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7화
77화 노벨 문학상
노벨 문학상.
노벨상의 6개 분야 중 하나이며, 이상주의적 경향을 가진 가장 주목할 만한 문학 작품의 저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추천자는 아카데미 회원, 문학 아카데미 구성원, 문학이나 언어학 교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및 각국 작가 조직의 회장 등 문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저명한 인사들로 한하며,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것은 금지된다.
4월이 되면 추천받은 작가들 중에서 약 20명 정도의 후보자를 스웨덴 아카데미가 압축한다. 5월이 되면 20인의 명단이 노벨상 위원회로 넘어가고 다시 심사를 통해 최종 5명으로 후보자가 좁혀진다.
이후 약 4개월 동안 5명의 후보자가 집필한 작품을 읽고 그것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 과정에서 후보작의 언어를 아카데미와 위원회가 모를 경우 번역자를 통해 작품을 번역해 심사한다. 마지막으로 10월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를 통해 과반수 득표자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다.
노벨 문학상의 선정 기준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이상주의적 경향을 가진 가장 주목할 만한 문학 작품의 저자’로 규정되고 사회가 변해감에 따라 당대에 영향을 끼친 작가나 저항 정신을 가진 작품이 수상되기도 한다.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벨 문학상은 수상자의 전 작품을 모두 같은 권위로 인정해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다.
참고로 작가가 작품을 집필한 뒤 그 작품이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가치를 인정받은 후에 비로소 상을 수여하기 때문에 작품의 집필 시기와 상을 수여하는 시기가 다르기도 한다.
“위원장님! 여기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장 4개월에 걸친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
“오, 그래요?”
“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노고가 컸죠.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치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위원장의 모습에 다른 심사 위원들의 기분 역시 좋아졌다.
“그런데 위원장님. 그 일은 어떻게 할까요?”
“……그 일이라면?”
“영국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제기한 문제 말입니다.”
“아!!”
생각 같아서는 그냥 조용히 넘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영국 정부의 개입으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 문제라면 한 점의 의혹이 없게 모두 공개하려고 합니다. 그게 가장 깔끔하고 깨끗하게 해결하는 방법일 것 같아서요.”
“옳으신 판단입니다.”
“그게 순리죠.”
“그건 그렇고 이제 발표하러 가실까요?”
“네. 위원장님.”
“자! 다들 가시죠.”
그렇게 분의기가 정리되고 심사 위원들은 기자 회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위원장의 발표가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에 모인 모든 기자들이 놀라움을 표현했다.
“와아! 대박!!”
“세상에! 이태리 작가라니!! 노벨상의 역사가 새로 쓰였어.”
“와아아아!!!”
“우워~ 이야아아!!”
최초의 한국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 최연소 수상자가 발표되자 몇몇 기자는 아예 대놓고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태리 작가의 수상 소식은 기자들에 의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이와 같은 시각 한국,
이태리 작가가 세계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사람들의 이목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헐……?!!”
“오오! 대박!”
“와아아~~!!”
방송 3사의 뉴스 속보에 이어 인터넷 세상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축제의 현장이다.
정계와 재계, 문화 예술계를 비롯해 수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이태리 작가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태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는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동시에……. (청와대 YDJ)
-대한민국 문학계의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설가 이*열)
-21세기 한국이 낳은 문호, 이태리 작가의 수상은……. (야당 당수 ***)
-이태리 작가님~ 사랑해요. 앞으로도 파이팅! (여배우 김*수)
-자랑스러운 한국인, 축하합니다. (성삼 그룹 이*희 회장)
-이태리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가왕 조*필)
이 같은 반응은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각국에서 특파원들이 몰려와 마치 경쟁하듯 관련 기사를 송출했고 엄청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 한국의 문호 이태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미국, 조나단 빌 클린턴 대통령)
-한국인이자 동시에 영국인인 이태리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대영제국의 자랑입니다. (영국 황실 대변인)
↳이게 무슨 소리?
↳이태리 작가님이 영국 귀족이잖아.
↳아! 이제 이해했음.
↳쳇! 영국 놈들, 다 된 밥에 슬그머니 숟가락 언지네.
↳공감.
-아시아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중국, 타오후진 주석)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각국에서 세계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축하 인사가 전해졌는데 이 와중에 일본 총리가 보낸 축하 인사가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일본보다 32년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일본 *** 총리)
↳이게 무슨 소리?
↳이게 무슨 개소리?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어요.
↳알겠는데, 이게 지금 할 소리?
↳지금까지 이런 축전은 없었다. 축하인가? 싸우자는 건가?
그러던 중,
이태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대통령인 YDJ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와아아~~!!”
