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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14화 (114/187)

◈ 제 114화

114화 T&B 송년 파티에서 생긴 일(3)

“조영기 본부장이 시켰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조, 조영기 본부장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미치겠네. 정말.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조수애는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을 받으며 당황에 얼굴을 붉혔다.

거짓말을 하려고 했는데, 진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진짜요? 영기가 진짜 그랬어요?”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너무나 놀란 나머지 당사자도 아닌 이가 조수애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그녀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매우 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조영기 본부장은 이태리 작가님과 설연 씨를 헤어지게 만들고 싶었어요.”

“거짓말!”

더 이상은 곤란했다.

“야, 이 미친년아,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는 무척이나 흥분한 얼굴로 조수애에게 다가서려 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선우의 손에 제지당하고 말았다.

“거기까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시죠.”

“뭐, 뭐라고? 이익! 저리 비켜! 어서 비키지 못해?!”

조영기는 무척이나 흥분한 얼굴로 선우를 강하게 밀쳤다.

하지만 뒤로 밀린 건 오히려 그였다.

선우는 한 발짝도 움직이기 않았고 조영기의 얼굴은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수애 씨, 계속 말해 보세요.”

선우가 조영기를 무시하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작가님을…….”

결국 그녀의 입에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야.”

조영기는 조수애의 고백에 대해 필사적인 심정으로 부정했다.

순화 그룹 3세의 면전에서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경멸의 빛이 나타났고 그와 같은 눈빛에 조영기는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선배님. 이거 특종인데요.”

“대박이다. 야! 사진 찍었지?”

“아까부터 찍었죠. 혹시 몰라 비디오무비도 가지고 왔는데~~”

“진짜? 영상 찍었어?”

“네.”

“대~~박!”

후배 기자의 말에 하승남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종을 잡은 기쁨이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보수도 보수지만 승진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특종이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잘했어. 앞으로 넌 내가 책임진다.”

“앗! 감사합니다. 선배님.”

“인사는 됐고, 계속 찍어.”

“네~엡.”

한편 조영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봐!! 조수애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지?”

그는 한참을 떠들었다.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고 그런 짓을 사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누구야! 누가 대체 날 모함하라고 시킨 거야?”

선우는 아무런 말이 없어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미 마법 완드를 손에 쥐고 수인까지 완성한 상태였다.

“이봐, 당신.”

“……!!”

증오라든가 분노 따위의 감정이 보일 법도 한데 선우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반대로 조영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왜? 아니라고 하잖아.”

짜증이 난 듯 그는 역정을 부리기까지 했다.

“정말 아니야?”

“그래. 아니야. 난 아니라고.”

“좋아, 그렇게 자신 있다면 어디 내 눈을 보고 얘기해 보시지.”

-우우우웅!!

“정말 당신이 시킨 게 아니야?”

‘거짓과 진실의 저울!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진실만을 말할지어다.’

조영기는 ‘그래. 아니야. 아니라고, 난 모르는 일이야’라며 크게 외치려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가?

거짓을 토해내려는 그의 말문이 순간 콱 막혀 버렸다.

“그, 그건…….”

조영기가 말을 떠듬거리기 시작하자 선우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어서 말해봐. 왜 그랬지?”

“그래. X발! 내가 그랬다. 내가 사주했다고! (X발! 내가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야?)”

마침내 가면이 벗겨져 재벌 3세 뒤에 숨은 그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이런 X 같은 새끼, 글쟁이 따위가 어디서 그녀를 넘봐! 설연은 내 거야. 앞으로 내 여자가 될 거라고!(아니야. 멈춰. 조영기.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

“헉!”

“……헐!!”

짤막한 경악성과 함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어느 누구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저런 X신 새끼.’

‘끝까지 잡아뗐어야지.’

조영기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본인이 스스로 자백했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영기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본성이 깨어났다.

“이 개 같은 년아!”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풀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젠장! 여자들은 정말 이해하지 못할 족속들이라니까……. 앞으로 기대해. 널 완전히 부숴줄 테니까.”

눈알을 희번덕거리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정신병자를 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조수애는 물론이고 좌중에 모인 사람들 역시 조영기 본부장의 모습에 소름이 오싹 돋는 것을 느꼈다.

“당신……. 혹시 약했어?”

“뭐?”

선우는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당신! 약했냐고!!”

그와 동시에 선우의 흑마법이 펼쳐졌다.

‘중독! 단절!!’

중추신경계에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단절시키는 동시에 PDE 억제로 인한 심박수 상승 및 심박출량 증가, 중추신경 흥분 작용이 강하게 일어났다.

“뭔 개소리야. 이런 미친 새…… 끼…… 가…….”

황당해하며 욕설을 내뱉던 조영기의 몸이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져 버렸다.

크게 떠진 그의 눈에는 경악이 가득하다.

“이, 이럴 수가…….”

