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81화 (81/187)

◈ 제 81화

81화 원석의 비상(非常)

시간이 되자 스튜디오 내부로 드라마 감독을 위시해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들어왔다.

최은숙 작가와 선우가 상석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오늘 리딩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드라마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배우 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인학 PD의 눈치에 신인 배우 원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원석 배우님. 본인 소개 좀 부탁할게요.”

“네, 감독님.”

원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배우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인 배우 최원석입니다.”

통상적인 자기소개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묵묵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상으로 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원석 씨, 새롭게 추가된 대본은 읽어 봤나요?”

“네. 읽어봤습니다.”

“그렇군요. 어땠어요?”

“제 역할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주 재밌었습니다.”

“재밌다?”

“네.”

원석의 말에 최은숙 작가는 묘한 미소를 보였다.

“어째서 그렇게 느낀 거죠?”

“그건…….”

원석의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최은숙 작가는 물론 이인학 PD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신인이 그걸 느끼기 힘들었을 텐데, 천부 역을 잘 파악한 것 같네요.”

“대본 분석을 꽤 열심히 한 것 같군요. 저도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에 원석은 자신이 첫 단추를 무사히 끼웠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리딩을 시작해 봅시다. 1-6번부터 시작하세요.”

“천부야!”

“왜 또~~~ 그러세요?”

“너 인마, 내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지.”

“아이~~ 인생은 짧아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죠.”

‘호오~~’

원석의 대사에 자리에 앉은 배우들은 적잖이 감탄했다.

상대가 무슨 대사를 하든지,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게다가 원석의 음성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사람들은 원석의 연기에 정신이 홀려 있었다.

‘발성이 꽤 좋은데?’

‘잘하네.’

‘저런 사람이 무명 배우였다고?’

‘호오~ 이것 봐라!’

‘쟤! 아직 소속사 없지? 우리 회사로 데리고 올까?’

원석과 합을 맞추고 있던 공윤 역시 내심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역시 낙하산이 아니라는 건가?’

공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대본의 마지막 장이 끝나 있었다.

한편 리딩을 끝낸 원석의 얼굴도 편안해 보인다.

처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를 만족감이 대신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자네도 수고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리딩이 끝났다.

후배 연기자들은 선배 연기자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원석 씨, 수고했어요.”

이때, 자리에서 일어난 공윤이 원석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네?!!”

“그리고 아깐 내가 실례했어요.”

“아, 아닙니다. 선배님. 실례라니요! 아닙니다.”

“원석 씨, 아직 소속사 없죠?”

원석의 얼굴에 순간 묘한 긴장감과 기대가 어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도 눈에 띄게 변했다.

“이제부터 꽤 바빠질 거예요. 생각 있으면 우리 회사로 와요.”

공윤의 예상대로 다수의 매니저들이 원석에게 다가왔다.

“여기 명함입니다. 연락 한번 주세요.”

“배우님, 저희 회사로 말할 것 같으면~~”

<트라움 ENT>, <소라 기획>, <드림 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매니저들이 원석에게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원석을 미리 선점하려는 제안이었다.

“죄송하지만 최원석 배우는 우리와 함께할 사람입니다.”

낯익은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T&B 엔터의 김일환 대표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서있다.

“김일환 대표님?”

‘뭐야? 벌써 침 발라 놓은 거였어?’

‘젠장! 대표가 직접 올 줄이야.’

‘쩝!’

김일환 대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였고 선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딴청을 부렸다.

* * *

“축하합니다.”

“축하드려요~~ PD님.”

첫 방부터 시청률이 터졌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상승 곡선을 탔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입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역대급 드라마란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이제 겨우 6화가 끝났는데도 말이다.

“와~ 대박입니다.”

“댓글이 장난 아닌데요?!!”

스텝들의 대화에 이인학 PD의 입꼬리는 계속해서 씰룩거렸다.

이와 같은 시각,

최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한 대가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선우야,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동해~”

“동해?”

선우의 대답에 설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우리 지금 바다 보러 가는 거야?”

“응.”

“끼얏호~~”

선우의 답변이 나오는 동시에 설연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뭣 때문에?”

“그거야 선우, 너랑 같이 가니까, 호호호호~~”

설연이 선우를 향해 귀엽게 웃었다.

“근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야? 그동안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했잖아~~”

뭔가 의심스럽다는 듯, 설연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내일이잖아.”

“뭐가?”

“네 생일!”

선우의 말에 설연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생일?!! 가만 그러고 보니 오늘이?”

설연이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뭔가가 생각난 듯 외쳤다.

“그러게. 내일이 내 생일이네.”

“바보.”

“헤헤헤~”

“웃지 마~~”

“헤헤헤~ 헤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지 말라는 선우의 말에도 설연은 한껏 웃음을 토해내었다.

늦은 시간 덕인지 아님 최고급 스포츠카에 몸을 실은 덕인지, 두 사람이 동해 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11시 40분이었다.

“이쪽이야.”

