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71화 (71/187)

◈ 제 71화

71화 이 선우가 그 선우다

“선우야!”

“네, 아버지.”

“너 이번에 미국에서 출간한 책 있잖아.”

“이방인이요?”

“그래. 해외에서 반응이 아주 좋던데? 허허~헛!”

규용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울리자 수연 역시 관심을 가지고 두 사람의 대화에 참여했다.

“여보~ 이번 작품이 그렇게 재밌어요?”

“응?”

“반응이 아주 좋다면서요?”

수연의 질문에 규용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흐흐흐~ 반응이 아주 좋긴 한데, 이게 단순히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니야. 울림을 준다고 해야 할까?”

“울림이요?”

“응. 이방인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사색하게 해. 철학적인 요소도 있지. 난 그렇게 봤어.”

규용의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이방인일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게다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성찰하게 되고 말이야. 아빠 생각이 어때, 맞니?”

“맞고 틀린 게 어디에 있어요? 독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정답이죠.”

“하하하! 선우 말이 맞네. 역시 내 아들이야.”

“호호호~ 내 아들이거든요.”

“내 아들이지.”

“내 배에서 나왔거든요?”

“……씨가 내…….”

-찌릿찌릿!!

“험험!!”

분위기가 쬐끔 요상해지자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선우가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 국내에는 언제쯤 출간되나요?”

“사흘 후!”

“사흘 후요? 엄청 빠르네요.”

“그럼. 누구 작품인데~~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하루라도 빨리 출간하려고 인쇄소를 일주일이나 풀가동했다고. 후후후!”

“일주일을요?”

“그래. 하루 24시간, 일주일은 매일 돌렸어.”

규용의 대답에 순간 수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여보! 당신 설마 갑질이라도 한 거예요?”

“갑질이라니?”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동안 인쇄소를 풀가동했다면서요!”

“에이~ 이 사람이~~~!! 내가 설마 일만 시켰을까?”

“그럼요?”

“3교대로 돌렸어. 게다가 야간 수당을 완전 빵빵하게 챙겨줬다고.”

수연은 규용의 대답에 가볍게 눈을 흘겨 주며 물었다.

“정말이죠?”

“그럼~!”

“호호호. 역시 우리 남편.”

“후후후. 역시 우리 여봉~~”

어우!

애정이 넘치다 못해 과하다.

규용과 수연의 모습은 여전히 신혼부부 같았다.

“참! 선우야.”

“네, 엄마.”

“수능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니?”

“다음 주면 나온다고 들었어요. 걱정 마세요. 가채점 결과 시험 잘 봤어요.”

“호호호~ 그래. 그럼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우리 내일 맛있는 것 먹을까?”

“네, 엄마.”

“당신도 술 마시지 말고, 내일 일찍 들어오세요. 알겠죠?”

“어어~ 당연하지.”

이 날 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 선우는 조용히 여동생 혜진의 방을 찾았다.

-스윽!

손을 뻗어 여동생 혜진의 손을 잡자 마나의 기운이 주변에 요동친다.

“슬립, 관조 마법.”

곧이어 선우의 심장에서 시작된 마나가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여동생 혜진의 몸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3서클에 오른 보람이 있다.

원하는 부위와 근육의 상태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세포의 움직임마저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특별한 이상은 없군. 저 묵은 변(便)들만 빼고 말이야.’

선우는 마나의 기운을 움직였다.

고도로 집중된 감각으로 목표한 세포에 저주 마법을 걸어 주었다.

찰나 간에 뻗어나간 마나의 기운이 여동생 혜진의 배를 휘감자 ‘우르, 꾸르르륵’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분 후,

숙면을 취하고 있던 혜진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아랫배에서 살살 느껴지는 통증 때문이다.

만약에 이것이 지독한 아픔이었다면 소리를 질렀겠지만 이건 그런 종류의 아픔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혜진은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고 잠시 후,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졌다.

