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106화 (106/187)

◈ 제 106화

106화 Television Francaise 1

2002년 12월.

이태리 작가의 가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프랑스 드골 공항.

선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환호했다.

“최선우다. 최선우가 왔다.”

“어디? 어디?”

“꺄아아~ 이태리 작가야.”

“저쪽!! 지금 나오고 있어.”

그를 기다리고 있던 소녀들 중의 몇 명이 아주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꺅꺅!”

“꺄아악~ 티비에서 본 것보다 더 멋지지 않니?”

“맞아.”

“그래~~”

월드컵 이후,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지만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축구가 국민 스포츠인 유럽에서 선우는 이미 최고의 축구 스타인 동시에 최고의 작가로 여겨졌다.

“선우.”

“우와~ 지르단이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선우와 친구가 된 지르단이 선우를 반갑게 끌어안았다.

“선우와 지르단~~!”

“우리들의 영웅!!”

두 사람을 향해 몰려드는 수많은 팬들의 외침에 지르단의 눈꼬리가 재빠르게 꿈틀거렸다.

“선우, 일단 차에 타서 이야기하자.”

“그래.”

그날 저녁,

예술과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묵고 있다고 알려진 호텔에 몰려들었다.

“최선우~”

“선우, 선우, 최선우~~”

호텔 경비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다.

소녀 팬들이 선우에게 품은 열정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었고 일부 팬들은 경비원들 앞에서 버티고 선 채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너무 미안한데요.”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려고?”

“사인이라도 해드려야죠.”

“어이쿠! 저 사람들을 봐. 사인하다가 밤을 새겠어.”

지르단의 말에 선우는 잠시 시계를 보았다.

확실히 늦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을 이대로 놔두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죠. 모두 절 보기 위해 오신 분들이잖아요.”

선우는 지르단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창문을 활짝 열었다.

“꺄아악. 최선우 선수다.”

“오빠~ 선우 오빠~~”

창문을 통해 선우가 모습을 보이니 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모여들었다.

“꺄아악! 오빠~ 오빠~~”

“작가님! 사인 좀 해주세요.”

“히잉~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 저는 매일 밤 작가님 꿈만 꾸는데.”

소녀 팬들의 시선이 선우에게 집중되며 팬들이 애원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본 모습이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소녀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Merci d'abord pour votre hospitalité.(먼저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est cool. Vous parlez français.(멋져! 불어를 하잖아.)”

“Parfait!(완벽해!)”

“이렇게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시간이 조금 늦었잖아요? 호텔에는 다른 투숙객들도 많이 있고요.”

선우는 환상적인 미소를 보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로 인해 다른 분들이 방해를 받는다면 매우 슬플 것 같아요. 혹시 제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미안해요.”

소녀들이 선우를 향해 마치 합창하듯 대답했다.

-끼익.

이때, 방문이 열리며 호텔 총지배인이 나타났다.

그는 방 안을 슬쩍 둘러보더니 이내 지르단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선우.”

“……?”

지르단이 귓속말로 속삭이자 선우는 밝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호텔 총지배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살짝 숙이기까지 했다.

“호텔 측에 양해를 구했더니, 조금 전에 연회장을 빌려주기로 했어요.”

“……?”

-웅성웅성!

“응?”

“이, 이게 무슨 말이지?”

선우의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감격스러워하며 환호를 질렀다.

“꺄아아~~”

“우와~~ 대박!”

“작가님이 우리를 만나주겠다니. 너무나 기뻐요.”

“오빠 만세~!!”

선우는 고개를 한 번 옆으로 틀며 말했다.

“그럼 이제 자리를 옮겨 볼까요?”

“네~~!!”

선우의 이와 같은 행동은 곧바로 기사화되어 그를 향한 팬심에 불을 질러버렸다.

이것은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에 대한 팬심과 매우 유사한, 그러니까 일종의 신드롬 현상과 같았다.

다음 날.

선우가 중년 사내와 함께 방송국 스튜디오에 모습을 나타내자 소란했던 실내에 갑작스런 침묵이 찾아왔다.

“헉!”

“최, 최선우 작가님?”

“작가님~~!!”

스텝들과 함께 있던 사람들 중의 한 여인이 선우의 모습을 보자마자 재빠른 걸음으로 마치 날아오듯 달려왔다.

엠마 바르통,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순함과 농염함을 동시에 가져 큰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프랑스 배우이자 모델 그리고 오늘 출연하기로 한 프로그램의 사회자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여인은 애교 넘치는 미소와 함께 선우를 살짝 끌어안고 자신의 얼굴을 선우의 얼굴에 부비면서 ‘쪽, 쪽’ 소리를 냈다.

이것은 볼 키스, 일명 바초(bacio)라 불리는 이탈리아식 인사다.

“쪽~ 쪽!”

선우 역시 유럽식 인사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당황하지 않고 응대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초청받은 패널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머~ 이태리 작가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작가님 팬이에요.”