12월 3일, 쌀쌀한 날씨와 늦은 시간 덕에 동해 바다에는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선우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자마자 설연과 함께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대략 10분 정도 걸었을까?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노랫소리와 함께 커다란 케이크가 두 사람을 반겨주었다.

“엄마? 아빠?”

“생일 축하해, 설연아~”

“큰 언니, 둘째 언니도!!”

“사랑하는 우리 동생아~~ 생일 축하한다!”

“설연아~ 아줌마, 아저씨도 왔다.”

“……어머머?!!!”

설연의 가족을 포함해 선우의 부모님도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였다.

두 가족이 모인 생일 파티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지글지글~!

한쪽 불판에서 소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동안 다른 쪽에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소한다.

음악이 있고 노래가 있고 춤도 있다.

“살리고~ 살리고~”

분위기에 취했는지 아님 가족들의 열화(熱火)와 같은 성원(?) 때문이었는지 한씨 자매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것은 정녕 상상도 하지 못할 막춤의 향연이었다.

‘속에 쌓인 것들이 많았나 보네?’

연예계 생활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게 화려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선우는 잘 알고 있다. 그는 저렇게 오버하며 춤추고 있는 설연을 보면서 가끔은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선우의 마음속엔 어느새 설연이라는 존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선우~ 최선우~~”

막춤이 끝난 시간, 다음 화살은 엉뚱하게도 선우에게 향했다.

“최선우~~ 최선우~~ 우유 빛깔 최선우~~”

여동생 혜진과 엄마 역시 그의 이름을 외쳤다.

“보여줘, 보여줘!”

“……?!!”

대체 뭘 보여 달라는 말인가?

하지만 선우는 여자들의 독촉에 뭔가 보여주어야 할 압박감을 느꼈다.

“생각나는 게 별로 없는데…… 그럼 복근이라도 보여……?!!”

갑자기 쏟아지는 기대에 찬 눈동자들에 선우는 그의 말을 즉시 수정해야만 했다.

“줄리아드 커퍼필드가 울고 간~~~ 지상 최대의 불꽃 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씨 자매들은 무슨 이유인지 실망 어린 한숨들을 내쉬었다.

‘저 누나들은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선우는 마치 TV에 나오는 마술사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볼펜으로 위장한 마법 완드를 꺼내 들어 하나, 둘, 셋과 함께 막대기를 변신시켰다.

“와우~”

“이야~ 제법 마술사 같은데?!”

선우는 교묘한 손동작을 보이며 수인을 잡았고 잠시 후, 그의 주문에 따라 사람 머리만 한 붉은 불덩이가 하늘 위를 수놓기 시작했다.

-팡!

-파파팡! 팡팡! 펑~~~!!

그렇게 멋지게 올라가던 불덩이들은 다음 순간 ‘펑’하는 소리를 내며 충돌하더니 작은 불꽃들을 사방에 뿌리며 사라져버렸다.

보는 이의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불꽃쇼였다.

“와아~~”

“대박!!”

“선우 짱이다.”

“폭죽은 또 언제 준비했대?”

불꽃놀이의 화려한 모습에 모두가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는데 설연이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해왔다.

“이게 다야?”

“엥? 또 뭐가 있어야 해?”

“마무리가 약하잖아! 뭐~~ 반짝이는 거 없어?”

“반짝이는 거? 후후후~~”

선우가 미소를 보이자 설연의 얼굴이 환해졌다.

“뭐야? 정말 선물을 준비한 거야?”

“차 안에 있는데, 같이 갈래?”

“그래~~”

앞부분에 위치한 트렁크를 열자 예쁘게 포장된 상자가 눈에 띈다.

상자 안에는 화려한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순간 설연은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선우를 강하게 끌어안고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순간적으로 선우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의 관계는 키스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저쪽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설연의 가족들 때문이었다.

다음 날 저녁,

선우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와아아아아~~”

“저기다! 저기 이태리 작가가 나왔다.”

“꺄아악!!”

“여기 좀 봐주세요.”

“작가님~ 사랑해요.”

공항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선우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초대형 팝스타가 방문한 것과 같은 규모의 인파가 몰려왔다고 했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는 작가지 팝스타가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이곳은 한국이 아닌, 유럽 그것도 스웨덴이었다.

“작가님~”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공항 중앙에 마련된 프레스 존이다.

그곳에는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고 선우가 프레스 존에 입성하자마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작가님~ 스웨덴에 처음이신가요?”

“세계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시게 되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혹시 차기작에 대한 소식이 있나요? 일각에서 톰 제라즈 씨와 손을 잡고…….”

“한국에서 작가님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후에 있을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선우는 딱 10개의 질문만 받기로 했는데 그를 위해 공항까지 나와 준 팬들을 위해 예정에는 없었지만 1시간 동안 사인회를 갖기로 했다.

“우와아~~”

“사랑해요. 이태리.”

세계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

수많은 팬들이 선우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자 공항 경비대까지 출동해 줄을 정리했다.

“감사합니다.”

사인 한 장에 팬과 눈을 맞추며 인사까지 나눈다.

기자들은 이와 같은 광경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았고 방송이 나간 후, 선우에 대한 인기는 더욱 커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