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70화 (70/187)

◈ 제 70화

70화 소설 <이방인>

수백 년 전,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에서 이제는 주류가 된 그들이 주류가 되지 못한 우리들을 배척하고 차별하기 시작했다.

이태리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이방인>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사회에 섞이지 못한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으로 매우 적나라하게 풀어놓았다.

-오늘, 아버지가 법정에 섰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난 어제와 오늘을 착각할 만큼 내 머릿속은 혼란했다.

수(Su)는 <이방인> 전반부의 주인공이자 화자다.

쾌활했던 그녀가 왜 그렇게 냉소적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거리의 여자로 변해가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갑고 사회 비판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도 사실적인 표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들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그렇다.

이것은 꽤나 불공평한 일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이 그렇다.

어쩌겠는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것은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다.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꿈꾸는 것은 아주 가끔이지만 운명이라는 이름의 알을 깨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희망을 꿈꾼다.

소설 <이방인>의 후반부는 백인이자 주류 사회의 일원인 존 케이지가 주인공이다.

그는 수(Su)를 잃고 나서 그녀의 존재와 이방인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이방인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방인을 배척하는 우리들 역시 이방인이 아니었던가?’

소설 <이방인>은 독자들에게 크나큰 화두를 던지며 끝을 맺었다.

* * *

“어서 오세요. 조이의 책방입니다.”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한쪽 구석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던 조이가 큰 소리로 손님을 반겼다.

“이태리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고 들었는데요.”

“네. <이방인>이요. 이쪽에 있습니다.”

“아~~!”

역시 최고의 인기 작가답게 좋은 위치에 책이 진열되어 있다.

“감사합니다. 얼마죠?”

“20불이요.”

“네. 여기요.”

책을 손에 쥔 벨라는 무척이나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와 같은 시간,

중국인 허청은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이민자의 자녀였기에 소설 <이방인>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

온몸으로 스며드는 감동이 이민자의 자녀로 살아온 과거의 설움을 잊게 했다.

무엇보다 소설 말미에 작가가 던진 화두가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소문이 소문을 낳았다.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 덕에 서점마다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21C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이방인>이다.

(무라사와 하루키)

-나 역시 이민자의 아들이다.

(호세 카를로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눈이 부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 비평가, 존 밀러)

-이태리 작가의 글은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작가다.

(베르나르도 밀리오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너무 허탈해 다시 한 번 첫 장부터 읽었다.

(리오창)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소설.

(움베르토 조르다노)

유명 작가들의 극찬은 또 하나의 이슈가 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출판사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사인회가 열렸다.

“작가님!”

“네, 할아버지.”

한 노인의 늙고 마른 손이 선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내 얘기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울었어요.”

“…….”

“도대체 누가 이런 글을 썼을까? 죽기 전에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네요.”

노인은 선우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고 그 모습에 선우 역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사인회는 그야말로 성황을 이루었다.

선우는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작가님과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으면 안 될까요?”

“왜 안 되겠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꺄아아~!”

-찰칵!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도로시요.”

“이름이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저희 할머니도 이민자세요.”

“그러시군요.”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아, 삼가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해요. 작가님.”

한편 출판사의 관계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줄에 귀에 걸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태리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는 신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선우는 서둘러서 짐을 꾸렸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살 예정이었다.

“선우~”

“톰! 여긴 어쩐 일이에요?”

“하하하~ 우리 브라더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데, 당연히 내가 와야지. 짐은 그게 다야?”

“네.”

선우는 너스레를 떠는 톰 제라즈와 함께 공항으로 이동했다.

“영화는 어때요?”

“후후후! 다들 베테랑이라 잘 찍고 있어.”

“그래요?”

“응.”

친절한 톰 아저씨는 선우를 위해 영화의 진행 상황에 대해 짧게 말해 주었다.

“참, 이번에 나온 소설도 대박 쳤다며?”

“운이 좋았죠.”

“헐~ 웬 겸손?”

“전 언제나 겸손하답니다. 톰 형님.”

“…….”

“왜 그렇게 봐요?”

“재수 없어서.”

“오호~ 그 얘긴 앞으로 제가 쓴 대본으로 영화 찍기 싫다는 뜻이죠?”

