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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31화 (131/187)

◈ 제 131화

131화 살육의 밤

“후후후~”

먹잇감들이 잔뜩 보인다.

선우는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을 향해 노란 안광의 사이한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끄룩!”

바실리스크의 이빨이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녀석의 목을 파고들었다.

놈은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무너졌다.

“이히히히…… 이히히히!!”

죽음은 새로운 죽음을 잉태했다.

선우의 흑마법에 죽은 자들은 안식을 받지 못한 채 좀비가 되어 다시 일어섰다.

이 같은 광경에 스스로 정신을 놓은 자들이 나왔다.

“미, 믿을 수 없어…….”

“으…… 으아, 으아아아!!”

산 자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머리통을 쪼개고 죽을 때까지 칼로 쑤시면 된다.

그런데 저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었다.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죽은 자들이 눈앞에 현신한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자아가 무너졌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순간,

도야마 히데키 역시 귀청을 찌르는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어, 엄마?”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그의 엄마다.

그런데 누군가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다.

과거 그는 힘이 없어 나약했고 아버지의 폭력이 무서워 도망쳤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달랐다.

결코 외면하거나 참아 넘겨선 안 될 장면이었다.

“머, 멈춰.”

도야마 히데키는 욕설을 내뱉으며 아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개자식아. 멈추라고!!”

-퍼억!!

피가 튀고 살이 찢어졌다.

육탄전이 펼쳐졌고 그의 전신이 곧 피로 물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칼로 긋고 도끼로 아무리 내려쳐도 아버지란 남자가 죽지 않았다.

그는 마치 좀비처럼 일어서서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다.

“죽어!”

“크아악!”

“죽으라고! 죽어! 죽어!!”

머리통을 부셔버렸다.

일본도를 심장에 쑤셔 넣었고 팔과 다리를 모두 잘랐다.

“하아, 하아…… 하아!! 이제 끝났나?”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뇌리를 관통하는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악!”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의 머리통을 움켜잡은 손이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그의 두개골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도야마인가?”

“너, 넌 누구냐?”

“날 몰라?”

선우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 봐. 네가 죽이려던 사람이잖아.”

“뭐, 뭐라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건가? 큭큭큭!”

선우는 조소를 한껏 머금었다.

“내 눈을 봐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의 눈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으으읏!”

도야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몸서리쳤다.

두 눈을 부릅뜨며 반항했지만 그것은 아주 미약한 움직임에 불과했고 잠시 후 일곱 개의 죄악 중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통이 그를 덮쳤다.

-우우우웅!!

도야마의 몸이 축 늘어지는 동시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전신의 뼈마디가 뒤틀리고 생살이 찢기는 느낌이다.

“으아아악!”

그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과 코 그리고 입에서 마치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심지어 땀구멍을 통해서도 피가 스멀스멀 배어 나왔으니 그가 받고 있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 고통을 겪었다면 인간의 감각이 무뎌질 만도 했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고통은 조금도 가실 줄 몰랐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도야마의 비명 소리가 점차 신음 소리로 바뀌어가며 마침내 그의 동공이 흐리멍덩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칠대 죄악 중 두 번째 좌(坐)를 차지하고 있는 죄악, 공포가 펼쳐졌다.

-쓰쓰쓰쓰!!!

도야마의 저택은 적막감 속에 젖어 들어갔다.

생명을 잃은 몸뚱이와 도검류들이 사방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무심한 달빛만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으아아악.”

“나는 너의 주인이다.”

“……으……으으…….”

“내가 누구지?”

“으으……으…….”

“내가 누구지?”

“……우…… 제…… 제…… 주인님…… 입니다.”

도야마는 꽤나 훌륭한 정신력을 소유했으나 딱 여기까지였다.

그는 두 번째 죄악인 공포에 잠식되고 말았다.

잠시 후,

도야마의 입에서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어낸 선우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의 머리통이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빠가각!!

그는 외마디 비명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도요토미 전 총리라, 심심하진 않겠군.”

선우는 저택을 둘러싼 마나를 거둬들였다.

-스스스스스!!!

좀비화가 진행되었던 시체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들을 지탱해주던 에너지, 즉 마나가 사라졌으니 이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었다.

선우는 그와 같은 광경에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인 후, 유유히 모습을 감췄다.

이것 역시 도야마의 저택에 들어오기 전 주변을 충분히 살펴 도주로를 면밀히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삐요삐요!

선우가 사라지고 난 뒤,

경찰차 두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바닥에 점점이 뿌려진 핏자국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곧바로 인지했다.

“꿀꺽!”

“이, 이…… 이게 대체……!”

“우웨엑!!”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에 토악질을 하는 경찰관도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일본 열도를 양분하고 있던 야쿠자 오야붕이 살해됐다는 소식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JNHK의 야시시 하루카입니다.”

그녀는 피비린내를 참아가며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다.

