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7화
97화 태리 포터와 지옥문의 성물
-철컹!
철제로 된 지하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자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태리…….”
“네, 덤앤두어 교장 선생님.”
“볼드데빌은 부활했다. 딱총나무 지팡이를 얻은 볼드데빌은 볼드데빌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덤앤두어 교장이 태리 포터에게 볼드데빌의 완벽한 부활을 막기 위해 드래곤 하트를 찾으라고 한다.
“……그곳으로, 가야…… 해. 세, 세…… 가지 시험이……. 난…… 널…… 믿는다. 태리…….”
“선생님. 서, 선생님. 덤앤두어 선생님!!!”
태리의 울음소리가 호그캐슬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볼드데빌이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소식과 덤앤두어 교장이 죽었다는 말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태리……!”
친구에서 이제는 연인이 된 조르미온느가 태리에게 다가온다.
삼각관계로 인해 흔들렸던 돈 위즐리 역시 덤앤두어 교장의 죽음 앞에 믿음직한 친구로 돌아왔다.
그들은 볼드데빌과의 일전을 각오하며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이게 뭐야?”
“덤앤두어 선생님이 주신 거야. 지도에 표시된 곳에 드래곤 하트를 있다고 해.”
“드래곤 하트?”
“그래. 딱총나무 지팡이를 상대하려면 드래곤 하트를 얻는 수밖에 없어.”
“……!!”
세 사람은 덤앤두어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드래곤 하트를 찾기 위한 여정을 준비한다.
그리고 몇 번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드래곤의 무덤에 다다른다.
태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은 드래곤이 준비한 세 가지 시험과 마주하지만 인내와 지혜와 용기를 통해 드래곤 하트를 얻게 되고 부활한 볼드데빌과 목숨을 건 대결을 하게 된다.
“아센디오(Accendio), 봄바르다(Bombarda).”
-펑!
“콘프링고(Confringo).”
“엑스펄소(Expulso).”
-과과광!!
“아바다 케다브라(Avada Kedabra).”
“피니트 인칸타템(Finite Incantatem).”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현란한 마법이 호그캐슬의 지축을 울린다.
볼드데빌이 손에 쥔 딱총나무 지팡이는 블랙 드래곤의 뼈로 가공한 마법 지팡이로 절대적인 위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태리에게는 어떠한 위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바로 그가 골드 드래곤의 심장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왜 저러지?”
“볼드데빌님이 좀 이상해.”
“어?! 볼드데빌님의 마법이 통하지 않아.”
볼드데빌을 따르는 추종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으, 으으…… 서, 설마?!!”
자신의 마법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는 태리의 모습이 볼드데빌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그의 전신을 뒤덮을 무렵, 태리 포터의 입에서 고서클의 마법이 펼쳐졌다.
“쁘로테고 호리빌리스(Protego Horribilis), 삐안토 듀리(Pianto Duri).”
어둠의 마법을 막아주는 주문과 그것을 강화시키는 주문이다.
“홀리 나이트, 골든 스피어!!”
“어? 어어?!!”
다음 순간,
태리의 전신에서 성스러운 빛이 일어나 볼드데빌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한 줄기 황금빛 창으로 변한 빛이 볼드데빌의 몸을 꿰뚫어버렸다.
“으아아악!!”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 것일까?
저주와 원망이 가득한 볼드데빌의 음성이 호그캐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볼드데빌은 내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Voldmort is, my past, present, and future.) 나는 비록 패했지만 어둠이 패한 것은 아니다. 기억해라, 내가 누구인지…….”
볼드데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퍼엉!!!
하늘을 뒤엎는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끝인가?
이제 어둠은 사라진 것일까?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최후를 짐작한 볼드데빌의 몸이 터지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남긴 어둠의 씨앗이 인간들의 세상으로 날아갔음을 말이다.
승리에 취한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그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To be continue…….
시카고에 살고 있는 11살 소년 호아킨은 지옥문의 성물 마지막 장을 덮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어, 어떡해?!”
볼도모트가 남긴 어둠의 씨앗이 혹시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시카고로 날아올까, 걱정에 휩싸인 것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호아킨과 같은 걱정을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시각,
순화 그룹의 3세 조영기 본부장이 박대훈 실장을 불렀다.
“***.”
“*** 말입니까?”
“그래. 데려올 수 있지?”
조영기 본부장의 말에 박대훈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알아보겠습니다.”
본부장실에서 나온 박대훈 실장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강남에 위치한 고급 술집에 박대훈 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최 팀장은?”
“조금 전에 오셔서 VIP 룸으로 모셨습니다.”
“잘했군. 방이 어디지?”
“절 따라 오십시오.”
“그래.”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박대훈 실장은 점점 건물 깊숙이 들어갔다.
“최 팀장님.”
“아이쿠, 박 실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팀장님. 잘 지내시죠?”
