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2화
132화 기적이 일어나는 곳
얼마 후,
평택 의학 연구소를 찾은 선우의 시선에 한 노인이 들어왔다.
“저분은 누구시죠?”
“네?”
“저기,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계시는 분이요.”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잠시 후,
노인에 대한 보고서가 전달되었다.
며칠 전부터 연구소 정문에 나타나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한다고 했다.
“쫒아 버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선우는 호기심이 동해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해 인사를 건네자 노인은 순간 당황한 모습이다.
“며칠 전부터 이곳에서 청소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가 펜 의학 연구소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럼 여기, 소장님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노인은 절실한 눈빛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소장님을 꼭 만나 봬야 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제발요.”
“소장님은 현재 유럽 학회에 참가하고 계십니다.”
“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제가 소장은 아니지만 이곳 책임자입니다.”
“네?”
“제게 말씀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아!”
노인은 선우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저, 저는…….”
노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웃고 떠들고 놀던 젊은 시절, 사업을 한답시고 남을 무시하고 자신을 과시했던 지난날.
결혼을 했지만 사회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가정에 소홀했고 아내를 외면했다.
IMF로 인해 사업이 실패하고 집이 완전히 망해버린 후에야 아내가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지, 고마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모두가 자신을 외면하고 자식마저 등을 돌려도 아내는 그의 손을 잡아줬다고 했다.
그런 고마운 아내 덕에 구걸하며 살진 않았는데, 그런 아내가 병에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내가 불치병이래요. 병원에선 치료제가 없대요. 아니, 있어도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이곳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제발 제 아내를 살려 주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노인의 이야기에 선우는 마음 한쪽이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임상 치료 대상자로 선정해 주시고, 입원시키세요.”
“네.”
그로부터 몇 달 후,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노인의 아들이었다.
[약 두 달 전 아버지가 평택에 위치한 펜 의학 연구소를 찾아가셨습니다.
(중략)
어머니께선 요즘 고생도 안 하시고 음식도 잘 드시고 계십니다.
그 전엔 죽도 잘 못 드셨는데…….
어제는 아버지와 산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큰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이 어렵다고 하셔서 내심 어머니를 단념하고 있었는데……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은은한 반향을 일으켰다.
-펜 의학 연구소요?
↳불치병,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문 의학 연구소예요.
-국제적인 종합 병원이래요.
↳노! 노! 아직 개발 중임.
↳윗분 말이 맞아요. 현재는 의학 연구소만 있어요.
-여기 임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모두 공짜예요.
↳펜 의학 연구소 이사장이 최선우래요.
↳최선우요?
↳네. [태리 포터] 시리즈의 이태리 작가님이요.
↳대박!!
-저희 어머니도 여기 계세요. 의사 선생님이 한 달 시한부 판정 때렸는데, 현재 1년째 생존해 계세요.
감사를 표한 누군가의 짧은 글이었지만 희망이 없는 환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펜 의학 연구소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연구진들에 대한 정보가 속속히 공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벨 의학상, 병리학상 등…….
불치병, 난치병에 관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의학자들이 펜 연구소에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생각한 해결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면역력, 자연 치유력의 극대화였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게 뭔가요?”
“비타민이에요. 자기 전에 한 알씩 복용하시면 됩니다.”
“네. 선생님.”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질병의 종류에 따라 그 치료 방법 역시 다르다.
하지만 이곳에선 모든 환자들이 먹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구소에서 제조한 일종의 비타민이었다.
선우는 펜 의학 연구소를 지을 때, 일명 숙성실이라 불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마법진을 이용해 비타민에 Meteorite Pallasites(운석 팰러사이트)가 가진 마나를 품게 했다. 일종의 영약(靈藥)을 만든 것이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비타민이지만 그 안에는 마나가 품고 있던 자연의 기운이 충만했다. 이것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는 그 면역력이 수직적으로 상승했고 그에 따라 병마를 이길 힘을 가지게 되었다.
선우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마나석을 모두 사들였다.
마나석이 경매에 나오는 족족 구입했고 소유주가 있는 운석 역시 거액을 주고서라도 매입했다.
2005년,
마침내 펜 의학 연구소에 대한 소문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홍보가 없었지만 입소문을 통해 몇 가지 기적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분이었지만 불치병, 난치병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완치되어 퇴원하자 세계 유수의 의료 기관에서 관심을 보였고 퇴원한 이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저들이 어떻게 완치되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어떤 첨단 기기로도 마나(mana)를 발견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은 환자들의 면역력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에 의학자들은 큰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마나석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없었다.
* * *
사대 일간지를 읽던 선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또 뭐야?”
-[최선우 작가. 야당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딸과 열애]
자신이 차기 대권이 유력한 정치인의 딸과 열애 중이라는 기사였다.
며칠 전에는 대기업의 자제와 염문설이 터지더니, 아주 그냥 매일 이런 기사가 터지고 있다.
-[이태리 작가, 미모의 재벌 3세와 은밀한 밀회를 즐기다.]
-[설연과 불화?]
-[미모의 재벌 3세, 최선우 작가와 염문설에 대해 답변 회피]
“참 내, 완전히 바람둥이로 이미지가 굳어지겠군.”
