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72화 (72/187)

◈ 제 72화

72화 해피 PC방

“어떻게 오셨습니까?”

“건물을 좀 보려고요.”

“아이고, 그러십니까?”

건물을 보러 왔다는 말에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부동산 사장은 남자를 상석으로 이끌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어떤 건물을 찾으십니까? 주택, 상가?”

“상가 건물이요.”

“상가 건물이요?”

“네. 위치만 좋다면 꼬마 빌딩도 괜찮은데, 적당한 건물들이 있을까요?”

“아이고, 사장님~ 지금이 어떤 시대입니까? 여기저기 널린 게 건물이에요.”

호들갑을 떠는 폼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요? 그럼 사거리, 역세권,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면 전부 다 좋습니다. 3층에서 10층 사이에 매물로 나온 빌딩들이 있다면 일단 모두 보여 주세요.”

“어휴, 그럼 자금이 상당할 텐데…….”

“자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잠시만요.”

남자의 요청에 부동산 주인은 반색하더니 이내 서류를 뒤적였다.

잠시 후,

부동산 사장은 다량의 건물 사진들을 보여줬다.

3층에서 10층 정도의 빌딩들이다.

남자는 지적도를 살펴보며 매물로 나온 빌딩의 위치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프랜차이즈 PC방이 들어설 건물이었다.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지금 당장이라도 보러 가실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죠.”

“네~ 절 따라오십시오.”

1차에 이어 2차에도 역시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자 PC방 사업 역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선우는 사람을 써 법원 경매로 나온 건물과 함께 각지에 산재한 부동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쿵쾅쿵쾅!

-뚝뚝딱딱!!

“아저씨, 여기에 뭐 들어와요?”

“응, 해피 PC방 들어와.”

“우와~ 대박!”

질문을 던진 학생은 자기 동네에 해피 PC방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반색했다.

“아저씨, 여기 언제 오픈해요?”

“왜, PC방 들어온다니까, 좋아?”

“네~”

학생의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인테리어업자 용만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픈 일정에 대해 말해 주었다.

“지금 막바지 작업 중이니까. 아마 이번 주말에 오픈할 거야.”

“앗싸~ 친구들한테 빨리 알려줘야지. 감사합니다. 아저씨.”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하자 용만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어이, 학생.”

“네. 아저씨.”

“PC방 하나 들어오는 게, 그렇게 좋아?”

“에이~ 그냥 PC방이 아니잖아요. 해피 PC방은 완전 끝내준다고요.”

“그래?”

“그럼요. 성능 최강, 가격 최저, 카페 같은 분위기, 게다가 간단한 식음료도 시켜 먹을 수 있어요.”

“그, 그렇구나.”

“그럼요~ 완전 신개념 PC방이라고요.”

“그, 그렇구나.”

이렇듯 해피 PC방 사업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다.

먼저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사람들은 건물이 팔려서 좋았고 도산 위기에 빠졌던 중소 규모의 건설 회사와 건축 자재 회사 그리고 인테리어, 리모델링 업체들이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무슨 PC방 따위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냐고 말이다.

하지만 해피 PC방은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직영점을 늘리고 있는 중이었다.

추가 자금을 통해 내년에는 3,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을 영업하는 PC방의 특성상 한 PC방에 점장 포함 직원이 10명에 이른다.

내년이 되면 해피 PC방은 무려 3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이 될 것이다.

[청와대]

오후 3시.

선우는 YDJ의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도착했다.

“선우 군!”

“네, 대통령님.”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통령의 갑작스런 인사에 선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대체 무엇이 고맙다는 것인가?

선우가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이자 YDJ가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선우 군.”

“네, 대통령님.”

“한국 경제의 백기사 .”

YDJ의 말에 선우의 눈이 갑자기 퉁방울만 해졌다.

“네? 한국 경제의 백기사 이요? 그게 뭐죠?”

선우는 일단 그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허허~ 선우 군과 관계가 있는 투자회사라고 들었는데요. 아닙니까?”

“아이고, 아닙니다. 저 같은 글쟁이가 영국계 투자회사와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그럼 을 모른다는 말입니까?”

“네. 그 이름도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호오~ 그래요?”

선우의 대답을 들은 YDJ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참 이상하군요. 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는데, 어찌 이 영국계 투자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건가요?”

“그, 그건…….”

선우는 그만 말문이 콱 막혀 버렸다.

‘역시 대통령이라는 건가?’

당황한 나머지 정치 9단의 유도심문에 넘어간 것이다.

“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선우는 YDJ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된 겁니다.”