“저는 지금 처참한 살육의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그녀의 옆에서도 다른 언론사의 생생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 경시청의 발표에 따르면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조직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기자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는 들것에 의해 줄줄이 실려 나오고 있는 시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생존자가 전무(全無)한 가운데 경찰 관계자 역시 끔찍한 현장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들 역시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에 카메라가 꺼지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

비위가 약한 이들은 토악질을 했고 현장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은 듯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몸을 피했다.

한편 방송을 지켜본 도요토미 전 총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대체 누가 그를 죽였지? 경찰의 말대로 야쿠자 내부의 권력 투쟁인가? 아, 아니야!!’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도요토미 전 총리는 누구보다 도야마를 잘 알았다.

그의 조직 장악력은 철두철미했고 완벽하다시피 했다.

‘설마?’

무슨 이유였을까?

그의 뇌리에 최선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지?’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 그러세요?”

도요토미 전 총리의 모습에 그의 애첩이 의아한 듯 눈을 치켜떴다.

“아, 아닐세.”

그는 잡생각을 떨치려는지 냉수를 크게 한 번 들이켰다.

-꿀꺽!

차가운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네.”

“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번쩍!

갑자기 창문 밖이 환해졌다.

벼락이 내리친 것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거울을 바라본 순간, 도요토미 전 총리는 기절할 뻔했다.

자신의 등 뒤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었군.”

“너, 넌 누구야?”

“이 손에 다시 한 번 피를 묻혀야 한다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겠지?”

“뭐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땐 이미 늦은 것이다.

“이봐,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이미 도요토미 총리의 머리는 목과 분리된 후였다.

-촤아악!

잘린 목의 단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

도요토미 전 총리의 침실에서 밤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바야시 사토미의 비명이다.

그녀는 전신을 벌벌 떨며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오직 시체뿐이었다.

“꺄아악!!!!”

그녀는 또 한 번의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모든 일을 마무리한 선우는 급격한 정신적 피곤함을 느꼈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무언가 벽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같은 사람인데 뭔가가 다른…….

선우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이질감에 사로잡혔다.

살인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생명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솜털마냥 가볍게 여기는 것, 그리하여 결국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감성, 즉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것.

왠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

소름이 돋았다.

아무래도 흑마법의 부작용 같았다.

선우는 즉시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산속으로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즉시 명상에 잠겼다.

-스르르르…….

선우는 자신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자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기, 귀기, 사기로 모은 마력 덕분이다.

정순하지 않은 기운이 혈관을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피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우는 강한 의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강인한 의지는 곧 한 줄기 의념으로 변해 그의 몸을 불태웠다.

불(火)!

불은 모든 것을 태운다.

그것은 불순한 것을 태워 순수하게 만든다.

이미 혈관을 타고 도는 마력이다.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면 아예 태워 순수한 어둠의 마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선우는 정신을 집중했다.

전심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츠츠츠츠츠!!

심장에 자리 잡은 네 개의 서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돌고 돌았다.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마치 욕심 많은 아이가 끝없이 음식을 탐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마나를 탐했다.

-휘리리릭! 휙휙

다음 순간 네 개의 마력과 정제되지 않은 어둠의 마력이 선우의 몸속에서 강력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꽈앙!

폭음과 함께 강력하게 회전하던 마나가 한순간 폭발하더니 다섯 번째 서클이 선우의 심장에 새겨졌다.

선우가 눈을 떴다.

-번쩍!

강렬한 빛이 선우의 눈을 통해 방사되었다가 곧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생동하고 있는 마나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 * *

다들 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 새벽 어스름.

정아라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에게 선우에 대해 물어 보았다.

“미진아. 혹시 이태리 작가, 퇴원했니?”

“응.”

“벌써?”

“그래!”

“아니, 언제 퇴원한 거야?”

동료에게 묻는 목소리에 왠지 서운함이 한가득이다.

“며칠 전에.”

“며칠 전?”

“그래. 며칠 전 새벽녘에 조용히 퇴원했어! 너도 알잖아. VIP!”

“…….”

“게다가 그런 소란이 있었으니, 나라도 조용히 퇴원했겠다.”

“그래도 새벽녘에 퇴원이라니, 너무하다. 난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미진아. 넌 혹시 이태리 작가님 실물 봤니?”

“당연하지.”

그녀는 정아라 간호사의 질문에 승리의 V 자를 보이며 자랑스럽게 답했다.

“두 번이나 봤지롱.”

“어, 어땠어?”

“대박! 완전 잘생겼어. 그야말로 완벽! 완벽 그 자체였어.”

“악!! 진짜 좋았겠다.”

“헤헤헤~”

“작가님은 대체 누구랑 결혼할까? 설연이랑 하겠지? 언제 할까? 나는 안 되려나?”

“깔깔깔~ 정아라 간호사. 꿈 깨라. 언감생심 누굴 넘봐.”

“내가 왜? 내가 어때서?”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 TV에서 보면 왜~~ 신데렐라 스토리 많잖아.”

“그건 드라마잖아.”

“…….”

“니가 돈이 많니 아님 설연보다 얼굴이 예쁘니?”

그녀의 반문에 정아라 간호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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