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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82화 (82/187)

◈ 제 82화

82화 스타 데이트

“……스타 데이트~ 자, 그럼 다음 손님을 모시겠습니다. 가수 안동혁 씨입니다.”

“와아아~~”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카페, 그곳에 마련된 촬영장.

MC 최경규의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가수 안동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안동혁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뒤에 최경규의 질문이 이어졌다.

“동혁 씨는 몇 살이세요? 피부 관리 받으시죠?”

“언제부터 노래를 시작했어요?”

“……미모의 여배우와 열애 중이라는 기사가 떴는데, 그게 정말인가요?”

다른 출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그에게 질문을 던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참고로 오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들은 여배우 최보영, 가수 안동혁 그리고 걸그룹 멤버 조윤아다.

MC 최경규는 이들과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PD의 사인이 떨어지자 서둘러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자~ 그럼 이제 장안의 화제인 ‘보고 싶다. 친구야’를 시작하겠습니다.”

최경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텝이 빨간색 전화기를 가지고 왔다.

“여기 전화기 보이시죠?”

“네.”

“네~~”

“여러분은 이 전화기를 이용해 최대 세 번까지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전화를 받은 친구는 1시간 안에 이곳에 오셔야 하고요. 다들 이해하셨죠?”

“네.”

“쉽네요~”

“지금 시간이 밤 11시 30분인데, 과연 쉬울까요? 흐흐흐흐~ 그럼 지금부터 보고 싶다, 친구야. 시작하겠습니다.”

최경규의 말이 끝나자 제비뽑기를 한 초대 손님들이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으니…….

“크크크크! 이것 보세요. 이게 절대 쉬운 게 아닙니다.”

-여……보세요?

잠에 취한 음성이다.

“정미야!”

“누구?”

“나 윤아야.”

“유, 윤아?”

“응.”

-조잘조잘, 재잘재잘!!

“성공~~!!”

조윤아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좋아라 한다.

“오오~ 축하합니다. 제일 먼저 성공하셨네요. 자! 이번엔 동혁 씨 차례입니다.”

최경규의 말에 동혁은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가고 잠시 후,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헤이~~ 브로.”

-욥~~ 브로.

매력적인 중저음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자 출연자들의 눈빛이 변한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브로가 보고 싶어 전화했지. 지금 어디야?”

-집.

“한국 집?”

-응.

“흐흐흐흐~ 좋아! 그럼 빨랑 나와.”

-헐!! 형님 방금 누웠다.

“흑흑흑! 브로!! 이젠 내가 싫어진 거야?”

가녀린 목소리에 울음까지 섞인 동혁의 비음에 수화기 속의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지, 아이, 알, 에이, 엘!

“지아이알에이엘?”

뜬금없는 말에 동혁의 표정에 순간 묘한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사람들 역시 ‘저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서로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지아이알에이엘이 뭐야?”

-지랄(Giral).

“……!!”

“……?!!”

“……?!!”

수화기에서 나온 단답형의 말에 하마터면 촬영장이 웃음소리로 뒤집힐 뻔했다.

“쉿! 쉿!”

하지만 베테랑 MC 최경규가 번개처럼 나서서 가까스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큭! 여전히 썰렁하네. 암튼 여기 강남인데, 좀 나와. 얼굴 좀 보자~”

동혁이 침을 튀겨가며 상대를 설득했다.

“진짜야. 니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래. 우리 한동안 못 봤잖아. 제발~ 부탁이야. 사랑해. 친구야.”

-휘유~ 어딘데?

동혁의 설득에 결국 넘어간 것 같다.

“강남~~ ***, **** 168. 나올 거지, 브로?”

-알았다. 브로!

“오케이. 브로!”

통화를 끝낸 동혁 역시 두 손을 불끈 쥐며 성공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동혁 씨.”

“네.”

“대체 뭐 하는 친구예요? 위트가 장난이 아닌데요?”

“아~ 네…… 흐흐흐~”

“혹시 친구분이 해외에 사세요?”

“아뇨. 한국에 살아요. 왜요?”

“아까 통화 중에 ‘한국이지?’라고 물으신 것 같아서요.”

“아! 이 친구가 해외에 자주 가서요.”

“그래요? 동혁 씨 친구면 대학생일 것 같은데~~”

“흐흐흐~ 이따 보시면 알아요.”

MC의 질문에 동혁은 은근슬쩍 대답을 흘렸다.

한편 세 명의 출연자들 역시 그들의 친구들과 통화를 했고 모두 미션에 성공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이곳에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다.

MC 최경규는 본격적으로 썰을 풀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친구들이 오기까지 그 특유의 입담으로 스타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에 양념까지 뿌렸고 그 덕에 사람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배꼽을 내놓고 웃다시피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카메라 화면에 누군가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마침내 첫 번째 손님이 등장한 것이다.

-첫 번째 손님입니다. 여자분입니다.

“아~ 왔네요. 과연 어느 분의 친구일까요?”

손님이 도착했다는 스텝의 말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끓어올랐다.

“이야…… 진짜 예쁘다.”

“화면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

카페로 들어온 이는 조윤아의 친구이자 요즘 뜨는 배우 안지민이었다.

“어?”

뒤늦게 조명과 카메라를 발견한 탓에 안지민의 얼굴에 당황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 이게 뭐예요?”

“반갑습니다. 지민 씨~~ 스타 데이트, ‘보고 싶다 친구야’의 최경규입니다.”

“아!!”

최경규의 모습을 알아본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머! 어떡해!! 화장도 제대로 안 하고 나왔는데~~”

그녀는 번개와 같은 빠르기로 거울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손님이 오십니다.

“오오~ 또 왔다.”

