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36화 (136/187)

◈ 제 136화

136화 해피 플렉스

-노무라 증권.

“후꾸다. 요즘 증시는 어때?”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어.”

“그 정도야?”

“출처야 어찌 됐든 돈이 들어오니까. 회복 속도 역시 빠른 것 같아.”

증권사에 일하는 후꾸다는 친구 기무라의 질문에 성심껏 답했다.

“밑바닥까지 찍었었지?”

“응.”

“쩝!! 하긴 바닥까지 찍었으니 저렇게 상승폭도 크겠지. 뭐! 그 덕에 주인이 바뀌었다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말이야.”

“주인이 바뀌어?”

기무라의 반문에 후꾸다가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기무라, 저기 시황판 보이지?”

“응.”

“저기 시황판에 랭크되어 있는 기업 중의 과반수가 주인이 바뀌었어. 이름만 일본 이름이지 이젠 더 이상 일본 기업들이 아니야.”

남자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다.

“좋게 말하면 다국적 기업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덕분에 내겐 좋은 일이었지만 말이야.”

“왜?”

“증권사의 수익이 늘어났잖아.”

“아……!!”

주식 거래가 늘면 당연지사 증권사의 수익이 늘어난다.

“후꾸다, 너무 솔직한 거 아냐?”

“야! 야! 내가 너니까 이렇게 얘기하지. 다른 사람이었음 말도 꺼내지 않았어.”

“알았어. 그건 그렇고 좋은 회사나 소개시켜 줘.”

“왜? 투자하게?”

“응.”

“돈은 있고?”

“30만 불. 미국에 묵혀 놓은 돈, 이번에 다 찾았다.”

“흐음~ 30만 불이라. 좋아. 그럼 유리클로에 투자해.”

“유리클로?”

“쉿!”

후꾸다는 조용히 하라는 표정을 보이며 은밀하게 말했다.

“조용히 해.”

“어? 어. 알았어.”

“이건 너에게만 알려주는 건데, 거기 대주주가 어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대주주가 누구로 바뀌었는데?”

“최선우.”

“최선우? 그게 누구야?”

“빠가야로! 최선우를 몰라? 이태리 작가잖아!!”

“아!! 의 주인?”

“그래. 인마. 그러니까 무조건 사. 이거 완전 뜬다.”

“오오! 알았어. 고마워. 후꾸다.”

“뭘~ 대신 크게 벌면 한턱 쏴.”

“당연하지. 긴자로 모실게.”

“콜~”

“콜~~”

* * *

“15조요?”

이대박 대통령 당선인이 민정수석,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작년에 세금으로 15조를 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두 배가 증가한 30조라고 합니다.”

“해피 그룹의 역량이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네, 대통령님. 평택에 건설한 해피 타운이 대박을 치면서 세금 역시 폭증했습니다.”

“해피 타운이라면?”

이대박 대통령의 반문에 비서실장이 재빨리 대답했다.

“해피 그룹의 역량이 집중된 첨단 신도시입니다. <펜> 의학 연구소가 타운의 중심에 있고요.”

“…….”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금을 30조나 낸다니, 이건 예상외다.

그렇다면 매출액이 대체 얼마라는 소린가?

이때, 눈치 빠른 민정수석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대답했다.

“하지만 세금에 비하면 생각보다 순수익이 크지 않습니다.”

“그건 왜죠?”

“저들이 바로 해피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네?”

무언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이대박 당선인의 눈빛이다.

“먼저 인건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건비?”

“네. 대통령님도 아시다시피 비정규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익의 대부분을 사원 복지와 연구 개발 그리고 설비 확충에 재투자하여 쓰고 있다고 합니다.”

“복지와 연구 개발 그리고 설비?”

“네. 저들의 사훈이 말 그대로 행복이니까요.”

“음!”

“그렇기에 매출이 크지만 순수익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일단 저희 입장에선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니 뭐 좋긴 하지만요.”

민정수석의 말은 들은 비서실장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이 있겠소?”

“비서실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은 이렇습니다.”

“…….”

이때 이대박 대통령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현재를 보고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우매(愚昧)한 일이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은 국세청과 공조해서 해피 그룹의 동향과 세금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잘 살펴보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쳇!

뭔가 꼬투리라도 잡아야 거래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한편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해피 그룹 산하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만들고 있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부흥>

-<전국 주요 도시에 해피 플렉스 개장>

버블사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한 선우는 멀티플렉스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화 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해피 플렉스가 해피 그룹 계열이라는 말에 쉽게 예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해피 플렉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해피 그룹.

-해피 플렉스, 국내 유일의 스크린 쿼터제 시행.

-한국 영화를 비롯해 예술 영화와 독립 영화의 의무적 상영.

