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23화 (123/187)

◈ 제 123화

123화 (1)

사방이 쇠창살로 둘러싸인 곳.

선우는 일본 공항에 마련된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과 일본 경시청 소속 공항 경비대원들은 종종 고개를 돌려 선우의 얼굴을 응시했다.

이태리 작가가 누구인가?

비록 한국인이지만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스타가 아니었던가?

-꿀꺽.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몇몇 사람들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잠시 후,

일본 정부의 고위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선우를 가리키며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듯 웃고 떠들었다.

그중엔 욕설을 내뱉는 자도 있었다. 아주 작은 음성이었지만 말이다.

선우는 개의치(?) 않았다.

아예 일본어를 모르는 척하며 영어로 펜과 종이를 요청했다.

“펜과 종이를 얻을 수 있을까요?”

경찰의 눈에 순간적으로 의혹이 서렸다.

“무슨 이유입니까?”

“그냥, 심심해서요. 글이라도 써야 할 것 같네요.”

“…….”

경찰은 선우에게 공책 한 권과 볼펜 한 자루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현재 선우의 포지션은 작가다.

축구 선수나 기업인의 입장에서 입국이 거부된 것이 아닌, 소설 <흑야>에 대한 표적성이 문제가 되어 억류되었기 때문이다.

고로 선우는 오늘의 분노를 글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르륵!

선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마치 모차르트의 머릿속에 무수한 악상과 음표가 떠오르듯, 그의 머릿속에도 자음과 모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펼쳐내기 시작했다.

-서기 2090년 서울 종로.

기술의 무한한 발달에 의해 인간의 감성이 억제되는 시대가 찾아왔다.

작금의 현실은 가이아라 불리는 AI 인공지능 시스템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

가이아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폭력과 범죄 그리고 전쟁을 가져왔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간의 감성을 억제하는 약물 리즌X를 개발, 인간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주인공 명환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이자 가이아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지도자다. 그랬기에 늘 도망자 신세다. 그리고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혈액에는 리즌X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 종로의 으슥한 골목,

명환은 가이아의 명령을 받는 부역자, 곧 비밀 요원들의 추격에 상처를 입었다.

“저기다! 저쪽에 돌연변이 초능력자가 있다.”

“어서 잡아라.”

“네!”

다행히 비밀경찰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몸을 숨긴 명환.

그는 유나라는 이름을 가진 벙어리 여인과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수화를 하며)어?! 사람?”

유나는 상처 입은 명환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명환을 깨우며)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아요?”

“누, 누구야?!!”

깜짝 놀란 명환이 소리쳤다.

“(수화를 하며)놀라셨다면 미안해요. 전 그저 걱정이 돼서요. 괜찮으세요?”

“…….”

명환은 유나의 수화(手話)를 보고 그녀가 농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명환은 그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으로 인해 유나의 마음속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뭐지? 설마 말을 못 하는 건가?’

“어딜…… 다치신 건가요?”

“악!”

“미, 미안해요.”

“괘,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만지지 말아요.”

괜찮다는 말에도 유나는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정말 미안해요. 많이 아팠죠?”

“…….”

유나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어지자 명환은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느낌은…… 뭐지? 뭔가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야. 설마 지금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고 있는 건가?’

“무서워하지 마세요. 전 그저 당신을 돕고 싶을 뿐이에요.”

“……!!”

초능력을 통해 유나의 순수한 마음을 깨달은 명환은 유나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두 사람의 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중략)

사랑이 싹튼 명환과 유나.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공지능 가이아의 추격이 계속되면서 비밀 요원들에 의해 유나가 잡혀가게 된 것이다.

“명환. 자수하면 유나를 살려주겠다.”

비밀 요원들은 명환을 잡기 위해 유나의 생명을 미끼로 건다.

“그게 정말인가?”

“그래.”

결국 유나를 살리기 위해 명환은 스스로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죽는 날까지 나는 기도한다. 하늘과 땅과 바다를 보며 한 범의 부끄럼도 없기를……. 찬바람, 세찬 바람, 모진 바람에 나는 괴로워했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을 걸어간다. 오늘 밤은 별이 무척 차다…….”

정체 모를 약물을 투여받은 명환.

마지막을 예감한 것인가?

명환은 그의 마지막 생명력을 불태워 잠들어 있는 유나에게 초능력을 펼친다.

그녀가 잃어버린 그녀의 목소리를 찾아준 것이다.

-우우우웅!!

2100년 8월 15일.

유나가 이끄는 레지스탕스가 마침내 AI 인공지능 가이아와 대면하게 된다.

