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5화
95화 월드컵 우승(1)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터키와 독일의 3, 4위전이 열렸다.
6, 7만 명의 관중들이 들어선 경기장에서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기 중의 하나로 꼽히게 될 경기가 펼쳐졌다.
“와아~~”
“Dreams come true!!”
“형제의 나라.”
경기장에 들어선 터키 선수들과 터키 TV 중계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터키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큰 터키 국기가 한국 응원단에 의해 펼쳐진 것이다.
“저, 저게 뭐죠?”
“……헉?!”
“맙소사!”
경기장은 찾은 터키 사람들은 물론 TV를 시청하고 있던 터키인들 역시 벅찬 감동에 빠졌다. 일부 터키인들은 이와 같은 광경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터키(돌궐 제국)는 삼국시대 고구려와 형제 국가였다.
신라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을 당하자 무려 20만에 이르는 고구려인들이 형제의 나라였던 돌궐로 향했다고 사서(史書)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돌궐 제국의 황제는 그 아래 세 명의 왕을 두고 있었는데, 고구려 유민들을 위해 새로운 왕(고구려 왕)을 세워 형제의 우애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터키는 이와 같은 역사를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랬기에 1950년 한국 전쟁이 터지자 터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제일 먼저 한국 전쟁에 참전했을 것이다.
-형제의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어서 구하러 가자.
-터키 정부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어서 파병하라.
응원의 힘이었을까?
터키는 독일을 1:0으로 꺾는 기염을 토하며 월드컵 3위를 기록했다.
<터키에서 부는 한국 열풍>
-형제의 국가, 한국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다시 한 번 피를 흘릴 각오가 되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서 1천 명의 용사를 잃었지만 오늘 5천만의 한국인을 얻었다.
-한국인은 무조건 공짜.
-한국인에 한해서 최고급 호텔, 콘도 50% 할인.
-한국인은 무한 서비스 제공.
그리고 터키는 한국이 보여준 이날의 응원을 잊지 못했다.
* * *
“이번엔 누구야?”
“첼시와 AS로마요.”
“헐~~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구먼.”
프리미어 리그, 세리에 A, 분데스리가.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에서 러브 콜이 쇄도했다.
월드컵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모습에 기자 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축구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선우야.”
“네, 형.”
“월드컵 끝나면 정말 축구 안 할 거야?”
“네.”
너무나 짧고 단호한 답변에 한명보는 할 말을 잃었다.
“왜요?”
“그냥…… 아쉬워서.”
“뭐가요?”
“너 말이야. 너! 엄청난 실력을 가졌잖아. 형이 볼 때 넌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야. 세리에 A든 프리미어 리그든 네가 원하기만 하면 세계 최고의 팀에서 돈 싸들고 올 텐데 왜 그걸 포기해?”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축구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책 쓰는 거?”
명보의 말에 선우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후후.”
‘뭐~ 다른 것도 하고 싶은 게 있지만요.’
선우의 무덤덤한 기색에 한명보는 두 손을 들었다.
“그래,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니까.”
“형님.”
“응?”
“그거 평양 감사가 아니라 평안 감사예요.”
“그, 그러니?”
“네. 형님.”
“험…… 험험!!”
살짝 민망해진 한명보 선수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참~~ 암튼 축하해.”
“뭐가요?”
“군대!”
“아~~!! 넵, 감사합니다. 흐흐흐~~”
월드컵 대표 팀이 16강에 올랐을 때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월드컵 대표 팀 전원에게 군 면제라는 달콤한 과실이 병무청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어 당당하고 떳떳하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다.
이때,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영국 브론즈베리 출판사다.
“형님, 잠시만…….”
“어, 그래. 전화 받아.”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작가님.
“네, 반갑습니다. 카르멘 편집장님.”
-다음 주에 영문판과 프랑스어판 가 동시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벌써요?”
원고를 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 주에 출간이 된다고 한다.
-흐흐흐~ 네.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원고가 완벽해서요.
“오타는 없었나요?”
-영문은 물론 프랑스어 번역본 역시 단 한 개의 오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수앤 작가님이 <태리 포터와 지옥문의 성물> 원고를 보내주셨습니다.
“오~ 그래요? 그것도 좋은 소식이네요.”
-네. 그래서 말인데요. 두 작품을…….
그는 내일부터 책이 출간될 때까지 유명한 일간지에 두 작품에 대해 전면 광고를 내겠다고 했다.
“Why not?! 저야 좋죠.”
-그리고…….
카르멘의 말이 이어졌다.
-참~~ 축구 경기 잘 보고 있습니다. 결승전도 응원하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뵈면 꼭 사인해 주셔야 해요.
“후훗! 넵.”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대망의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최선우 선수는 뛰어난 선수입니다. 하지만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호호우도.
“우리는 브라질입니다. 승리를 확신합니다.” -티바우도.
“한국은 강한 상대입니다.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호난우딩요.
“축구는 1명이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11명이 하는 게임이죠.” -스콜라다니 감독.
브라질 팀의 전략은 역시 최선우가 없는 전반에 집중되었다.