-해피 그룹이 후원하는 국제 영화제 신설. 장편, 단편 포함 총상금 100억.

이와 같은 기사가 나가자 먼저 영화인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한 다양한 영화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 역시 해피 플렉스의 이 같은 정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시 해피 그룹이다. 해피 그룹이야.”

“최선우가 난놈은 난놈이지.”

“복지가 장난이 아니래.”

“경비원부터 청소부까지 모두 정직원이잖아.”

“아!! 나도 해피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이 그랬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앗! 작가님. 오늘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이 녀석 때문에요.”

“아~~ 네.”

선우는 아침 일찍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운동 겸 산책로를 돌았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님.”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선우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피라미드 모형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피라미드 에너지 효과.

이것은 피라미드 공간에서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한다는 것으로, 프랑스 과학자 앙트완느 보비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그는 피라미드를 조사하던 중 왕의 방에서 죽은 고양이와 쥐들이 썩지 않고 미라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는 피라미드 모형을 만들어 놓고 실험을 강행했고 그 결과 고양이 사체가 부패하지 않고 탈수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모형 피라미드를 제작해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는데 지금까지 보고된 실험 결과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피라미드 효과>

-면도날이 재생된다.

-강력한 탈수 효과가 있어 생체의 부패를 막는다.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음식 맛을 변화시킨다.

-질병을 치료한다.

-정신력을 높이고 안정시킨다.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물을 정화시킨다.

이상의 결과를 본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우리의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피라미드에 우주의 어떤 에너지를 내부로 응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 역시 마나의 기운이지.”

다음 순간,

선우의 심장이 크게 한 번 박동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마나와 외부의 마나가 서로 공명했기 때문이었다.

-휘이익!

마나 연공법을 끝내고 샤워까지 끝내자 어디선가 시원한 미풍이 불어와 선우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5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자 생각만으로 실프를 소환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마워, 실프.”

[꺄르르~ 마스터.]

“머리도 좀 말려줄래?”

[물론이죠. 마스터.]

선우는 옷을 갈아입은 후, 평택으로 이동했다.

요즘 펜 의학 연구소와 해피 플렉스 사업으로 인해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띠리링.

-띠리링!

운전 중에 걸려온 전화다.

-선우야. 나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친숙한 목소리다.

“응. 설연아. 일어났어?”

-응~

“거긴 지금 몇 시야?”

-오후 7시.

“촬영은?”

-방금 끝났어. 이제 저녁 먹으러 가려고.

“잘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구 와이픈데~~

“후후후~~”

설연의 말에 선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잠깐 목소리라도 들으려고 전화했어. 내일 마지막 신 촬영하고 모레 출발하니까~ 곧 봐. 보고 시포~~

“나두~ 보고 싶어.”

설연이 해외 촬영 중이라 얼굴을 못 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촬영 잘하고~~”

통화가 끝났을 무렵, 선우는 해피 그룹 본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선우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정원관 실장이 안으로 들어섰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오늘 약속이 없는데, 누구죠?”

“그, 그게…….”

정원관 실장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을 때, 다짜고짜 문을 열고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아! 여기에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최선우 대표님. 아니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

두 남자는 태연한 얼굴을 가장한 채 건들건들하며 들어왔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에 선우의 미간이 꿈틀거렸고 정원관 실장 역시 깜작 놀랐다. 그동안 몇몇 정치인들이 찾아오긴 했지만 이렇게 거만한 행동을 보인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 지금 이게…….”

선우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 실장님. 괜찮습니다. 제가 이야기할 테니 나가서 일 보세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가 보세요.”

“……네.”

선우의 말에 정원관 실장은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서 오셨죠?”

“……사무실이 아주 좋네요.”

남자는 선우의 질문에 대답치 않고 오히려 사무실이 좋다며 딴청을 부렸다.

“어디서 오셨는지 물었습니다……만!”

“하하하~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그러게요. 손님이 왔는데, 차라도 한잔 주시죠.”

“……!”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가?

선우는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말장난은 더욱 싫고 말이다.

“경비원을 부르기 전에, 용건이 없으시면 나가 주시죠.”

“하아……!”

남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린 공무 수행 중입니다.”

“공무 수행이요?”

“그렇습니다. 국세청 특별조사부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됐습니까?”

“그래서요?”

공무 수행이라는 말에도 눈 한 번 꿈쩍하지 않고 반문하자 남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허어, 이거 안 되겠네. 세무 조사를 한번 받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남자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방 안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고 선우는 어이가 없었다.

“이보세요. 작가님. 세무조사 한번 받아 보시겠어요?”

“……!”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세금이란 단어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선우는 세금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와도 무섭지 않았다.

단언컨대 그만큼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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