방송은 연일 흥분의 도가니였고 사람들 역시 뭔가에 홀린 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때마침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우 군!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듯, YDJ의 목소리에는 정감(情感)이 흘렀다.
“네. 대통령님.”
-선우 군의 노벨상 수상은 선우 군 개인의 영광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을 명예롭게 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보다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은데, 제가 상을 받게 되어 그저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대통령님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고마워요. 참! 언제 청와대에 한번 들르세요. 같이 칼국수나 한 그릇 합시다.
“네! 일간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보좌진에 미리 얘기해 두겠습니다.
“네. 대통령님.”
이번 노벨 문학상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필력이나 명성이 대단한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선우가 이번 게임의 승자였다.
규용은 대통령과 축하 인사를 주고받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했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작가가 된 것이다. 물론 부모의 눈에는 장성한 자식이라도 언제까지나 어린 자식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침고로 YDJ와 최선우의 수상 소식을 지켜보던 대한민국 국민 중에는 벅찬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들!”
규용은 특별한 말 대신 선우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수고했어.”
그 모습에 수연과 혜진이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축하해. 아들! 역시 우리 아들이 최고야. 호호호~”
“오빠~ 목마르지? 이거 마셔.”
혜진은 손에 들고 있던 생수를 건넸다.
“오빠, 이거 마시고 사인 100장만 부탁해. 헤헤헤~”
“…….”
우리 동생 혜진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여우다.
* * *
[서초동 검찰청]
“선배님이 웬일입니까? 나를 다 보자고 하고?”
검사 선배의 전화에 신창섭 작가가 검찰청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그 역시 법조인을 꿈꿨지만 그것은 한때의 꿈으로 지나갔고 지금은 나름 잘나가는 작가가 되었다. 서로 다른 라인에 있었기에 평소 만날 일이 없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얼굴을 보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요즘 바빠?”
“아뇨. 그렇게 바쁘진 않습니다.”
“보여줄 게 하나 있는데 내 방으로 갈래?”
“네, 선배님.”
진성원 검사는 신창섭 작가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일단 이것부터 한번 봐봐.”
그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서류를 꺼내어 신창섭 작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잠시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
신창섭 작가는 진 검사에게 받은 서류를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굉장히 당혹한 표정으로 진성원 검사에게 물었다.
“선배님, 이, 이건……!!”
“그래.”
진성원 검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내일쯤 한림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야.”
“내일이요. 그럼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래. 문제는 이게 사실이라면 실로 국가적인 망신이란 얘기지.”
“……!!”
진 검사의 말을 들은 신 작가의 말문이 막혔다.
“혹시 자네도 이번 일에 연관되어 있나? 그렇다면 내게 얘기해 보게.”
신창섭 작가는 잠시 고민에 잠겼지만 이내 진 검사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커피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말이다.
“그 정도면 단순 가담이군.”
“그런가요?”
“그래. 혹시라도 누가 물으면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고 잡아떼. 자넨 문단의 원로가 부탁해서 명의만 빌려준 거야. 알겠지?”
“네. 선배님.”
“이제부터 시끄러워질 거야. 가족들하고 잠시 외국에라도 나가있어.”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잘 알겠지만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고.”
“네.”
밤사이 내린 눈이 순백의 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도로에도 눈이 쌓인 덕에 이른 아침부터 체증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X발!”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도로마저 꽉 막혀 있자 박형철 작가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에이, 젠장!!”
그는 차에 비상등을 켜고 갓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내가 어리석었어.’
자동차의 속력이 올라가자 바퀴를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휘날리며 하얀 눈보라가 일어났다.
‘지금이라도 줄을 바꿔 잡을 수 있을까?’
그가 서둘러 향한 곳은 현재 칩거 중에 있는 오현국 선생의 집이었다.
오현국 선생의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약속 시간에 그리 늦지 않은 시각이었다. 아니! 눈 내린 도로 사정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일찍 도착한 편이다.
“후우~”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빨고 있는데,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다른 차가 있다.
“제가 조금 늦은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동료 작가, 금정호다.
박형철 작가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금 작가님도 들으셨죠?”
“……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이라도 배를 갈아타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오현국 선생님과 상의를 하고 나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그게 순서겠죠?”
“네.”
“그럼 들어가시죠.”
두 사람은 서둘러 오현국 선생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오현국 선생님.”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인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황이라 그런지 박형철 작가가 먼저 빠른 반응을 보였다.
“큰일 났습니다. 선생님.”
“응? 큰일?”
“네. 어서 TV를 켜보십시오.”
“…….”
오현국 선생은 다짜고짜 TV부터 켜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보시면 압니다. 선생님.”
“……!!”
-뉴스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리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 측에 따르면 이태리 작가에 대한 이해하지 못할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합니다.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 순간,
오현국 선생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