“이번엔 누굴까요?”

-여자분입니다.

이번에도 여자라는 말에 동혁의 입술이 빼쭉 삐져나왔다.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동혁의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시곗바늘이 계속 움직였다.

“동혁 씨.”

“네.”

“동혁 씨 친구분은 안 오는 건가요?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올 겁니다.”

동혁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것일까?

한 남자가 카페 입구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남자분입니다.

“오오~”

“드디어~~!!”

사람들은 카페 입구에 설치된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입구로 들어오는 남자를 보았다.

“누구지?”

“얼굴이 안 보여요.”

모자를 깊게 눌러쓴 덕에 남자의 외모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오직 동혁만이 사람들을 향해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어이~ 브로!!”

친구의 음성에 자동으로 고개를 돌린 남자는 녹화 현장을 보고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최경규를 비롯한 출연자들이었다.

동혁의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가 모자에 선글라스 거기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남잔 뭐야?’

‘동혁 씨 친구라고 했지? 그럼 가수?!!’

‘근데 왜 저렇게 가렸어? 지가 톱스타라도 돼?’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묘하게 집중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스타 데이트, ‘보고 싶다 친구야’의 MC 최경규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호오~ 목소리 괜찮네.’

‘그래도 저 스타일은 아니다.’

‘어서 얼굴이나 좀 보여줘.’

“동혁 씨 친구시죠?”

“네.”

“실례하지만 뭐 하시는 분이세요? 연예인이신가요?”

“네?”

“모자에 선글라스, 게다가 마스크까지~ 하셨잖아요. 완전 연예인 포스라서요.”

“아!!”

동혁의 친구는 최경규의 말에 잠시 망설였고 이와 같은 친구의 모습에 동혁은 배를 잡고 웃음을 참았다.

사람들의 의아해하고 있을 무렵,

동혁의 친구는 한숨을 내쉬며 결국 그가 착용하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휘유…….”

-두둥!!!!

그때 짤막한 경악성이 바로 옆에서 터져 나왔다.

“헙!”

“흑!”

“허걱!”

이태리 작가의 얼굴을 출연자 모두가 확인한 순간,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웅성웅성!!!

“이…… 이태리 작가님?”

“작가님 맞으시죠?”

“네.”

“대……박!!”

촬영장이 뒤집어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그리고 세계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가 왜 떨고 있는지 아십니까?”

“……아니요.”

“일단 사인 한 장 받고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최경규의 사인 요청과 함께 현장이 아주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 * *

“미리 얘기를 하시지 그랬어요? 차가 막혔나요?”

“아, 아니요. 시간이 늦은 시각이라 막히지 않았어요.”

질문에 답하는 선우를 향해 조윤아는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훅훅하고 내뿜는 숨결이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정말 작가님 팬이에요. 제 이름은 조윤아입니다.”

그녀의 얼굴이 슬며시 붉어진다.

‘저 계집애가 설마…….’

그 뒤 경쟁적으로 선우를 향한 여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MC 최경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 MC 중의 한 사람인 그를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취급했기 때문이다.

“NG!”

“……NG!”

“보영 씨. 카메라에 집중해 주세요.”

계속된 NG에 감독은 실명까지 거론하며 외친다.

“네? 네!! 죄송합니다.”

“NG! 정미 씨. 여길 보셔야죠.”

“죄, 죄송해요. 감독님.”

하지만 계속해서 NG가 이어지자 감독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NG! 휴우…… 잠시 쉬었다 가죠.”

감독의 말에 조연출이 크게 외쳤다.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촬영이 잠시 중단되었다.

“보영아, 정미야! 다들 왜 그래?”

“네?”

“정말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거야?”

MC 최경규의 기습적인 질문에 여자 출연자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윤아랑 지민이도 진짜 이상하네.”

선우와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여인들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몽롱해졌다.

심지어 아예 대놓고 선우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이는 여인도 있었다.

옆에 있던 동혁이 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역시 선우야~~”

“뭐가?”

“훗~~ 다 알면서, 왜 그러셔??”

“뭐가 인마?”

“쟤들~~”

동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까부터 네 전화번호 좀 가르쳐 달라고 아주 닦달이다.”

“……헛소리.”

“헛소리라니! 진짜야!”

“됐고, 나중에 방송 나오면 걱정해라.”

“뭘?”

“설연이!”

“……!!!”

순간 동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것을 자각한 모양이다.

“하하하, 이건 그냥 방송이잖아. 보고 싶은 친구를 부르는~~ 방송이야.”

“뭐~ 그건 네가 직접 설명해.”

“응? 그게 무슨?”

동혁이는 처음에 선우의 말뜻을 몰랐지만 곧바로 이해했다.

선우의 핸드폰에 익숙한 번호가 진동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은 동혁은 파김치가 된 모양으로 나타났고 곧이어 촬영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보고 싶다 친구야’가 방송이 되었다.

“어? 어?!!”

“대박! 이태리 작가다!!”

“맙소사~~!!”

선우의 출연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노벨상 수상 직후, 단 한 번의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은 선우가 방송,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타난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선우의 수려한(?) 모습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방심을 흔들어놓았는데, 특히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여성 출연자들은 연일 화제를 일으켰다.

“어머나. 날 보고 웃었어.”

“지랄! 화면이 널 어떻게 보고 웃냐? 카메라 보고 웃은 거지!!”

“진짜 멋지다.”

“손이라도 한번 잡아봤으면…….”

카메라에 잡힌 선우의 모습에 여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우월한 외모, 최고의 지성, 재력과 명성까지 지닌, 말 그대로 완벽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물론 애인의 변심(?)에 일부 남자들의 시선이 사납게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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