-푸더더덕!!!!

“후후~ 시작됐군.”

선우는 피식거리며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화제의 신작 이방인]

소설 <이방인>이 전국 서점에 깔렸다.

그리고 얼마 후 수학능력 시험 결과가 나왔다.

-KBC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00년도 대입 수능에 2명의 만점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MBS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울 대승외고의 박혜진 양과 검정고시 출신의 최선…….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이라 불리는 이 시험은 1994년에 시작되었다.

1998년 수능까지는 단 한 명의 만점자도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에 있었던 1999년 수능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 명의 만점자가 나왔는데 이번 시험에서는 두 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내년에는 만점자만 66명이 배출되는 역대급 물수능이 치러질 예정이지만 말이다.

‘어? 만점이네.’

한 문제 정도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만점이다.

이와 같은 시각,

M본부 이명국 국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부하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 올라갔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 최선우가 그 최선우라고?”

“네, 국장님. 그렇다니까요.”

이명국 국장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이자 유상현 기자가 증거를 내밀었다.

“헐! 대박!”

특종을 물어온 유상현 기자는 이 국장의 감탄에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면 오늘 뉴스에 나올 수 있겠죠?”

“당연하지. 유 기자! 수고했어.”

최초의 수능 만점자라는 소식이면 뉴스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년 수능에서 최초의 만점자가 나왔고 올해는 만점자가 두 명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작년에 비해 적을 것을 예상했으나 만점자의 정체로 인해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태리 작가, 수능 만점자로 밝혀져.>

M본부의 뉴스 속보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올해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최선우 군이 바로 이태리 작가라는 사실이 밝혀져 장안의 화제입니다. 현장에서 유상현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유상현 기자!

-네, 저는 지금 이태리 작가의…….

이태리 작가의 수능 만점 소식이 방송을 타자 엄청난 숫자의 댓글이 방송국 게시판에 달렸다.

-헐! 수능 만점이라니!!

↳최선우, 진짜 대박이다.

-응? 최선우가 누군데요?

↳<단팥빵>, <아빠를 부탁해>

↳위의 분!! <태리 포터 몰라요?>

↳아! 이태리 작가의 본명이 최선우였군요. 죄송합니다.

↳휴먼스토리 안 보신 듯.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IQ가 190이었다고 하던데…….

↳그의 IQ가 심히 궁금하다.

↳나도(1)

↳나도(2)

↳역시 천재인가?

↳나도(3)

↳앗! 늦었다. 나도(4)

[경축 수능 만점 백합 예술 고등학교 최선우 군]

선우가 다녔던 학교 정문에도 그의 수능 만점을 축하하는 큰 플랜카드가 걸렸다.

비록 자퇴했지만 말이다.

한편 사업가 기질이 풍부한 규용은 선우가 수능에서 만점을 받자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0년도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과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학부형에 한해 이태리 작가의 신작 <이방인>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동시에 그동안 이태리 작가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양장본으로 묶어 판매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대한민국 학부모.

자식을 둔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높은 교육열을 말이다.

여기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주부 김미자 씨 역시 뉴스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이태리 작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의 소설을 읽었고 <휴먼스토리> 역시 시청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은연중에 이태리 작가를 천재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이번 수능 시험에서 그가 만점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게 이태리 작가의 신작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 우리 아들 수능 수험표를 가지고 왔는데…….”

“아! 그럼 손님은 50% 할인된 가격에 작가님의 신작을 구매하실 수 있으세요.”

“혹시 양장본 전집(全集)도 있나요? 뉴스를 보니까 이태리 작가님이 그동안 출간한 책들을 한 질로 모은 전집이 양장본으로 나왔다고 하던데요.”

“네. 그것도 있습니다.”

“태리 포터도 전집에 포함된 건가요?”

“아니요, 태리 포터 시리즈는 수앤 롤링 작가님과 공동으로 집필하신 작품이라 전집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직원은 조용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해외 출판사랑 엮여있어서 복잡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녀는 여직원의 설명에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전집 가격은 어떻게 되죠?”

