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88화 (88/187)

◈ 제 88화

88화 축구 선수 최선우!

-때르르릉!! 때르르릉!!

“기상! 기상!”

알람 소리와 함께 기상을 알리는 코치들의 고함 소리에 선수들이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 지금 몇 시지?’

아직 잠에서 덜 깬 탓에 한명보 선수는 몇 번 머리를 흔들어 본다.

“어서 빨리 움직이지 못해?”

“이크!”

그러는 사이 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들이 밖에서 들려왔다.

한명보는 순간적으로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희동구 감독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었기에 운동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잠시 후,

잔디가 곱게 깔린 축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이 프로에서 뛰고 있는 현역 선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불안함과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주변을 바라보는 선수들이다.

“정렬! 감독님 말씀 이후, 곧바로 20미터 전력질주 훈련을 시작하겠다. 모두들 알겠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머리가 멋들어진 아저씨가 보인다.

“네!”

“목소리가 작다. 아직 잠들이 안 깼나? 몇 바퀴 돌고 시작할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박한서 코치는 그제야 만족했다는 미소를 보이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좌중이 조용해지자 백발의 외국인이 앞으로 나왔다.

“모두들 잘 잤나요?”

부드러운 미소에 인자한 말투지만 곳곳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백발의 외국인, 희동구 감독이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봅시다.”

5분여의 훈시가 끝나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뛰어. 좀 더 뛰어!”

“이거! 체력이 아주 엉망이군!”

“자네! 아침부터 굶고 싶어?”

“젠장! 넌 이제까지 내가 본 선수 중에 최악이야.”

코치진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선수들을 채찍질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는 당근을 포상으로 주었다.

“좋아! 바로 그거야.”

“지선아! 넌 심장이 두 개인 것 같다.”

“옳지, 잘한다.”

희동구 감독의 훈련은 체력이 중심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 되지 않으면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사실 코치진은 처음 희동구 감독이 부임하고 그와 앞으로의 훈련 과정을 얘기하면서 큰 걱정을 했었다.

현대 축구는 기술 축구의 시대가 아닌가?

대다수의 감독들은 기술 향상에 중점을 두었는데, 희동구는 유독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부족하다며 유별날 정도로 체력 훈련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들을 감독의 권한으로 선발했고 나름 인지도가 있는 선수라 할지라도 체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탈락시켰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수들에 대한 전권을 약속받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희동구 감독의 A매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것도 매우 좋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5:0이 뭡니까?”

“그러게요. 아무리 축구 강국과 붙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합니다.”

“경기만 하면 맨날 5:0으로 지니 사람들이 5:0을 희동구 스코어라고 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경질을 해야 할까요?”

“계약 조건에 본인의 의사가 아니면 경질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있어서 불가능합니다.”

“에잉!! 선수 선발도 지 맘대로 하고…… 암튼 맘에 들지 않아요. 여론도 좋지 않고요.”

“일단 여론부터 진정시킵시다. 뭐 좋은 생각들이 없나요?”

“분위기를 쇄신할 겸, K리그 팀들과 경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무렴 국가대표 팀인데, K리그 팀을 상대로 지진 않을 것 아닙니까?”

“좋네요.”

대한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통보에 희동구 감독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거부하지 못했다.

5:0이라는 점수와 좋지 않은 여론 때문이었다.

“박 코치.”

“네, 감독님.”

“한국인들은 참을성이 없군. 고작 몇 개월 훈련했다고 한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와 같은 레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성적이 좋지 않으니 나 역시 축구협회의 요구를 들어주겠지만 다음은 없을 거네.”

“네. 감독님. 이만 기분 푸시고 식사나 하러 가시죠.”

“아니, 입맛이 없네. 아무래도 오늘 아침은 건너뛰어야겠군.”

이와 같은 시각,

선우는 서울행 아메리카 에어라인 1등석에서 희동구 감독의 훈련 일정과 스케줄이 표시된 자료를 꼼꼼하게 읽고 있었다.

“기다리세요. 구스 희동구 감독님.”

희동구 감독의 일상은 늘 비슷하다.

훈련, 전력 분석, 훈련, 선수 찾기, 훈련, 전력 분석…….

물론 가끔은 그 역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새벽 4시 30분.

희동구 감독은 유럽에 있는 애인과 통화를 하고 문득 허전한 마음에 숙소에서 나왔다.

