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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78화 (78/187)

◈ 제 78화

78화 시벨롬(Si bel homme)

-뉴스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리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 측에 따르면 이태리 작가에 대한 이해하지 못할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한림원 고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의 몇몇 저명한 문학계 인사들이 이번 일에 개입되었으며…….

↳헐! 저거 미친 거 아냐?

↳국제적인 망신이다. 망신!!

↳제가 들었는데, 오현국 선생이 이번 일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오현국 선생이요? 대박!

↳에이~ 설마요.

↳증거 있어요? 없으면 조용히 하세요.

↳불쾌하네요. 그분은 살아있는 전설이세요.

스웨덴 한림원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노벨 위원회가 공정성을 담보한 독립기관이라는 사실과 영국 정보국의 개입을 예상치 못한 오현국 측의 커다란 실책(失策)이었다.

오현국 선생과 그의 측근들은 서둘러 사태의 진화에 나섰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자회견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부터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다.

↳이런 X발! 대체 누구냐?

↳매국노다. 매국노.

-이태리 작가의 수상에 반대하는 엄청난 양의 편지가 한림원으로 배달되었다.

↳엄청난 양?

↳한림원 주소 아는 분?

↳우표값 장난 아니었겠다.

-편지의 출처는 한국이었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심사 위원들의 명예를 걸고 공정하게 심사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이태리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과거 이태리 작가에 대해 대필 의혹을 제기했던 오현국 선생과 그의…….

↳대박!!

↳미친 늙은이!

↳제가 오현국 선생이 주도했다고 말했잖아요.

↳한국인이 한국인의 수상을 반대해?

↳역시 조센징!

↳노예근성.

↳질투심 쩐다.

↳이래서 한국 문학이 발전하지 못하는 거야.

↳일본으로 귀화해라.

거의 홍수 수준의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아직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조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오현국 선생을 비난하는 글이 압도적이었다.

-한국대 주영호 교수는 직접 스웨덴까지 날아가 이태리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헐! 한국대라면 이태리 작가의 모교 아니에요?

↳포르노 교수.

↳섹스 동영상의 주인공.

↳주영호 교수, 이제 교수 아니에요. 사임했어요.

↳사임은 무슨! 성추행으로 잘렸음.

↳와!! 한국대 엿 같다.

일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커지며 그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자 결국 오현국 선생이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

며칠 후,

수십 대의 카메라가 회견장 앞에 도열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현국 선생을 태운 고급 승용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의 폭풍 같은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찰칵! 찰칵! 찰칵!!!

“선생님.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한림원 측의 발표가 사실입니까?”

“이태리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벌이셨다는데…….”

“……!!”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만 보일 뿐, 아무 말 없이 단상으로 걸어갔다.

“먼저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드려 죄송합니다.”

단상에 선 오현국 선생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모두 제가 부덕한 결과입니다.”

부드러운 사과로 입을 열었지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짓말로 답했다.

“한림원 측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오현국 선생님이 보낸 편지가 있다고 합니다.”

“누가 제 이름을 도용한 것 같습니다. 전 그런 편지를 쓴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한림원에 편지를 보내신 적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그럼 누가 선생님의 이름을 도용해 그런 편지를 보낸 걸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혹시 주영호 교수가 주도한 것이 아닙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저도 알 방법이 없네요.”

오현국 선생은 더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듯, 짧게 일축했다.

“이태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일입니다. 대한민국 문학계의 쾌거이고요.”

“과거 이태리 작가의 필력에 의구심을 표한 적이 있으시죠?”

“그런 적 없습니다.”

“작년 가을, 이태리 작가가 영국에 가기 전에 기사로 나왔는데요?”

-웅성웅성.

“……기억이 나지 않군요.”

“대필 의혹에 대해 무관하다는 겁니까?”

“말이 나왔으니 제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사실 대필 작가 의혹은 제가 직접적으로 제기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석에서 제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을 뿐인데 그게 기사화되는 바람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오현국 선생의 대답은 대부분 ‘그런 적이 없다’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귀결되었다.

그때였다.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기자 회견장에 나타난 것이다.

“누구십니까?”

“저희는 영국 대사관에서 나왔습니다.”

“영국 대사관이요?”

“이태리 남작님의 고귀한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엘리자베니스 여왕 폐하의 명에 따라 오현국 작가가 노벨 위원회에 보낸 편지를 이 자리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편지는 스웨덴 한림원 측에서 제공한 편지입니다.”

-웅성웅성!!!

대사관 직원이라고 밝힌 이의 발언에 기자회견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뭐, 뭐라고?!!”

뜻밖의 사태에 오현국 선생 역시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친애하는 노벨 문학상 심사 위원님들께…….

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이 고개를 돌려 오현국 선생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사색이 된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 명의 가엾은 노인이 있었다.

“아닙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날 음해하려는 세력이 조작한 겁니다.”

오현국 선생은 마치 절규하듯 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푸른 눈의 외국인을 향하는 순간, 그가 편지 봉투를 크게 들며 외쳤다.

“찾아내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감사하게도 오현국 작가님께서 본인의 침을 이용해 우표를 붙이셨더군요. 여기 국과수의 DNA 감정서입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필적 감정사의 도움을 받아 한림원에 배달된 편지를 오현국 선생 본인이 작성했다는 사실 역시 알려드립니다. 마이클.”

