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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91화 (91/187)

◈ 제 91화

91화 도쿄 대첩

“마침내 최선우 선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 경기도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투입되는군요.”

“현재 2:1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최선우 선수의 큰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선우가 경기장에 발을 대는 순간,

멀찌감치 대기하던 두 명의 수비수들이 다가왔다.

선우를 전담 마크하는 일본 수비수들이다.

하지만 공이 그에게 없었기에 아직 선우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실프.’

[네~ 마스터.]

‘준비됐어?’

[꺄르르~ 네. 마스터.]

선우는 실프를 통해 하늘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시야를 공유했다.

양측 선수들은 마치 체스 판에 놓인 말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선우는 빈틈을 찾아 몸을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엇?”

“뭐, 뭐지?”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공간이 나타났다.

‘여기!’

‘오케이~!’

눈빛이 통한 것인가?

박진성의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시작되는 순간 선우 역시 전방으로 쇄도했다.

“어, 어?!”

공을 잡은 선우의 화려한 원맨쇼가 펼쳐졌다.

실프는 소리 없이 바람을 움직여 사방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칙쇼!!”

-퉁!

해설진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무생물에 불과한 축구공이 마치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막아.”

“어서 막아.”

일본 수비수들이 몰려들자 게임은 더욱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멍청이들. 저렇게 공간을 열어두다니, 그럼 답은 패스지.’

선우가 몸을 낮춘 상태에서 보폭을 유지하며 우측으로 움직이자 일본 수비수 4명이 그 뒤를 따르며 압박했다.

선우의 걸음이 멈춘 것은 그로부터 5초 후였다.

-퉁!

선우의 발에서 떠난 축구공이 기이한 궤적을 보이더니 안성환의 오른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슛!”

안성환은 그대로 슛을 때렸다.

축구공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움직이면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철썩~!

일본 팀의 골문이 열렸다.

-우와아아!!!

안성환 선수는 반지 세리머니를 보인 후, 선우에게 다가와 고마움을 표시했다.

희동구 감독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와 같은 시각,

안성환 선수의 동점골이 터지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규용이 두 손을 번쩍 들며 막춤을 추었다.

“크크…… 아주 좋아.”

“어머? 여보~ 그게 뭐예요?”

“아빠~~ 캬캬캬캬! 그 춤은 대체 뭐야?”

“뭐가? 흐흐흐흐~~”

수연과 혜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막춤을 추는 규용이다.

그리고 이 날 저녁,

규용의 막춤은 계속 이어졌다.

-골입니다. 골이에요~~

-이번엔 최선우 선수의 골입니다.

-마침내 한국 팀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終わるまで終わりじゃない”

경기 종료를 5분여 남겨 놓고 선우의 세 번째 골이 터지자 스피커를 통해 일본 감독의 고성이 들려왔다.

“엄마,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뭐야?”

“It ain’t over till it’s over.”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의 명언이야.”

“아!”

요기 베라는 야구 선수였지만 그의 말은 너무나 유명해 어느 스포츠이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럼 아직 끝난 게 아니네.”

“아니~ 경기는 이미 끝났어.”

질문에 대한 답은 수연이 아닌 규용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저것 봐.”

화면에는 공을 잡은 선우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실프~”

[네, 마스터~~]

“마지막을 장식해 볼까?”

[꺄르르~~ 네, 좋아요.]

다음 순간 선우가 골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바람의 정령 역시 기분이 좋다는 듯, 축구공에 달라붙었다.

-와아!

-우어어어!! 최고다!

한 명, 두 명, 세 명…….

선수들을 제칠 때마다 격한 환호성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선우를 중심으로 해서 양옆으로 그를 제지하려던 일곱 명의 선수들이 차례대로 뒤처졌다. 누군가는 선우의 등 뒤를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쳤고 누군가는 그의 드리블에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후,

선우가 여덟 번째 선수를 뚫어내자 관람을 하던 사람들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여, 여덟 명이야! 어떻게……?”

골키퍼와의 1:1 상황.

“슛.”

“슛!!”

“슈~~웃!!!”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슛을 외쳤고 선우는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과앙!!