“말도 마십시오. 연예계가 말이 좋아 연예계지 아주 정글입니다. 정글. 얼마 전에 드라마 하나가 엎어지는 바람에 죽을 쓰고 있습니다. 헌데 어쩐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뭐~ 지나가는 길에 우리 팀장님이 생각나서요. 얼굴도 보고 술도 한잔하고, 겸사겸사!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죠.”
박대훈 실장을 바라보는 최현 팀장의 눈빛이 묘하다.
당신이 왜 날 불렀는지, 대충 눈치챘으니 어서 용건을 말해보라는 표정이었다.
“요즘 한설연은 어때요?”
“한설연이요?”
“네.”
“아주 최고죠. 어렸을 때부터 예뻤는데 미모가 아주 물이 올랐어요. 연기력도 죽이고요.”
“혹시 스폰서가 있나요?”
“스폰서요? 아뇨. 그 친구는 그런 것 없어요. 사생활이 아주 깨끗합니다.”
“그렇군요.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조로록!
조니 워커 블루가 양주잔에 채워진다.
“제가 모시는 분이 있는데, 설연 양을 한번 뵙고 싶어 하셔서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죠?”
“사적인 만남 자체를 갖지 않아요.”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나요?”
“돈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서요.”
최현 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집안이 좋나요, 순화 그룹의 요청을 무시할 만큼?”
“설연의 아버지가 대검 차장 검사 출신의 한상우 의원입니다.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하고요.”
“……!!”
“방송국 PD와 로펌 변호사로 활동 중인 언니들도 있어요. 게다가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혔잖아요. 일각에서는 뜬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거든요.”
“이태리 작가를 말하는 겁니까?”
“아! 보셨나요?”
“네.”
박대훈 실장은 잠시 갈등에 휩싸여야 했다.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남자 친구의 존재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박 실장은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뭔가 살짝 오해하신 것 같네요.”
“네?”
“스폰서의 개념이 아닙니다. 저희 본부장님이 설연 씨의 팬이라서요.”
“본부장님이요?”
“네, 화순 그룹 3세입니다.”
“……!!”
“본부장님은 순수한 팬심에서 설연 씨와 차라도 한잔 가볍게 마시며 선물을 드리고 싶어 하는 겁니다.”
“음!”
“막말로 최선우랑 사귀든 말든, 두 사람이 결혼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말이라도 한번 전해주세요. 커피 한잔 마시는 정도의 부담 없는 자리입니다.”
“…….”
그렇다.
고작해야 커피 한잔 마시자는 제안일 뿐이다.
“이러다 두 분이 잘되면, 섭섭지 않을 겁니다. 아시잖아요? 순화 그룹~”
“……알겠습니다. 일단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두 사람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속옷 하나만 걸치다시피 한 미모의 여인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박대훈 실장은 고개를 흔들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젠장…….’
최현 팀장의 말에 의하면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최 팀장은 너무나도 단호한 설연의 모습에 다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비싼 술까지 먹였지만 애초에 제안한 쪽은 이쪽이다.
다음을 위해 통화를 좋게 끝냈지만 조영기 본부장에게 깨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잠시 후,
“그래?”
“네,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
조영기 본부장은 서류철을 손에 든 채로 박대훈 실장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박대훈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조영기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이상,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욕설과 함께 서류철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하다.
고개를 드니 미소 짓고 있는 조영기의 모습이 보였다.
“하!”
조영기 본부장은 곧 박장대소를 토해냈다.
“하하! 하하하하!! 그래. 여자라면 그래야지. 역시 내 눈이 맞았어. 내 여자가 될 자격이 있어.”
그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남자 친구가 누구라고 했지?”
“최선우입니다.”
“그래. 최선우.”
“필명은 이태리.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월드컵에서…….”
조영기 본부장이 냉랭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그만! 그만해. 대한민국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의 질책에 머쓱해진 박대훈 실장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새끼, 지금 어디 있지?”
“훈련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
조영기 본부장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일단 마음에 드는군. 박 실장.”
“네, 본부장님.”
“자네는 설연 쪽과 계속 접촉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일단 선물 공세를 펼쳐. 10분이라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약속을 잡아. 알겠지?”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나가봐.”
“네.”
혼자 남은 사무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에서 또 다른 얼굴이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훈련소에서 퇴소하면 여자가 무척이나 고프겠지? 미모의 여인을 사서 녀석을 유혹하게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모습을 설연이 보게 하는 거지.”
‘혹시 이 방법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지?’
“후후후~ 방법이야 많지. 애들을 풀어서 병신으로 만들거나 음주 운전을 위장해 밀어버리면 되지 않겠어?”
‘하긴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야.’
“암튼 최선우는 훈련소에서 나오면 간을 좀 보는 걸로 하자.”
‘좋아. 나도 찬성.’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소시오패스.
그게 바로 조영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