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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90화 (90/187)

◈ 제 90화

90화 대망의 한일전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하여 열린 한일전.

아직 전반이 끝나지 않았지만 한국 팀의 분위기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요이치와 슈스케의 연속골 때문이다.

“젠장, 내게 패스해.”

“이쪽이야. 여기로 줘.”

동료들 간에 패스가 이어지지 않는다.

간간이 때린 슛은 골대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

불행하게도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삐~~익!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팀 분위기가 얼음장 같다.

다른 경기가 아닌 한일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패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었다.

“선우!”

“네, 감독님.”

“후반전, 준비하게.”

-웅성웅성!

“후반전에 최선우 선수를 투입하신다고요?”

“감독님,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을까요?”

실력은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게다가 이번 경기는 한일전이었다.

저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희동구 감독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영웅은 위기에서 태어나는 법이지.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는 영웅이 될 거야.”

잠시 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선수 교체가 있네요. 현재민 선수가 빠지고 그 자리에 최선우 선수가 들어갑니다.”

-웅성웅성.

중계석에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마스크(안면 보호대) 덕에 어느 누구도 선우를 알아보지 못한 탓이다.

“……최선우 선수가 누구죠?”

“저도 잘 모르겠네요.”

“프로는 아니고 대학 출신 같은데, 안면 보호대를 착용해서 얼굴을 못 알아보겠습니다.”

“2: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족보도 없는 신인 선수를 투입하다니 어찌 보면 희동구 감독도 참 대단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쩝!”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일전에!!”

하지만 이러한 중계진의 의문 섞인, 의혹 어린 시선은 5분이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선우가 월등한 체력을 바탕으로 종횡무진(縱橫無盡), 상대 공격진과 수비진을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휙 휙~~!!

“호오~”

“음~~!!”

“피지컬 하나는 대단한 것 같네요.”

일본 팀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저 선수가 누군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선수 데이터가 없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 팀의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 가토 감독은 선우의 움직임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루스볼이 된 축구공이 선우의 발 앞으로 굴러 온 것이다.

-데굴데굴…… 데굴…….

‘실프!’

[네~~ 마스터.]

‘시작하자.’

선우는 실프를 소환하자마자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최선우 선수, 공을 잡자마자 그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수비수들이 앞을 가로막아도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그냥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우와!!”

“쟤…… 쟤 뭐야……!!”

“대박~ 장난 아니다.”

선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드리블이라 할 수 없다.

마치 단거리 육상 선수가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모습과 같았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최선우 선수의 발에 공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고 말이다

각설하고 골대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선우는 무려 네 명의 수비수들을 제쳤다.

“어, 어어?”

“헙!”

“……칙쇼!!!!”

중계진 역시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선우는 마지막 수비수인 골키퍼까지 제친 후,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툭.

“아, 안 돼!!”

운동에너지의 힘을 머금은 축구공이 일본 팀 골키퍼의 절규를 가볍게 무시하며 골라인 안쪽으로 굴러 들어갔다.

-우와와아~~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선우는 후반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소환과 역소환을 반복하며 실프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덕에 선우는 일본 수비진을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일본 팀은 곧 충격과 공포에 빠져들었다.

“아! 아!! 두 번째, 두 번째 골입니다.”

“최선우 선수의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동점골이 터지자 관중석이 난리가 났다.

희동구 감독 역시 그가 동점골을 성공시키자마자 벤치에서 뛰쳐나와 두 손을 불끈 쥐며 어퍼컷을 날렸다.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던 국민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드리블이 미쳤다.

-축구공이 발에 달려 있는 듯!!

-최선우가 대체 누구죠?

⤷프로 선수는 아닌 듯

⤷대학 선수예요.

-아니! 어디서 저런 선수를 데리고 왔죠?

⤷희동구 감독님의 용병술 최고~~!!

-이대로 역전승 가즈아!

-선우야, 한 골 더 부탁해!!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최선우가 그 최선우라고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이쪽이야.”

“좋아, 그렇지.”

“안성환 선수, 슛!!”

-텅!

“아앗!”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갑니다. 아쉽습니다.”

선우의 동점골로 인해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일본 팀은 어느새 수비적인 태세를 보였고 한국은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박진성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다시 슈웃~~!”

“아아……!!”

“살짝 높았네요.”

“아쉽습니다.”

중계석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나올 때, 선우는 실프를 다시 소환했다.

‘실프, 준비됐지?’

[네. 마스터.]

이제 후반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마지막 일격을 선물해 줘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공이 내 발에서 10cm 이상 떨어지지 않게 도와줘.’

[꺄르르~~ 네.]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역전의 드라마를 완성해 볼까?”

골키퍼 박병지에게서 공을 전달받은 선우가 하프 라인에서부터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하자 일본 수비수들이 그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보는 이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드리블의 향연이 펼쳐졌다.

-촤아악!!