선우는 IMF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를 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은 투자만 할 뿐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네. 제가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맞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그런 것이었어요.”

YDJ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선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선우 군의 도움으로 이 대한민국 경제에 든든한 백기사가 되어 주었어요.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대통령님!”

그 모습을 본 선우 역시 급히 일어나 YDJ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님,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느새 두 사람의 대화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선우는 매혹 마법을 펼치는 동시에 예전부터 생각했던 바를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IMF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보았습니다.”

“그게 뭔가요?”

“기업들의 방만 경영, 친족 경영, 오너 경영입니다. 능력만 있다면 친족이든 오너든 그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방만한 경영이 이번 IMF 사태를 야기하는 데 크게 일조(一助)한 것이 사실이고요.”

“……!!”

기업을 경영해 본 적이 있는 YDJ는 선우의 말에 지극히 공감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기업의 경우…….”

“전문 경영인을 초빙하자는 얘기군요. 맞죠?”

“네, 그렇습니다.”

“좋아요.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YDJ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라면 뜬구름 잡는 얘기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리고 외람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려지겠지만 당분간은 제 정체에 대해 모른 척해주시면 안 될까요?”

‘싫다고 하시면 기억을 지워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매혹 마법의 효과인가?

YDJ는 선우의 뜻을 이해한다는 듯,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응낙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수장들이 워너콘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 모이게 되었다.

아름다운 현악기의 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수십 명의 웨이터들은 접대로 분주하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안주와 와인이 탁자 위를 수놓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꽃을 피운다.

왠지 이곳은 IMF 시대의 대한민국이 아닌 것 같았다.

“필식아.”

“어, 윤성아.”

수려한 용모의 두 남자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말투를 보아하니 친구 사이로 느껴졌다.

“요즘 니네 회사는 좀 어때, 괜찮아?”

“뭐, 그냥 그래. 특별히 좋은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어.”

“이야~ IMF 시대에 선방하네.”

“큭! 선방은 무슨! 부채가 적어서 겨우 버티고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뭐 맛있는 것 좀 없을까? 요즘 내가 통 입맛이 없어서 말이야.”

“입맛이 없어? 그럼 게나 먹으러 갈래?”

“게?”

“그래, 요즘 게가 제철이잖아. 홋카이도로 가자. 네가 좋다고 하면 내가 얼굴 되는 애들로 모아볼게.”

“오호호호! 그럼 콜이지~”

“좋아. 그럼 내일 오전에 헬기 타고 넘어가자. 한 대면 되겠지?”

“당연하지.”

국가 부도 사태.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려운 것은 늘 평범한 사람들이다.

부자들은 언제나 그들만의 리그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호호호~ 너희들 그 얘기 들었니?”

“무슨 얘기?”

“선미가 정재랑 만난대~”

“어머머! 진짜야?”

“그렇다고 하던데~”

“선미 아직 이혼 안 했잖아?”

“걔들 지금 별거 중이야. 아마 올해 못 넘기고 이혼할 거야.”

“이혼이 대수냐? 즐길 수 있을 때 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

“호호호~ 그래. 그건 영미 말이 맞다. 얘들아.”

-수군수군!!

“혹시 이라는 투자회사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요?”

“영국계 투자회사 아닙니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답게 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몇몇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해피 PC방이 그들의 작품이라지요?”

“MC 소프트라는 게임 회사와 합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말이 좋아 합작입니다. 의 지분이 90%라고 하더이다.”

“……?!!”

“저 역시 의 자금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상장 기업 주식을 상당수 보유했다고 들었는데, 대체 거기 오너가 누굽니까? 혹시 버핏이나 소로스 쪽이 아닙니까?”

“영국에 본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두 사람은 아닐 겁니다. 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회사의 오너가 영국 황실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쳇! 우리 그룹에 투자 좀 해주지…….”

나직한 음성으로 말꼬리를 흐리는 자가 있다.

바로 우중 그룹의 박대우 회장이다.

몇 번 투자 요청서를 에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답이 없다.

아!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투자 부적격]이라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그렇게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이상하게도 경영권에는 욕심을 내지 않아서요.”

“그 말씀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모르셨습니까?”

“……적어도 하이에나 같은 놈은 아니라는 말이죠.”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이번에 한국 전력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KT와 마찬가지로 매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통신과 전기는 국가 기간 사업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YDJ가 정치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 지표를 좀 보세요. YDJ 정권이 들어온 후, 한국 경제가 눈에 띌 정도로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썰물처럼 빠져 나갔던 해외 자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대한민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박대우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조에 달하는 우중 그룹의 막대한 부채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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