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84화 (84/187)

◈ 제 84화

84화 미드: 권좌의 게임

미국에 도착한 선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출판사 관계자, 드라마 제작사와의 미팅이다. 그것은 정통 판타지 소설 <권좌의 게임>을 영문판으로 출간하는 동시에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함이었다.

과거 선우의 집필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당시 소설의 도입부만 시작한 상황이었는데, 얼마 전에 시리즈의 1부 <아르메니아 제국의 탄생> 총 10권을 완성시켰다.

“안녕하세요. 이태리 작가님. 이쪽은 저희 출판사의 거쉰 대표님이십니다.”

“하하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작가님.”

멋지게 생긴 중년인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네, 반갑습니다. 대표님.”

선우는 기이한 눈빛으로 거쉰 대표를 대했다.

안면이 익었기 때문이다.

“혹시 지난번에 뵙지 않았습니까?”

선우의 말에 그는 의외라는 눈빛을 보이며 답했다.

“네. 노벨상 수상식 때, 잠깐 인사드렸는데, 기억하시네요.”

“제가 기억력이 좋아서요.”

선우는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거쉰 대표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가벼운 덕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드디어 <권좌의 게임>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보내주신 원고를 확인했습니다.”

“어떤가요?”

“퍼펙트!”

거쉰 대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을 이어갔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습니다. 지금 제 눈이 보이십니까? 작가님 글을 읽느라 잠을 못 자서 이렇게 붉게 변해 버렸답니다. 책임지세요.”

“하하하하~”

거쉰 대표는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몰입도 역시 대단했습니다. 긴박감이나 남성다운 화끈함도 꽤나 좋았고요. 마치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읽는 듯,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호오?! 이 사람 감이 꽤 좋은데?’

선우는 거쉰 대표의 말에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작가님.”

“네. 대표님.”

“죄송한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선우를 향한 그의 시선에는 강렬한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네. 그러세요.”

선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침을 한 번 ‘꿀꺽’하고 삼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왕좌에 오른 지크프리드는 정말 죽은 건가요?”

1부 마지막 장면이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네!”

“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는 대답이 나오자 거쉰 대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담이지만 책이 출간된 후,

수많은 독자들 역시 거쉰 대표와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크프리드 왕이 잠자고 있는 침실에 누군가가 몰래 들어와 그의 목을 자르며 끝이 났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가님은 무척이나 친절하게도 다음 장에 -THE END- 라는 굵은 글자만 남겨 놓았다.

독자들은 당연히 멘붕에 빠지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상을 파괴하는 결말로 인해 시리즈 2부를 고대하게 만들었다.

거쉰 대표는 상기된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누가 죽인 거죠? 아니! 왜요?”

“하하하. 대표님. 아실 만한 분이 스포일러를 요구하면 안 되죠.”

“아!!”

“죄송하지만 그런 표정을 보이셔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 한 가지는 약속드리죠.”

“야, 약속이요?”

거쉰 대표는 사뭇 기대가 된다는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대표님이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먼저 시리즈 2부인 <제국의 분열>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아!!”

선우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는지 그의 눈빛이 크게 한 번 일렁거렸다.

기분이 여실하게 느껴지는 표정에 선우의 눈이 살짝 웃었다.

“만족하셨나요?”

“네~ 아주 만족했습니다.”

그는 매우 만족했다는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감히 단언컨대 <권좌의 게임>이 완성된다면 삼국지에 비견될, 아니!! 삼국지를 뛰어넘을 작품이 될 겁니다. 전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에는 경의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삼국지를 읽어보셨습니까?”

“네.”

“누구의 삼국지를 읽어보셨나요?”

“나관중이요. 그의 삼국지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그렇군요.”

선우는 그의 작품이 삼국지에 비견되거나 혹은 뛰어넘을 작품이라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1부 10부작 <아르메니아 제국의 탄생>

2부 10부작 <제국의 분열>

3부 10부작 <제국의 검과 방패>

4부 10부작 <7개의 가문>

5부 10부작 <군웅할거의 시대>

6부 10부작 <제국의 역습>

7부 10부작 <왕관의 무게>

8부 10부작 <권좌의 게임>

9부 10부작 <최후의 승자>

10부 10부작 <영원한 제국>

10부작 총 100권에 이르는 천년 제국의 흥망성쇠.

각각의 인물들은 처절할 정도의 군상(群像)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욕(五慾)과 칠정(七情)에 이성과 감성의 대립을 양념 삼아 소설 곳곳에 뿌려 놓았다.

“편집장과 이미 얘기했지만 번역본 역시 완벽해서, 교정을 볼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는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작가님께서 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인쇄소에 연락을 취할 겁니다.”

선우 역시 변호사를 통해 그들이 보낸 계약서를 검토하였고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거쉰 대표와 선우는 즉시 계약서에 사인하고 각기 한 부씩 나눠가졌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헤이, 우리 천재 작가님~”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선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톰 제라즈였다.