-철썩~~!!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공이 골대를 흔들었다.

“우와아~~”

“와아아아아아!!”

TV를 통해 관람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성과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파트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세상에, 무슨 드리블이 저래?”

“저, 저게 가능한 거야?”

“공이 발에 아예 붙어있네.”

“그러게, 나 소름 돋았어.”

마치 뭔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표정으로 감탄사를 터트리는 사람들이다.

몇몇은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난 상태였다.

어떻게 저런 드리블이 가능한 것일까?

선우를 바라보는 축구 관계자들의 눈빛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 정도 실력이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유럽, 특히 영국과 독일, 스페인 감독은 눈을 빛내며 연방 주체할 수 없는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삑삑…… 삐~~~익!

경기가 끝났다는 휘슬이 울리자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끊임없는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이는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끊이지 않았고 지금까지 장내를 뜨겁게 달구었다.

-최선우 해트트릭!

-후반전의 사나이, 최선우. 도쿄 돔을 무너뜨리다.

-도쿄 대첩! 2:5 역전승.

-박진성, 안성환 그리고 최선우!

-전반전에 웃었던 일본 팀, 한일전 설욕에 실패하다.

* * *

“후~~”

한일전의 승리는 언제나 달콤하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뒤풀이 겸 늦은 식사를 위해 도쿄에 위치한 한인 타운으로 이동했다.

“선우야, 오늘 정말 멋졌다.”

“아이~ 형이 더 멋졌어요. 동점골 축하드려요.”

“주워 먹기지. 너의 특급 배달 서비스가 아니었으면 못 넣었을 거야.”

“에이~ 왜 그러세요.”

“이모~ 여기 소고기 좀 더 주세요.”

“여기도요~~”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은 고기를 마치 흡입하듯 빨아들였다.

“아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한 선수는 어느새 불룩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기 시작했다.

“참~ 선우야! 우리 감독님이 너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 하더라.”

“우리도 감독님도~”

“선우야, 형도 번호 좀 줘라. 단장님이 직접 부탁하시더라.”

국가 대표이기 전에 프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형님들~ 죄송하지만 말씀드렸잖아요. 전 월드컵만 뛸 겁니다.”

“후후후~ 그래. 나도 그렇게 전달했는데, 포기들을 안 하셔서 말이야. 흐흐흐.”

“얌마. 네 실력을 봐. 만약 노벨상 작가가 아니었다면 나라도 널 영입하기 위해 난리 쳤을 거다.”

“맞아. 맞아.”

그리고 이와 같은 시각,

혐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하야시 게이스케는 한일전의 역전패에 단단히 화가 난 듯 강하게 책상을 내리쳤다.

-쾅!

“도쿄 대첩?!! 조선 따위에게 또 졌단 말인가?”

그가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패배가 도쿄 대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타전되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친선 경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와 같은 세계적인 팀과 경기를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었다.

모두가 이태리라는 이름의 필명을 쓰는 저 빌어먹을 작가 놈 때문이다.

역전패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전 세계가 이렇게 관심을 보이다니!!

그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빠가야로! 작가 놈이면 조용히 앉아 글이나 쓸 것이지 왜 쓸데없이 축구를 해?! 빌어먹을 놈 같으니, 어디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지? 좋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하야시는 이빨을 ‘뿌드득’거리며 급하게 전화기를 들었고 곧이어 일본의 혐한 커뮤니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조선인은 물러가라.

-한국인은 관광 비자를 받고 일본에 와서 도둑질을 한다.

-나쁜 **들. 거지같은 **들!

-너네 나라로 꺼져.

고성과 욕설과 난무하는 시위가 한인 타운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이 날은 도쿄 대첩이 일어난 날, 평소보다 더 많은 혐한 시위대가 참여한 것 같았다.

-나쁜 **! 더러운 조선 놈들아!!

-너네 나라로 꺼지라고! 어서 꺼져.

뒤늦게 수백 명의 경찰관이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시위대를 해산시키지는 않았다.

그저 양측의 물리적 출동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출동한 것 같았다.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곳곳에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여한 이들도 보였다.