“헙!!”

선우의 말에 깜짝 놀란 톰이 즉시 두 손을 들고 투항의 의사를 밝혔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브로.”

한번 놀려보려다 본전도 못 건진 톰의 모습에 선우는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로부터 16시간 후,

선우는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들~ 딸~”

“엄마!!”

“어서 오십시오. 알프레드 씨.”

“얘들아. 미국 여행은 어땠니?”

“좋았어요.”

“그럼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입국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이태리 작가가 탑승한 게 분명해?”

“어!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는데…….”

“그런데 왜 안 나와? 설마 VIP 통로로 나간 것 아니야?”

“……!!”

비행기가 도착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선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잔뜩 찡그린 표정이다. 그 순간 아랍인(?) 한 명이 사람들 틈에 섞여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계절이 바뀌었다.

무더위의 여름과 천고마비의 계절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절없이 사라졌고 어느새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찾아왔다.

“아으~ 추워.”

“왜 항상 수능 날엔 이렇게 추운 걸까?”

비장한 표정의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 인근 학교로 걸어간다.

“선배님~ 파이팅!”

“힘내세요.”

시험장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선배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열띤 응원과 함께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녹차 한잔 드세요.”

“여기 따뜻한 코코아도 있어요.”

“고맙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지만 수험생들은 저마다의 마지막 다짐을 하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수능 시험이 펼쳐질 교실 내부는 긴장된 분위기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이, 시험 시작 전에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참고서를 이리저리 뒤집고 있는 이, 개중에는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다수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철저히 준비해 자신이 있거나 혹은 포기한 자일 것이다.

선우 역시 조용히 1교시를 준비했다.

곧 감독관이 들어왔고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마침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었다.

-<다음 중 위 본문과 상항에 맞지 않은 표현은 무엇인가요?>

1교시는 언어 영역 듣기 평가부터 시작했다.

“……쉽네.”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교과서를 비롯해 수십 종에 이르는 참고서를 통째로 외운 덕분에 선우는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대부분이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거나 아니면 유사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교문학사 89페이지 4번째 문제와 흡사하다.’

‘……버팀목!’

가끔 지문을 꼰다거나 수식을 역으로 바꿔서 문제를 헷갈리게 만들었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다.

언어 영역은 대체로 교과서 중심으로 나왔다.

2교시가 시작되었다.

‘풀이 수학.’

‘……이건 정석에 나온 문제다.’

‘호오! 문제 은행 127번 문항과 거의 흡사하네.’

감독관의 참관 아래 수리 영역이 끝났다.

“아! X발…… 망했다.”

“종근아, 3번에 답이 뭐냐?”

“주관식 마지막 문제 답이 1이지?”

“-1인데.”

이제 막 2교시가 끝났을 뿐인데, 수험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예상보다 높은 난이도에 몇몇의 안색이 심하게 굳어지기도 했다.

-웅성웅성!!

“젠장! 됐다.”

“난 이번 수능 포기!”

“나도!”

심지어 몇몇은 짐을 싸서 그대로 교실을 나서기도 했다.

시험장 밖으로 나가는 것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저들은 저들 스스로 1년간의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말이다.

각설하고 폭풍 같았던 수리 영역이 지나고 3교시 외국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

이미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우에게 3교시는 휴식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지문을 슬쩍 한 번 보는 것으로도 답이 보였다.

-슥삭슥삭!

듣기 평가가 끝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OMR 카드를 완성한 선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저 새낀, 대체 뭐지? 아까 2교시에도 저렇게 자는 것 같던데.’

‘큭큭큭! 포기한 건가?’

‘앗싸~ 한 명은 이겼다.’

선우의 행동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오는 사이 3교시도 끝이 났다.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새 수능 시험이 그 끝을 보였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끝에서부터 답안지를 걷어 주세요.”

종소리와 함께 시험 감독관의 음성이 들려왔다.

“우와~ 이제 끝났다.”

“오늘은 광란의 밤이여. 다들 고고~~”

“신촌에서 모여. 12몽키즈 노래방 가자.”

“야! 몽키즈 시설 안 좋아졌어. 스페이스 노래방이 어때?”

“스페이스 좋아!”

“오케이~”

잠시 후,

전국의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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