“하이~ 톰!”

“선우. 그동안 잘 있었나?”

“덕분에~ 톰, 당신은?”

“하하~ 나도 잘 지냈어.”

<권좌의 게임>을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소식에 전화통이 불이 날 정도로 연락을 한 장본인이 바로 톰이다.

이건 무조건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어찌나 떼를 쓰던지!!

각설하고 톰의 반협박(?)과도 같은 부탁과 요청으로 드라마의 제작은 결국 그가 맡게 되었다.

참고로 소설에 빠진 톰이 자신의 직접적인 출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자 선우는 그냥 ‘니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계약은?”

“보시다시피~~”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흔들어 보이자 톰 역시 환하게 웃었다.

“잘 끝냈군.”

“응.”

“좋아. 그럼 우리도 바로 시작해야겠네.”

“그래야겠지.”

“오케이~”

“오케이!”

그 뒤로 일사천리다.

선우의 눈이 계약서로 향했고 두 사람 역시 계약서에 서명했다.

-짝!

성공적인 계약을 자축하는 의미로 두 사람은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선우, 이제 뭐 해? 계약도 끝났잖아.”

“특별히 할 건 없어. 왜?”

“그래? 그럼 같이 운동하러 갈래?”

“운동, 무슨 운동?”

“헬스.”

“헬스?”

“응.”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그의 취향에 맞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일단 땀을 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같이 가도 돼?”

“당연하지. 나만 따라오면 돼.”

톰이 데리고 간 곳은 할리우드에서도 매우 유명한 회원제 헬스클럽으로,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엄선된 셀럽들만 회원으로 받아준다고 한다.

“선우, 헬스는 좀 해봤어?”

운동복을 건네며 톰이 선우에게 물었다.

“아니. 운동은 좋아하지만 헬스클럽은 다녀본 적이 없어.”

“호오~ 그래?”

선우의 대답에 톰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올랐다.

“걱정 마. 이 형이 가르쳐 줄게. 나만 믿으라고 브로~”

‘마침내 이 녀석을 이겨보는 건가?’

톰은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선우는 톰과 함께 헬스장에 도착했다.

“후우~ 후우!”

“크으으.”

“헉, 헉…… 헉, 헉!”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헬스장 안에는 묵직한 신음 소리와 함께 다수의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지?”

“누구?”

“저기 톰이랑 같이 온 남자!”

“……대박!!”

두 사람은 살짝 혀까지 내밀며 감탄했다.

“분위기 죽이지?”

“얼굴도! 톰하고 같이 있는데~ 오히려 톰이 떨어지는 듯.”

두 여인의 외모는 범상치 않았는데, 사실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불리는 엘리스 실버스톤과 리즈 원더스푼이었다.

‘진짜 잘생겼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리즈 원더스푼은 톰과 함께 탈의실로 걸어가고 있는 선우를 향해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래!!!”

생각이 났다.

실물로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분명 화면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왜? 아는 사람이야?”

“최선우.”

리즈는 선우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최……선……우? 그게 누군데?”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그리고 우리 영화 대본 작가.”

“뭐, 어머머머!!!”

이와 같은 시각,

운동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선우가 옷을 벗자 톰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헐!!”

톰 제라즈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지만 액션 영화를 찍을 경우, 그는 대역을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의 몸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할리우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다양한 운동을 배웠고 끊임없이 익혔다.

하지만 그런 톰조차 선우의 균형 잡힌 몸을 보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너 뭐야?”

“뭐가?”

“……이, 이런 거짓말쟁이.”

톰의 입이 삐쭉 나왔고 선우는 어리둥절하고 있다.

“헬스는 배운 적이 없다며?”

“응.”

“……!!”

선우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어렸을 적에 권투 도장을 다녀본 적은 있지만 헬스를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럼 그 몸은 대체 뭐야?”

“이 몸?”

“그래.”

모두가 매일매일 수련한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 덕분이다.

물론 달리기와 팔굽혀펴기의 역할도 크지만 말이다.

“정말 헬스 배운 적이 없어?”

“없어.”

하지만 톰의 눈동자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는 선우의 개(?)쩌는 상체 근육 전체를 유독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곧장 바벨 기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헐~ 선우.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야? 바벨 운동은 말이야. 가볍게 시작해야…….”

바벨의 무게를 보고 선우를 만류하려던 톰의 음성이 순간 멈췄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리즈?”

“안녕하세요. 톰~”

“오! 엘리스도 있었네. 둘 다 반가워~”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엘리스 실버스톤과 리즈 원더스푼이다.

두 사람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미모와 함께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여 현재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주목받고 있었다.

‘휘유~ 역시 아메리카야.’

몸에 딱 달라붙은 운동복, 우월한 발육 상태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톰 역시 젊은 여자들의 등장에 입이 귀까지 걸렸다.

“이쪽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친군데~~”

톰은 매우 자연스럽게 선우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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