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94화 (94/187)

◈ 제 94화

94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독일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더욱 격렬해졌다.

선우가 동료의 패스를 받자 비에린가 마치 폭주 기관차와 같은 기세로 달려왔다.

-타타타탁!

“비에린 선수, 최선우 선수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드네요.”

몸싸움을 즐기는 비에린, 선우는 이미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싸움이라면 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

-빠악!

“억!”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비에린이 튕겨나갔다.

순간 당황한 비에린이 심판을 향해 파울이 아니냐는 액션을 취했지만 심판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당한 몸싸움이라 인정한 것이다.

“비에린 선수가 심판을 향해 강력하게 어필하는데요?”

“파울이 아니냐는 어필을 강력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 지금 느린 화면으로 나오네요. 보세요. 어깨부터 들어갔어요. 심판이 잘 봤습니다. 이건 정당한 플레이입니다.”

“쯧쯧쯧! 할리우드 액션이네요.”

심판의 외면에 몸을 일으키는 순간,

비에린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으으으윽.”

세리에 A에서도 몸싸움으로 유명한 그였는데, 이건 마치 쇠망치로 몸을 맞은 느낌이다. 저 선수의 피지컬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비에린은 힐긋 선우의 모습을 확인했다.

경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선우는 그라운드에 풀어놓은 야생마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수비수들이 선우에게 우르르 몰려든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몇이건 실프와 함께하고 있는 선우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휙, 휘익! 휙휙!

“헉!”

“뚜, 뚫렸다.”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방금 보셨습니까?”

“대, 대단합니다. 발에 공이 붙어 있는 것 같군요.”

해설진의 감탄이 터져 나오는 사이, 선우는 어느새 골키퍼 앞까지 안착했다.

-콰앙!!

골키퍼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캐논 슛!

-철렁!

“골~ 드디어 역전 골입니다.”

“후반 28분, 최선우 선수의 역전골이 터집니다.”

“그야말로 원맨쇼네요.”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제대로 농락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역전골이 터지자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아…… 이…… 이…….”

그는 이탈리아 대표 팀을 유린했고 세계적인 선수들을 순식간에 오합지졸로 만들어버렸다.

-삑, 삑, 삐~~익!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대한민국 대표 팀의 1:5의 역전승이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아주리(Azzuri) 군단의 패배라니,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한국의 승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비록 적이지만 선우의 플레이는 그만큼 완벽했다.

“최선우 선수의 3경기 연속 해트트릭입니다.”

“압도적이네요. 벌써 11골입니다.”

“역대 월드컵 최다 골이 몇 골이죠?”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쥐스트 퐁텐이 기록한 13골입니다.”

“이러다 13골이 깨지는 것 아닌가요?”

“이 정도의 추세라면 전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최선우 선수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네요.”

“아무튼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오늘 동점골을 넣은 설기연 선수와 추가골의 안성환 선수도 아주 잘해줬습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이날 밤.

숙소로 돌아온 선우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에는 아직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 대한민국의 승리를 자축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선우는 다음 순간 의자에 앉아 조용히 노트북을 켰다.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하다.

-타타타탁!!

선우의 머릿속에 유영(遊泳)하고 있던 글자들이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월드컵 본선과 함께 집필하기 시작한 그의 소설은 어느새 그 끝에 도달해 있었다.

-

소설의 무대는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빈국이다.

포화로 무너진 도시 한구석에서 소년 루카는 UN 평화유지군이 놓고 간 축구공을 발견한다.

“죽지 않으려면 버텨야 해. 얼마만큼? 죽을 만큼!”

-이것은 스포츠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한 남자의 성장 스토리도 아니다.

-이것은 인생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주인공 루카가 FIFA 발롱도르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선우는 루카가 헨리 포렌스의 시를 읊조리는 것으로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게 만들었다.

-나는 기도합니다.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사는 인생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내 삶에는 그들에게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또 나는 희망합니다.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겸손하게 살기를 희망합니다. 내 이웃을 돌보며 그들과 가까이 하며 눈물보다 기쁨으로 삶이 채워지길 기도합니다.