“수험표를 지참하셨으니 전집(全集) 역시 30% 할인됩니다.”

“그럼 가격이?”

“30% 할인해서 385,000원입니다.”

“네~ 카드로 계산해 주세요. 그리고 선물용이니까 예쁘게 포장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손님.”

이와 같은 시각,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두툼한 밍크코트로 빈틈없이 몸을 감싼 여인이 자동차에서 내렸다.

“후. 여기엔 있겠지? 그나저나 왜 이렇게 추운 거야.”

여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도무지 이 추위에는 익숙해지지가 않네. 내년부터는 겨울마다 하와이에 가야 하나?”

그녀가 투덜대며 향한 곳은 한 대형 서점이었다.

잠시 후,

서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훈훈한 공기가 느껴졌다.

“오~ 역시 실내는 따뜻하네.”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제일 가까이에 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네~ 손님.”

“이태리 작가 전집, 양장본 있죠?”

“……양장본이요?”

“네. 양장본이요.”

여인의 확인에 직원은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양장본이 다 나갔습니다.”

“다 나갔다고요?”

“네. 오늘 오전에, 전부요.”

“……!”

여인은 맥이 탁 풀렸다.

벌써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럼 언제 재입고되죠?”

“주문이 밀려서…… 적어도 사흘은 기다리셔야 해요.”

“사흘이요?”

“네.”

직원의 말은 들은 여인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예약할게요. 입고되면 즉시 연락주세요.”

그녀가 들른 다른 서점은 일주일에서 열흘, 한 달을 이야기한 곳도 있었다.

-초록별 출판사.

“네. 30질이요.”

“**문고 양장본으로 500질이요? 죄송하지만 주문이 밀려있어서요. 500질이면 한 달 기다리셔야 합니다.”

“네. **서점. 양장본 10질. 방금 출발했습니다.”

“제주도 1,000질, 잘 받으셨죠? 추가 주문을 하시겠다고요? 일단 수량부터 말씀해 주세요.”

규용이 기획한 이벤트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초록별 출판사의 전화기는 하루 종일 불이 났다.

거액의 돈이 매일같이 출판사 계좌로 들어왔고 선우의 한국 계좌 역시 그 잔고를 엄청나게 불려갔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수입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그의 영국 계좌로 입금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호오~ 할리우드에서 돈이 들어왔네요.”

-톰 제라즈 씨가 정산에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후후, 그런 것 같네요. 톰에게 고맙다고 전화라도 한 통 해줘야겠어요.”

-네~ 그러시죠.

“참! 그리고 이번에 할리우드에서 정산된 금액 전부를 한국에 투자해 주세요.”

-정산된 금액 전부를 말입니까?

“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는 아니지만 조금 전 구글에서 추가 투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구글에서요?”

-네.

“그들이 얼마를 요청했죠?”

-3,000만 불입니다.

“3,000만 불이요?”

-네.

3,000만 불이면 이번에 정산된 금액 중, 오 분의 일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3,000만 불! 보내주세요. 그리고 남은 돈을 전부 한국에 투자하는 걸로 합시다.”

선우는 구글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알겠습니다.

선우의 배포와 담대함에 놀란 것은 오히려 왓슨이다.

암튼 이렇게 해서 선우가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거액이 또다시 영국계 투자회사 의 이름으로 한국 기업들에 투자되었다.

MC 소프트와 함께 시작한 PC방 사업이 가장 큰 혜택을 받았으며 그 외에 기술력을 지녔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차선으로 혜택을 받았다.

누군가 말했다.

암울한 IMF 시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백기사가 등장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해외 자본의 공격에 백기사를 자처한 곳이 바로 영국계 투자회사 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망하거나 헐값에 매각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선우의 투자로 인해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땅의 가장들이 IMF 시대에서 생존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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