그 상태 그대로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전신을 관통하는 감히 형언할 수조차 없는 쾌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사실 이것은 그에겐 무척 익숙한 느낌이다.

종종 경험해 보지만 결코 끊을 수 없는 환희, 그것의 이름은 쾌감이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타고 오르는 짜릿한 쾌감에 도저히 의식의 끈을 잡고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비, 빌어먹을.”

조영기의 눈빛이 몽롱해지기 시작하며 마지막 남은 그의 의식 역시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에이…… 설마…….’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저 녀석, 알아주는 개망나니잖아.’

‘근데 저 모습을 좀 봐. 정말 약을 먹은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사람들의 시선이 또다시 조영기에게 집중되었다.

조영기의 얼굴은 이미 쾌락에 빠져 있었고 모두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극강의 황홀감!

혀를 내밀고 침까지 흘린다.

초점을 잃은 눈빛 역시 전형적인 약쟁이의 눈빛이다.

‘미친 새끼.’

‘어휴, 저런 X신 같은 놈.’

‘답이 없다. 답이 없어.’

‘지금 날 쳐다본 거야? 아우, 더러워!’

사람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경악 그리고 모멸의 빛이 일렁거렸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선우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었다.

“여기에 마약을 한 사람이 있어서요.”

선우의 말에 다소 놀란 듯 사람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설마 정말로 신고를 하겠나 싶었나 보다.

-웅성웅성!!

선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조영기가 평소 무슨 짓거리를 하든 간에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먼저 자신과 설연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자고로 은혜는 반드시 기억하는 반면 원수는 확실히 갚아주는 게 흑마법사의 성품이었다. 고로 선우의 심판 역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영기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우우웅!!

선우의 마법이 다시 한 번 펼쳐지기 무섭게 조영기의 엉덩이에서 똥 줄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정하겠다. 액체가 섞인 물똥이다.

“꺄악!”

“엄마야!!”

바지를 비집고 나와 철철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미친놈처럼 웃고 있다.

흑마법의 강력한 위력에 취해 있는 덕이었다.

잠시 후,

마약 단속반 형사들이 출동했다.

[서울 강서 경찰서]

“아이고, 배야. 나, 나 죽어요.”

정신을 차렸지만 불행히도 설사가 멈추지 않았다.

약을 먹어도 소용없다.

결국 의사가 와 주사를 놨지만 그의 치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도 문제였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냄새가 계속되자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웩! 아이고, 이게 대체 뭔 냄새야.”

“우웩!! 으으으, 형사님. 이 새끼 좀 딴 데로 보내세요.”

“이런 X발, 야 이 X새끼야. 그만 싸라. 잠 좀 자자.”

“아우, 냄새! 저리 꺼져.”

* * *

만약에 말이다.

그 파티가 일반적인 파티였다면 말이다.

만약에 말이다.

그 파티에 다수의 기자들이 없었다면 말이다.

만약에 말이다.

조영기가 건드린 상대가 최선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KBC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순화 그룹 3세 조영기 본부장이 마약을…….

-경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찰청 앞에서 MBS 안선한이었습니다.

-재벌가의 도를 넘은 행태에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순화 그룹 본사 앞으로 한 대의 차가 멈추자 그 순간부터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로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회장님, 아드님의 마약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조영기 본부장이 공개석상에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조 회장님! 지금 심경에 대해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각종 녹음기들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기자들은 그가 단 한 마디라도 해 주기를 원했지만 조 회장은 담담하게 앞만 보고 걸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기자들이 계속 따라왔다.

“전 우리 아들을 믿습니다. 모든 것은 밝혀질 겁니다.”

조 회장은 이 말을 남긴 후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회장실]

40대 후반의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순화 그룹의 대외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장철준 이사다.

“장 이사.”

“네. 회장님.”

“왜 기사를 못 막았지? 내가 분명 내리라고 지시했잖아.”

“그, 그게…….”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 조 회장의 모습에 장철준 이사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래?”

“……!!”

“왜 대답이 없어? 내 말이 틀렸나?”

“아, 아닙니다.”

“좋아. 그럼 엎드려.”

“…….”

조 회장은 엎드리라는 말과 함께 골프 가방에서 골프채를 꺼내 손에 쥐었다.

-퍼억!

잠시 후,

생살이 터지는 소리가 회장실에서 흘러나왔다.

“야, 이 X새끼야.”

“……!”

-퍼억!!

“이런 기사도 하나 막지 못하고!”

“……!”

-퍼억!!!

설마 그가 일부러 막지 않았을까?

사실 몇 개의 언론사를 상대로 기사를 올리지 못하게, 올린 기사를 내리게도 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고 운마저 없었다.

“월급을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퍼억!!!!!

장철준 이사는 끝까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바, 조 회장이 화가 나면 그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 조용히 몇 대 맞는 것이 그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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