부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나와 같은 꿈을 품고 살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세계의 축구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선방에 깜짝 놀랐다.

사실 너무나 강력한 최선우의 실력에 경악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몇몇 나라의 요청으로 선우는 이미 여러 차례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 상태였다.

며칠 후,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렸다.

선우는 후반전 내내 믿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스페인 수비진을 초토화시켰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3:0의 완승을 거두었다. 무적함대를 침몰시킨 것이다.

이 경기에서 두 골을 추가한 선우는 총 13골의 득점을 기록해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과 타이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컵 준결승전, 한국은 유럽 최강의 독일과 만나게 되었다.

영국 도박 사이트는 독일이 한국에 승리할 확률 53%, 한국이 독일에 승리할 확률 47%로 박빙에 가까운 확률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국아, 오늘도 우리 한국이 이길 수 있을까?”

“당연하지. 최선우가 있잖아.”

“큭큭큭! 대한민국이 월드컵 준결승이라니, 내 평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건 나도 동감해.”

“득점왕은 확정이라며?”

“13골이다. 당근 확정이지.”

그때였다.

대한민국 대표 팀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와…… 저기 좀 봐……. 대표 팀 버스다.”

“어디? 아…… 박진성이다.”

“안성환도 있어. 아, 최선우다. 최선우 맞지?”

“어디? 맞다. 최선우~~”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준결승이 시작되었다.

전반전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선수들.

“중원!”

“그래! 중원에서 가두라고!”

전반 7분,

독일은 미드필더의 활약에 힘입어 서서히 라인을 올려 나갔다.

“쉴러!”

“오케이~!”

측면으로 올라간 공이 빠르게 쇄도하자 당황한 한국 수비진은 서둘러 오프사이드 트랩을 발동했지만 불행하게도 상대가 걸리지 않았다.

“뚫렸다.”

한 번의 기회!

게르트 쉴러는 침착하게 슛을 날렸다.

-광!

쉴러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져 나왔다.

-삐익!!

“나이스~ 쉴러.”

“잘했어. 쉴러. 네가 역시 최고야. 대한민국의 돌풍을 잠재워주자.”

“오케이!”

그 후로도 몇 번의 위험한 상황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수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체력의 저하다.

이것은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쉴러 슛!”

“아! 골대를 맞고 나옵니다.”

“이번엔 토마손 슛!”

-팡!

“김운재의 슈퍼 세이브!!”

골키퍼 김운재의 선방이 이어졌지만 전반전이 끝나기 2분 전,

글로제의 헤딩슛이 터지면서 독일이 2: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글……로제 헤딩슛!!”

“골!! 독일 팀의 두 번째 골이 터지네요.”

“미로슬라프 글로제, 이번 월드컵에서 6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삐~~익!

“말씀드리는 순간 전반전이 끝났네요.”

“아!! 두 번째 골은 정말 아쉽습니다.”

“그러게요. 전반 종료를 2분 남기고 터졌어요.”

“……최선우 선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전 우리 최선우 선수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등번호 99번의 최선우가 등장하며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실프.”

[네~~ 마스터.]

옆 사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소리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하자 실프가 홀연히 나타나 그의 어깨 위에 앉았다. 물론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잘해보자, 부탁할게~”

[꺄르르, 네, 마스터~~]

선우는 실프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전설적 MF 지르단도 울고 갈 예술적인 퍼스트 터치를 선보였다.

“우워어~~~”

“달려라아아아아아~~”

“최선우, 가즈아~!!”

대한민국 홈구장이었기에 장내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휙! 휙휙! 휘이익!!

“여, 여섯이야! 어떻게······?”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는 6명의 선수들을 제끼자 희동구 감독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매번 그렇지만 선우의 드리블은 볼 때마다 놀라웠다.

후반 시작 전,

희동구 감독은 선우를 따로 불러냈다.

“선우, 자네가 그라운드를 누비면 이탈리아는 3-4-3 변칙 포메이션을 사용할 거야. 그러면 스리백(three back) 중앙에…….”

“마음껏 휘저어 놓으란 말씀이시죠?”

-씰룩!

희동구 감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선우, 가랏!”