“아아. 이게 꿈은 아니겠죠? 작가님을 이처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에요~”

“공쿠르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눈앞에서 들려오는 여인들의 웃음소리들.

선두에서 걸어와 인사를 건넨 이는 20대 초반의 프랑스 가수고 그 뒤로 여류 작가, 미모의 변호사가 인사를 건넸다.

세 명 모두 미모의 여인임은 말할 것도 없고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 찾아온 선우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그 환영의 방식이라는 것이 호들갑이라는 게 좀 특이하긴 했지만 말이다.

‘……어?’

선우의 눈동자가 잠시 꿈틀거렸다.

옷을 입었을 때는 몰랐지만 코트를 벗어던지자마자 여성들의 몸매가 완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눈은 행복했지만 어쩐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눈이 행복(?)했으므로 내심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국영 방송에서 저런 복장이 가능한가에 대해 말이다.

참고로 프랑스는 성에 대해 굉장히 자유로운 나라다. 이는 비단 프랑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이 그렇다.

(독일)아침 방송에서 남자의 성기가 모자이크 없이 나오기도 한다.

(이탈리아)밤 10시 이후 성에 관련된, 매우 야한 광고가 TV에서 나온다.

(네덜란드)이곳은…… 후후후!!! 말할 필요가 없다.

혹시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각설하고 선우의 예상대로 여성 패널들의 질문 폭탄이 이어졌다.

“작가님, 키가 얼마예요?”

“글쎄요. 정확히 재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88cm 정도?”

“와아~ 저랑 딱 어울리는 크기네요.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세요?”

“정확히 80kg입니다.”

“몸이 굉장히 좋으세요. 팔뚝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네.”

“우와! 대박 딴딴해! 돌덩이인 줄 알았어요.”

“그럼 전 허벅지요.”

“어, 어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허벅지를 공략당했다.

이것은 예상치 못한 육탄 공격이었다.

그냥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여성들은 저마다 선우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기 위해 그리고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펼쳤고 그것을 주위에서 바라보던 몇몇 남자 스텝들의 얼굴에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쳇. 아예 대놓고 유혹을 하는군,”

“저 도도한 엠마가 저럴 줄은 몰랐어.”

“줄리엣은 어떻고? 저것 봐. 아예 지 가슴을 들이대고 있잖아.”

자신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여성들이 선우 앞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팬티까지 벗을 기세다.

사기적인 외모에, 개사기적인 축구 실력에, 초개사기적인 필력마저 지녔다.

억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작가님은 참으로 재미있군요.”

“꺄꺄꺄꺄~”

“호호호호~~”

선우가 말만 하면 웃음꽃이 핀다.

“월드컵 직후, 은퇴를 선언하셨는데 선수로의 복귀는 생각이 없으신가요?”

“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단순합니다. 책을 쓰고 싶거든요.”

“아!!”

선우가 입가에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엠마를 비롯한 여성 출연자들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붉어졌다.

모두들 뚫어져라 선우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휘이익!!

담당 PD의 손이 급하게 돌아갔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엠마가 서둘러 다음 질문을 던졌다.

하마터면 방송 사고가 날 뻔했다.

“이번엔 <태리 포터와 지옥문의 성물>에 대해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마침내 볼드데빌이 태리의 손에 죽게 됩니다. 그렇죠?”

“네.”

“볼드데빌이 죽은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어둠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이를 두고 현재 독자들 사이에서 ‘어둠의 씨앗은 볼드데빌의 재생이다. 아니다. 그것은 별개의 것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둠의 씨앗은…….”

-꿀꺽!

모두가 선우의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60초 후에 확인하십시오.”

“꺄아~~!!”

“아! 뭐예요~~”

선우의 밀당에 패널은 물론 스튜디오에 모인 방청객들 역시 뒤로 자빠졌다.

“맙소사~~”

담당 PD는 선우의 대답에 감탄을 토해냈다.

방송 초보임이 분명한데, 이런 상황에서 저런 위트를 날리다니!

“PD님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이미 얘기했잖아. 중간 광고 내보내~”

광고가 끝나고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다.

“그럼 더 이상의 볼드데빌은 없는 건가요?”

“후후후~~ 그건 소설을 읽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아잉~~ 못됐어.”

원 역사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는 7부작 <해리 포터와 지옥문의>로 그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선우와 수앤과의 만남으로 인해 해리 포터의 결말 역시 상당 부분 달라졌다.

-8부 <태리 포터와 세상과의 연결>

-9부 <태리 포터와 자라난 어둠의 씨앗>

-10부 <태리 포터와 현실과 하나 된 세상>

-11부 <태리 포터와 최후의 전쟁과 그 후 10년>

“스포일러지만 살짝 귀띔을 해주자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인 태리 포터와 조르미온느가 호그캐슬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모아 약혼식을 거행합니다.”

“그게 정말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꺄아아~~”

두 사람이 이어진다는 말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때 선우가 제작진과 함께 준비한 이벤트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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