-꺼져라.

-조X징은 돌아가라!

“인종차별을 하지 마십시오.”

“그만하세요.”

“한국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지성이 있는 몇몇 일본인이 혐한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부끄럽습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일본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어서 해산하세요.”

하지만 그럴수록 시위대의 말투가 점점 더 험악하게 변했다.

“닥쳐, 매국노들아.”

“친한 일본인들은 자숙해야 해.”

“조선이 좋으면 조선으로 꺼져.”

처음엔 황당했다.

혐한 시위를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화가 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들은 훌리건입니까?”

창밖으로 시위대를 바라보던 희동구 감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나직하게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저 사람들은…….”

코치진의 짧은 설명이 이어지자 희동구 감독이 신음을 내뱉었다.

“감독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자리를 피하는 게 어떨까요?”

“음……!!”

그때였다.

시위대에서 한국 축구 대표 팀을 발견한 누군가가 외쳤다.

“칙쇼! 저기 한국 축구팀이다.”

“한국 팀이 저기에 있다.”

“이쪽이야. 이쪽에 있다고!!”

한국 축구팀을 발견한 시위대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뭔가를 던졌다.

-퍽, 퍼퍽!

오물(汚物).

그것은 악취를 토해내는 오물이었다.

“이, 이런 젠장!!”

갑작스러운 오물 투척 사태에 일본 경찰청 소속 노무라 경감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혐한 시위를 열었지만 늘 그래왔듯이 시위를 하다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물을 투척한 것이다.

그것도 한국 축구 대표 팀에게 말이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에는 특종에 목말라 있는 기자들이 한껏 모여 있었다.

“어서 중지시켜.”

“이봐, 던지지 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경찰의 제지가 이어졌지만 한번 불이 붙은 시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간간이 터지던 기자들의 플래시가 시위대의 오물 투척에 맛있는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이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오물을 뿌려? 저 새끼들이 죽고 싶어서 작정을 했군.”

가뜩이나 울고 싶었는데, 뺨을 때려 줬다.

선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의자에 앉아 조용히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곤 혐한 시위대 전체를 대상으로 흑마법을 펼쳤다

“개자식들! 아주 피똥 싸게 해주마. 중독(Poison).”

-우우우웅!!!

선우의 저주 마법이 시위대를 덮쳤다.

“실프.”

[꺄르르~~ 네 마스터.]

“저기 시위대를 넘어가지 않도록 해줘.”

[네~~ 마스터.]

선우는 실프를 통해 저주 마법이 펼쳐지는 영역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배가 아파.”

“……윽!”

까칠한 수염을 하고 있던 무라카미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투덜거린다.

아무래도 사방에 넘쳐나는 오물 냄새 때문인 것 같다.

“야마시다, 넌 괜찮아?”

“말도 마. 지금 골이 깨지는 것 같아.”

“무라카미, 난 속이 너무 안 좋아.”

“속이?”

“……응.”

“오물 냄새 때문이겠지. 정 참지 못하겠으면 조용히 뒤로 빠져.”

“응. 그래야 할 것 같아. 미안.”

“…….”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주위를 살펴보니 시위대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져 있었고 몇몇이 고통스럽게 몸을 꼬는 것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아야…….”

“갑자기 몸이…….”

오한과 발열 그리고 구토.

마침내 진정한 파국이 시작되었다.

“우엑!”

“아이고, 배야!”

“우, 우…… 우웨웩!!!”

“나, 나 죽어요.”

-웅성웅성!!

“저게 지금 뭐죠?”

“어떻게 된 건가요?”

“저것도 특종이다. 어서 찍어~~!!”

구급대가 출동해 응급처치를 시작했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파국의 끝은 오바이트가 아니었다.

매서운 통증과 함께 송곳이 장을 후벼 파는 고통이 이어졌다.

“악!! 아파요. 아프다고요.”

“설사가 계속 나와요. 어서 치료해 주세요.”

“아…… 젠장! 아프다고!!”

시위대는 목이 쉬어라 소릴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구급대원들의 숫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추가 의료진을 서둘러 요청했고 일부 운이 좋은 시위대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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