“네, 참사관님.”

“기자님들께 관련 자표를 배포해 주세요.”

“네. 참사관님.”

다음 순간,

오현국 선생이 보낸 편지에서 찾아낸 그의 DNA와 필적 전문가들이 증명한 관련 자료들이 배포되기 시작됐다.

“어, 어…… 어……!!”

오현국 선생은 마치 사시나무 떨듯 몸을 벌벌 떨었다.

그와 동시에 오현국 선생의 측근들 역시 아무런 반박도 못 한 채 이리저리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X발, DNA라니,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이러다 완전히 병X 되는 것 아니야?”

“으아아! 우린 모두 망했어. 이미 망했다고!!”

-웅성웅성!!!

자료를 확인한 기자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일부 기자는 그를 향해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거짓말쟁이!”

“정말 몹쓸 사람이군.”

“저런 자가 문학계의 전설이라니!!”

방금 전까지 부정하던 일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니…….

기자들의 눈빛이 180도로 달라졌다.

그것은 마치 더러운 것을 목격한 눈빛과도 같았다.

“할 말 있으면 해보시죠!”

“어…… 어…… 어…….”

“이번엔 또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어…… 음……. 어, 음…….”

어떤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목구멍 밖으로 한 마디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필 의혹도 그렇고 도대체 이태리 작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그런 것이오?”

기자 하나가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오현국 선생이라는 호칭 대신 당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를 더 이상 존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사실 내가 좀 지저분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 그동안 쉬쉬했지만 말이야.”

“………!!”

-<그는 괴물이었다.>

-<문학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구린내가 나는 문학계, 그들만의 리그.>

이태리 작가에 대한 모함의 글을 쓴 대가였을까?

오현국 선생을 비롯해 그를 따랐던 문인들은 한국 문학계에서 매장되었다.

몇몇 작가는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뒤늦은 성명을 발표했지만 돌아온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의리고 나발이고 간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오현국 선생에게 다 뒤집어씌우자. 막말로 이게 사실이잖아. 난 원래부터 평화주의자였어. 가만히 있고 싶었다고!! 그리고 흥! 오 선생이 알게 되면 또 어떻게 할 거야? 이빨 빠진 늙은이!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잖아!’

주영호 교수는 생각했다.

이대로 언제까지 숨어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젠 나서야 할 때였다.

더욱이 그에게는 이런 때를 위해 들어 놓은 보험이 수중에 있었다.

그것은 오현국 선생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한림원에 편지를 보내자고 모의하는) 녹음 테이프였다.

주영호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학계와 문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익힌 감각과 경험을 이용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위기 중에서 최고의 위기였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낚시터에 모습을 나타냈다.

뜨문뜨문 앉아 있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등산객 복장의 남자를 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지직!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나를 배신할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내 집에서 나가도록 하게!

오현국 선생의 음성이 분명했다.

“들어보니 알겠지? 난 정말 억울하네.”

“……!!”

“물론 내 잘못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매장될 순 없네. 도와주게. 윤 기자.”

며칠 후,

주영호 교수가 건넨 테이프가 방송을 탔다.

그들만의 싸움은 더욱더 더럽고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었고 그 결과 오현국 선생은 절필을 선언하며 한국 문단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선우는 손에 쥔 펜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감정을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한 것이다.

-소설 시벨롬(Si bel homme)

문단에 등단한 신인 작가 정우.

그는 깨끗한 이미지에 필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차세대 대한민국 문학계를 이끌어갈 작가이자 이 시대의 지성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명성을 쌓아갈 무렵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 덕인가?

정우에게 세 남자가 다가온다.

그들은 학계를 움직이는 원로 작가와 여론을 움직이는 언론인과 대한민국의 재벌이었다. 세 명의 남자는 차례차례 주인공에게 접근해 자신과 함께하자고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우가 가진 이미지라면 40대 대통령도 꿈이 아니라며 은밀한 제의를 건넨다.

(하략)

-지금까지 이런 제목은 없었다. 욕인가? 칭찬인가? (배우 박승룡)

-제목 보고 뻥 터짐. 그러나 소설은 사회의 부조리를 생각하게 한다. (준안일보)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색하게 한다. (소설가 우현)

-너무나도 사실적인 얘기.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이요훈 총장)

-시벨롬들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라. (안명94)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회의원 **철)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그의 신작 소설 <시벨롬>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여러 가지 일화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를 말하자면 책을 소개하는 한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자 진행자가 시벨롬을 말하다 웃음을 터트리는 사고를 낸 것이다.

이는 곧 유명한 개그맨들에 의해 패러디되었고 선우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런 이유로 프랑스어 시벨롬은 대한민국의 초등학생들도 아는 단어가 되었다.

“야, 이 시벨롬아.”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뭐가?”

“지금 욕했잖아.”

“뭐래? 시벨롬은 프랑스어로 꽃미남이라는 뜻이야.”

“그, 그래?”

“그래~ 너 인마. 완전 잘생겼다고 칭찬한 거야.”

“…….”

욕 같지만 칭찬이라고 한다.

규현은 친구의 찰진(?) 칭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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