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6화
116화 박강현 대통령 취임
-서울 구치소.
조명준 회장은 노발대발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의 공세를 결국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믿었던 국내 기업들은 도움을 청하는 그의 요청에 침묵했고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마지막 희망으로 DJ 정권에 줄을 대봤지만 그의 자식 농사를 탓하며 도와줄 수 없다는 거절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고 그의 분노는 고스란히 그의 아들에게 향했다.
“황 소장. 사정을 봐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회장님.”
“아니야, 자네의 도움. 결코 잊지 않겠네.”
“…….”
썩어도 준치라고 인맥을 동원한 결과,
조명준 회장은 구치소 소장의 집무실에서 아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잠시 후,
교도관의 안내를 받고 조영기 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참아왔던 조명준 회장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X새끼!! 오냐오냐 키웠더니 지 애비 얼굴에 똥칠을 해!!”
-퍽! 퍼퍼퍽!!
“아악!”
“네놈이 마약만 안 했어도, 네놈이 똥 싼 비디오만 없었어도!!”
인정사정없는 주먹질에 조영기의 입술이 터지고 온몸에 시퍼런 멍이 달아올랐다.
“……시…… X발, 그만 때려.”
“뭐? X발!!”
“그래. X발!! 이렇게 된 게 다 내 탓이야? 아빠 잘못이잖아.”
“뭐 이 새끼야!”
“욕 좀 그만하고 나부터 좀 빼줘. 여기 있으니까 미칠 것 같단 말이야.”
“야, 이 X발 놈아. 널 빼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지금 우리 순화가 망하게 생겼어. 완전히 망하게 생겼다고!!”
야수와 같은 조 회장의 외침에 조영기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조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순화 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다.
은 그룹의 경영권을 얻는 즉시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재벌의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그룹의 가장 알짜배기 계열사인 순화 화학을 해외 자본을 배제한 국내 기업에 공개 매각했다. 그 외에 몇 개의 순화 그룹 계열사들을 국내 기업과 합병했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합병 대상이 된 순화 그룹 계열사 직원의 80% 이상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순화 그룹보다 네임 밸류가 높은 기업들과 합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경외시에 다니던 대학생이 SKY에 편입한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또한 순화 그룹 임원에 대한 5년의 의무 고용, 직원에 대한 10년 의무 고용 역시 합병 조건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선우의 통 큰 결단이 있었다.
“이 금액에 매각하시겠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어, 어째서죠?”
권학수 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존슨을 바라보았다.
수백억이나 되는 돈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
그럼 그렇지.
역시 조건이 있었다.
대체 그게 무엇일까? 막대한 비자금을 챙겨달라는 걸까?
권학수 사장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물었다.
“말씀해 보십시오.”
권학수 사장의 말에 존슨이 조건에 대해 말을 꺼냈다.
“순화 쪽 직원들에 대한 의무 고용 계약을 체결해 주십시오.”
“의무 고용 계약이요?”
“네.”
“……!!”
권학수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존슨의 말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동시에 내심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이제야 정말로 이 순화 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년을 원하십니까?”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입니다.”
존슨 부사장이 눈과 마주치자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좋습니다.”
권학수 사장은 존슨 부사장이 내민 서류에 사인했고 두 사람은 성공적인 계약을 자축하며 악수를 나눴다.
다음 날,
DJ의 전화를 받은 선우가 청와대에 들어갔다.
“우리 최 작가. 음식 맛이 어땠나?”
“아주 맛있었습니다.”
“허허허~ 그렇지?”
“네.”
DJ는 마치 장성한 손주를 보는 것 같은 훈훈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자넨, 어땠나?”
DJ의 왼쪽에는 50대 초반의 남성이 있었는데, 그 역시 음식 맛에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리사의 실력이 대단한데요.”
“허허허~ 이젠 자네가 매일 먹겠구먼.”
“하하, 네. 그렇게 됐습니다.”
남자의 정체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강현이다.
아직은 당선인 신분이지만 이제 얼마 후면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예정이다.
박강현.
그는 참으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남자였다.
부산 상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가 사회 부조리를 뼈저리게 경험한 후, 독학으로 공부하여 1975년 4월 3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그 후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약했다.
