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37화 (137/187)

◈ 제 137화

137화 방송 출연

“요즘 공무원들은 이렇게 행동합니까?”

“뭐요?”

“귀 먹었습니까?”

“……!!”

선우의 대찬 말에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선우는 태연한 얼굴로 책상 위의 인터폰을 눌렀다.

-삐익!

“네, 보안 팀입니다.”

“보안 요원을 불러주세요. 네. 지금 즉시요.”

선우의 행동에 두 남자는 매우 당황해했다.

그리고 잠시 후,

건장한 체격의 보안 요원들이 선우의 방에 들어왔다.

“아니, 이봐요. 우린 국세청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보안 요원의 출현에 적잖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보세요. 이 손 놓으세요.”

“우린 공무 수행 중입니다. 공무 수행!!”

선우는 두 남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내보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시죠!”

국세청에서 나왔다던 남자들은 정복을 입은 보안 요원들이 들이닥치자 결국 그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뿌드득! 오늘은 그냥 가겠지만 곧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두고 봅시다.”

“좋을 대로.”

선우는 그들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편 이대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의 보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원들이 쫓겨났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그는 황당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을 봤나.”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나이도 어린 사람이 크게 성공하더니 국세청 무서운 줄 모르고 저렇게 날뛰네요. 아직 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민정수석의 말에 이대박 대통령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가볍게 손을 좀 봐줄까요?”

이번엔 국세청장이다.

시종일관 이대박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더니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얼른 나섰다.

“어떻게?”

“세금으로 조져야죠.”

“……영국 귀족 신분에 미국 시민권까지 가지고 있어.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아.”

“물론 은 영국계 투자회사니 저희가 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해피 그룹은 그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요즘 해피 플렉스다 뭐다 하며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것 같던데, 밑밥을 던져 보는 게 어떨까요?”

“계속해 보게.”

“먼저 보수 언론을 이용해 기업의 탈세 의혹에 대해 적당히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겁니다. 그럼 저희가 움직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적당히 두들겨 주면 알아서 고개를 숙일 겁니다. 그럼 그때쯤 조용히 불러다가 다독여도 주시고 적당히 타협하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호오~ 자네. 정치 감각도 꽤 있군. 국회에 들어와도 되겠어.”

“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좋아. 기대해 보겠네. 민정수석이랑 같이 그림 한번 잘 만들어 보게.”

“네. 대통령님.”

* * *

회사에서 나오는데, 입구에 고급스러운 밴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T&B 엔터의 차량이다.

“제부, 어서 타.”

창문이 열리며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친한 누나에서 이제는 처형이 된 설주 누나다.

“처형~”

“타이밍 죽였지?”

“네. 완전.”

“흐흐흐~~”

-부우웅!

선우가 탑승하자마자 그를 태운 밴이 방송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설주 누나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가족 찬스라고나 할까?

“어려운 결정인데, 고맙다고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 고마워. 선우야.”

“아니에요. 처형.”

약 한 시간 반이 지나자,

선우를 태운 밴이 방송국 입구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박승우의 왁자지껄입니다. 오늘 모실 손님은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이자 축구 선수 그리고 기업가시죠.”

-꺄악!!

-와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

이미 소개 멘트에서 출연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방청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우 작가님, 나와 주세요.”

박승우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배경음악과 함께 선우가 걸어 나왔다.

-꺄악!! 꺄악!!

-우워아아아!!

지금까지 이런 소리는 없었다.

비명인가? 함성인가?

“오빠~ 오빠~”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저렇게 잘생긴 꽃미남이었다니.”

“호호~ 실제로 보니까 더 멋지다. 안 그래?”

“맞아.”

“꺄아악!!!”

“사랑해요. 오빠~~”

방청객 중의 몇 명은 아예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하아~ 부럽다.”

“왜요?”

“결혼했잖아.”

“근데요?”

“야! 유부남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환호하는 것 좀 봐봐! 아이돌 스타들이 나와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아주 넘어가네. 넘어가!!”

“쩝! 최선우 작가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잖아요.”

“나도 알아. 인마. 그냥 부러워서 그런 거지~”

“큭!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감독님.”

“이 자식아, 이길 생각 자체가 없어.”

“…….”

방청석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카메라 감독의 푸념 어린 한숨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럴 땐 귀가 밝은 것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각설하고 방청객들의 환호성이 계속되자 설주 누나가 FD를 향해 손짓했고 곧 방청석이 조용해졌다.

“와! 정말 인기가 대단하시네요.”

“아닙니다.”

박승우의 깔끔한 멘트와 함께 프로그램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작가님은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습니까?”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어?! 그럼 꿈을 이루셨네요.”