요스케는 순간 자신이 헛것을 봤나 싶었다.

분명 공을 향해 깊숙이 태클을 넣었는데, 그의 눈에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르는 환상을 본 것이다.

-와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월드컵 경기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수비수, 공격수! 전부 안으로 들어가, 어서!!”

일본 감독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선수들은 감독의 고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기 진영으로 내달렸다.

“안으로 들어와, 어서!”

“거기, 안 보여. 비켜.”

선우의 마르세이유 턴에 미우라는 허둥지둥한다.

선우의 플립플랩에 히데키는 엉덩방아를 쪘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를 포착한 선우가 왼발을 사용해 강력한 슛을 날렸다.

“우리의 최선우 선수, 수비수 한 명, 두 명, 세 명을…… 제치고…… 그대로 슈웃!!!”

‘실프, 지금이야.’

-광!!!

“우와, 저게 뭐야!!”

해설진조차도 놀라 소리쳤다.

똑바로 날아가던 공이 그야말로 상하좌우의 미친 무브먼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 무…… 회전…… 킥?”

마스크 맨 최선우의 등장은 그야말로 한국 축구팬들을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으로 끌려갔던 전반전,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마스크를 쓴 최선우가 등장해 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운이 아닌 순도 100%의 골이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선우를 향해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오늘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을 발표하겠습니다. 한국 대표 팀의 최선우 선수 축하드립니다. 단상으로 나와 주십시오.”

아나운서의 호명에 MOM으로 선정된 선우가 나왔다.

-와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선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MOM으로 선정되셨는데요. 지금 최선우 선수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그런가요?”

어차피 알려질 일이다.

선우는 방송사 인터뷰에 순순히 응했다.

“K리그 축구팀에 문의해 본 결과 최선우 선수는 프로 선수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는데요.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럼 현재 대학에서 뛰고 있나요?”

“아니요.”

선우의 대답에 아나운서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그럼 혹시 클럽 소속이신가요?”

“아니요. 클럽도 아닙니다.”

“그럼?”

“음…… 축구는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깜짝 놀라 다시 확인을 요구했다.

“취, 취미라고요?”

“네. 사실 전…….”

선우는 희동구 감독을 만나게 된 그의 일화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 네. 그래서 대표 팀에 발탁이 되신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원래 무엇을 하는 분이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

아나운서의 질문에 선우는 잠시 고민하듯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안면 보호대를 벗어 버렸다.

“허억!!”

“엄마야~~!!”

카메라 감독과 아나운서는 물론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라 자빠졌다.

-이거 몰래 카메라죠?

-이거 실화냐?!!

-저분…… 노벨 문학상의 그분이 아닌가요?

-오 마이 갓!!

댓글 창이 순식간에 난리가 나버렸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 난리가 났다.

그렇지 않아도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외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기로 인해 그 인기가 폭발한 것이다.

선우의 얼굴선을 따라 흐르고 있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수많은 여성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그의 등 뒤에선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경기가 끝난 지 하루 만에 수백, 수천 개의 팬클럽이 생기면서 회원만도 백만 명이 넘어섰다. 특히 점점 고조되는 있는 월드컵 열기에 동반해 선우가 보여준 실력과 엄청난 오라는 그 어떤 스타라도 단숨에 능가할 정도의 인기를 보였다.

단언컨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다.

다음 날,

국가 대표 팀은 최선우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기자들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었다.

사람들은 이미 선우의 정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지만 또 한 번의 공식적인 확인이 필요한 모양이다.

결국 희동구 감독이 직접 나와 인터뷰를 했다.

-최선우 작가를 어떻게 대표 팀 선수로 영입하게 된 겁니까?

-최선우 선수가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유럽 리그에서 수많은 선수들을 보셨을 텐데 최선우 선수의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은 가능합니까?

-후반전에만 출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일각에서는 한 경기만 보고 선우의 실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그의 실력을 폄하했지만 선우가 두 번째, 세 번째 참가한 국가 대항 A매치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자 쥐죽은 듯 사라졌다.

일본과의 친선 경기 후반전 출전 3골 기록.

프랑스와의 친선 경기 후반전 출전 1골 1도움 기록.

영국과의 친선 경기 후반전 출전 2골 기록.

6골 1도움, 이것이 지난 세 경기에서 선우가 기록한 스코어였다.

그리고 이쯤을 기해 최선우 작가의 신작 <교실 이데아>가 발표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이태리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된 그의 신작 소설은 대한민국 사회에 매우 깊고도 진한 울림을 선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규용 대표의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왕따, 집단 따돌림 현상.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 그 존재의 이유?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동안 학교만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왕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각계각층에서 관심을 보였다.

연일 토론회가 개최되었고 저명한 학자들이 정신과 전문가, 심리학자들과 함께 집단 따돌림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집단 따돌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탓이다.

몇몇 정치인은 보여주기식의 왕따 해결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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