약을 먹는다든가, 아니면 어떤 병을 앓고 있다든가 말이야.”
-절레절레!
“그, 그래.”
낙담의 빛이 스쳐 지나가는 동시에 스튜어디스가 물었다.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CT를 찍어야 했지만, CT는 물론이고 간단한 피검사도 할 수 없었다.
“일단 혈압부터 측정해보죠.”
“혈압이요?”
“네.”
이러다 심장마비라도 오면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였을까?
아랍인의 딸이 선우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곤 자신의 아빠를 살려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마법사 아저씨,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
“응?”
“아저씨는 마법사잖아요. 태리 포터도 만들었고…… 또…….”
“……!”
선우는 소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빠를 살리고 싶어 하는 딸의 마음, 기적을 소원하는 간절한 눈동자가 선우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스윽!
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의사십니까?”
선우는 의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무작정 아랍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마법을 펼쳐 그의 전신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저 사람도 의사인가?”
“동양인으로 보이는데 그럼 한의사?!”
“한의사?”
“그 왜…… 사람 몸에다 바늘을 놓는 사람 있잖아.”
선우의 행동은 사람들이 보기에 마치 한의사가 환자를 진맥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