“초이(최)는 후반전에 나올 것이다. 우린 전반에 최대한 골을 많이 넣어 적의 추격 의지를 꺾는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스콜라다니 감독은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우린 세계 최강의 팀이다. 그것만 명심해라.”
“네~~”
한편 희동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팀 역시 결전을 다짐하고 있었다.
“브라질은 전반에 승부를 걸 것이다. 우린 5:4:1 포메이션으로 수비를 펼치면서 한 번의 역습을 노린다.”
“네.”
“잘 알겠습니다.”
-삐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출발한 공이 바닥을 몇 번 튕기더니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와우, 역시!!”
전반전부터 브라질의 파상 공세가 펼쳐졌다.
브라질은 선수 전원이 개인기에 능한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다.
희동구 감독의 조련으로 인해 한국 대표 팀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지만 브라질과 비교할 수 없었다.
-툭! 툭툭!
“막아.”
“남일아, 그쪽이야.”
“막아!”
대한민국 수비수 사이로 정확하게 찔러 들어가는 킬 패스.
길이 없으면 만들어가는 개인기.
삼바 축구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슛!
-펑!!
“나이스, 골키퍼!”
김운재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전반 5분 만에 골을 먹었을 것이다.
“자! 자! 모두 침착해, 우린 우리의 경기를 펼치면 돼.”
김운재가 수비수들을 향해 손짓하며 경기를 조율한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며 관람하고 있었다.
-김운재 선수의 슈퍼 세이브가 나왔네요.
-예, 정말 다행입니다. 아시다시피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가 워낙 뛰어납니다. 절대 공간을 주면 안 돼요.
-우리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맞습니다. 체력적인 소모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 경기입니다.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해 뛰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전반전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초인적인 정신력을 무기로 브라질 선수들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내던 대한민국 수비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난우딩요의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진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허나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 자비란 없었다.
-뻐엉!
왼쪽 골대를 기준으로 이른바 45도 슛이 터졌다.
-아! 호난우딩요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네요.
-괜찮습니다. 이제 한 골을 먹었을 뿐입니다.
-우리 선수들,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호난우딩요를 집중 마크하고 있는 가운데 티바우도가 낮게 찔러준 패스가 호호우도의 앞 공간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 순간 호호우도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전진했다.
“팬텀 드리블이 나오네요.”
“막아야 합니다.”
“아…… 안 됩니다. 막아야 합니다.”
-광!!
야심 차게 때린 강력한 슈팅은 매정하게도 골대를 뒤흔들었다.
-골입니다.
-호호우도의 골! 브라질의 두 번째 골이 터졌습니다.
첫 번째 골이 들어가고 2분 만에 브라질의 연속골이 나왔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또 한 번의 골이 터졌다.
3:0, 한국 팀의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처럼 가라앉았다.
공들여 만든 수비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반대로 브라질 선수단과 응원팀은 세 번째 골이 터지자 흥분을 금치 못했다.
-삐익!
전반전이 끝났다.
이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최선우 파이팅!”
“선우야~ 잘하자.”
선우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자 열렬한 응원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같은 마음,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선우야, 너만 믿는다.’
‘최선우 선수, 이번에도 부탁해요.’
-브라질의 세 번째 골이 전반 종료 직전 터졌네요.
-네. 그렇습니다.
-차 위원님은 후반전을 어떻게 보십니까?
-힘든 경기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우리에게 최선우 선수가 있지만 브라질 역시 그에 따른 대비를 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대비라면 어떤 대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음! 예를 들면 일단 전술의 변화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약 스콜라다니 감독이라면 수비진 전원이 최선우 선수를 전담 마크하는 전술을…….
-수비수 전원이요?
-네. 그렇습니다.
차범군 해설 위원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았다.
“후반전 우리의 전술은 선수비 후역습이다.”
스콜라다니 감독은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현재 15골의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최선우를 겨냥한 전술이었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브라질 수비수 전원이 압박한다면 공격수 혼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콜라다니 감독은 브라질의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윽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경기는 꽤나 빠르고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선우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브라질 수비수들이 그를 전담으로 마크한 탓에 패스할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 나만 막으면 된다는 거지, 스콜라다니 감독님. 우리 형들을 물로 본 겁니까?’
후반 10분,
선우가 골키퍼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기회로 이어졌다.
하프라인까지 공을 끌고 가면 그를 향해 수비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이때 최대한 공을 가지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위치에 포진하고 있는 선수를 향해 패스를 한다.
“헉!”
“이런……!!”
척하면 척!
대인방어의 허점, 눈치 빠른 박진성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후반 18분, 대한민국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여기!!”
-툭.
선우의 노 룩 패스가 박진성의 발아래로 정확하게 쇄도했다.
“형, 지금이야.”
“진성아, 슛! 슛!!!!”
-광!
그리고 진성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골! 골입니다.
-최선우 선수의 정확한 패스, 박진성 선수의 골.
-마침내 대한민국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응원석이 크게 들썩였다.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응원가가 터져 나왔고 붉은 물결이 요동쳤다.
“오~ 필승 코리아 한국! 오~ 필승 코리아 한국!”
“오~ 필승 코리아 한국!”
“오~ 오~ 레~ 오~ 레~!”
선우는 수비 라인 끝까지 내려가 매의 눈으로 또다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