“앞으로 한 시간 후, 우리는 AI 인공지능 가이아와 조우하게 됩니다. 우리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우게 될 겁니다. 폭정과 압제, 박해에 대항해서가 아닌 인간성의 회복과 인류애를 위한 싸움입니다. 우리는 화합할 것이고 승리할 것입니다. 진정한 독립이 바로 오늘입니다. 우리의 독립을 축하합시다.”

“우와와와!!”

“만세~”

-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만세,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만세~~!!”

이날의 외침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침내 그들이 잃었던 감성을 되찾아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시각,

사방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노무라 외무대신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의 반응은 그들이 예상한 범위 안에 있었다.

충분히 커버할 자신이 있었고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의 과한(?) 반응은 의외였다.

-당장 풀어주시오. 그는 우리 대영제국의 귀족이자 시민이오.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하군요.”

-왜죠? 뭐가 곤란하다는 말입니까?

“이태리 작가는 한국 여권을 가지고 일본에 입국했기 때문에 영국 시민이라 볼 수 없습니다.”

-뭐, 뭐요?!

영국 대사는 노무라 외무대신의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말장난하지 마시오. 앞으로 한 시간 드리겠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영국은 즉시 일본 대사를 초치(招致)하겠소.

“……?!”

‘헐! 얘들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 단순한 명예 작위가 아니었나?’

영국의 반응은 확실히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앤더슨 주일 대사가 국무부 직원들과 함께 일본 외무성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선우의 정체가 밝혀지자 일본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쾅!

“차, 참사관이요?”

“그렇소.”

‘미…… 친…….’

앤더슨 대사의 말에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가 미국 정부의 참사관이었다니, 누가 있어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붉게 일그러진 얼굴의 앤더슨 대사는 자국의 고위 외교관을 불법적으로 억류했다고 말하며 마치 폭풍과 같은 분노를 토해냈다.

“미국의 외교관을, 그것도 감히 동맹국의 외교관을 불법적으로 억류하다니!!”

노무라 대신은 입조차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지금 정신이 있는 거요? 지금 당장 풀어주시오.”

“아…… 네, 네…… 자, 잠시만…….”

“우리 미국은 이번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오.”

‘빠, 빠XX로…… XX 됐스무니다.’

잠시 후,

노무라 외무대신의 연락을 받은 일본 총리의 얼굴에도 황당함이 나타났다.

“……!”

“……!!”

“……!”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할 말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도처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기랄, 미국이라니.”

“영국의 반응도 심상치 않습니다.”

“……!!”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상대는 자존심을 세울 상대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이었다.

그들은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착오가 있었다고 하고 지금이라도 입국을 허가하는 게 어떨까요?”

“미국 대사관 측에서 한국과 공조해 이태리 작가의 신병을 인도해 갔다고 합니다.”

“벌써요?”

“네. 그리고 지금 막 들어온 소식인데, 이태리 작가가 그의 가족과 함께 방금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합니다.”

“……!!”

그로부터 한 시간 후,

한국에 도착한 선우는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세상은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선두에 한국의 네티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반나절이 되지 않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과 아시아에 이태리 작가가 <흑야>로 인해 일본 공항에 억류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무려 10시간이나, 그것도 불법적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이태리 작가의 억류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미친 X바리 새끼들.

-와! 진심 대단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소설 <흑야>, 대체 어떤 책이지? 당장 구입해서 읽어봐야 되겠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가?

-일본 정부의 변명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다.

-실망이다. 일본.

한편 망신이나 주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지자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이태리 작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전산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적성 조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인격 모독과 같은 불법적인 행태 역시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 내각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총리의 목소리는 몹시도 떨렸다.

마치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듯했다. 하지만 앞에 있던 젊은 의원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네.”

총리는 머리를 손으로 싸맨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탈출할 방법이 없었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은 직후 초소형 녹음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녹음기에는 선우에 대한 인격적인 모욕과 함께 그들의 불법적인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

이미 있는 사실이 다 공개되었기에 도망갈 여지가 없었다.

조작된 녹음이라고 몰아가기에는 너무도 정확한 것들이었고 이미 여론의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손쓸 시간조차 없었다. 끝이었다.

이제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들끓기 시작하며 시민 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짓말로 일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일본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기 때문이다.

“물러가라.”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일본 내각은 일괄 사퇴해라.”

연일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 대변인이 나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 근거가 빈약함은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노무라 외무대신이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선우에 대해 인격적 모욕을 내뱉은 일부 공무원들이 일본 검찰에 소환되었다.

어쩌면 이번 일로 인해 여당과 야당의 정권 교체까지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선우의 마음속에 일본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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