이건 뭐, 만나서 밥이라도 먹었다면 억울하진 않겠다.
설연과 사귀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솔로여서 이런 기사들이 난무하는 것 같다.
“어, 누구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느라 아까부터 책상 위에 있는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여보세요, 예. 안녕하세요.”
전화를 걸어온 것은 뜻밖에도 설연의 아버지 한상우 의원이었다.
-선우야.
“네. 아버님.”
-바쁜 건 알겠는데, 언제 우리 딸막이 데리고 갈 거야?
지나가는 투로 말했지만 이 말의 뜻은 명백했다.
-지금 규용이랑 같이 있는데, 받아봐라.
곧이어 규용의 걸쭉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두 분이서 한잔 걸치신 것 같다
-아들!
“네, 아버지!”
-아버지도 이제 손주를 보고 싶다.
“……!”
-전에 큰일도 있었고, 요즘 계속해서 니 이름이 신문에 나오는 것도 불편하고 말이야.
두 아버지의 공세에 선우의 머릿속에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맹렬하게 교차했다.
잠시 후,
선우는 설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설연의 음성이 들려왔다.
분명 기사를 봤을 텐데 그녀의 음성은 변함이 없었다.
“뭐 해?”
-화보 촬영하고 있는데, 거의 끝났어.
“그래? 그럼 우리 만날까?”
“호호~ 나야 당연히 좋지. 어디야? 내가 바로 갈게.”
얼마 후,
선우와 설연이 만났다.
“기사 봤지?”
“…….”
“요즘 자꾸 이상한 기사가 뜨네, 아무래도…….”
“선우야. 난 신경 안 써.”
“응?”
선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맹목적인 믿음이 보였다.
“설사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난 괜찮아.”
“……!!”
그녀는 언제나 한결같다.
그 어떤 남자가 다가와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선우는 이날 설연에게 청혼했고 이 같은 소식에 두 집안은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보내왔다.
“오~~ 사위!”
“축하해. 선우야.”
“이야, 세계 최고의 작가와 동서가 되는 건가?”
“우와!! 오빠. 축하해.”
며칠 후,
선우가 설연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되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벨 게이츠, 제프 베이거스와 같은 기업인을 필두로 톰 제라즈, 루이스 크로우, 로버트 어보니 주니어, 타미리 행크스와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고 선우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전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입국했다. 수앤 K 롤링은 엘리자베니스 여왕이 자필로 적은 축전을 가지고 입국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것은 결혼식이 아닌, 뭔가 하나의 축제로 변모되었다.
“어?!”
“트리플 메카트니다.”
“미친!! 머라카노 캐리도 왔어.”
“와~~!!”
두 사람의 결혼식이 곧 세기의 축제로 변모했다.
축제의 서막은 웨이어셔와 카니예 돌핀 웨스트가 열었는데, 그것은 흥에 겨워 우연히 손에 잡은 마이크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노래에 필(feel)을 받은 것인가?
분위기에 취한 팝스타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마이크에 손을 뻗었고 마침 절정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던 90센트가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I'll take you to the ice-cream shop. I'll let you lick the lolly-ice. Go 'head girl don't you stop. Keep going 'til you hit the spot. Come on. Come on. Come on baby.”
그의 히트곡 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고 그 뒤를 이어 머라카노 캐리가 마이크를 잡아 를 열창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대박~~!!”
“최선우 결혼식은 내일이라고 했지?”
“응.”
“근데 이건 뭐야?”
“뭐긴 뭐야~ 축제의 전야제 같은 거지.”
“아! 전야제!!”
그리고 공연의 대미는 영국 팝의 전설 에이틀스의 트리플 메카트니가 장식했다.
-와아~~!!
-짝짝짝짝짝짝!!
“우와! 트피플~~”
“흑흑흑~~ 오빠!!”
수백만 원이 아깝지 않을 팝스타들의 공연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저들이 들려주는 하모니에 빠져 한참 동안 서로 껴안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참석자 명단에서 의외의 이름을 발견했다.
“스티븐이 왔다고요?”
“네. 작가님.”
애플스의 스티븐 조이가 평택에 왔다.
지난 2003년 췌장암 선고를 받아 공식석상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가 이곳에 온 것이다.
“어떻습니까?”
“그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척이나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원 역사에서 2011년경 그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2005년에 췌장암이 재발했고 말이다.
“췌장암이 진행 중이겠군.”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선우의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다.
췌장암이 재발한 그를 치료한다면, 그것도 완치시킨다면?
엄청난 홍보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그를 만나 봐야겠군요.”
“…….”
“데이케어 프로그램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아! 계약서도 준비할까요?”
“그럼요.”
선우는 하얀 이빨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완치 판정이 나면 그가 보유한 애플의 주식을 기부금 형식으로 받는 걸로 하죠. 현재 가치로 1,000만 달러,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선우는 데이케어 프로그램 대상자 중에서 가진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겐 치료의 대가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참고로 부자들이 낸 거액의 기부금은 펜 의학 연구소를 운용하는 자금으로 전액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