“그런가요?”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노벨 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을 모두 받으셨잖아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제 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와! 현재 진행형이라!! 하하하~ 정말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다시 축구 선수로 복귀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네. 죄송하지만 아직은 없습니다.”

박승우의 매끄러운 진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작곡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얌전한 고양이, 아시죠?”

“……!!”

“저희가 조사해보니 얌전한 고양이라는 예명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하셨던데요.”

그 순간,

영상을 이용한 자료 화면에 얌전한 고양이가 작곡한 히트곡들이 펼쳐졌다.

“워어어~~”

“대박!!!”

“와아아!!!”

방청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선우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작가님은 정말로 못하는 게 뭔가요?”

“하하하, 저도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믿어지지가 않네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대체 어떤 계기로 작곡을 하게 되셨습니까?”

“……친구 때문입니다.”

“친구라면 혹시 가수 안동혁 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오호~ 그럼 이 타이밍에 몰래 온 손님 한 분을 모시겠습니다. 가수 안동혁 씨입니다.”

음악이 흐르면서 깜짝 손님으로 동혁이 나왔다.

“요~ 맨. 왔서, 왔서 맨~~”

“헤이 맨~~!”

그 후 몰래 온 손님으로 탤런트로 활동 중인 원석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마지막 깜짝 손님으로는 설연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설연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무대로 나왔다.

“정말 두 분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세요?”

“네. 초등학교에서 만났어요.”

설연의 밝은 웃음이 스튜디오를 환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설연 배우님은 아역 연기자 출신이잖아요. 어렸을 적부터 아주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 최선우 작가님이 많이 따라다녔겠어요. 그렇죠?”

“아니요. 그 반대였어요.”

“네?”

“제가 늘 좋아서 따라다녔어요. 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완벽했거든요.”

단 하나의 거짓도 보이지 않는 눈빛.

선우를 바라보는 설연의 얼굴에는 진실한 사랑만이 가득했고 그것은 마치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여인의 눈빛과도 같았다.

“꺄아악!!”

“언니~ 부러워요.”

주위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시선들.

방청객들은 두 사람을 향해 꺅꺅거리는 함성을 질러댔다.

물론 일부는 설연에게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설연은 오히려 보란 듯이 더욱더 선우에게 달라붙었다.

“아우~ 이거, 이거! 두 분이 내뿜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오늘 밤에 작가님 주니어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어머머!!”

박승우의 짓궂은 농담에 설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앗! 농담입니다. PD님, 이거 편집해 주세요.”

그가 두 손을 하늘 높이 들며 편집해 달라고 외치자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고로 선우의 녹화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욕심쟁이 한설주 PD가 초특급 게스트를 모셨으니 이 기회에 최소 2주 분량은 뽑아야 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박승우의 질문이 계속됐다.

“그게 뭔가요?”

“바로 억만장자로 알려진 작가님의 재산 규모입니다.”

“아!!”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사실 모두들 선우의 재력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다.

‘으음. 내 재산이 얼마지?’

그런데 정작 문제는 선우 본인도 그의 재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루…… 하루가 달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엄청 부자예요.”

“하하. 그렇군요.”

박승우가 힘 빠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대략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시청자들이 무척이나 궁금해하거든요.”

왠지 본인이 더 궁금해하는 것 같다.

“음, 한 600억…….”

“600억?!!”

재산이 600억?!

박승우의 표정에 의외라는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물론 600억을 가졌다면 엄청난 부자가 맞지만 이건 그의 예상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네, 작년 기준으로 아마 600억 달러 정도 될 거예요.”

“아, 600억…… 달러. 600억 달러?!!”

“600억 달러면 대체 얼마야?”

“7, 70조?!!”

“마, 말도 안 돼.”

“……!!”

“……!!”

그랬다.

600억 원이 아닌, 600억 달러였다.

사실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은 지도 이미 꽤 됐지만 선우는 그냥 포브스가 예측한 수준의 금액을 입에 올렸다.

“꺄아아아~ 선우 오빠! 사랑해요.”

“아아. 너무 멋있어.”

“오빠~~ 오빠가 결혼했지만 전 괜찮아요.”

“저도요~~”

방청석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환호성에 녹화가 중단되었고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나서 녹화가 재기될 수 있었다.

“이거야말로 특종이 따로 없군.”

“국장님!”

“수고했어. 한 PD!!”

어느새 나타난 예능국의 노재승 국장이 한설주 PD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리고 며칠 후,

박승우의 왁자지껄 <최선우> 편이 방송되었다.

이미 예고편만으로 화제에 오른 만큼 모두의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

“32%…… 39%…… 41%…….”

“우와! 대박!! 좀 더! 좀 더~~!!”

이날 평균 시청률 51%, 순간 시청률은 최고 67%를 기록하며 방송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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