“아메리카노 플리즈.”

24시간 영업을 하는 커피숍에서 블랙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한 그는 인근에 위치한 호수 공원으로 향했다.

아직은 어두운 시간,

그런데 누군가가 희동구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통! 통! 통!

“응?”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사내는 축구공을 튕기고 있었는데 실력이 엄청났다.

“호오~ 리프팅 선수인가? 어디 구경이나 한번 해 볼까?”

흥미로운 눈길로 사내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내의 움직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희동구의 눈이 경악하듯 커졌다.

“……헐?!!”

사내의 발바닥에 마치 축구공이 붙어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이 펼쳐진 것이다.

“미……친……!!”

할 말이 없었다.

사내는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공을 드리블했으며 동시에 각종 기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실프~ 축구공이 내 발에서 10cm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해줘.’

[꺄르르, 네에~~~]

선우는 실프의 도움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며 현란한 축구 기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저, 저건?’

마르세이유 턴, 플립플랩, 시저스(헛다리), 크루이프 턴!

주옥같은 드리블 기술들이 희동구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 마이 갓!!’

희동구 감독이 놀란 눈으로 선우를 지켜보는 사이 시간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3분, 5분, 10분…….

20분이 지났을 무렵, 선우는 마지막 스퍼트를 보이듯 폭발적인 스피드를 발휘해 달려 나갔다.

그의 허벅지 근육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꿈틀거리며 생동한다.

금방이라도 파열될 것처럼 우악스럽게 움직였지만 선우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광!!

대포알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선우가 찬 공이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무, 무회전 슛!!”

희동구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 순간 희동구 감독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무조건 저 사내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저벅저벅…… 저벅!

선우는 희동구 감독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실프를 역소환했다.

‘고마워. 실프~ 네 덕분에 희동구 감독님께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것 같아. 내가 이따 또 부를게.’

-꺄르르르~ 도움이 됐다니 저도 기뻐요. 마스터~~

마나를 거두자 실프가 사라졌다.

“험…… 험험.”

선우는 자신과 좀 떨어진 곳에서 헛기침을 하는 희동구 감독의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구세요?”

“아!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네. 난…….”

“설마 희동구 감독님?”

“오~ 날 아나?”

사내가 자신을 알아보자 그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그려진다.

“대한민국에서 감독님을 모르면 간첩이죠.”

“하하하~ 그런가? 이제 연습은 끝난 건가?”

“네. 그런데…….”

“음. 혹시 식사했나?”

“식사요?”

“그래. 아직 식전이지? 그럼 나와 함께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않겠나? 저쪽에 가면 24시간 감자탕집이 있는데, 음식이 아주 맛있어.”

“…….”

‘감자탕? 이 양반 이거! 완전히 한국 사람 다 됐네.’

선우는 희동구 감독의 말에 내심 실소했다.

“왜? 감자탕 싫어하나?”

“아, 아니요. 좋아합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세. 자네에게 할 얘기도 있고 말이야.”

“네. 그러시죠.”

평생 축구만을 바라보고 산 사람이라 그런가?

희동구 감독은 선우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밝혀졌을 때, 희동구 감독은 거의 기절할 뻔했다.

“자, 자네가 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 이태리 작가라고?”

희동구 감독의 표정을 보라.

얼마나 놀랐는지 강심장이라 알려진 그가 떡하니 입을 벌린 채, 심지어 말까지 더듬고 있다.

“네.”

“……!!”

한동안 긴 침묵이 찾아왔다.

-보글보글…….

감자탕이 끓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선우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내심 기분 좋게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일단 좀 드시죠.”

“어? 어! 그, 그래. 자네도 먹게.”

선우가 희동구 감독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그 앞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군대!

과거 군 생활을 경험한 선우는 다시 군대에 갈 생각을 떠올릴 때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그런 적이 있지 않나?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잠을 자는데,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을 꾼 기억…….

“*** 씨! 서류가 잘못돼서 군대에 다시 가셔야 합니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자! 함께 가시죠.”

“아, 안 돼요. 엄마! 엄마!!!”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흑마법을 이용해 면제를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건 곧 제외했다. 건강기록부라는 이름이 평생토록 남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마당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보다는 뭔가 멋지게,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면제를 받고 싶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유로 면제를 주장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런 전례(노벨상 수상으로 인한 군면제)가 없었기에 일단은 패스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란 매우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과거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한 가수의 일화를 보라.