DJ의 주도 아래 세 사람의 담소가 시작되었는데,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포부가 높고 아무리 뜻이 좋아도, 나라는 금세 바뀌지 않아요. 정치라는 게 참으로 묘하게도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민주공화국의 장점이자 단점이겠죠.”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며, 타협은 토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칙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죠.”
선우는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DJ의 정치가 타협을 통한 승리의 추구라면 그의 정치는 타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승리하는 것이다.
DJ와 박강현.
닮았지만 서로 다른 대통령.
선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요한 문제는 욕심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욕심인지, 아니면 세상을 위한 욕심인지였다.
‘……투신 그리고 사망.’
선우는 박강현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의 욕심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세상을 위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을 위한 욕심이었다면 그의 마지막이 그렇게 비참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나라 전체를 흔들었고 온갖 음모설이 그 뒤를 따랐지. 하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어.’
“한 번도 정의가 승리하지 못한 역사입니다.”
“동의해요. 하지만 강하기만 하면 부러질 수 있어요.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입니다.”
“…….”
“강산이 한 번 바뀌려면 10년이 걸립니다. 멀리 보세요. 5년은 생각보다 짧아요. 그리고 최 작가.”
“네. 대통령님.”
“절 도와준 것처럼 우리 당선자님도 많이 도와주세요.”
선우가 DJ와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당선자 역시 여당 소속이었다.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드려야죠.”
“허허허~”
선우의 대답에 DJ가 소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거참 말만으로도 고맙군요.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알고 계셨나요?”
“그럼요.”
당황해하는 선우를 보면서 DJ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고 박강현 당선인은 의아스런 표정이다.
“이거 내 입으로 말하기 겸연쩍기는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최 작가의 도움이 컸어요. 박강현 당선인께서도 이젠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을 꺼냅니다.”
DJ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박강현 당선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해피 그룹.”
“……?!!”
박강현 당선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해피 그룹과 작가님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DJ가 선우를 바라본다.
마치 얘기해 줘도 되겠냐는 듯한 눈빛이다.
어차피 알 게 될 것. 선우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박강현 당선자님.”
“네, 대통령님.”
“최선우 작가님은 의 주주입니다. 그것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주주.”
“네?”
당황한 박강현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무슨?!!”
“순화 그룹 사태로 한동안 떠들썩했으니 에 대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최 작가님이 IMF 사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DJ의 말에 선우가 급히 손사래를 쳤다.
“도움이라니요. 아닙니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했을 뿐입니다.”
“허허허~ 겸손이 과해요.”
DJ는 기분이 좋은지 껄껄대며 말을 이었다.
“의 도움을 받은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해피 그룹은 또 어떻습니까?”
“……!!”
“IMF를 졸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우를 향해 적극적인 감사를 표시하는 DJ는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이다.
마치 그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경제 지표나 매출 등의 부분에서 우리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있지만 실질적인 성장률과 순이익 부분에서 우리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내실을 다지면서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이제는 하늘 높이 비상할 때입니다.”
-짝짝짝짝!!!!
세르조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말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구글은 이미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었다.
브랜드 가치가 충분한 상황에서 기업을 공개한다면 막대한 자금과 이윤이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저희와 함께 그 영광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짝짝짝짝!!!!
-와아아~~!!
이사회에 참석한 이들은 두 사람의 선언에 흥분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기업공개가 이루어진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백만장자, 아니 천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환호성을 터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미스 실비아.”
“네, 대표님.”
“서류를 나눠주게.”
세르조이의 말에 실비아는 이사회에 모인 주주들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나눠주었다.
실바아 덕에 한숨을 돌린 세르조이가 임원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서류를 열어 보십시오. 여러분들이 받게 될 주식의 양과 스톡옵션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글의 임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서류를 개봉했다.
“응?”
“이, 이 사람은?”
-웅성웅성?!!
세르조이와 브린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기업공개로 인해 임원들은 그동안 장막 뒤에 숨겨진 구글의 대주주를 알게 된 것이었다.
[세르조이 21%]
[브린 21%]
[최선우 21%]
“최선우?”
-웅성웅성!!
“설마 그 최선우?”
“에이~~ 아니겠지.”
자료에 적힌 동양인의 이름이 그들이 익히 알고 있던 남자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