거친 몸싸움을 시도하며 공을 탈취하려 했지만 축구공은 선우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Verdammt!”

“Fuck!!”

세 명의 수비수가 달라붙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우에게서 공을 뺏지 못하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선우는 미소를 보이며 빠르게 뛰어갔다.

수비수들은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젠장, 저게 대체 뭐야?”

“진짜 대단하군.”

-광!!

-출렁~!

대포알과 같은 슈팅!

진정한 원맨쇼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선우가 찬 공은 마치 공중에서 유영하는 부메랑처럼 좌우로 움직이면서 정확하게 동료 선수 앞에 날아갔다.

선우는 다시 스피드를 내며 골문 앞으로 달렸다.

그의 머리는 골대를 보고 있었지만 실프로 인해 공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꺄르르르, 지금이에요. 마스터.]

-광!

“최선우 선수 헤딩 슛~~!”

“골! 골이에요. 최선우 선수의 두 번째 골이 터집니다.”

-우와와아아!!

-와아아!!

“드디어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최선우 선수가 이렇게 해결해 주네요.”

“14골에 이어 15골! 우리 최선우 선수가 기어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선우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고다!”

“휘이이익! 끝내준다.”

이후 율리스 칸의 슈퍼 세이브가 나와 국민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오게 만들었지만 결과는 2:3의 역전승, 대한민국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삑, 삐익, 삐~~삑!

“여러분! 대한민국이 독일을 꺾었습니다.”

“마침내 대한민국이 승리했습니다. 전차 군단이 무너졌습니다.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최선우 선수에 의해 1958년 프랑스의 쥐스트 퐁텐이 스웨덴 월드컵에서 기록한 13골의 기록도 깨졌습니다. 아~~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 이제 결승전만 남았습니다.”

독일 팀의 루디 호프만 감독은 경기가 끝난 직후에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패배를 인정한다. 우리는 최선우를 막을 수 없었고 그는 해결이 불가능한 존재였다.”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한국 선수단 숙소에서 샴페인이 터졌다.

“우하하! 이런 괴물 같은 놈. 월드컵 결승이라니~”

“최미네이터! 네가 최고다!”

“내 생애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아부지~~!!”

“서, 선우야, 고마워. 흐어엉~~”

누군지 실명을 밝히지 못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축구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온통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 천지다.

“오늘 빨간 옷 입은 사람은 버스비 안 받아요.”

“아저씨, 저요. 저. 빨간 옷.”

“통과!”

“저도요.”

“오오~ 학생도 빨간 옷~ 통과.”

이날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준식은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빨간색 옷을 입지 않은 준식은 자책했으나 일단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거기 학생!”

“네?”

“학생은 노란색 옷을 입었으니, 버스비를 내야 해.”

순간 좋은 생각이 준식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저씨, 전 김운재 팬인데요.”

“어? 김운재?”

“네.”

대한민국 골키퍼 김운재의 옷은 노란색이다.

“좋아! 학생도 공짜~~~”

“야호~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와 같은 시각,

영국 출판사 브론즈베리의 새로운 편집장 카르멘이 침음을 삼키며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다.

“……음!!”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작가의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며 정갈했다.

그는 단순하게 문장을 써내려갔지만 그 내용이 송곳으로 찌르듯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태리 작가.”

명불허전(名不虛傳)!

항상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대단한 필력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카르멘은 란 제목을 보고 이것이 스포츠와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만의 착각이었다.

그녀는 서둘러 핸드폰을 들었다.

“카르멘?”

“응. 호세. 나야. 지금 어디야?”

“도서관.”

“혼자?”

“아니, 미카엘라와 함께 있어.”

“잘됐네.”

“……뭐가 잘돼?”

“너랑 통화한 후에 미카엘라에게도 전화하려 했는데, 핸드폰비 굳었잖아.”

“쳇~”

카르멘의 너스레에 호세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너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서 전화했어.”

“제목이 뭔데?”

“.”

“스포츠 소설?”

“호호호~ 그건 읽어보면 알게 될 거야.”

호세와 미카엘라.

이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의 심사 위원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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