그는 스티븐 쵸이라 불리며 아직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인기 절정의 스타에서 나락까지 떨어지게 된 것은 이처럼 한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영광스럽게 군대를 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바람의 정령을 얻게 되자 선우의 뇌리에 희동구 감독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원 역사에서 2002년 월드컵 팀은 4강에 오르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환호 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았기 때문이었다.

GK: 박병지, 김운재, 조은성

FW: 설기연, 이만수, 차세리, 박용수, 황전홍

MF: 박남일, 박진성, 봉종국, 안성환, 유성철, 박정환, 조을용, 이성용, 이태욱

DF: 최태영, 유민성, 이영포, 김진철, 한영민, 한명보

아직까지 대표팀 구성이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선우는 이 멤버 중의 한 사람을 대신해 월드컵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파주 NFC(National Football Center).

“야, 막아!”

“진철아, 거기 조심해.”

-촤아아악!

선우의 발끝을 떠난 공이 쉼 없이 회전하며 골망을 흔든다.

-웅성웅성!!

“다들 똑바로 안 해?”

“자자! 실수들 하지 말고 어서 움직여.”

선수들은 희동구 감독이 데려온 정체불명의 마스크 맨이 보여준 플레이에 크게 동요했다. 그리고 코치들의 고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희동구가 아무리 전권을 가진 외국인 감독이라지만 자신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웬 괴상한 녀석(마스크를 착용한)을 선수라고 데리고 왔다.

“수비수, 뭐 해?”

“어서 달려가, 공을 뺏어야지.”

-휘이익!!

“뭐, 뭐야?”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움직임이 투박하며 어딘가 모르게 서툰 점이 보인다.

그러나 볼을 컨트롤이 하는 능력이 그야말로 어메이징했다.

힘껏 공을 차고 그냥 달리는 것 같은데, 공이 마치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느낌이다.

-팡!

그것은 분명 평범한 킥이었다.

골키퍼는 예상 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몸을 움직일 준비를 했다.

‘실프, 지금이야.’

-네~ 마스터.

“저, 저건 뭐야?!!!”

공이 심하게 흔들리며 불가사의한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출렁~~!!

“뭐, 뭐야?”

“……대, 대체 저 슛은!!”

골키퍼는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대로 멈춰 섰다.

코치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어떤가요?”

벌써 두 골이나 기록한 마스크 맨의 활약에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 역시 그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삐익!!

훈련 형태가 바뀌었다.

강도 높은 패스 훈련이다.

그러나 마스크 맨의 실력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툭!

“헐!!”

-팡~~!!

‘이런 미친!’

-툭…… 투툭, 펑!

“대박!”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그래!! 두 번까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행운이 세 번 연속으로 이어질 순 없다. 그것은 실력이다.

마스크 맨의 초특급 택배 서비스를 받은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대박인데요.”

“저 선수는 대체 누굽니까?”

“……앞으로 잘해보겠습니다. 감독님.”

희동구 감독은 코치들의 질문에 그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이다.

5월 25일에 열렸던 카메룬과의 친선경기 0:0 무승부.

5월 30일에 열렸던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5:0 패.

6월 1일에 열렸던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고 같은 달 3일에 열린 호주와의 친선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었지만 8월 15일에 열린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또다시 5:0으로 대패해 엄청난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

코치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고 이제는 뭔가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우의 대표팀 합류는 코치진의 만장일치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공이 발에 착착 감기네. 축구할 맛 난다.”

선우는 삼 일 동안 이어진 피지컬, 드리블, 패스 등의 훈련과 강도 높은 전술 훈련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희동구 감독의 동의 아래 선우는 개인 훈련을 면제받게 되었다.

사실상 팀 훈련을 제외하고 선우는 모든 훈련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몇몇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희동구 감독의 전술 훈련에서 일 초의 주저함도 없이 터져 나오는 정확한 답변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실력이면 실력, 머리면 머리, 당최 빈틈이 없었다.

“……약속한 대로 해줬으니 열심히 하게.”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감독님.”

“그래. 그럼 한 달 후에 보도록 하지.”

“네.”

희동구 감독은 선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년 월드컵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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